<한동안 상실감에 빠져있었어요. 내게도 꿈이 있었는데, 삶 속에 꿈마저 빛바랜 사진처럼 흐릿해져 가더라구요. 하지만 이제 다시 시작해 보려구요, 욕심도 버리고 그냥 써보려구요. 찾아 주신 님들 저를 격려해주세요. 달아주신 댓글에 힘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미흡한 글일거에요. 엉성하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지켜봐 주세요. 점점 끈기가 없어지는 나를 대할 때가 많아요. 하지만 그조차도 점점 익숙해져 가려고 하네요. 그런 저를 보게 된다면 질타도 해주시겠어요? 달아주신 댓글에 일일이 답변을 드리지 못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를 움직이는 자극제는 될거라는 확신은 자신할 수 있답니다. 처음부터 너무 구차했나요?>
쿵!!!
지반이 흔들리듯 커다란 충격에 세나는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머리맡에서 세나와 같은 베게를 베고 자던 애견 똘망이도 놀랐는지 바짝 고개를 치켜들었다. 다행인지 곁에 누워 자고 있던 딸 지연이는 뒤척임도 없이 쎄근거린다.
창 안으로 흘러 들어온 희미한 가로등 불 빛만으로도 충분한 사물을 감지할 만큼
익숙한 환경... 그리고...광경...
세나의 얼굴에 피식, 하고 쓴 웃음이 번진다.
‘ 놀라긴... 이틀이 멀다하고 벌어지는 일인데 새삼스럽다. 지진 나서 무너질 것을 걱정 했니, 아니면 이 잘난 집에 도둑 들 것을 걱정 했니... ’
열려진 안방문과 마주보는 현관문과의 거리는 1m도 체되지 않는다.
세나의 눈에 거실이라도 이름 붙이기도 뭣하고 주방이라 불리기도 우스운 작은 공간, 신발 몇 개만 벗어놔도 빼곡한 현관문 앞에 아무렇게나 나둥구는 신발짝처럼 널부러진 남편의 모습이 고스란히 들어왔다.
“음냐...음냐...똘망아!!! 아빠 왔다...이리와!!!”
중성에 약간은 갈라진 목소리로 주변을 쩌렁이는 고함에 가까운 남편 순남의 영락없는 술버릇에 세나는 습관처럼 화장대 위에 놓인 핸드폰을 집어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am 1:43>
am이라... 남들보다 오전을 빨리 시작한다고 표현하기도, 그렇다고 마무리가 늦은 남편의 하루가 26시간이라고 해야는지, 순남을 만나 살면서 일상조차 표현하기 애매한 것이 하나 둘이 아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어중간한 시간에 들어와서 깊은 잠에 빠졌을 주변 따윈 안중에도 없는, 세상천지 자신보다 가정을 생각하는 사람 없다고 겁 없이 떠들어대는 순남의 인사불성적인 의식으로 귀가본능하나만큼은 타에 모범이지만 세나는 결코 반갑지 않다.
결혼 16년차 부부.
신혼 4년까지 살던 지하 단칸방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각방을 쓰던 이들은 행인지 불행인지 어쩌다 잠자리 한번 했다하면 들어서는 순남의 씨앗(?) 탓에 그동안 낙태만 3번이나 했고 낳아 준 것을 감사할지 원망할지 모르는 운 좋은(?) 자식을 둘이나 생산했다.
그 아이들조차 사랑의 결실이라고 느끼기보다 15살 첫아이 명석이는 뭣 모르고 낳았고 5년 터울지는 딸 지연이는 낙태기록을 4번까지 만드는 죄를 짓기보다는 남편에게 고생보따리를 만들어 주고 쇠약한 몸에 아이를 낳다가 죽더라도 낳는다는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소설을 꿈꾸며 오기를 발동시켜 낳았드랬다.
죄는 지은대로 거둔다더니 이쁘지 않은 심성으로 아이들을 낳아 놓고 벌 받듯 세나는 미혼모처럼 아이 둘울 혼자서 키워야 했다.
남편은 있어도 있는 이가 아니었다. 처음 시작부터 쭈우욱~.
“야!!! 하늘같은... 남편이... 이제서...... 들어왔는데... 모두 철퍼덕 자고 있어?!!!... 집안 꼴 자......알 돌아간다...”
어둠속에서 세나는 한동안 조용히 앉아 있었다. 잠은 벌써 저만큼 고속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질주하듯 달아나 버렸다. 한껏 예민한 성격에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기 일쑤요, 어쩔 때는 숨쉬기조차 버거워서 낮에 병원을 찾았더니 협심증 소견이 보인다나... 심하지는 않지만 스트레스가 원인일수 있다는 동네 의사의 애매모호한 설명에 이어 의사 선생님 한다는 말씀이,
“요즘 뭐 스트레스 받는 일 있으세요?” 라고 물었다.
세나는 멀뚱한 눈으로 의사에게
“세상사는 사람 중에 스트레스 받고 살지 않는 사람 있을라나요? 고행하는 스님이나 수도하는 수녀님도 스트레스 받고 살걸요. 그러는 선생님은 스트레스 안 받나요?” 하고 되물었다.
예민하고 까칠하고 안하무인에 있어서 대한민국 대표 아줌마로 자리매김 해가면서도 세나는 점점 모습만큼은 두루뭉실 고무줄 바지만 찾아야 하는 몸매를 지니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세나의 말에 의사는 당황했는지 헛기침 몇 번하더니 약을 먹어보고 안되면 정확한 검진을 받아야 한다며 소심한 목소리로 세나의 복스런 몸매를 살짝 훑더니 심장에 무리가 가지 않게 걷기 운동이라도 해보는 것이 몸에 좋을 거라고 덧붙여 주었다.
세나의 스트레스의 주된 주범... 이름하야 임. 순. 남!!!
일생일대의 실수가 평생의 족쇄가 되어 벗어날 수 없는 철창 없는 감옥에서 살아가게 만든 장본인. 16년을 살면서 온갖 공상을 만들어 줬고 많은 용기를 심어준 위인.
아...이제는 정말 벗어나고 싶다. 정말, 정말, 정말...진짜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