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일주일가량 남겨둔 9월 3일 ,,,,,,,,,,,,,,,,,
태백의 장성병원에선 MRI란것이 없어서 CT만 찍고 퇴원한것이 못내 찜찜했다 .
한림대 부속병원에 가서 남아있는 돈으로 MRI를 한번 해보자는 내말에 시어머니도
그게 좋겠다며 동조했고 남편도 그러자고 했다 .
의사선생님께 그동안의 경위를 설명드리고 MRI를 촬영해 보고 싶다고 하자
손가락을 들어서 좌우로 움직이시며 눈동자를 굴려 따라와 보라고 하시더니 다시 상하로
움직이다가 고개를 갸웃 거리셨다 .
50만원을 수납하고 유리상자속에서 시작된 MRI를 지켜보며 판독하던 의사가 자기들끼리
쳐다보며 의학전문용어로 알수없는말을 떠들더니 나를 쳐다보는데 아무것도 볼줄모르는
내눈에도 뭔가 안좋은것 같은 예감이 느껴졌다 .
내게는 15만원을 더 수납하고 오라고 하면서 신경외과에 전화를 하더니 다급한 목소리로
교수님을 호출했다 . 검사 결과는 교통사고와 상관없는 선천적 뇌 동정맥 기형이란다 .
동맥과 정맥이 함께 붙어있어서 분리수술을 해주지 않으면 시기가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언젠간 터질것이고 터지면 사망하는 질병인데 인구 20만명당 1명이 있을까 말까한 희귀한
질병이라고 설명하셨다 . 20만분의 1 이란 확률이 내게로 오다니 ,,,,,,,,,,,,,
복권 당첨이라던가 뭐그런 억세게 복터지는 확률이 아닌 힘들고 어려운 확률이 ,,,,,,,,,,,
한발 한발 뒤로 물러 서다가 더이상 물러설수없는 막다른 골목에서 듣고있는 의사선생님의
선언은 한마디 한마디가 최후의 일격을 가하는 심판의 마지막 선언 같았다 .
망연 자실 듣고있는 내게 천천히 다시한번 설명하셨다 .
전류로 치면 100볼트와 220볼트가 함께 붙어있는것과 같다고 ,,,,,,,,, 그래서 터지는 거라고
이상한것은 이런경우 대개는 10대와 20대쯤에 달리기나 기타 뇌압이 상승이 되는 행동을 했을때
순간적으로 터져서 사망하는것이 대부분인데 지금까지 아무일이 없이 생존했다는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보기드문 일이라 하셨다 .
오랜 경험상 처음본 경우라며 혹시 달리기나 격한운동 등을 전혀 안했었느냐고 물어보셨다 .
시골출신이라 뛰고 달리고는 일상생활이었고 축구도 했었다고 말하자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맥박도 느려지고 피도 천천히 돌기때문에 터진다면 대개는 활동이 왕성하고 피가 힘차게도는
젊은 나이에 터지는게 대부분인데 여태 안터졌다는건 어쩌면 이대로 평생을 갈수도 있겠다며
나를 쳐다보시더니 머리가 아프다거나 잠시 쓰러지거나 했던적도 한번도 없었냐고 물어오셨다 .
있어요 ! 세번 모두 술을 마시고 담배를 물고 화장실에 대변을 보러 가서 였어요 .
대변을 보려고 힘을 주는데 자기도 모르게 핑 돌면서 잠시 쓰러 졌었다며 옷이 젖어서 나오거나
재래식에선 흙을 묻혀서 나와서 제가 더럽다고 화를 냈었는데 그게 어떤 연관이 있었나요 ?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시며 술을 마시면 혈압이 상승하고 담배를 물고 힘을주다보면 순간적으로
뇌압이 상승하니까 그랬던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
퇴원 이틀만에 좋아라 엄마에게 달려들던 딸아이를 다시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삼일만에 또다시
입원실에서 환자와 보호자로 마주앉았다 .
지금은 대학병원들이 거의가 특진제지만 당시엔 신청하는 사람만이 특진제였다 .
가진건 달랑 전세방 하나밖에 없는주제가 무조건 특진부터 걸어 놓았다 .
수없이 많은검사와 절차를 반복하고 있었고 성심병원 정문입구에서 로비로 이어지는 길까지
신경외과에서 뇌수술을 하다가 사망한 유족들이 호소문을 써놓고 자리를 펴고 농성을 하고 있었다 .
신경외과 교수님이 나를 부르셨다 .
개인적으로 이런환자가 가장 힘들다는 서두로 말을 꺼내시더니 외부에서 쓰러져서 들어오지 않고
자기발로 걸어서 들어온환자 수술을 하다가 잘못되서 자기발로 못걸어 나갈경우 많은 상황들이
있었음에도 마치 그것이 의사의 능력 부족인양 매도될때 감당하기 힘들만큼 괴로움을 느낀다며
지금이라도 퇴원을 하겠다면 절차를 밟아주시겠다 하셨다 .
" 선생님 수술을 해서 성공을 할수있는 확률은 몇 %이고 실패할 확률을 몇 %인가요 "라며 묻자
씁쓸하게 웃으시며 ' 확률이란것은 우리네 의사들이 쓰는 말이지 환자나 그가족들이 쓰는말은
아니라며 단 1% 였어도 내게로 오면 100%인 전부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라며 나를 안스럽게
쳐다보시는 그분의 말씀에서 환자의 목숨을 먼저 생각하시는 그분의 진심이 내가슴을 파고들며
그토록 고뇌 하시는 그분께 신뢰가 느껴졌다 .
시어머니는 내게 애비에게 검사를 해보니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하고 그냥 속여서 퇴원을 시키자고
하시며 이병원에서 뇌수술하면 다 죽는다더라는 말까지 하셨고 다음날 병원에 온 시동생은 나를
보더니 내가 형이라면 수술을 안할것 같다며 나를 쳐다보았다 .
그건 왜냐고 묻자 지금까지 멀쩡했었던건 단지 기적이기만 했겠냐며 의사도 이대로 평생갈수도
있다고 했었다는데 라며 말끝을 흐렸다 .
며칠동안 먹지도 자지도 못하면서 고민했다 .
과연 어떤것이 옳은것인지 ,,,,,,,,,,, 그냥 퇴원을 시키면서 이제와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다는것은
손바닥 으로 하늘을 가리자는 것이리라 ,,,,,,,,, 사실대로 얘길해주면 ,,,,,,,,,, 알면 병이요 모르면
약인것이 사람의 심리인데 그랬다간 불면 날세라 쥐면 터질세라 하는 유리병과 함께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어쩌면 더 힘든일일지도 모른다 .
만약 수술을 안하고 이대로 돌아가서 잘못됐을땐 나는 원망이라도 해볼수있고 빠져나갈 핑게거리라도
생기겠지만 내 고집대로 수술을 시도 했다가 잘못됐을땐 내겐 아마도 온갖 비난의 말들이 쏟아질 터였다 .
내입장과 빠져나갈 핑게를 모색하고 있는 내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미치자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오직
환자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결론을 내리자고 마음을 먹었다 .
나이겨우 서른넷에 뛰지도 말고 숨차하지 말고 그저 사알살 늙은이처럼 행동하고 걸으면서 그렇게
평생을 살다갈순 없을것 같았다 .
오른쪽 사타구니로 가느다란 철사줄을 혈관을 통해 머리까지 집어넣고 약을 흘려넣어서 어디서부터
막혔는지를 검사하는 혈관조영술을 하고나서 움직이지 못하게 모래주머니를 달아놓고 24시간을 눕혀
놓았더니 덜컥 욕창이 생겨버렸다 .
드디어 수술전날 ,,,,,,,,,,,,,레지던트가 부르시더니 " 시댁식구들과 얘기해 보셨어요 ? 다들 찬성이신가요?
교수님이 요즘 아저씨 때문에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어 하십니다 " 하시기에 " 아니요 시댁 식구들은
수술하는걸 찬성 안해요 그렇지만 그사람들은 말로만 할뿐이고 저는 행동으로 해야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냥데리고 간다해도 앉혀놓고 생활비 대줄것도 아니고 수술을 한다해도 제가 비용감당을 해야 하겠지만
그냥 데리고 가서 평생을 화초처럼 버라다만 볼 자신이 없습니다 " 했더니 " 아주머니 심정 충분히
알겠지만 그러시면 혼자 독박을 쓰실수도 있어요 " 한다 . 독박 ,,,,,,,,, 독박이라 ,,,,,,,,,,,,,,,,,
수술 당일날 ,,,,,,,,,,,,,아침 7시부터 머리를 밀고 8시에 수술실로 들어갔다 .
저녁 6시40분 전광판에서 모든 환자들의 이름이 꺼지고 한사람 조 ** 만 남았다 .
시어머니와 나 단둘이서 앉아있는 복도엔 적막만이 감돌았다 . 8시쯤 어디선가 나타난 여자간호사가
피를 한아름 가지고 수술실로 들어갔다 . 수술실 안엔 환자는 한명 뿐이고 동맥을 건드리는 수술이라
피를 충분히 가지고 수술에 임했을 터인데 외부에서 조달해 들어간다는 것은 동맥에서 많은양의 피가
샜다는 것일터였다 . 아무것도 모르시는 시어머니는 내게 오시더니 피를 갖고 들어가는것를보니
수술이 다됐나부다 라며 나를 건너다 보셨다 . 때론 단순한게 약이겠지 .
9시가 좀 넘어서 머리와 팔과 다리에 까지 약병 8개를 주렁주렁 달고 수술실에서 나왔고 뒤따라
안교수님도 나오셨다 . 지치고 힘든모습의 그분에게 무어라 환자에 대해 물어보기조차 송구했다 .
중환자실에서 남편이 조금씩 의식이 돌아오고 있었다 .
11시쯤에 CT를 찍으러 가야한다고 하며 두분이 들어오셨고 침대를 밀고 내려갔는데 워낙 덩치가
큰 남편인지라 남자분 둘이 시트를 거머쥐고 힘을 주는데 눈을 뜨더니 " 내가 할께요 " 라며 자기가
움직이는 것을 보더니 12시간 넘게 수술한 사람이 맞냐며 다들 놀라워 했다 .
CT를 찍고 다시 중환자실로 돌아와서 괞찮냐며 묻자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
" 그래 산삼값을 해야지 내가 혼자 박쓰면 안돼잖아 " 했더니 감았던 눈을 다시뜨며 나를 쳐다본다 .
" 당신 독박이 뭔지 알아 ? 독박이 " 라며 시니컬 하게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