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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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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BY 헬레네 2009-01-29

납득할수 있는 설명도 없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3개월째 백수로 집구석에서

틀어박혀 놀고있는남편을 향해 무슨말이든 어떤 핑계든 말을해보라고 소리도

질러보고 화도 내보았지만 소죽은 귀신처럼 말이없었다 .

 

그러던 어느날 ,,,,,,,,,,,," 황사장이 나오라는데 다시 출근할까 ? " 묻는다 .

어이가 없어서 " 이제와서 왜 ? " 라며 묻자 우물쭈물 하며 말하길 새로운 하청업자가

차에다가 전주를 매달아서 꽂다가 잘못해서 차가 넘어갈뻔한걸 자기가 가서 한방에

빼주고 왔단다 . 그리고 이번에 레커차를 오천만원 씩이나 주고 새로 뽑았는데

사장말이 자기 재산을 믿고 맡길사람은 역시 너밖에 없다고하며 다시 일하러

나와 달라고 했다면서  내눈치를 본다 .

 

전주를 새로 가설하는 일이란게 거의가 산간오지나 험한 산기슭 이었다 .

시내에는 이미 기존의 전신주들이 있었으므로 늘 첩첩 산골로만 다녔다 .

포크레인이 땅을 파놓으면 레커차가 앞쪽에 달려있는 집게부분을 이용해서 전신주를

찝어서 그곳에다 정확히 꽂아줘야 하는데 경험이 없는사람이 무게조절을 제대로 못하면

평지가 아닌 비스듬한 산기슭 같은곳에선 전주의 무게를 감당치 못하고 차가 넘어가

버려서 대형사고를 초래할수도 있었고 그런 위험한 순간에 뻔뻔스럽게도 남편에게

연락을 취했고  남편은 한걸음에 달려가 그일을 해결해 주었다는것이다 .

 

낮설고 새로운것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전과 개척정신이 떨어지는 남편을 그사람은

참 적절하게도 이용해 먹고 있었다 . 하지말라고 바보처럼 언제까지 이용만 당할거냐고

지난번에도 그비슷한일이 있었고 그때에도 당신은 다시 그사람 밑으로  들어갔었고 지금까지

한번도 정당한 대우를 못받아 왔었던것은 그때문이라고 사업을하는 사람이라면 응당 적절한

임금을 지불해야 하는것인데 온갖 감언이설로 구슬리면서  창업공신이라는둥 혼자만 먹고살지

않겠다는둥 해가며 달콤하게 속삭일땐 언제고 하루아침에 해고할땐 언제냐고 그사람이

하청업자로 삼년 자기회사를 설립하고 4년 도합 칠년을 임금투쟁한번 안하고 미련하게 일만하

다가 단 삼일 무단결근을 빌미로 해고를 하는 못믿을 사람을 어떻게 믿냐고 사람이 없을땐

보름을넘게 잠적한 사람도 찿아다니더니 누군가의 달콤한 말에 하루아침에 배신을하는 못믿을

사람인데다 자기도 하청업자로 시작했으면서 그 하청업자인 친구가 한 이년정도 그쪽일을

배우고 그쪽사람들과 교류를 하다가 머리가되고 자금력이 있으면 창업을 할수도 있을텐데

이좁은 지역사회에서 자기의 경쟁자를  키우려는 우매한 사람이 사장이라면 그밑으로 들어가는

것은 바보짓이라며 말렸다 . 이미 노동부에 제소를 해놓았으니 깨끗이 해결하고 미련을 버리고

다른곳에 취업을 하라고 설득하자 내말에 일리가 있었는지 다음날 택시운전을 하겠다며 터미널

근처의 택시조합을 함께가서 택시운전 자격시험을 신청하자며 나를 앞세웠다 .

 

 

자격시험을 치르겠다는 접수증을 받아서 집으로 돌아와서 태백의 친정을 가자고 했다 .

백수주제에 돈도없이 거길 어떻게 가느냐는 내말에 택시는 일을하면 바로 푼돈은 생길것이고

일을 시작하면 앞으론 못갈것이라며 나를달랬다 . 1년에 한번 겨우 가는 것을 어떻게 안가냐는

말도 일리가 있었다 . 엄마 생신이 중복때 인지라 해마다 휴가를 반납하고 오남매가 다같이

모여서 함께 했던지라  자기도 걸렸었나 보다 .

 

태백에 도착해서 전날부터 오남매가 모여서놀고 생신날 아침을 먹고 11시쯤 강릉에 가서 회나먹고

바닷가에서 놀다오자는 누군가의 제의에 다들 좋아라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은 나는 내색을

할수도없었다 . 대가족이 동해안에 가서 회를먹고 바닷가에서 피서객들과 함께 어울려 모래장난을

하다가 돌아오는길에 날씨가 흐려지더니 비가내리기 시작했다 .

 

돌지난 딸아이를 안고 조수석에서 끄덕끄덕 졸다가 스르르 잠이드는순간 뭔가 꽝하고 부딫치며

튕겨져 나가는듯한 느낌과 함께 꼬챙이 하나가 등뒤를 뚫고 관통하는듯한 통증이 일었고

내품에 안겨 잠들었던 딸아이가 요란하게 울어댔다 .

눈을뜨니 아이의 뒤통수에서 피가흐르고 있었는데 그걸보면서도 나는 또다시 까무룩히 잠이

쏟아지는 듯한 몽롱한 느낌이들었다.

순간 언젠가의 교통사고 때와 같다는 느낌이 뇌리를 스쳤고 정신을 차려야 겠다는 다급한 생각이

드는순간에 운전석쪽에서 고통스러운듯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

우는 아이를 안고 옆을보니 찌그러진 운전석사이에 끼여서 앉은채로 눈을 부릅뜬채 혼절한 남편의

이마위로 엄청난 양의 피가 물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

 

백산을 지나 철암에 거의 다다르는 지점에서 앞차의 남동생차와 뒷차의 형부차 사이에 중간에 있던

제일 소형차인  프라이드를 15인승의 아세아 미니버스가 빗길의 만취상태로 커브를 미끄러지며

우리차선으로 돌진해 들어와서 우리차를 길옆으로 밀어버린 것이다 .

 비틀거리며 달리다가 앞서가던 남동생의 차가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순간 바로 뒤의 우리차와

부딪혔고 달려온 남동생은 맨손으로 차문을 부수면서 기절한 남편을 끌어냈고 지나던 봉고차가

장성병원 까지 우리를 데려다주었다 .

 

무보험에 무직에 무주택인 사람이 사고를 내곤 속수무책 나타나지도 않자 병원에선 입원보증금을

걸라고했다 . 하는수 없이 형제들을 모아놓고 삼개월째 놀고 있었고 올수없는것을 왔고 지금 수중에

전재산이 86.000원이 다라고 얘길했다 .

잠시 나를 쳐다보던 언니가 나를 두고 자기들끼리 가더니 한집에 십만원씩을 급하게 추렴해서

병원에 보증금을 걸고 와서야 진료가 시작됐다 .

 

혼수상태에서도 신음과 비명을 계속질러대던 남편은 덩치가 좋고 힘이 장사인지라 팔과 다리를

침대의 네귀퉁이를 이용해 묶어놓고도 c.t를 찍을수가 없었다 .

c.t 를 찍기위해 진정제의 일종인 모르핀을 투여했는데 30분 간격으로 한대씩 놓던 몰핀을 의사가

갖고 들어 가면서 다른 사람은 이거 한대만 맞아도 바로 조용해 지는데 이사람은 힘이 너무 좋아서

6개 째라면서 이걸로도 안되면 방법이 없다며 이게 최대치라고 설명했다 .

지금까지의 의사생활에 저렇게 힘이 센사람은 처음이라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

그좋은 힘을 가족들 생계에 쓰지않고 아끼더니 엉뚱한곳에서 엉뚱하게 쓰고있었다 .

가평북면의 산골오지에서 화전민으로 살면서 아주어려서 산삼을 먹었다더니 헛말은 아니었나보다 .

 

" 에고 내생일에 왔다가 이래되서 내가 사돈얼굴을 우째볼꼬 " 하며 수시로 꼬르륵 넘어가는 엄마를

 겨우  달래가며 다섯시간만에 나온 결과는 다행히 생명엔 지장이 없단다 .

뇌출혈이 일어나긴 했는데 목숨엔 지장은 없겠지만 확실한건 지켜봐야 한다면서 앞으로 며칠간은

 혼수가 지속될거라 했다 .

계속되는 혼수상태에서 애처러우리 만치 엄마를 찿아댔지만 깨어난뒤에 알려 드리려고 연락을

못하고 있었다 . 중환자실 복도에 퍼질러 앉아 우는 할머니는 우리엄마 하나로도 내겐 벅찼다 .

생명엔 지장이 없고 반드시 깨어난다 했으니 기다렸다 .

 

삼일만에 깨어났고 전화로 알려 드렸다 .

중환자실의 간호사들이 내가 없는줄 알고 자기들끼리 하는말이 덩치는 조선반만한사람이 어쩌면

엄마를 그렇게 찿냐고 단한번도 마누라는 안찿던데 내가 그마누라라면 확 ,,,,, 그냥 하며 낄낄

거리며 주고받다가 나를보더니 머쓱해했다 .

정신이 들고 나서도 일주일 정도는 정신이 들락날락 하는지 자꾸 같은말을 반복하고 물었다 .

 

시어머니와 시동생과 동서가 왔고 그와중에서도 두내외가 잠자리를 잡으며 소리내서  웃으며

 얘기하는둥의 눈에 거슬리는 행동이 있었지만 애써 못본채 하며 외면해 버렸다 .

꼬박 삼일을 중환자 실을 지키다가 시어머니가 오시고 잠시들어가서 눈을붙였는데 일어나려는순간

가슴에 창이 관통을 하는듯이 아파왔다

엑스레이 결과  갈비두대가 부러졌고 중환자실 앞에서 삼일을 아이를 업고 움직이며 점점 벌어졌다했다 .

그리고 며칠후 입덧과 함께 나른함이 몰려오면서 생리처럼 출혈이 있었다 .

아뿔사 정신을 차리고 보니 생리예정일이 한참을 지나 있었고 검진결과 임신6주이고 현재 교통사고

휴유증으로 절박유산이 진행중이라했다 .

 

그럼 유산을 해주시라 했더니 뱃속에서 완전히 죽은상태는 의료보험으로 유산이 되지만 지금은

완전히 죽은상태가 아니니 일반으로 수술해야 한다면서 삼십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했다 .

남편의 병원치료도 우리의 의료보험으로 치료를 하고 있는데 죽어가고 있긴하지만 완전히 죽은게

아니라서 의료보험 적용을 받기위해 완전히 죽을때까지 기다리던가 아니면 일반으로 하던가

선택을 하란다 .갈비가 부러진 교통사고 환자가 아이와 남편을 돌보면서 입덧과 구토를 격어가며

뱃속에 아이가 완전히 죽기를 기다리라는것은 너무나 잔인하지 않으시냐며 따지는 내말에 그법은

당신이 만든게 아니니 자기에게 따지지 마시라는 의사선생님의 말을 수긍할수밖에 없었다 .

하는수없이 삽십만원을 주고 유산을 감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