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유류분 제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429

유산 #2


BY 구슬 2008-09-06

 홀시어머니에 외아들, 절대로 안된다는 엄마,아빠의 말에 난 모가 문제인지,, 내가 시어머니와 결혼하는거냐.. 아빠두 둘째면서 엄마가 할머니 돌아가실때까지 모셨잖아,, 난 엄마가 할머니 모시는걸 보면서 자랐기때문에 언니나 동생은 모르겠지만, 나는 그랬다. 당연히 모시는거라고.. 한치의 의심도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시어머니가 하나가 아니고 둘이라는거에 또 한번 집 안은 발칵 뒤집어졌다.

 '아니 니가 도대체 모가 문제냐.. 남들은 하나인 시어머니도 싫다는데 더구나 홀시어머니에다가 것두 모자라서 둘씩이나돼? 아이구 내가 미쳤지.. 딸년을 저렇게 키워놨으니..' 하면서 며칠을 한숨만 내쉬고 있는 엄마를 보면서 그때는 그것이 내게는 아무 문제두 안되었다..

둘째사위가 될 사람이 아주 잘생긴데다가 인사성 바르고 어른 공경할줄 알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아빠는 결혼날짜를 얼마 앞두고 저녁을 먹은 후 차를 마시며, 자네 말이야.. 하면 입을 여셨다.

" 자네 호적등본 하나 떼어오게.." 

" 네? "

" 호적 등본 모르나? 자네 부모님두 나오는 호적등본말이야.. "

" 아... 네... 아버님.. "

나도 그사람도 아빠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 그럼 놀다가 가게.. 난 좀 나가봐야겠네.."

" 네.. 아버님.. 저두 이제 가봐야지요.."

그리고는 아빠는 담배를 물고 나가시고 나도 편치 않을 그사람을 데리고  나갔다.

" 아빠가 먼저 말을 끄내셨어.. 내가 얘기두 안했는데 어떻게 눈치를 채셨는지.."

".........."

"그래서 내가 아무문제두 안된다구 얘기했는데.."

" .........."

난 그사람의 얼굴을 쳐다볼수가  없어서 발끝만 쳐다보고 계속 걸었다.

" 하나만 물어볼께."

"....."

"그게 우리 결혼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는건가..?"

" 아니.. 전혀 안되지.. 난 괜찮아."

잘못한것도 없는 내가 오히려 어쩔줄을 모르며 그사람이 혹여 상처받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시어머니는 결혼해서 누나를 낳고 전쟁통에 이별해서 생사를 모르는 상태에서 총각이라는 말만 믿고 같이 살다가 어떤이유로 경상도에 부인과 애가  있다것을 알게되면서 지금의 남편을 낳고 그 경상도에 계시는 시어머님도 아들을 하나 낳았는데 지금 그분이 내남편보다 1년위인 형이다. 남편이 2살이 되면서 기차 사고로 돌아가셨단다.

두 시어머님의 인생이 왜 이리 기구한지..

그래서 그사람은 엄마가 항상 불쌍하다고 말했다.. ' 나땜에 고생한 엄마.. 누나도 고생많이 했어 나 대학까지 가르치느라고.. 누나도 엄마나 마찬가지야.. ' 이 말들이 훗날 내게 큰 십자가가 되리라는걸 전혀 깨닫지못했다.

그 사람이 탄 버스가 떠나고, 난 그 버스에서 나오는 매연을 뒤집어쓰며 휴! 마음이 씁쓰름했다.

아빠, 엄마의 마음도 알고 또 그사람의 마음도 충분히 헤아려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의 난 엄마 아빠보다도 그사람의 마음이 더 중요하고, 조금이라도 덜 상처받지않게 하기위해서 엄마 아빠한테 협박아닌 협박까지해가며 결혼식을 치뤘다.

예전엔 아주 큰집이었다는데 도로가 생기는 바람에 집이 반으로 짤려서 도로쪽에 대문이 샷시문으로 되어진 그런집이었다. 새벽엔 큰차들이 지나갈때마다 집이 흔들거렸고, 화장실이 밖에 있어서 날이 어두워지면 엄두도 못내고 남편 꼬셔서 가거나 아님 참아야했다. 화장실 문 앞에서 더구나 신혼인 나는 대변볼때 나는 소리가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저녁때는 웬만해서 먹는것을 줄일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화장실은 여전히 나를 불러댔지만..

어머니가 쓰시는 방과 우리방은 두발자국정도 떨어져있었고 방문도 헐거워서 꽉 닫히지도 않았다.

항상 조용하게 말하고 12시가 훨씬 넘어서야 내가 먼저 들어오고 남편은 나중에 들어오는 그런날들이 계속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토요일이었던가..

저녁을 먹고 일찍 방으로 들어와서 그래도 10시가 넘었으니 일찍도 아닌데..

물좀 갖다달라는 말에 방문을 여는데 밖에서 어머니가 고무줄 바지를 얼른 추키는척을 하며 당황해서

" 어.. 왜.. 왜.. 물좀 마실라구 나왔는데.."

너무 놀란 나머지 난 주저 앉았고  남편 부축으로 일어나서 겨우 방에 들어와서도 계속 심장이 떨렸다.

그리고 며칠후, 생리는 안하는데 임신 반응은 안나타나고, 언니와 둘이 여기저기 병원을 다녀도 착상이 늦어질수도있으니 일주일후에 한번 더 오세요..라는 말만 수도 없이 듣고 돌아올수밖에 없었다.

다시 며칠후 찾은 병원에서는 축하합니다.. 임신이네요 지하1층에 가서 초음파하고 오세요..

 "축하합니다. 임신2주네요.." 

 " 네? 아닌데.."

 " 아니라니요? "

 " 저 생리 안한지가 벌써 3달 되어 가는데요..?"

고개를 갸우뚱하며.. ' 그래요? ' 하면서 사진을 유심히 보고있었다..

그리고 어딘가에 전화를 하더니 바로 진료실로 올라가라고 하면서 올라가면 기다리지말고 바로 들어가면 된다는얘기에 난 똑똑 노크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 " 사진을 한참 보더니

" 내진좀 합시다.. 들어가서 준비하세요.."

"................."

간호사의 지시에 따라 준비를 하고 누웠고 한참만에 의사는 말했다.

 "유산된것 같아요.. 수술 해야하는데 하시겠어요? "

 " 유산이요? 아까 초음파에서는 그런얘기없었는데.."

 " 상황을 말하자면.. 언제 놀란적 있어요? 지금쯤이면 4개월아기가 되어야하는데 어느정도 컸다가 더 이상 자라지못하고  아기가 죽어가고 있어요. 건강하지 않다는 말하고는 좀 다른거죠.. 살릴수없다는거예요.. 엄마 뱃속에서 죽어가고 있는거지요.."

 "... "

나는 덜덜 떨려왔다.

아무 말도 할수가 없었고 눈물만 흘렀다.. 내 머릿속에선 어떤 결정도 못내리고 백지상태였고 의사의 말도 이젠 잘 들리지도 않았다.

" 너무 걱정하지말고 보호자분 모시고 나오세요.. 그리고 출혈이 있을수도 있습니다. "

그냥 고개만 숙이고 인사를 하는둥마는둥 나는 진료실을 나왔다..

진료실을 나온 나는 눈물범벅이 된채 집에 갈수가 없어서 화장실에 들렸다.

어떻게해야하나.. 어떡하지? 아무생각없이.. 그냥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그때 몬가 밑에서 검붉은 피가 쏱아졌다.

그리곤 소파 수술이라는걸 하고 집으로 왔는데  얼마나 서글프고 마음이 아픈지 우리 첫애기인데..

계속 눈물만 흘렀다.

미역국을 끓여서 상을 들고 들어오셨다. 정말이지 아무것도 먹고싶지않고 입에도 들어갈거같지않은데.. 남편은 한모금이라도 먹으라며 내게 국그릇을 밀어주었다.

숟가락을 들고 한숟가락 떴을때..

 " 에휴~ 옛날엔 애낳구두 바루 밭에가서 일했다. 쉬지두 못하구.."

들고있던 숟가락을 어쩌지도 못하고 눈물만 뚝뚝 떨어뜨리고 있는 나를 보며

 " 어머니 지금 이 상황에서 꼭 그렇게 말씀하셔야해요? 참내.. "

 " 아니 내가 모라그랬다구 울어 울긴..애를 가졌으면 지가 지 몸을 간수를 잘해야지.."

 "............."

 " 옛날엔 그랬다는거지. 누가 모라하디? 지마누라 역성은.. "

하면서 훽 돌아 나간다.

난 이게 소꿉장난하는거였으면 좋겠다구 생각했다.

그렇다면 '난 인제 너랑 안놀아' 이러구 집으로 갈수있을텐데..

이런게 시집살이라는거구나.. 엄마말 들을껄.. 얼마나 울었는지.. 내 생애에서 처음 가진 내 애기가  내 뱃속에서 사라진게 슬펐구, 또 내가 이런 대우를 받을수 밖에 없다는게 슬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