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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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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다...비오는 날


BY 금봉이 2008-08-25

그날은 그렇게 비가 왔었다.

비 소리가 무척이나 크게 들려왔기에 창가로 눈을 돌려보니.

모든 것이 꽤 씁쓸하게 느껴졌다.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번호가 표시되고 약간의 참을 수 없는 허기와 같이

배가 아려왔기에 받지를 않았다.

 

그가 가버렸다.

내가 그를 버린 것일까. 아니면 그가 나를 버린 것일까.

쇼파에 길게 눕기로 했다.

나름 쇼파에 누워 비오는 밖을 보니

고양이처럼 웅크리고 싶어졌다.

 

전화는 계속 울리고 받고 싶은 마음은 없고

이대로 멀리 혼자서 여행이라도 갈수 있다면 좋겠다.

전원을 끄지 않았잖아...

웃음이 났다.

쇼파에 웅크린 고양이...

그래 이제 부터 나는 고양이다. 쇼파에 웅크린 고양이..

이왕이면 비싼 고양이가 되자.

양쪽 눈빛이 틀린 고양이가 되어 신비로운 눈빛으로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자.

 

상상이 오래가지 못하겠어.

전화를 받아야 하니까..

"여보세요.."

"예...."

"많이 아파요..정말 많이 아파요"

"예 병원은 조금전에 다녀왔어요..죄송해요..연락드려야 하는데..."

"예... 내일은 출근할거에요."

 

거짓말 하는 고양이는 어때.

난 그냥 고양이니까... 상대방에게는 "야옹 야옹..." 소리만 날텐데..

피식 웃음이 난다.

이 허기는 또 어떻게 달래야 할까.

 

회사는 다녀야겠지..

나는 돈이 필요해..

그 것말고는 다른 의미가 없어...

 

거실 베란다 창을 노크하는 빗소리가 아우성이다.

왜 저렇게 시끄러운지..

저들은 누가 저렇게 쏟아 붓는 건지...

힘들지도 않나.

저렇게 많은 물을 쏟아부으면 팔만 아플텐데

자리를 바꿔

천장을 바라본다.

 

"젠장..."

욕을 뱉고는 그 욕이 나있는 곳을 거실을 울리는 것을 듣는다.

"나한테 하는 욕이야?"

"나는 혼자면 안돼?"

"그러면 안돼?"

 

쇼파의 고양이가 궁상을 떤다.

바보 고양이.. 바보 고양이는 자신을 쓰다듬어줄 주인을 놓쳐버렸다.

자기에게 욕을 하던 바보 고양이...

정말 바보야..지능지수도 분명 낮을 테지...

하지만 고양이는 분명히 알고 있다.

그를 바라보던 주인의 애정과 손길을..그다지 싫지 않던 목소리와

웅얼거리던 그의 낮은 목소리와..그리고... 꽤 로망이 차있던 물빛 눈가와..

 

그를 다시 만나봐야 하지 않을까...

쇼파 위 고양이의 희망 이기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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