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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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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몽


BY 현정 2009-07-21

하루만 신세진다는 것이 벌써 일주일째 그 남자 집에서 머물고 있다.

이젠 아에 우리집이다.

장봐다 부침개 해먹고 쿠키 만들어 먹고..

우리가 집주인이고 남자는 객이 되어버린 정말 주객전도의 형국이다.

남자의 집에 머물면서 남자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됬다.

우선 남자 이름이 박용준이란것과 남자가 사용하는 통신사, 음 그리고 본의 아니지만 주민번호...

일부러 알라고 한게 아니고.. 우편물에 적혀있어서 그냥 자연스럽게 보게 된것뿐이다.

그리고 남자가 결혼을 했었던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것...

집안 여기저기에 있었던 흔적이 있는 것이 많이 있었다.

장농안에 남장의 옷이 채워진 한칸과 비어있는 또 다른 한칸.

그리고 이불장안에 원앙금침.

싱크대 위에 드문 드문 세워진 그릇들

수저통안에는 두벌의 예쁜 칠보 수저가 들어있다.

 

영화 크랭크인 시간은 다되가는데..

아이들을 어찌 해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다.

남편이란 자는 아이들이 사라지고 나서도 아무 연락도 없다.

과연 그 자에게 아이들은 어떤 존재일까?

악세사리?

아님 쓰다 언제든 버릴수 있는 소모품?

 

남자는 아 이젠 용준씨라고 불러야 하나.. 좀 낮설다.

하여간 용준씨는 자연스럽게 이 집에서 쫒겨나 대성이 집으로 짐을 옮겼다.

영화사에서 만난 대성이에게 자세한 예기는 하지 못하고 머리를 긁적이며 사정예기를 했던 적이 있었다.

"어려운 말일텐데 하지 마세요. 선생님이 아픈말 하는것 보고싶지 않아요. 그럴만한 사정이 있으시니 그리 되었을테니 너무 애쓰지 마세요."

참 넓은 아이다.

대성이가 넓은 아이란 것은 알았지만 정말 넓은 아이다.

부럽다.

저런 마음으로 자란것, 저 마음으로 세상을 살수 있다는 것이..

 

대성이가 살만 쪼끔 빼고 젊은 트랜드에 맞게 옷만 좀 잘입는다면 킹카도 그런 킹카가 없을텐데..

내가 아는 대성이는 아직까지 연애 한번 못한 정말 쑥맥이다.

고등학교때는 공부하느라 오로지 정진했고, 대학에 와서한 외도란 것이 영화이니.. 인석 연애는 언제할려나..

이쁜 여배우라도 사귀면 좋겠다.

기왕이면 이쁘고 맘씨고운 여배우...

ㅎㅎ

욕심도..

그래도 내 눈에는 세상에서 대성이만한 젊은이는 없어보인다.

따뜻하고, 사려깊고, 거기다 머리좋고...

쪼끔 흠이 없는것은 아니지만...ㅎㅎ

 

오늘은 대성이가 아이들을 보러 집으로 같이 가겠다고 나를 따라 나섰다.

우....

집 청소 안해놨는데..

애들끼리만 집에 있어서 집이 볼만하게 되있을텐데..

"우리집 먹을것도 없고.. 집도 어지러울텐데..."

아무리 내가 종알거려도 대성이는 아무대꾸도 하지 않고 나를 끌고 마트로 들어섰다.

 

"애들 과자 뭐 좋아해요?"

묻는건지 혼잣말 하는것인지..

대성이 혼자 신나서 카트 가득 과자 음료수 사탕 초콜릿을 담는다.

"야 울딸들 뚱녀 만들려 그러니? 그리고 애들 이빨 어쩌라고..."

대성이가 카트 가득 담은 과자를 주섬 주섬 다시 매대에 올려놓았다.

속찍히 애들 몸매 걱정, 이빨걱정보다 돈걱정때문이다.

대성이 자기가 벌면 얼마나 번다고...

 

결국 삼겹살, 상추로 저녁꺼리사고, 그보다 열배는 많은 과자를 사고서 마트를 나왔다.

아 그런데..

집근처서 살걸..

이걸왜 이 먼데서 사가지고 이 고생이래...

손가락에 줄이 쫙쫙 그어졌다.

 

내가 자꾸 짐을 내려놓고 헉헉대니까 대성이가 돌아다 보고 내옆에 자기가 들고있던 짐을 내려 놓았다.

"여기서 좀 기다리세요."

전석봐라...

나한테 짐 맡기고 어디로 가는 거지?

자기도 무거우니까 꾀부리는 건가?

잠시후 택시하나가 골목으로 들어섰다.

아!.

이녀석..

역시...

신사야...

대성이가 잡아준 택시타고 좀 편하게 오긴 했지만..

장을봐준 대성이에게 택시비까지 내란 말 차마 못하겠어서 내가 책시비 낸다고 하고 요금을 보니!

아악..

택시비가 좀.. 많이 나왔다.

나 한달 교통비 다 썼다..

 

울딸들..

이 엄마의 타는 속은 모르고 정말 좋아라 깡충 깡충 난리가 났다.

"야. 아래층 사람 올라오겠다. 뛰지마.."

그래도 아이들은 그때뿐이었다.

대성이와 나이차가 많이 아는데도 오빠 오빠 부르며 잘따른다.

사랑이는 아에 밥먹을때도 대성이 무릎위 앉아서 대성이가 떠주는 밥과 고기를 받아 먹었다.

"아..."

"조고..."

애기가 되어버린 사랑이.

혀도 반이 쩍 접혀버렸다.

 

아..

더도 덜도 말로 오늘만 같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