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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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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숙자 사랑에 빠지다]-


BY 선유 2010-07-09

  2학기가 시작되자 숙자는 다른곳으로 일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같은반이고 앞뒤로 앉아 있어 승민은 숙자와 늘 친하게 지냈다.

언제나 그랬듯이 오늘도 숙자는 짧은 쉬는 시간에도 자리를 떴다. 

화장실에 가기보다는 주로 매점에 가서 야채고로케나 컵라면을 사먹고 있을 것이다.

고로케를 다먹기도 전에 수업종이 울리면,  숙자는  남은 고로케를 한꺼번에 입에 쳐 넣고 단숨에 달려

교실문을 박차고 들어섰다.  다행히도 선생님들은 5분정도 더 여유있게 들어오기때문에

숙자는 한 번도 이 일로 꾸중을 들은적이 없다.   점심만 먹고 저녁을 먹지 못한 채 수업을

듣는 탓에 아이들은 항상 허기가 져 있다.  승민은 2교시가 되면 어김없이  숙자의 숨결에서 피어나는 고소한

고로케 냄새를 맡아야만 했다. 그래서 그 수업시간에는 더욱 배가 고파 제대로 수업에 집중 할 수 가 없었다.  

옆에 앉은 윤주역시 마찬가지여서,  또 메모지를 써서 승민에게 넘겼다.

 '이 번 쉬는 시간에 매점가자.'

승민은 이시간에 습관처럼 보내는 윤주의 메모지에 자신도 습관처럼' Yes'라고 써서 살짝 건냈다.

둘은 서로 한 번 쳐다보고는 공범의 미소를 짓고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승민아,  윤주야,  같이 가자."

숙자는 또 달음질쳐 왔다.

 "넌,  전시간에 매점 갔다 왔 잖아.  또 가?"

윤주는 다소 장난스럽게 내뱉았다.

 "그게 아니라 이번엔 화장실에 가는거야."

숙자는 해멀겋게 웃고는 이내 화장실로 뛰어갔다.

 "숙자 제는 참 정신이 없어,  난 재랑 같이 있으면,  어쩔땐 머리가 멍해질 때가 있어."

 "왜?"

승민은 재 빠르게 왔다가 사라진 숙자한테 신경쓰느라 윤주의 질문에 건성으로 대답 했다.

 "글쎄, 말 할때 요점이 없잖아, 이랬다 저랬다 하면서 말이야." 또다시 대답을 기다리듯 승민을

쳐다 보았지만, 승민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기다리기가 머슥했는지 윤주는 알아서 말을 이어갔다.

 "지난번 우연히 길에서 만나 같이 집에 가는데,  약간 이상한 얘기를 하더라."

승민은 숙자얘기를 하는 윤주가 흥분해 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내색하지 않고 물었다.

 "무슨 얘기?"

 "자기가 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나..."

 "어머!  그래!  그게 누군데...."

 "글쎄, 그걸 잘 모르겠다니까.  딱부러지게 누구라고 말은 안 하는데, 그 애를 보면

  가슴이 마구마구 뛴데."

승민은 윤주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자기가 그걸 어떻게 알겠냐? 는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윤주는 다시 시큰둥하게 답했다.

 "그러니까, 3반에.  왜!!  남자 같이 생긴애 있잖아, 정훈이라고.  그애를 좋아한다는 것

  같더라." 

 "딱 부러지게 말은 안 한 다더니....  그건 또 무슨 말이니?"승민은 윤주의 말이

더 아리송 해서 핀잔을 주었다.

 "어~어 그러니까 게가 좋아하는 애가 남자 가 아니라 여자라는 거지.

  정말 이상하지 않니?"

 "그거,  친구라는 말하고 다른거니?"승민은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 여자끼리 친구면 무슨 가슴이 '쿵닥쿵닥'하고 그래?"

 "어쨋든 정훈이는 여자 잖아."

승민과 윤주는 결론이 나지 않는 숙자의 이상한 사랑인지 감정인지에

대해 말하면서 아무튼 고로케를 맛있게 먹었다.

승민은 수업시간 내내 뒤에 앉아 있는 숙자가 자신의 어깨를 감싸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이상했다.  숙자 역시 약간은 남성같은 중성적인 분위기가 있다.

키가 커서 그런지 진 청바지가 멋스럽게 잘 어울린다.   그리고 짥은 컷트에 어깨도 약간

넓어서 뒤에서  보면 멋있는 남학생 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그렇다고 그런 숙자를 남자로 생각하거나

좋아한다는 감정을 느낀적은 한번도 없었다.  승민은 갑자기 파란점퍼가 그리워 지기 시작했다.

보고 있어도 또 보고 싶고,  무엇을 해도 생각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사람....  숙자의 사랑도

그런 것일까?  그런데,  같은 여자라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승민은 숙자 역시 정훈이라는 그 애를 진짜로 사랑하고 있는지 모른다.  어쨋든

그것은 감정적인 문제 이니까.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승민은 고개를 살짝 돌려

숙자를 쳐다 보았다.   꿈을 꾸듯 멍한 눈으로 칠판을 보고 있다.  아마도 알 수 없는 사랑으로

가슴 태우며 숙자 역시 사랑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