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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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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유리수아!


BY 별사탕 2007-06-17

(1) 그녀...유리수아

 

 

 

 

자꾸만 옥죄면서 조여오는 어둑한 그림자가 그의 가슴에 커다란 못이 되어 그를 놓아줄 생각하지 않고 있다. 숨이 콱콱 들어찬 남자는 멍하니 일어나 천장을 바라보며 섣불리 잠이 오지않는 묘한 공포감에 두 눈이 커다랗게 벌어질 정도로 헐떡이고 있었다.

 

" 여보! 여보! 괜찮아요? 여보! "

 

침대 옆에서 거의 질식수준의 헐떡임을 보이는 남편을 발견한 여자가 노랗게 변해가는 남편의 땀범벅인 얼굴을 발견하고는 기겁하며 남편을 흔들어 깨웠다.

불을 켜야한다.

일단, 방을 밝혀야 한다. 어찌되 노릇인지 방안은 캄캄해야 마땅한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누군가 촛불이라도 켜놓은 것 처럼 어둑어둑한 그림자 사이로 환한 빛이 반사되듯 보여서 기분 나쁜 붉은 그림자에 기겁하던 여자가 더 심하게 남편을 몇 번이고 흔들어 깨웠다.

 

 

"...여보! 여보! 당신, 왜이래? 눈...좀 떠봐요! "

 

여자의 목소리에 묻어나는 눈물섞인 울부짖음은 어느새 짐승의 그것도 비슷하게 틀어지더니 여자의 얼굴이 삽시간에 무서운 괴물로 드러나고 있었다.

 

" 여...보! 여....보! "

 

여자의 음성은 늑대의 그것과도 비슷하게 잔뜩 쇳소리를 기분나쁠 정도로 꺼억하게 들려오더니 급기야 여자의 눈에서 붉은색 눈물이 튀어 나오고 있었다.

여자는 울음을 토하는 순간에도 커다랗게 늘어지는 축축한 자신의 낯선 귀와 자신의 온몸을 뒤덮고 있는 파충류같은 살갛이 점점 두꺼운 비닐에 쌓여가는 지옥같은 고통을 참아내야 했다.

 

 

" 내가, 죽여줄까? "

그때였다.

여자의 귓가에 들리는 소름돋는 음성이 여자의 심장을 쿡쿡 짓누르듯 밟고 뭉갠것은...

목적없는 방문은 없다. 이상해!

여자의 눈이 커다랗게 변해가더니 급기야 자신의 방안에서 히죽 웃고 있는 무서운 표정의 자객을 발견하고 말았다. 검은색 옷과 검은색 뿔테안경...검은색 검정머리를 검은색 옷으로 뒤덮고 있는 여자는 분명...

유리수은이다.

 

 

비참하고 씁쓸한 공포심이 여자의 가슴을 도려낼쯤 수은이 자신의 몸에서 유일하게 하얗게 맑은 치아를 드러내며 소름돋는 웃음를 선보였다.

 

" 어차피...너도 사람은 아니잖아! 방랑인 주제에 인간 사내를 욕심내고, 거기다가 아이까지

 가져! 네가...과욕이 심했어! 네 새끼도 어차피...인간이 되지 못하고 너처럼 괴물로 살다가

 비닐속에서 차갑게 죽어갈거야. 그런데, 굳이 넌...살고싶니? "

 

수은의 목소리는 분명하고 또렷하다 못해 여자의 축 늘어진 귓가에 축축한 액체가 되어 딱지로 드러앉아 버렸다. 무섭다 못해 이제는 자신의 모든 정체가 낱낱이 드러나자 여자는 괴로움에 신음소리를 헐떡이며 몇 분사이에 싸늘한 시체가 되어 굳어져 가는 남편의 옆모습을 처참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 어떻게...어떻게...알고 찾아온거야? 내가 여기 있는걸...네가...어떻게..."

 

여자의 통곡은 이미 짐승의 무서운 괴음으로 바뀌었고 중간중간 커다란 소리로 방이 떠나갈듯 울부짖고 있었다. 공포영화속에나 나올법한 여자의 모습에도 수은은 그저 섬뜩할 정도로 여유있게 웃어보이고 있었다.

 

 

" 너희 족속들이 가는 곳이라면 난 어디든지 찾아가지! 하나하나 다 찢어 죽일려면 무척

  바쁘거든!  넌 어떻게 죽여줄까? 심장을 꺼내서 네 신랑놈 입가에 쑤셔 넣어줄까?

  네 뱃속에 들어있는 그 괴물같은 새끼는 어쩌지? "

 

" 제발...한번만...제발..."

 

 

여자는 마지막 생명을 찾아가려 자신의 변하지 않는 발을 미련하게 바라보며 수은를 향해 애원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얼마나 남편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겨우, 힘들게 생긴 내 아기인데...이런식으로 이렇게 빼앗길순 없다. 비참한 마음이 가슴곳곳을 누르면서 커다랗게 자신의 비닐 안에서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는 태아의 소리가 귓가에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다.

 

" 한번만...제발...이번만..."

 

 

푹!

여자의 애원이 무색하리 만큼 수은의 솜씨는 완벽하고 절묘하다 못해 잔인했다. 그녀는 천천히 괴물로 변해버린 여자의 복부에 은색의 현란하고 날카로운 작은칼을 집어 넣는가 싶더니 이내 칼자루에  원색으로 그려진 버튼을 눌러 커다란 장칼이 되어 여자의 몸을 비집고 튀어나오게 만들어 버렸다.

여자의 몸에선 붉은색 피 대신에 축축하고 검은빛이 심하게 드리워진 시궁창같은 묘한 색깔의 질퍽한 피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아아아! 아아악! 아악! 아! 악! 아아아!악!

 

" 수아야! 수아야! 괜찮아? 수아야! "

 

기겁한 목소리의 영은이 땀범벅이 되어 침대 모퉁이에서 몸을 바르르 떨고있는 유리수아를 향해 달려가자 울음를 토하며 미친듯이 자신의 가슴을 질퍽하게 내리치던 수아는 벌떡 일어나 벌벌 떨고 있었다.

 

 

" 또, 악몽꾼거야? 괜찮아? "

 

언니의 음성이 걱정과 염려로 변해갈때 수은은 공포섞인 허망한 눈을 들어 언니의 얼굴을 바라보다 이내 두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아직도 그 괴물의 환영이 쉽사리 머리속을 벗어나지 않고있다.

낯선 공포와 또다른 묘한 심리적인 고통이 자신의 가슴을 수 없이 압박하듯 누르자 수은은 이내 지쳐가는 커다란 한숨과 동시에 자신의 손끝에 밋밋하게 저려오는 찌릿한 전기를 느끼며 두 손을 겨우 감싸고 있다.

 

" 안되겠다. 내일은 병원에 꼭 가자...알았지? "

 

" ...응..."

 

수아는 끄덕이는 고개짓에 언니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동생의 땀으로 범벅된 머리를 천천히 쓸어 주었다. 끈적이는 그괴물의 표정보다 더 무서운건 그런 괴물을 바라보며 히죽 웃어 보이는 꿈속의 나다. 내 차가운 표정과 암울할 정도로 어둑한 입가의 소름돋는 미소가 도저히 믿어지지 않게 또 다른 나를 향해 웃고있다.

 

무서워! 너무 무서워...

 

내안에 이상한게 자꾸 꿈틀거린다. 밤마다 내속에서 짐승 소리도 아닌 요상한 괴성을 질러대며 꺼내달라고 매일 아우성을 친다. 난 뭐가 문제일까?

낙심한 표정으로 유리수아는 멍하게 자신도 어쩌지 못하게 꿈틀거리는 본능을 겨우 누른채 허덕이듯 자리에서 일어나 싱크대로 비틀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난...내가 무서워 ! 내속에 있는 내가 너무 무서워...

 

 


 

어두운 수면실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누워있는 유리수아의 표정은 심각하다 못해 딱딱하게 긴장감으로 굳어져 있었다. 유종민는 그런 유리수아를 최대한 편안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 가벼운 농담을 섞어가며 히죽 웃어보였다. 심리학 적으로 이렇게 어둔 사람은 과거를 짚어보면 항상 무의식속에 갇혀있는 엄청난 무언가가 비밀스럽게 고개를 내밀고 나온다. 누구나 무의식속에 감춰든 비밀이 들어있다. 단지, 그걸  종용하는게 지금의 현실보다 약하다면 우리는 끝내 그걸 무의식속에 가둬둔채 아무일 없다는듯 지내겠지만,  만약...그렇지 못하고 현실보다 강력한 힘으로 발산 되어진다면 우리의 삶은 무의식속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자아의 의해 존재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조금씩 잃어가는 자신을 인정하지 못해서 사람들은 또다른 병적 질환을 만들어 몇개의 인격을 형성한다.

 

과연 이여자도 그럴까? 분명...자신이 다녀 왔다는데 기억이 전혀 없다고 한다. 도대체 그날 무슨일이 벌어졌는지, 어떻게 그곳에서 끝까지 살아 남을수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상황이다.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혼자서 보란듯이 일주일을 버티어 냈다. 모두가 싸늘한 시체가되어 죽어갔을 때 조차  이여자는 그날은 너무나 멀쩡하게 웃으며 내려왔다고 한다. 기다리던 가족들은 기뻤지만, 그녀의 싸늘하다 못해  얼음같은 표정을 바라본 주위의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강력한 기운에 심장이 쪼그라드는 기분이 들더라고 전해져 왔다.

 

이여자의 과거속엔 과연 어떤 것이 존재할까?

 

유종민은 부드럽게 눈이 감미로워 보일정도로 웃어보이자, 기분좋은 주름이 양옆으로 생기며 인상 좋은 박사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 편안하게 눈을 감습니다. 아주...편안하게..."

 

그의 목소리는 너무나 나직하고 평화롭다. 그래서, 정말 유수하의 말대로 수은은 요근래 들어 처음으로 가장 편안하고 안정적인 표정으로 눈을 감을 수 있었다.

 

 

" 제가 다섯을 세면, 당신은 8년전으로 돌아갑니다. 자...마음을 편안하게 가라앉히세요!

  시작합니다. 하나...둘...셋...넷...다섯!

  당신은 과거로 돌아갔습니다. "

 

 

종민의 감미롭고 조용한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거짓말처럼 수아는 스르르 과거속에 빠져들고 있었다. 어두운 거리에 아무도 없다. 자신은 친구와 약속을 하기 위해 시계를 보고는 황급히 거리를 뛰어가고 있었다.

 

사람들 속에서 섞여서 한참을 가는데...이상하다. 어느순간 사람들이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추고 적막한 거리에 아무도 없는 캄캄한 어둠속에서 커다란 물체가 돌연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 당신 누구야? "

 

떨리는 음성으로 수아가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점점 더 다가오는 거대한 물체를 향해 공포에 흠벅 젖은 표정으로 바라보자, 커다란 물체는 붉은색 기운를 품은채 그녀를 향해 잔뜩 비웃는 괴상한 짐승의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

 

 

" 커어어! 크어억! 캬악! 네가 날 모르다니, 네...운명도 여기서 끝이란 말인가? "

 

그의 거대한 체구가 서서히 드러나자, 그는 끔찍할 정도로 겹겹의 징그러운 비닐을 덮어쓴 사람의 형체를 한 몹쓸 용의 머리를 하고 있었다. 분명, 용처럼 보였으나, 어딘가 낯선 모습이 용과는 판 하게 다른 곳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귀가 징그러울 정도로 쳐져서 어깨까지 흐느적 거리며 내려가 있었다. 흡사, 용과 귀가 늘어진 개를 섞어 놓은듯한 괴물의 눈은 끈적이는 붉은색 액체가 끊임없이 역겹게 흘러 나왔고, 괴물의 입에선 날카로운 송곳이들이 끈적이는 침을 내뿜으며 수아를 향해 덤벼들었다.

 

이대로 죽을거야.

틀림없이 나는 저 괴물한테 잡혀 먹을거야!

 

 

" 으악! 오지마! 싫어! "

 

슝! 슝! 촤악!

 

수아의 목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괴물의 머리가 두동강이 나더니 끈적이는 붉은색과 초록색 피가 여기저기서 따로...따로 흘러 넘치고 있었다. 처음엔 무슨일인가 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앞에서 피식 쓰러져 버린 색깔이 요란한 피가 솟구치듯 흐르고 있는 괴물을 바라보다 그 뒤에서 버젓히 자신을 향해 옅은 미소를  띄우고 있는 칼레시아를 발견했다.

 

 

헉!

 

놀라서 그대로 쓰러져 버릴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잔인해 보이는 그는 그녀를 한참동안 뚫어지게 바라보며 덜덜 떨며 고개도 제대로 못드는 그녀에게 터벅터벅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잔혹스런 그의 입가엔 이루 말할 수 없는 소름돋는 비웃음이 실려있었고, 영문도 모른채 엎드려 공포속에 시름하는 그녀만이 제자리에서 일어날줄 모르고 울먹이고 있을 따름이었다.

 

 

 

" 내가 겁나나? "

 

한참을 헤매던 그녀의 공포속에 그의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왔다.

그는 너무나 평범한 사람의 모습이었고, 눈부실 정도로 투명한 피부를 가진 잘생긴 사내의 얼굴이었으나 소름이 돋을 만큼 사람의 눈을 파고는 깊이있는 눈동자를 가진 사내였다.

그의 머리카락은 그가 걸치고 있는 검은색 옷처럼 새까맣다 못해 답답하게 목을 죄어 오는 불편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의 느낌은 강렬하고 뜨거웠으며 그녀의 가슴안에 또다른 심장을 정신없이 팔딱거리게 만들고 있었다.

피가 역류되는 기분나쁜 느낌이 또 들면서 그녀의 입술이 가느다랗게 떨려왔다.

 

 

" 당신은...누...누구...세...요?..."

 

그녀의 음성이 일정하게 떨려왔으나 왠지 모를 기분좋은 바람의 내음이 묻어나는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그녀의 모습을 심각하게 바라보던 그가 입술을 비틀자 그의 뚜렷하고 선명한 붉은색 입술이 요란하게 틀리며, 아직도 감각을 잃은채 멍하게 사태파악에 들어선 그녀의 입술을 집요하게 빨아드렸다. 그 느낌이 어찌나 강렬하고 무섭던지 그녀는 놀라 그대로 얼어버린채 요란하게 그의 어깨를 떠밀었다.

 

 

그는 그녀가 저항할 수록 더욱더 아랑곳 없이 그녀의 입술안으로 그의 붉은색 색깔이 선명한 혀를 짜릿하게 휘감아 버렸다. 그의 혀는 끈적이고 그리고, 소름이 돋을 만큼 까칠했으며 그녀의 입안에 곳곳을 더듬고 다녔다.

 

그녀는 놀라서 울음를 터트리며 무섭게 일어나는 공포와 그를 밀어내려는 저항감에 엉망으로 흐트러진 모습으로 그의 곳곳을 있는힘껏 때리고 있었다.

그는 한참동안 그녀의 입술 안으로 천천히 스며들듯 자신의 갈증나는 혀끝을 소리없이 가져다 대고는 그녀의 멍한 눈동자를 빨아 들이듯 강렬하게 지켜보다 천천히 입술을 떼어내어 나직히 뱉어냈다.

 

 

" 곧...만나게 될것이야. 널 200년을 기다렸다. 넌 처음부터 내여자 였고, 앞으로 내여자니...

  앞으로 죽음따위는 두려워 하지 말아라! 너에겐...내가 있다. 기억하라! 내가...있다.

  네 달콤한 꿀물같은 입술과 짜릿하게 날 자극하는 향긋한 혀의 향은 여전하구나! 널...

  잊을수가 없구나! "

 

그의 목소리에 깔린 나직한 저음은 그녀의 몸 속 깊숙히 가라앉아 있는 기억을 흔들어 자극을 불러 일으키고 있었다. 그녀의 몸에 전율이 천천히 휘감아지자 낯선 느낌에 그녀가 눈을 질금감고 부르르 떨며 눈을 떴을때는 이미 세상은 다시 처음 그녀가 달려가던 사람으로 붐비던 현재로 돌아와 있었다.

 

 

 

 

 

 

도대체, 무슨일이야!

나에게 왜 이런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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