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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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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분다 ...늘...-2-


BY 데미안 2012-06-26

 

1.

화창한 어느 봄날.

준수는 새벽 일찍 잠깐 법원에 들렀다.  그리고 9시가 되기 전에 집에 도착했다.

그의 집이라기 보다는 솔직히 말하면 신여사의 집이다.

그 집에서 준수네 가족들이 살고 있는 거이다.

현수는 준수네가 들어오자 얼씨구나 하면서 독립을 했다.

자유롭게 살아보겠다나 어쨌다나...

 

철문이 열리자 미끄러지듯 안으로 들어간 준수는 한쪽에 주차를 했다.

신여사의 집은 정원이 넓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신여사가 개조를 했다.

벚꽃나무, 개나리, 목련, 능소화... 온갖 나무와 꽃으로 정원 둘레를 장식하고  담장주변에는 장미도 심었다.

마당에는 보드라운 잔디를 깔아 아이들이 뛰어놀기 편하게 하고 놀이터며 수영장며 없는게 없다.

준수는 빙긋이 웃으며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러다 준수는 주춤, 멈추어섰다.

넓은 거실 한가운데 앉아 있던 세 여인의 눈이 곧장 준수에게 꽂혔다.

곱지않은 눈빛이다.

뮈지?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무거운 정적이 쫙. 깔리자 준수의 눈썹이 치켜올라갔다.

아내가...없다...?!

제일 먼저 그 생각이 뇌리를 스치는 순간,

[아빠ㅡㅡ!]

정적을 깨고 들려온 톤높은 맑고 고은 어린 아이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소파 사이에서 아장아장 걸어 나오는 작은 아이의 모습을 발견한 순간 준수의 얼굴이 순식간에 확 밝아졌다.

아이에게 얼른 다가간 그가 무릎을 굽히고 아이를 번쩍 안아 올렸다.

[아,빠ㅡ 아빠]

무엇이 그리 좋은지 아이는 연신 아빠 소리를 외치며 준수를 향해 방실방실 웃었다.

이제 돌지난 아이의 발음이 똑부러진다.

신여사가 아이의 머리를 꼬불꼬불 파마시킨 탓에 아이는 정말이지 살아숨쉬는 인형같았다.

[우리 예쁜 강아지..아빠 뽀뽀]

그러자 아이가 준수의 볼이며 입술에 쪽쪽 소리가 나게 입을 댔다.

준수 또한 지지않고 아이의 온 얼굴에 뽀뽀를 했다.

예뻐 죽는다. 준수 나이 40넘어서 낳은 딸이라 그 사랑스러움은 오죽 하랴...

 

[너 지금 그럴 상황 아닐텐데?]

가만히 보고 있던 신여사가 한마디 했다.

그러면서 얼른 그의 품에서 아이를 나꿔챘다.

그렇지.... 내 아내는 어딨지?...

[아버지. 어머니 울어]

[뭐?]

아들 말에 가슴이 철렁한다.

 

아들 김유찬은 일곱살이다.

유찬은 씩씩한 걸음으로 그에게 걸어오더니 몸을 낮추라는 듯 준수에게 손가락을 까닥여보였다.

피식 웃으며 준수는 주저않고 한쪽 무릎을 낮춰 주었다.

아들 유찬은 잘생겼다.그리고 똑똑하다.

글을 깨우치기 시작했을때, 말그대로 하나를 가르치자 열을 이해했다.

글이든 숫자든 습득하는 재능이 뛰어났다.

영재 센타에서 아들 유찬을 탐냈다.

하지만 준수와 설은 상의끝에 아들에게 그 또래가 누릴 수 있는 건 누리게 해주자는데 의견을 보았다.

그래서 유치원에 보냈다.

물론 신여사는 반대를 했지만...

준수는 아들 유찬의 머리를 헝컬었다.

엄마와 아빠의 우성인자를 그대로 물려받은 운좋은 아들 놈.

좋은 점과 머리를 죄다 받은 탁월한 아들 놈.

신여사의 기대와 맹목적인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놈이다.

그래서 좀 건방진 아들 놈이다.

[엄마가...울어? 왜?]

[몰라요. 아버지도 모르세요? 어머니는 저랑 유빈이때문에 운 적은 한번도 없어요. 아버지가 어머니 또 힘들게 했어요?]

비난이다.

요 녀석봐라...

나무라듯 지 애비를 본다.

[아빠가 왜? 절대 그런 일 없다, 김 유찬]

준수는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몸을 일으켰다.

신여사, 장여인, 유마담의 시선이  그에게서 떠나지 않는다.

준수는 살짝 인상을 썼다.

[집에 오니 유찬이가 유빈이랑 놀고 있고 쟤는 화장실에서 나올 생각을 안해]

장여인의 걱정어린 말이다.

준수의 신선이 저 안쪽 안방을 향했다.

근심이 묻어나는 표정이다.

[너, 들어가봐. 우린 애들데리고 먼저 가 있을테니 알아서 와]

신여사가 말했다. 그리고 세 여인은 아이들을 데리고 현관 밖으로 나갔다.

이내 거실이 휑했다.

 

2.

준수는 얼른 안방으로 들어갔다.

화장실 문을 두드려 보았다. 반응이 없다.

[여보?]

그래도 답이 없다.

[여보, 윤설...일단 문 좀 열어봐]

한번도 이런 일이 없었다. 덜컥. 겁이 나는 준수다.

다급한 마음에 서랍에서 뾰족한 물건을 찾아 화장실 문을 열었다.

그녀가, 그의 아내 윤설이 화장실 변기 위에 앉아 있었다.

두 손을 다소곳이 포갠 채.

머리를 둘둘 말아 느슨하게 올려 묶고 짧은 흰 레이스 잠옷을 달랑 걸친 채...

[설아...여보]

아내의 눈이 빨갛다.

울...었어?

그러자 더더욱 불안한 마음이 엄습해 오자 준수는 저도 모르게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의 손이 그녀의 눈물 자욱을 쓸었다.

[나야...당신 남편. 말해봐]

여전히 그녀는 말이 없었다. 그저 복잡한 눈빛으로 준수를 가만히 건너다 볼 뿐이었다.

아내의 얼굴을 살피던 준수는 가만히 포개어져 있는 그녀의 손을 응시했다.

그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준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천천히...들어 올렸다.

이런...!

그녀 무릎 위에 있는 걸 확인한 순간 불안으로 흔들리던 준수의 눈이 확 풀어졌다.

임신테스트기...

이제서야 상황이 이해된 준수의 입에서 안도의 숨이 세어 나왔다.

아내가 임신을 한 것이다. 새째 아이를 가진 것이다.

준수는 슬며시 번져 나오는 미소를 애써 감추지 못했다.

[웃지 말아요...]

툴툴...그녀의 새된 음성이 나즉히 흘러나왔다.

쓰윽, 미소를 감추며 준수는 그녀를 본다.

아이를 가졌다는 이유로 화장실에서 꼼짝않고 앉아 울고 있는 아내라니...

[내 사랑...]

부드럽기 이를데 없는 음성으로 그가 아내를 불렀다.

사랑함에 있어 거리낌이 없는 준수다. 언제 어디서건 사랑표현이 자연스런 그다.

그는 그녀를 조심스레 안아 들었다.

자동적으로 그녀의 팔이 그의 목에 둘러졌다.

그는 그녀를 침대위에 앉히고 그 앞에 앉았다.

그녀의 머리를 쓸어주고 그녀의 얼굴을 이마에서 사작해 눈썹을 쓸어주고 젖은 눈가를 만져주고 오똑한 콧날을 슬어 내려 꽉 다문  붉고 도톰한 입매를 어루만졌다.

[아기가 생긴거야]

자신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 그를 보며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가 웃었다.

입가가 올라가고 눈꼬리가 접힌다.

설은 그의 모습에 가슴이 아린다.

늘 그랬다.

결혼한지 8년이지만 늘, 그를 보면 가슴이 벅차고 설레었다.

단 한번도 그는 자신에게 얼굴을 찡그리거나 화를 낸 적이 없었다.

언제나 미소 띈 얼굴로 그녀만을 바라봐 주었다.

[그래서 싫은거야?]

그가 부드럽게 물었다.

그녀는 가만히 손을 들어 잔뜩 긴장한 듯 보이는 그의 볼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저었다.

한결같은 사람...

결혼 내내 내 곁을 지키고 아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내 사랑하는 남편...

그를 향한 그녀의 사랑은 시간이 거듭될수로 더해만 갔다.

[아뇨...아니에요]

[그럼 왜?]

[난...난 이미 나이가 서른 다섯이에요. 겁도 나고 좀...쑥스럽기도 하고...]

그가 픽.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

[당신 곁에 내가 있는데 무엇이 두려워. 그리고 당신은 충분히 젊어. 게다가...]

그는 아내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게다가 여전히 아름다워]

그의 말에 그녀가 얼굴을 붉혔다.

아이를 둘씩이나 낳은 아내다. 그런데도 여전히 얼굴이 붉어지는 아내라니...

아름다운 여자...

아내...엄마...그것을 떠나서 그녀는 언제나 그에겐 여자 그 자체다.

풋풋하고 감칠맛나는 몸매가 이제는 육감적인 섹시함을 풍기고 있어 그것은 그에게 또다른 정복욕을 불러 일으켰다.

그녀를 향한 그의 사랑은 한시도 멈춘적이 없다.

그러나 아이는 뜻밖의 선물이다.

조심한다고 했는데...어쩌냐, 윤설. 이 녀석이 우리에게 오고 싶었나보다...

준수는 입고 있던 재킷을 벗었다.

[이리와...]

준수는 아내를 조심스레 침대에 눕혔다.

그녀가 눈을 크게 떴다.

[뭐...!]

[이 녀석에게 인사를 해야지]

그가 씨익 웃더니 그녀가 만류할 새도 없이 그녀가 입고 있는 슬립을 순식간에 벗겨 냈다.

팬티만 걸친 그녀는 그의 눈이 자신의 몸을 쫙. 훑어내리자 가볍게 몸을 떨었다.

여전히 그의 앞에 나신을 드러내면 부끄러운 마음이 앞선다.

그의 입술이 배꼽에 내려 앉는다.

경건한 자세로 배꼽 주변을 입술로 찍는다.

아이가 자리했을 그 자리에.

흡...!

그녀가 신음을 삼킨다.

뜨겁고 경건한 그의 입술이 이번에 그녀의 무성한 수풀위에 내려 앉는다.

그녀가 파르르 떨며 얼른 그의 머리를 손으로 잡아 들어 올렸다.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안돼요...모두가 기다려요]

목소리마져 떨렸다.

그가 싱긋 웃는다.

[조금 기다리게 하지 뭐...괜찮아]

그는 벌어진 그녀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으며 검은 브이넥티를 머리위로 벗어 던졌다.

그리고 그녀 입술위로 고개를 내린다.

[...고마워. 사랑해, 윤설]

그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준수는 얼른 그녀의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봉했다.

 

3.

실버센타 <매기의 추억>

공식적인 행사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