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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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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이여 불어라 -1-


BY 데미안 2012-06-06

 

1

그렇게 나오시겠단 말이죠, 신여사님...아니, 어머니.

제가 분명히, 설이를 사업에 이용하지 말라고 말씀드린걸로 아는데 말입니다.

아무것도 모르시는 장모님과 순진한 설의 심성을 이용하시다니...

 

장여인과 유마담이 집으로 돌아가고 설은 아무것도 모른채 쫄래쫄래 신여사를 따라갔다.

그 뒤를 준수와 현수가 뒤따랐다.

준수가 마치 설을 어찌 하기라도 할까봐 신여사는 친히(?) 설의 손까지 잡고 있다.

[나와는 무관한 일이니 나에게 뭐라고 하지는 말아라]

준수의 꽉다문 입매와 사나운 눈매를 보며 현수가 말했다.

자신의 동생이지만 한번씩 준수가 그런 표정을 지으면 현수는 일단 피하고 싶어진다.

[얘야, 뒤통수가 왜이리 따갑니?]

엘리베이트에 오르면서 신여사가 한 말이다. 그러면서 설을 바라보앗다.

[내가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네가 정 내켜하지 않으면 거절해도 된다]

[아녜요.  대학때 아르바이트로 통역사 일도 좀 해봤어요]

수줍은 듯, 그러면서도 당차게 그녀가 말하자 신여사가 싱긋 웃었다.

[그래...그런 재주를 썩히면 되나?  안그러냐? 끝나면 내, 용돈은 두둑히 챙겨 주마]

[감사합니다...어머님]

신여사의 안면이 꿈틀했다.

어머님...그 소리가 아주 찰지게 착. 감겨오는게 듣기 좋았다.

예전의  첫 며느리 생각이 났다.

늘 완벽해 보이는 외모에 무표정한 얼굴로 형식적인 어머님 소리가 참으로 거슬렸다는 기억이 난다.

그런데 얘는...나를 진심으로 대하는구나.

위축됨도 없고 두려워하지도 않고 가식도 없이...

방실 웃고 있는 설을 보며 신여사는 한숨을 속으로 삭였다.

참 얼굴에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구나...

놈...얘한테 반한게 이런거구나.  그래, 미칠만도 하겠네.

잡아 먹고 싶기도 하겠다.

하지만  오늘  애 좀 타봐라, 이놈아.

신여사는 고소하다는 눈빛으로 준수를 응시했다.

곧바로 준수의 사나운 눈초리가  자신을 보자 신여사는 느릿하게 승자의 미소를 다시한번 흘렸다.

 

좋으십니까, 어머니.

아들이 속이 타서 죽는 꼴을 보고 싶은 겁니까, 지금?

 

그래, 이놈아.

너 지금 얘를 잡아 먹고 싶어 환장했지? 5년을 기다렸다고? 욕구불만이 아주 제대로 쌓여 있겠구만...

너 오늘 얘를 통째로 집어 삼키려고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이놈아.

속 좀 끓어봐라. 내가 얘를 일찍 보내 줄것 같으냐?

 

잘도 알고 계시는군요.

 

놈...얘가 네 약점이지?

 

모자가 눈빛으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2.

호텔 회의실에는 이미 세명의 손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명 한명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신여사를 중심으로 오른쪽에 현수가 앉고 왼쪽에 설이 앉았다.

현수의 뒤에는 비서가 있고  설의 뒤쪽에는 준수가 그 긴 다리를 벌리고 앉았다.

준수도 일어는 왠만큼 한다. 하지만 그렇게 체계적이지는 않다.

솔직히 준수는 설이 그렇게 완벽하게 하지 말기를 바랬다.

그래야 자신의 어머니 신여사께서 다시는 설을 그런 자리에 부르지 않을테니깐...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준수의 한숨은 깊어지고 인상은 자꾸만 구겨져 갔다.

 

잘한다.

전혀 막힘이 없고 흔들림이 없다.

일본 바이어에게 말할땐  상냥하고 강하게...

신여사에게 통역할땐 보다 부드럽고 야무딱지게...

이미 전문가다.

신여사의 표정이 활짝 피고 있음을 본 준수는 팔짱을 끼고 숨소리조차 죽이며 꼼짝하지 않았다.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른다.

얼만큼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른다.

 

신여사가 일어나 손님들과 악수하는 걸로 일은 끝났다.

준수가 시계를 보았다.

저녁시간이다.

그는 세어나오는 욕설을 꿀꺽 삼켰다.

그녀와 단둘이 있을 시간을 도대체 얼마나 허비한건가...!

 

손님들이 회의실을 나가자마자 준수는 대뜸 설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신여사를 죽일듯 노려보는 준수다.

[제가 잊어버리고 말씀을 안드렸군요. 윤설. 학교에 계속 남게 될지도 모른다는 걸 말이죠]

씨익 웃으며 준수가 말했다.

그리고 그녀를 밖으로 이끌었다.

뜻밖의 준수 행동에 어리둥절한 설은 신여사와 현수에게 인사를 하는둥마는둥 준수를 따라 나섰다.

 

[얘, 현수야. 어떠냐?]

[지금까지 보아온 통역사들 중에서 단연 으뜸인데요? 긴장조차 하지 않아요]

[그렇지?  생글거리며 말하는데 바이어들이  정신 못차리고 그 애만 보지 않더냐. 일이 의외로 쉽게 성사되는구나. 쟤, 타고 났어, 타고났어. 옆에 둬야겠다]

[어머니. 준수 표정을 못보셔서 그런 말씀하시는데...아마 힘들겁니다]

[지금부터 방법을 강구해야지..저 놈이 여자 하나는 제대로 문것같은데?]

[그러게말입니다]

[용돈을 제대로 줘야겠구나]

지금말고 ...다음에...

신여사가 사악하게 미소지었다.

아들이 점심식사때부터 설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있음을 알고 있던 신여사다.

아마 한계까지 왔을껄? 그런데 내가 나꿔채 왔으니 놈...열이 바짝 뻗쳐올랐을게다.

잡아 가둬서 물고 빨고 할 요량인데, 쯧쯧...

신여사가 고개를 저었다.

네 놈의 그 도둑놈 심보를 정작 그 애는 모르니...

그 애가 고생 좀 하겠구나...뭐, 그래서 손자나 빨리 보면 좋으련만.

낼 불러다가 몸보신이나 시켜줄까나...

 

4.

준수는 설의 손을 잡고 호텔 맨 꼭대기층 그의 방으로 향했다.

[우리 ...어디 가요?]

말없는 준수를 보며 설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의 표정이 잔뜩 굳어있다. 뭔가...잘못된건가?

 

오만 생각으로 머리를 굴리는 사이 설은 자신이 방에 이미 들어가 있다는 것도 몰랐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방이다!

준수를 처음 만난 곳...

그래서 그와 하룻밤을 보낸 곳...

헉...!

그녀의 몸이 굳었다. 온몸에 홍조가 피기 시작했다.

왜 여길...!

몸을 틀어 준수를 보는순간 설은 말문이 막혔다.

그가 가만히 그녀를 가슴에 끌어안았다. 그리고 긴 숨을 토해냈다.

[이곳에서 시작된 인연...이곳에서 다시 시작하는거야]

나즈막한 그의 음성에 그녀는 몸을 떨었다.

그가 뭇엇을 하려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준수는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고는 입술을 포개었다.

움찔. 놀라는 그녀.

너무 뜨겁다. 도수 높은 보드카를 단숨에 들이킨 것처럼 갑자기 입술이 뜨겁고 입안이 뜨겁다.

그가 그녀의 윗입술을 마시고  아랫입술을 야무지게 마시며 쭉 한번 훑고는 열린 그 안으로 혀를 밀어넣었다.

또다시 뜨겁다. 입안이 온통 데일것처럼 뜨거운 혀가 들어와 살피자 설은 혼미해졌다.

그 혀가 입안을 익숙한듯 휘저으며 숨어 있는 그녀의 혀를 찾아 반갑게 감았다.

그러자 그녀는 찌릿찌릿, 감전된 것 처럼 몸을 떠는가싶더니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그러나 그가  그렇게 되게 내벼려두지 않았다.

얼른 안아들었다. 그러는동안에도 그녀의 입술에서 그의 입술은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신여사의 생각대로 준수는 아마도 그 밤이 하얏도록 그녀를 삼켰다 토해냈다를 반복할 것이다.

 

그가 그녀를 침대 발치에서 내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그녀의 입술을 찾아 고개를 숙이려는데 그녀가 피하면서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녀가 떨고 있었다.

심하게...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윤설...?]

그가 그녀의 이름을 나즉히 부르며 떼려고 했으나 그녀는 오히려 그의 허리에 팔마져 감아오며  꼭 안겼다.

[윤설!]

강한 음성이다. 그가 자신의 허리를 감고 있는 그녀의 팔을 잡았다.

[왜..!]

[떨, 떨려요...]

[뭐......!]

그녀의 음성 또한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 여파로 몸마져 다시 파르르 떠는데 그 진동이 고스란히 준수에게도 느껴졌다.

찌릿...! 순간 준수는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순수 쾌락을 느끼고 아찔했다.

[너무...너무 떨...려요. 너, 너무 떨려서...이 손을  놓...으면...기절할만큼...]

안쓰러울만큼 떨고 있는 그녀를 보며 준수는 기가차서 할 말을 잃었다.

피식. 웃음마져 나왔다.

이 여자를 도대체 어찌할꼬...!

난 너를 안고 싶어서 기절할만큼 미치고 돌아버리겠는데...응, 설아...

[미안해요...당, 당신을 사랑하는데...정말...너, 너무나 사랑하는데...이상하게  너무...떨려서...]

그녀는 그의 가슴팎에 얼굴을 묻고 계속 중얼거렸다.

준수는 입술 꼬리를 말아올리며 그녀의 등을 사랑스레 쓸어주었다.

[두려운 게 아니고?]

그러자 그녀가 그를 더욱 세게 안으면서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예쁜 여자다.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여자다.

아마도 그와의 첫경험을 떠올리는 것일게다.

그때도 그녀는 지금처럼 떨었다.

첫경험에 대한 두려움때문이었을테지만 지금은...

아마도 그때의 그 느낌이 생각나 어떻해야할지 모르는 것이다.

그때처럼 고통이 따를까...

그때처럼 몽롱하고 넘치는 절정을 맛볼까..

복합적인 그 느낌들이 그녀를 떨게 했을 것이다.

[윤설...]

잔잔하게 불어대는 봄바람처럼 그가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사랑해. 내가 너를 미치도록 사랑하고 있어]

부드럽게...넘치는 사랑을 담고 그가 속삭였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그녀의 떨림이 잦아졌다.그녀가 그의 품에서 고개를 들었다.

설은 자신을 내려다보며 미소짓고 있는 준수를 보았다.

[보고 있으면 더 보고싶고 안고 있으면 더 깊이 안고 싶고...이 세상에 오로지 하나뿐인 김준수의 여자...]

빙긋이 그가 웃었다.

[사랑해, 설아. 아주 오래전부터...]

그의 고백에 설은 가슴이 뭉클했다. 가슴이 터질듯 행복했다. 심장이 미친듯 벌떡거렸다.

그녀의 손이 저절로 올라가 준수의 목에 감겼다.

[나도...나도 당신을 아주 많이 사랑해요]

발돋움을 하며 그녀가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 조그마하고 달달한 입술이 그의 입술을 물었다. 물고는 어찌할바몰라 가만히 숨소리만 키우고 있었다.

그 모습에  맛물린 틈으로 준수의 입술이 위로 말리는가 싶더니 한순간에 크게 벌려 오히려 그녀의 수줍게 머뭇거리는 입술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그녀가 깨닫기도 전에 어느새 그녀를 침대위에 눕혔다.

길다란 그녀의 머리가 하얀 침대위에 비단처럼 펼쳐지자 그 속으로 한손을 집어넣은 준수는 단단히 고정시키고 입술을 마음껏 헤집으며 맛보기 시작했다.

5년이다, 윤설...내가 기다린 그 5년의 세월만큼  앞으로의 5년...아니, 더해서 10년은 내가 원하는만큼 널 가진다. 거기다 보너스로 10년은 더 너를 가질것이다. 그러니깐 설아...너를 갖고 싶어 환장하는 나의 이 욕구불만을 네가 봐주라.

준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녀의 옷속으로 손을 넣어 몽실몽실한 가슴을 움켜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