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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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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바람은 오는가


BY 데미안 2012-03-27

 

1.

달큰한 사랑이 시작되었다.

준수는 그녀의 눈물이 자신의 목덜미를 적시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짜릿하면서도 행복하고 안쓰러우면서도 사랑스러웠다.

조금만...조금만 눈물을 흘리게 내버려둘까....

아마도 그가 다시는 울지 말라고 한 말을 떠올리며 자신 앞에서 눈물을 보이기 싫을 것이다.

준수는 말없이 그저..애정이 담뿍 담긴 손길로 그녀의 등을 쓸어 주었다.

이제는 아무것도 감출게 없었다.

이제는 더이상 밀고 당길 것도 없었다.

이제는 표현만 있을 뿐이었다.

 

[사랑해...살면서 이 생소하고 오글거린다 싶은  단어를 쓰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한번 내뱉고 나니 자꾸 하고 싶어지네?  우리의 출발이 건전하지는 않았지만  그것도 인연이라고 봐. 내 메마르고 따분한 삶에 너라는 햇살을 내려 준 걸 보면 내가 그렇게 나쁜 인간은 아니었나보다. 너를 지켜주고 너를 사랑하면서 살라는 거겠지...언젠가 내가 그랬지? 네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준수는 두 손으로 그녀를 잡고 자신에게서 떼어 내 마주보게 했다.

황급히 그녀가 눈물을 닦았다. 눈도, 코도 발갛다.

그가 픽. 웃었다.

[여자이면서도 여학생같은 윤설...]

[왜...왜 저를 사랑하는거예요?]

코맹맹 같은 소리로 그녀가 물었다. 그가 그런 그녀의 코를 비틀었다.

[사랑에도 이유가 있나?  심장이, 머리가 너를 찾는데....넌 내게 희망이야. 삶의 목표고 내 웃음의 근원이며  인생이다]

[왜 저같은 여자를...?  당신이라면 충분히 당신에게 어울리는 멋지고 세련되고 능력있는...!]

[드라마를 너무 보는 것 같은데?그건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대사잖아. 난 남자고 넌 여자고...너 스스로 노력해서 선생님이 되었으니 그 정도면 대단한 능력이고 이 호텔은... 내 것이 아니니 내 능력은 아니고...내가 호텔 사장이 아니라면...너는 실망할건가?]

그의 말에 그녀는 웃으며 손으로 그의 볼을 살짝 쓰다듬었다.

[상관없어요. 사장이든 아니든 당신은 당신이니깐요. 처음...당신을 봤을때 정말 놀랬어요. 사장이라기엔 너무 젊고...강하고.. 너무 근사했거든요. 제가 상상한 그런 사람이 아니어서... 당신이어서, 당신이라서 정말...다행이고 기뻐요]

[나 또한 그래. 내가 너를 먼저 본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어.  그게 운명이지...]

그가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잡고는 제 입술을 가져다 그녀의  입술에 강하게 내리눌렀다.

절로 그녀의 두 눈이 감겼다.

그의 입술은 환상의 늪이었다. 빙글빙글 돌면서도 어지럽지 않게 날아오르게 만드는...

그리고 달콤하고 나른한 미지의 세계였다.

달달하면서도 말캉하고 도톰한 그녀의 입술에 오래도록 머물면서 준수는 자신의 성질급한 혀로 그녀의 윗입술이며 아랫입술을 빠뜨리지 않고 맛보며 자신의 것임을 확인했다. 일종의 낙인이었다.

이제는 마음껏 눈치볼 것 없이 그가 원하면 언제든 맛볼 수 있는 천국의 열매였다.

[어떻게...제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요?]

마법같은 그의 입술이 잠시 떨어진 틈을 타 그녀가 물었다.

그의 타액으로 촉촉히 젖은 입술로...

[내가 그랬지? 너의 얼굴은 거짓을 모른다고...할까말까...늘 생각도 많지. 진작에 알았어]

[그렇게 티가...많이 났어요?]

입꼬리를 올리며 그가 웃었다.

[그게 너의 매력중 하나지]

준수는 웃는 그녀의 얼굴을 다시 끌어당겨 입술을 겹쳤다.

강하다. 조금전의 키스에 비하면 지금의 키스는 폭풍같은 기세였다.

그녀의 머리를 받치며 준수는 빈틈없이 그녀를 당겨 안았다.

그녀의 손이 절로 그의 목을 감쌌다.

그녀의 긴 머리결이 그의 얼굴 위로 쏟아지고 그의 입술은 맹렬하게 그녀의 입술을 탐하기 시작했다.

잘근잘근...그녀의입술을 아프게도 하고 부드럽게 발아들이기도 하고...

그가 할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그녀의 입술을 맛보더니 색색거리며 숨을 몰아쉬기 위해 벌어지는 그녀의 입술틈을 놓치지 않고 그는 자신의 뜨겁고 공격적인 혀를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녀가 놀라 고개를 젖혔다. 신음소리가 절로 세어 나왔다.

그의 혀는 거침없이 그녀의 놀란 혀를 찾아 빨아당겼다.

고요한 거실에는 그녀의 놀란 신음소리와 서로의 입술에서 부딪치는 촉촉한 소리만이 은밀하게 퍼지고 있었다.

그녀의 입술에서 떨어질 생각도 않는 준수는 한손을 내려 그녀의 엉덩이를 자신에게로 눌렀다.

헉...!

놀란 그녀가 그의 입술에서 떨어지면서 고개를 들었다. 가뿐 숨을 몰아내며 강렬한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무엇인지 안다.

그녀는 자신의 아래를 찔러오는, 꿈틀대는 그것이 무엇인지 안다.

얼굴이 홍당무처럼 달아오른다. 꼼짝도 하지 않는다.

그가 손끝으로 그녀의 입술을 만졌다.

[언젠가...아니, 조만간 난 너를 가진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야... 오늘은 그냥 느껴...]

그는 다시 그녀의 입술을 원했다.

그걸로 족하다.

그의 아래가 미친듯 그녀의 중심을 향해 솟구쳐 올라도 그는 죽을 힘을 다해 참는다.

돌것 같은 머리로 오로지 그녀의 입술에만 집중했다.

서두르지 않는다.

그녀는 이제 그의 여자다.

 

2.

 

한지원을 만났다.

시내 조용한 커피숍 이층에서.

설이 먼저 와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은지 10분쯤 지나 매력적인 지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도도하고 뇌쇄적인 한지원의 미모에 더러 남자들이 노골적으로 쳐다보았다.

[네가...왠일이니?]

웃음속에 감춰진 지원의 낯선 차가움을 설은 이제야 보았다.

무섭다. 지원의 이중적인 웃음이 설은 왜인지 무섭다. 그러면서도 연민이 갔다.

[차 마실래?]

조심스레 설이 말했다.

 

커피가 나오는 동안 말이 없었다.

가만히 서로를 쳐다만 보는 과정에서 설은 똑똑한 지원이 왜 설이 자신을 보자고 했는지 눈치를 챘다는 걸 알았다.

지원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쳤다.

우아하게 커피도 마셨다.

[너...알았니?]

싸늘함이 묻어나는 음성으로 지원이 말했다.

[음]

[그래서...따지려고 나왔니?]

[궁금해서...왜 그랬는지 궁금해서 왔어]

[어떻게 알았어? 네 머리로 그것을...!]

입을 열던 지원이 갑자기 새파래진 얼굴로 말을 멈추었다.

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 머리로는 알아낼 수 없어. 하지만 너의 사장, 김준수씨는 할 수 있어]

놀란 지원이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 네가 교장선생님께 보낸 메일 내용은 맞아...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야. 내가 김준수씨를 사랑해. 너의 사장, 김준수씨도 나를 사랑하고...그건 예상 못했지?  나 하나 선생 관두는 걸로 끝난줄 알았어?]

지원은  덜컥. 겁이 났다. 준수가 안다....

그것은 생각 못한 일이었다.

준수가 설을 사랑하리란 생각은 미처 ...아니 상상도 하지 않았다.

사랑이라니...그가 왜 보잘것없는 윤설을...?

[왜 그랬니, 지원아.  내가 너한테  잘못 한 게 있어?]

[네가 싫어...]

솔직하게 지원이 내뱉았다.

모두 잃었다. 김준수가  자신이 한 짓을 안 이상 가만두지 않으리란걸 지원은 안다.

지원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설을 똑바로 응시했다.

[운도 좋아, 윤설...어릴적은 부자인 아버지 덕분에 모든 걸 누렸지. 지금은 모두가 탐내는 재벌 남자를 만났으니...]

지원이 비꼬았다.

[학교때부터 난 네가 미웠어. 주는 것 없이 밉다는 말, 있지. 네가 딱 그랬어]

[그냥...밉다? ... 그랬니? 내가 미워서...그래서 나를 ...]

설은 누군가가 자신을 이유없이 미워한다는 걸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지원의 가시돋친 말은 충격적이었다.

[넌 항상...완벽했어. 공부 잘하고 인기도 많고 실수따윈 하지도 않고...그런 너를 참 부러워했는데...정작 너는 나를 미워하고 있었다니...참 아이러니하네]

[잘난척 하지마, 윤설. 넌 내가 사장님 비서가 그저 된 줄 알지? 내가 그 자리에 올라가기 위해 얼마나 노력한 줄 알아? 사장님 눈에 띄기 위해 내가 얼마나 애쓴 줄 아냐구!]

[......!]

[내가 아무리 잘해도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사장님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어. 아니, 다른 여자들한테도 그랬지. 난 다행이다 싶었어. 늘 같이 있는 내가 유리하다 싶었으니깐. 그런데 어느날 네가 나타났어. 여자를 그저 여자로만 보는 사장님이 널 보는 눈은 달랐어. 여태껏 노력한 내 모든것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어]

[준수씨를...사랑하니?]

[사랑?  사내 모든 여자들이 그 사람을 원해. 너도 그런거 아니니?]

설은 고개를 저었다.

[난 그냥 준수씨가 좋을뿐이야]

[흥, 윤설. 가증스러워.  넌 너의 엄마 수술비를 핑계로 몸을 팔았어. 그것도 모든 여자들이 로망하는 최고의 남자를 상대로 말이야. 그렇지 않니? 그런 네가 선생님이라니. 우습다는 생각이 들더군. 그래서 진실을 알린 것 뿐이야]

지원의 말은 상처였다.

설에게도 상처로 와 닿았고 그녀, 지원 자신에게도 상처가 될 말이었다.

지원은 한 남자를 사랑하는게 아니라  자신을 완성시켜줄 남자를 찾는 것이다.

[날 원망하지마. 아니...원망해도 할 수 없어.  그래도 넌 잃을 게 없잖아. 김준수가 있으니깐. 아니야?]

[난...네가 편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시 만나서 반갑기도 했고 친구라고 생각했어. 네가 내게 그런 비뚤어진 마음을 갖고 있으리란 생각은 못했어....마음이 아프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