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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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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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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부는 바람 -1-


BY 데미안 2012-01-15

 

1.

그 긴 겨울 밤을 설은 물론이고 장여인과 유마담도 뜬 눈으로 보냈다.

그렇게 피로한 얼굴로 설이 아래층으로 내려 왔을때 장여인은 이미 일어나 문 앞에

<오늘은 쉽니다> 라는 글자를 걸어 놓았다.

장여인은 수척한 얼굴로 설을 힐끔 보더니 이렇다 말 한 마디 없이 무심히 외면하고 주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각오한 바이기는 하지만 장여인이 자신을 본 채 만 채 하자 설의 마음의 다시금 무거워졌다.

[엄마...]

[말시키지마라]

딱부러진, 차가운 말이었다.

[걱정했는데...엄마 얼굴보니깐 안심이 돼요. 그리고 나한테 실망한것도 알아요...하지만 나, 부끄러워하지 않을래요]

그러자 장여인이 도끼같은 눈으로 설을 노려 보았다.

[우리에겐 그 무엇보다도 엄마가 소중했으니깐... 내 선택, 후회하지않을거예요]

[너...입 다물지 못하겠니?]

[그리고 저...한 이틀정도 여행 다녀오려구요. 당분간 내가 없는게 엄마 한테도 좋을것 같고 나도...이 기회에 여행이란 거 한번 해볼까해요]

[......!]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데  내가 이상한 마음 먹고 여행가는 거 아닌지...그런 생각은 하지 마세요.  그렇게 어리석지는 않으니깐...단지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고 싶어서 그래요.  연락은 할께요]

장여인은 말이 없었다.

뒤돌아서서  괜스레 싱크대 물을 틀고 분주한 듯 손을 바삐 움직일 뿐이었다.

방으로 올라가려는데 마침 유마담이 내려오고 있었다.

쾡한 눈이었다. 술내음도 났다. 아마도 어젯밤에 한잔 거나하게 한 것 같았다.

[이모...엄마 일어나셨어]

[괜찮아...보여?]

[응... 이모 나, 이모 말대로 한 이틀 여행 갈거야. 엄마한테는 이미 말씀드렸어]

[뭐, 여행? 지금?]

[응, 엄마한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서]

[너, 갑자기 여행이라니?]

놀란 얼굴로 유마담이 설의 뒤를 쫓아 설의 방에까지 들어와서 물었다.

[윤설! 너, 무슨 생각이야?]

유마담이 가방을 챙겨 드는 설을 돌려 세웠다.

설은 웃었다.

[이상한 상상 하지마세요, 유미숙씨~]

되려 설은 유마담의 등을 토닥 거려 주었다.

[한 이틀 돌아다니면서 다 털어 버리고 올께. 그때면 엄마도 마음의 정리가 어느 정도 되지 않을까싶어. 걱정하지 말고!]

[이모가 너 믿어도 되지?]

[그럼, 이모. 엄마나 잘 좀 토닥여줘요. 그래도 엄마에겐 이모가 힘이 되니깐...]

[언제 올건데? 전화 할거지? 꼭?]

[알았어]

 

2.

마음이 가볍지는 않지만 그래도 설은 나름 편한 기분으로 택시를 타고 역으로 갔다.

기차를 타보고 싶었다.

어디로 갈지 정하지는 않았지만 기차역에 내린 설은 휴대폰으로 유마담에게 문자를 보냈다.

-기차를 탈거예요, 이모. 그리고  지금 바테리가 부족해서 전화가 안될거예요. 어딘가 도착하면 문자할게-

문자 보내기가 바쁘게 바테리알림이 깜빡깜빡하더니 꺼져버렸다.

설은 정동진행 기차표를 끊었다.

시간이 남아서 근처 커피샵에 앉아 커피와 모닝빵을 시켰다.

그동안 장여인이 알까봐 전전긍긍 한건 사실이었다.

막상 일이 터져 놀라긴 했으나 더이상 감출 비밀같은 게 없다고 생각되자 한편으로는 홀가분하기도 했다.

비록, 조만간 백수가...아니, 백조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 실업자가 되는게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것도 당분간은 잊고 싶었다.

 

창가에 자리하고 앉자 그제야 여행하는 실감이 났다.

처음이었다. 어디론가 그렇게 떠나 보기는...

설레기도 했다.

방학기간이라서 그런지  학생같아 보이는 일행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그렇게 설을 보내고 말 한마디 없는 장여인을 유마담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밥도 잘 먹고 할 일도 다 하지만 그 마음이 오죽할까 싶은 생각에 유마담은 죽을 것 같은 심정이었다.

장여인도 장여인이지만 설에 대한 걱정도 컸다.

불쑥, 갑자기 여행 간답시고 훌쩍 떠나버리다니...!

창가에 멍하니 앉아 밖을 응시하고 있는 장여인의 맞은 편에 앉은 유마담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도무지 난감하고 복잡했다.

눈은 장여인에 향해 있지만 마음은 온통 설에게 가 있었다.

좀전에 전화를 했으나 꺼져 있었다.

유마담은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전화를 걸었다.

 

3.

막 회의를 끝내고 사무실로 들어오려는데 그의 휴대폰이 비리리...거렸다.

유마담의 번호가 뜨자 준수는 미간을 좁히며 전화를 귀에 가져다댔다.

[네. 김준숩니다]

-김사장님...도와주세요-

유마담의 떨리는 어조에 준수는 걸음을 멈추었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무슨 일입니까?]

-잠깐...지금 잠깐 저를 좀 만나주면 안될까요?-

[제 사무실로 오십시요. 지금 당장]

전화를 끊었다.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유마담은 비서들의 인사를 받는둥 마는둥 바로 준수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김사장님, 어쩌면 좋아요?]

자리에 앉자마자 유마담이 입을 열었다.

[설에게 무슨 일이 생긴겁니까?  어떤 종류의 일입니까?]

[그 전에 먼저...먼저 물어볼게 있어요. 그 날밤의 일...]

[......!]

그가 눈썹을 치켜 올렸다.

[그날밤의 일에 대해 혹시 다른 누군가에게 얘기한 적 있나요?]

[없습니다. 뭡니까?]

그의 음성이 다소 거칠어졌다.

그리고 떨리는 음성으로 누군가가 그 때의 일을 알고 학교에 글을 보낸 일.

그래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사표를 내야 했던 일.

그 일을 설의 모친이 다 알아버렸다는 얘기.

 

잠시, 준수는 숨을 멈추었다.

역시...!

역시 무언가 있다고 짐작은 했으나 준수 또한 그 일때문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누구..짓인지 전혀 모릅니까?]

[예...진짜 귀신곡할 노릇이예요. 설이도 나도 김사장도 아니면 도대체 누가....]

[지금...설이, 어디 있습니까?]

그 물음에 유마담이 고개를 가로저었고 그 모습에 준수의 눈썹이 한껏 올라갔다.

[몰라요. 아침에 며칠 여행 갔다 온다고 하면서 갔는데 역에서 문자를 보내곤...지금은 연락이 안돼요]

준수는 숨을 들이마셨다.

입에서 욕지꺼리가 세어나왔다.

빌어먹을...!

준수는 급히 휴대폰을 꺼내 꾹꾹 눌렀다. 꺼져 있다.

[이런 젠장...]

[김사장님. 나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어요. 언니도 언니지만 설이가 걱정되서...바람 쐬고 온다고 했지만 걔가 여태껏 어딜 다녀본 적이 없어서...답답해서, 너무 답답해서 김사장님을 찾아오기는 했으나...]

[이젠 내가 알아서 합니다. 유마담은 일단 돌아가십시요. 혹시 그 사이에 설에게 연락이 오면 내게 바로 연락주시고]

 

유마담이 돌아가고 준수는 창가에 우두커니 섰다.

껄끄럼한 예감이 틀린적이 없었다.

내내 찜찜하고 불안했던 게 바로 이것이었다니...!

누굴까...!

도대체 그 일에 대해 누가 알고 있단 말인가...!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않는가.

우선은 윤설을 찾아야만 했다.

준수는 사무실 문를 벌컥 열어젖혔다.

[사,사장님...!]

[회장님 연락오면 내가 전화를 한다고 하시오]

 

그 길로 준수는 기차역으로  향했다.

아는 인맥을 동원해 그녀가 정동진행 기차를 탔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 준수는 어딘가로 또 전화를 걸었다.

정동진에서 찻집을 하고 있는 이장희였다.

-여어, 천하의 김준수가 어인일로....-

[시끄럽고...! 너 전에 <심플 와인>에서 우리가 술마실때 본 여자들 기억해?]

-여자...들? 혁이가  너의 그녀라고 한 여자? 아니면 비서?-

[나의 그녀!]

-아! 내가 다른 여자는 몰라도 네 놈의 여자라고 혁이가 말하길래 유심히 보긴 했지. 그런데 그게 왜, 임마?-

[그럼 부탁하나 하자. 내가 지금 내려 갈테니 그동안만이라도 바닷가에 나가봐. 혹시 그녀가...!]

-헉...! 오...마이...갓...!-

[이장희!]

-잠깐...잠깐, 임마...-

[이장희. 난 지금 니 놈과 한가하게...!]

-조용히 해, 임마. 금방, 니 놈의 그녀가 우리 가게 안으로 들어왔어, 임마-

[뭐? 확실해, 이장희?]

그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확실하지 임마, 내가 사람 얼굴 하나는 잘 기억하거든. 근데...!-

[그녀를 놓치지 마. 내가 갈때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를 네 가게에 못나가게 해. 알아 들었지, 이장희?]

전화를 끊자마자 준수는 빠르게 차를 출발시켰다.

그제야 조금 숨구멍이 터이는 듯 했다.

 

그건 유마담도 마찬가지였다.

준수의 전화를 받고 유마담은 그제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주방에서 나오지 않는 장여인에게로 다가갔다.

[언니...설이가 정동진에 있대. 아마...바다가 보고 싶었나봐. 그곳에...아는 사람이 있어서...다행이지?]

말이 없었다.

한 마디도 없었다.

그저 주방에서 계속, 먹을 사람도 없는데  음식만 주구장창 만들어내고 있었다.

장여인은 그런 식으로 스스로를 다스리고 화를 삭이고 있는 것이다.

 

4.

설은 따스한 커피가 생각나 찻집을 찾았다.

바닷가에 죽, 늘어 서 있는 많은 찻집중에 유독 눈에 띈 찻집은  고급스럽지도 반듯하지도 않은, 시골 초가집 분위기가 나는 그런 찻집이었다.

나무를 깍아 만든 울타리에 나무로 만든 바깥 테라스.

넓은 마당에는 잎이 다 떨어지기는 했으나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었고 울타리 주변에는 분명, 봄이면 꽃이 피었을 것 같은 꽃화분이 잔뜩 있었다.

장여인과 유마담이 하고 있는 <매기의 추억> 찻집과 분위기가 흡사했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간 설은 구석진 자리,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자리했다.

가방을 조심스레 옆에 내려놓고 코트도 벗었다.

실내가 따뜻하고 아늑했다. 그리고 커피 내음이 은은하게 퍼져 있었다.

언제나처럼 설은 카페모카를 주문했다.

얼었던 몸이 조금이나마 녹아 내리는 듯 했다. 맛이었다.

이제 마음 속 짐은 모두 내려놓았다.

더이상 쉬쉬 할 것도 없고 누가 그 일에 대해 안다고 해도 더이상  놀라지도 않을 것이다.

담담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어디서 무엇부터 시작할지는...

한숨이 세어 나왔다.

 

얼만큼 시간이 지났을까.

그녀 앞에 커피 한 잔이 놓였다.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고급스레 커트한 머리의 자그마한 여인이 그녀를 보며 웃고 있었다.

[서비스예요. 우리 집 양반이 개발한 것인데 한 번, 맛보시라고...]

둥그런 찻잔속에 빠알간 거품이 몽글몽글 부풀어 있었다.

[오미자를 넣은 거예요]

[그래요?...그런데 정말...마셔도...]

[그럼요...]

설은 잔을 들고 한모금 마셨다.

[달아요...달면서도 시고...그러면서도 커피맛도 나고... 괜찮아요]

설은 미소로 답례했다.

[이곳은...분위기가 참 독특해요. 포근하고 친근하고...]

[그렇죠? 우리집 양반이 좀 컨츄리스타일이라...]

여인이 주방쪽을 가리키자 설이 다라서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람한 남자가 어색한 듯 미소를 지며 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고 설 또한 똑같이 그렇게 했다.

[남편분이 참...듬직해보이고 믿음있어 보이세요]

[저래뵈도 사람이 여려요. 정도 많고...]

그렇게 말하는 여인의 말속에는 남편에 대한 애정이 듬뿍 느껴졌다.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오셨나요?]

여인이 조심스레 질문을 했다.

[네에...예전부터 한번 와보고 싶었던 곳이라...]

[혼자 오신거예요?]

[네...]

[애인...없어요?]

설은 대답대신 웃었다.

[어머나! 이렇게 매력적인 분인데...남자들 눈이 삐었나봐]

실제로 여인의 눈에 설은 아름다워보였다.

날씬한 몸매에 키도 적당하고 이목구비도 뚜렷하고...무엇보다 설의 눈이 굉장히 맑고 따듯하게 느껴졌다.

[감사합니다]

설은 여인의 칭찬에 괜스레 민망스러웠다.

 

남자가 커피를 한잔 가져와 자신의 부인 앞에 놓았다.

[여보, 이거 뭐야?]

[으응...얘기가 길어질 것 같아 보여서...커피 마시면서...]

남자가 씨익, 수줍게 웃었다.

[아니예요. 저 곧 일어날거예요]

설은 미안한 마음에 한마디 했다.

[어디 정해 진 곳이 있어요?]

여자가 조심스레 말을 던졌다.

[아뇨...그런건 아니지만...]

[그럼 여기서 일박하시고 내일 해돋이 보세요. 정동진이 해돋이로 유명한 건 아시죠?]

[네에]

[새해에는 복잡해서 구경하기도 힘들어요. 그 해가 그 핸데...사람들 심리가 참 이상하죠?]

하면서 여인이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한번 웃었다.

[오신김에 일정이 없다면 해돋이 보시고 가세요. 우리집 민박도 되요. 아가씨한테 공짜로 방하나 줄 수 있는데...]

[그렇게 하십시요]

남자가 옆에서 거들었다.

[이 사람이 아가씨가 마음에 드나 봅니다. 좀처럼 손님한테 말을 거는 사람이 아닌데...]

남자가 여인을 보면서 미소를 지어보이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덩치에 어울리지않게 진짜 수줍음이 많은 남자인 것 같았다.

반대로 여자는 체구가 작지만 당차보였다.

[저녁에 불꽃놀이도 해요]

조금은 마음이 흔들렸다.

해돋이라.... 한번 보고싶기도 했다.

[천천히 커피 마시면서 생각해봐요. 커피는 무한 리필이예요]

여인은 일어났다.

 

막상 일어나 나오기가 좀 미안스러운 설은 한참을 또 그렇게 앉아 바다를 응시했다.

부부의 제안도 곰곰히 생각중이었다.

딱히 다음 일정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그냥 가기도 너무 아쉽고...

그래도 너무 오래 앉아 있는 것이 마음에 걸린 듯 설은 몸을 일으켰다.

어디 다른 곳에 들렸다가 오더라도 일단은....!

코트를 걸치려던 설은 찬바람을 일으키며 들어오는 한 남자를 보고는 그대로 얼어버렸다.

남자는 큰 걸음으로 그녀 곁으로 다가왔다.

숨을 고르는건지 화를 가라앉히려는건지...남자의 가슴이 크게 오르내렸다.

[너, 정말...!]

사납게 일렁이는 표정으로 남자가 입을 뗐다.

[어,어떻게...?]

잡아 먹을 듯한 준수의 기세앞에 설은 말문이 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