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느끼는 것으로 하루 일과는 간단하게 단순하게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같은 것을 매일 똑같이 한다고 해도 사실 미세함으로 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한 번은 밤에 뜨는 달의 모양새도 함꺼번에 이지러져 없어져가는 살집을 우린 심하게 해대는 상상력으로 채운다.
기껏 단 한 번의 몇초도 아닌 찰라적인 생각주기에 달뜨는 것부터 별이 지던 말던 늘 내 머리위에
상관없이 떠 있을 것이라는 것. 자체적으로 우린 엄청난 대수술을 받지 않는다면 이 생각들은 사상이 되고 주체적인 삶을 얻어 영원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할 것이다.
영숙은 그렇게 나에게 말 한 적이 있었다.
누구나 염원하고 바라고 갖을 수 있는 것은 누구에겐 아픔이 되고 상처가 되고 죽음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무슨 새로운 신흥종교에 입당을 한 적이 있었나보다.
심오한 명문장으로 한 마디로 요약을 한다면 내 거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 한 적도 있었다.
연세 드셔서 오래 된 숨을 들이쉬고 현재 몸무게 몇 킬로그램에 맞춰 몸무게만큼 생각이 깊어지는 순서가 반드시 온다거나
영의 눈이 떠져 저 사람 맘 속에 구렁이가 몇 마리가 또아리를 틀고 앉은 의도가 보인다는 등의 일종의 영매가 되지 못 하는 불안감에 시달리지 않는 한 그런 말 떠들 이유도 영숙에겐 아무런 계시도 없었건만, 가끔 내 가슴속에 푸욱 질러 넣는 말은 잘도 툭툭 던져 꿈쩍않는 고집을 정수리를 제대로 맞아 아프게 했다.
당장 재산을 받아 어떻게 살 것인가? 그 돈을 다 받아 무엇에 쓸 것인가? 누구는 조금 주고 어디에 보란듯이 기부를 할 것이고 밤 새도록 주야장창 돈 쓰는 애기에 수다만 오지랖 넓게 떨어도 시원찮을 시간은 무진장이었다. 그럼에도 우린 그런 구체적으로 돈 쓰는 애기는 먼 나라 애기였다. 애시당초 그 재산은 영숙이것도 아닌 누구것도 아닌 임자 없는 재산이었다는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 알 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영숙은 다시 원상 복귀가 된 것이고 나는 나대로 수수하고 별로 이쁠 것도 없고 배운 것도 없이 평범하게 다시 살아야 한다. 원상복귀는 돈이 없어 쩔쩔매다가 세금을 못내 연체되어 연체료 붙은 몇 장의 고지서를 들고 말일날 줄서서 기다리는 은행을 갈 것이고 전화요금 왜 이리 많이 나오냐고 전화국에 툴툴댈 것이고. 시장에서 마트에서 몇 백그램도 아닌 한 줌의 덤에 마냥 행복한 미소를 달고 다니다 통장잔고에 작아지는 숫자만큼이나 가슴이 오그라진다는 것이다. 얼굴없는 마네킹이 입은 옷이 더 나 보다 빛나 보 일 때 마네킹보고 나는 한 마디 했었다. 넌 얼굴없는 사람이고 나는 못생긴 얼굴 하나 갖고 살아! 돈 없는 세계를 살다가 돈 많은 세계를 만난다는 것은 더욱 높이 붕 뜬 구름잡기를 하게 되는데 사람의 발이 땅바닥에 닿았는지 붙었는지 모를 정도의 분수 모르는 것들이 온통 침입을 하였기에 한 순간에 사람 우습게 되는 거 그것도 시간 문제였다. 영숙언니가 우릴 찾아 오지 않았다면 절대적으로 전혀 모를 세계를 안내를 한 셈이다.
영숙이가 다시 일을 한다고 무엇을 할까 나에게 찾아왔다. 앞으로 무엇을 해서 뭐하고 살까.
나도 참견이라고 한다는 것이 법에 저촉이 안되는 것만 고르자는 등. 이젠 남들 눈치에 좀 그럴 둣한 직업을 갖기 위해선 우선은 자격증 시대인 만큼 무슨 시험을 치루든가. 어디 진득감치 들러앉아 기술이라도 제대로 배우자고 의논아닌 충고도 서슴치 않고 했었는데. 영숙은 배시시 웃기만 한다. 나는 심각하게 상담하는 아주 직업적인 상담사처럼 얼굴이 굳기도 했었다.
이상한 것은 옛날처럼 죽기 살기로 돈만 벌자든가 어떻게 하든 남들에게 떵떵거리며 살아보자는 구호 아닌 구호들이 옆으로 살짝 빠진 상태였다. 목표가 시들해지고 기운이 빠진 상태라고 할까. 목적은 다른데 있다고 해도 결론은 같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영숙과 나는 침묵으로 조용히 암묵적인 궤도 수정을 한 것이다. 그것이 별 것도 아니고 특별한 데라곤 눈씻고 봐도 확인 할 수 없다.
잠깐의 재산상속으로 재벌 상속녀 된 기분이 좀 어떤가? 하고 묻기도 했는데
영숙은 그게 누구네 개 짖다 만 소리랑 그 소리에 잠자다가 얼떨결에 꿈꾼 애기 같다는 등 좀 아쉬운 표정도 섞여서
그냥 몇 천 만원 아니 몇 백이라면 그냥 저 주세요 할텐데. 말도 안되는 돈의 규모에 기가 먼저 질려 버린 것이라고 한다.
멀쩡하게 잘 살고 있는 당숙모를 영숙언니의 이간질로 교도소를 보내게 하고 그런 사이에 상속자를 뒤바꾸려는 계획이 물거품처럼 사라졌으니 덕분에 한 가지 얻은 거라면 전 남편 성호 아빠가 그 옛날 무식하고 드센 전 마누라가 아니고 그래도 돈이 아주 많은 집안의 친척이었다는 것을 알린 것이라나. 비록 아무 상관 없는 전남편에게 허례허식이라도 제대로 설쳐대었다는 것이다.
남자들 돈 많은 여자는 날마다 여왕처럼 받들어 무시하지 못한다는 말을 또 한다.
아줌마들이 기껏 한다는 말들을 제대로 요약을 할 수 있다면 괜히 헷갈릴 필요도 없다.
어려운 애길 하는 것도 들어 주는 것도 일부러 돈 주고 사고 파는 시대인데. 우리끼리 머리 맞대고 이러쿵 저러쿵 상관한다고 아무리 떠들어도 꿈쩍 않는 세상인데. 거기에 무슨 세상을 변화 시키는 재주는 따로 남이 하는거고 낄낄대며 사는 모양이 비루하고 쓰잘데 없이 보이는 거야 보는 사람 속사정이다. 요점정리로 족집게로 뽑아내듯이 일목요연하게 하지 않는다면 무진 어려운 애기다. 이렇게 쉽게 하지 못할 거면 아예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우리는 태어나기 전부터 선천작으로길들여져 태어났는지 모른다.
"니 진짜 뭐 해먹고 살거여?"
" 좀 생각 좀 해보고..근디 인제 애덜도 다 크니까 뭐 크게 돈 쓸 일도 없는디.."
뭐라도 꼭 해야만 직성이 풀리게 만든 요즘같은 급한 성질이 괜히 만들어진 것일까?
밥 세끼 다 먹고 사는 것도 바뻐서 두 끼도 잘 못 챙긴다고 아우성이다.냉장고에 있는 거 식재료 다 기억나는 사람 있으면 손들어 보세요? 이런 것도 질문이라고 하긴 뭤해도 내 속에 뭐가 들어 요지경처럼 하루에 열 두번도 모자르게 변죽을 끓이는 것인지 그게 그거라는 거다
옛날엔 밥 세끼 해 먹는 것이 주된 임무라 주식이라고 했을까? 종교의식의 절차처럼 차례차례 꼭 지켜야 하는 의무였다.
내 자식들이라고 매일 볼 수 있다고 착각은 했지만 결국 착각으로 끝난 나날의 생활에 변화가 생긴다는 것은
나름의 법칙에 있는 것이다. 외부에서 스르륵 미닫이 문이 열리면서 보이지 않게 통행하는 바람에 일어난 변화가
태반이었다. 내 남편이라고 내가 늘 어디냐고 위치파악한다고 묻기도 머쓱한 요즘엔 개인적인 사생활이 보장되어야 한다며 법으로 굳건하게
지켜지고 있는데, 그 덕분에 아직 내가 그 누군가와 막장이라면 막가는 데까지 도착한 불륜녀라든가 바람난 여편네라든가 아직 정신 못차린 유부녀라든가. 아니면 한 백년 전 자유부인의 계통을 이어 받아 이렇게 그 지경이 되었다라고 할 수도 있겠다. 원래 내 삶의 문제라면 내가 죽일 년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남이 아직 모르는 것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비밀이다. 충분한 조건으로 철통같은 보안으로 지켜내야 재대로 된 비밀일 것인데. 남들은 남 모르는 비밀을 왕성한 호기심으로 발명하듯이 자꾸 캐내고 싶어 한다. 그럼에도 정작 자신의 비밀 같은 것은 절대 없다고 호언장담도 한다. 거기다가 믿어 달라고 사정은 왜 하는지.
나도 이런 애길 뭐하러 하는지 모를 때가 참 많은데. 영숙은 또 나에게 숙제를 하나 내 준 것이다.
" 언니? 나 성호아빠랑 잤어! 몇 칠 전에.."
눈 한 번 깜박거리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지나가는 말투로 툭 던졌다.
" 뭐라구? 그게 무슨 말이여?"
영숙은 또 똑같은 말로 대답을 했다.
" 같이 잤다니까?"
" 그래서?"
나도 묻고 난 후 얼빠진 질문이라고 아차 싶었다.
이미 다른 여자 남편이 된 전 남편과 같이 잤다는 말에 그래서라니?
영숙도 그 말에 또 피식 웃는다.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아니면 내가 너 어떻게 그게 되니? 말도 안돼라는 대답을 들을 줄 알고
예상을 했을 것이다.어쩌다가 그렇게 됐냐? 등등 할 말도 많은데.
" 그렇다고 다시 합치거나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여!"
" 왜?"
" 언니는 뭐하러 그 결혼을 두 번하고 두 번 이혼하고 할 짓도 아니잖어? 이젠 귀찮어?
나도 얼이 나간 얼굴을 하니 영숙이가 나를 빤히 쳐다 본다.
"언니는 나한테 할 말 없어?"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래 나도 어떤 남자랑 자봤어..이런 거?
나두 어떰 놈이랑 눈 맞아 가정을 탈출할까? 말까? 나도 고민이 많았어?
나보고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안해서 진짜 사랑 안 하는 줄 알고 있었어요
한 남자랑 지긋지긋하게 한 삼십여 년 살다가 유효기간 얼마 안 남은 계약만료 입니다. 다시 다른 사람
찾아 알콩달콩 잘 살아 보세요? 뭐 이런 거를 말해 줄까?
단 영숙의 고백은 나에게 또 다른 충격이 아닌 다른 문화의 일부분으로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세대가 다르고 성씨가 하나씩 각각 갖고 있듯이 또 다른 애길 들을 수도 있고 말 할 수도 있을 것이다.
" 할 말이 없냐고 하니까 한가지 더 물어 봐도 되?
" 같이 살 때하고 헤어져서 같이 잘 때하고 느낌이 있다면"
영숙은 고개를 갸웃갸웃한다. 나는 무슨 인터뷰하는 기자같고 영숙은 저는 남자친구 아직 없어요 하는 어느 연예인 같은 표정으로 야룻하게 웃는다.
" 그게 참 말로 하긴 그러네..근디 전에는 몰랐는데. 많이 늙었구나 참 안됐구나 이런 거.."
영숙은 그렇게 말하고 눈빛이 흐려진다.
" 언니..남자 어깨가 얇아지고 뒷모습이 불쌍해 보일 때 왜 측은하고 ,,그렇게 죽일 놈 살 놈하면서 죽기살기로 한 때 같이 산 것두 그냥 무너지는 거여. 나 원 참.술 한 잔 먹어서 분위기가 딱 맞아서 그랬다면 내가 좀 과음을 해서 그런가보다 하지만 백주 대낮게 환한 낮에 왜 그 남자가 어깨가 그렇게 쓸쓸해보이는지."
"그래서 같이 손 잡고 자러 간거야?"
" 언니? 그게 왜 중요한 건데?"
아차차!!..내가 물을 말은 이게 아닌데. 또 엉뚱하게 혀가 꼬였다.
영숙의 말을 듣고 보니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어려선 키 크고 잘생긴 남자들이 작가도 생각이 안나지만 로맨스 소설에 등장하는 것처럼 극적인 우연을 빌려서
어려운 연애질을 무수히 상상하긴 했었는데, 난데없이 뒤 돌아서서 기차를 타러가는 남자의 어깨를 보고 그냥 먹먹해진다고
괜히 한 번 더 돌아보라고 부르고 싶어서 먼 발치에 두고 본다거나 그런 애길 들으면 이상하고 묘한 기분이 들긴 했었다.
내가 안해 본 경험들을 들을 땐 그 만큼 추상적인 게 더욱 먼 애기였다. 그런데 영숙이가 내 앞에서 그 애길 할 때
문득 민석의 어깨가 생각이 난 것이다. 얼굴도 아니고 키도 아니고 뒷모습의 얇지도 않고 초라한 어깨도 아닌 어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