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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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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자 2006-08-02

뭣이 어째고 어째?

그려! 니가 봤냐? 내가 훔치는 걸 봤냐구? 눈구녕이 뚫렸다고  못 본거 공연히

분란을 일으켜? 빨리 말 혀 봐 봐? 아 왜 말을 못 혀? 엉 입구멍 닫혔남?

두 여자가 또 우리 집 앞 골목길에서 아침부터 붙었다.

난  아침 밥 먹다 말고 힐끔 창문으로 내다보니 떠벌이 아줌마하고 멀대 같이 키만 크다고

멀대 아줌마랑 서로 삿대질을 해가며 싸우고 있었다.

얼마 전에 우리 동네 유일한 구멍가게보다 좀 큰 수퍼에서 물건을 잃어버렸다고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혹시 그 일 때문에 싸우나 싶었다. 바로 옆 집에 사는 떠벌이 아줌마는 늘 거기서 살다시피 하였다. 점원도 아닌데 대신 가게도 뵈주고 물건 값도 계산헤주면서 마실을 가도 거기로 가고  밥을 먹어도 같이 먹는 것이 더 맛잇다고 밥상머리를 같이하는 슈퍼주인과 아주 각별한 사이라고 자랑도 하고 다녔었다.

남의 말이 무던히도 들고 나고 하는 동네에선 어지간하면 구렁이 담 넘어 가듯이 스르르 사라지기도 하지만 별 일도 아닌 것 가지고 치고 박고  이런 싸움이 주중 행사 이다보니 옛날엔 놀라서 후다닥 뛰어 나갔지만 이젠 면역이 되서 밥도 먹고 빨래도 널고 아침연속극 시간이 됐나 시계도 보고 여전이 사거리 골목길에서 떠드는 목소리 작지 않으니 내용 줄거리는 방에 가만히 앉아서 대충 들어도 상황파악이 되었다.

 

 “이년이 주둥이 하나 있다고 니가 나한테 가르치고 덤벼? 어디 니 오늘 죽는 것 따 놓았으니께!”

 이런 소리가 나더니  후다닥 악악 소리가 나고 턱턱하고 둔탁하게 발로 맞는 소리가 나서 부리나케 뛰어 나갔더니 멀대 아줌마의 몸뚱이가  벌써 길바닥에 나뒹굴고 떠벌이 아줌마는 씩씩 대며 숨고르기를 하는데. 복날 개 패듯이 신나게 때린 떠벌이 아줌마는 아직도 분이 덜 풀렸나 또 발길질을 하려고 했다. 그제야 큰 엄마가 떠벌이 아줌마 앞에 막아섰다. 누구도 말리지 못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우리는 멀대 아줌마를 얼른 우리 집 안에 질질 끌고 오다 시피 들어오고 그렇게 싸움은 정리되었다. 순식간에 맞아서 억울한 멀대 아줌마의 신세 한탄이 또 짜디 짠 소금처럼 한 됫박 풀어졌다. 한두 번도 아니고 나도 대충 외울만한 그 한탄에다 신세 망친 애기들이 또 녹음기 재생하는 것처럼 틀어졌다.

 

 “ 내가 갈 데 없어서 여그 사는 줄 알어? 으으 윽!! 지는  천하의 갈보년 이었어. 내가 봤다니께  지가 그렇게 날 패면 그런 거 모른다고 내가 눈 감아 줄 주 알았남? 아나 콩이다아! 내 이빨 부러지고 새로 나는 한이 있더라도 니년 전에 뭣해먹고 살았는지 온 동네 다 불고 다닐 겨.? 두고 봐라 어이구 내가 미친년이라고 그럼 지는 뭔디? 어엉!! 응 으으흐!.”

 

온 동네에 다 불고 다닌다는 떠벌이 아줌마의 과거나 멀대 아줌니의 과거는 비스므레하게 같은 곳에서 술집을 전전하고 항간엔 떠벌이 아줌니가 포주가 되었다가 거기서 멀대 아줌니를 만나 여기까지 같이 흘러 들어온 애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이 동네에 다른 사람이 새로 이사오면 모를까 울고 불고 성질나서 열받은 개처럼 왁왁대고 짖어대는 멀대 아줌니 옆에 내가 멍청이 앉아 그 소리를 다 듣고 앉아서 이 것도 몇 번 째더라 나도 별로 새로울 게 전혀 없엇다.

 

 맞은 눈이 퉁퉁 붓기 시작하고 대퇴부에 정강이 뼈를 제대로 맞은 건지 그래서 더욱 아픈 신가 끙끙 대며 연신 창문에 머리를 밖으로 디밀고

 “그려 오늘 날 패 죽여서 니는 감옥이나 가라! 이 뒈질 년아! 빌어먹을 년 같으니라구? 내가 두고 두고 씹어 먹어두 시원찮어? 이구! 이구 내가 이렇게 살아서 뭐 혀? 저 년 잘 사나 못 사나 죽을 때까지 쫒아 다닐까? 아유 사람 죽겄네? 어흐흑”

맞은편은 무조건 억울하다고 주장하고 어떻케 된 일인지 이동네는 주먹쎄고 목소리 크면 이긴다는 법이 아직 통한다는 것이다. 냉장고에 넣어둔 날계란을 하나 꺼내서 멀대 아줌니 얼굴에 문지르라고 드렸다. 한쪽 얼굴에 누런 계란을 골고루 조심스럽게 문지르면서 또 분하다고 누굴 씹어먹는 다는 소리를 하고 또 하더니 조금 지치셨나 스르르 무너지듯이 벽을 바라보고 돌아 누어 버렷다. 조금 있으니 고르르 고르르 코고는 소리가 간단하게 규칙적으로 들렸다. 맞은 멀대 아줌니는 잠이 올 것이고 때린 떠벌이 아줌니는 또 혼자 울고 계실텐데.

 

 몇 시간 전까지 요란하게 시끌벅적 하던 사거리 골목길은 내내 잠잠하다. 혼자 우는 여자의 울음소리는 귀신이 들어도 도망 갈 것 같이 어둡고 음산하다. 나도 어디 멀리 도망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사거리 골목길엔 키가 한 참 크려고 준비 중 인 봉숭아며 채송화며 키가 크고 옆으로 번지느라 싸움 한 번 제대로 나는 날은  꽃들도 어디 좀 피난이나 잠깐 갔다오고  싶을 것이다.이런 골목길에 어쩌다가 같이 있는 방 안이 이렇게 넓고 외로울까 싶었다. 마찬가지로 떠벌이 아줌마네 방안에 혼자 벽 모서리에 깊게 몸 박아 놓고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리고 있을 거다.  혼자 울지 않고 절대 모를 그 절박함보다 더 서러운 게 뭐였을까 . 그려도 닌 너 좋아한다고 이혼 못 하겄다 버티고 있는 서방이 있으니께 나보다 나은 거고, 니 자식 니가 데불고 키우니께 더 좋은 거고, 언제든지 여그를 떠나도 걸리적 거릴 게 한개 없잖어. 난 말여. 옛날에 나보고 공순이라고 했는디..지금은  얘들 버린 죄 값을 받고 있는 중 이제. 니이미! 좃같은 놈이 내 인생사 다 그르쳐 부렀다. 배운 게 없응께 몸으로 살아야 되는디. 이게 다 좆같고 길거리에다 버린 개똥같고  별 씰데 없더라. 이런 말을 허연 막걸리 한 사발을 앞에 두고 푸른색 쪽파를  후라이판에  먼저 깔고 그 위에 밀가루 반죽을 술슬 펼치면서 떠벌이 아줌니는 그 말에 밑줄 치고 열 번을 외울 필요 없이 얼큰하게 취한 내 머리에 띠두른 것처럼 그대로 마침 요점정리해서 붙여 놓은 것 같았다. 멀대 아줌니가 남에게 분다는 그 과거는 이미 내가 다 아는 사실인데.

 

 그 골목길 끄트머리엔 옛날부터 있었던 공중화장실이 있었다. 아마 너무 오래 전에 살았던 사람들이 여긴 아무나 들어와도 괜찮다는 듯  한 칸은 남자 화장실인데 문짝이 어느 술주정뱅이가 발로 제대로 후려 쳐서 너덜너덜하더니  그 문짝을 떼어내고 결국 어디서 구한건지  거적을 턱 걸어 놓고 손으로 밀치고 들어가게 만들었지만 아직 여자 화장실은 문짝도 쪽유리는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사선으로 쩍 금은 갔지만 그런대로 봐 줄만 했다.

 화장실 갈 땐 사람이 급해지지만 볼일 보다가  해결하면  심심해지는지  낙서를 하는데 그 낙서내용이 몇 번 벅벅 문질러 긁어 굵은 선으로  낙서금지며, 누구는 누구네 하고 붙어서 쌈  먹었다는 등, 문짝에 빈틈이 없으면 또 하얀 페인트로 대충 지워버리다가 그래도 희미하게 읽혀지는 낙서들이었다. 벼라 별 글들이 삐뚤빼뚤 새겨진 글씨며 담벼락이 그대로 있었는데, 거기에 나보고 떠벌이 아줌마가 뭐 좀 대신 쓰라고 한다. 하긴 뭘 하지말라고 하거나 금지한다고 하면 몰래라도 한 번쯤 하고 싶은 게 사람심리다.

또 쓰고 싶지만 공중화장실에  한번도 드러내놓고 뭘 쓴다는 것은 엄두도 못내었는데 떠벌이 아줌마에게 뭘 쓸까 물으니

" 읽고 말하면 죽어 "

그런데 난 할 수없이 그렇게 크게 써줄 수밖에 없었다. 떠벌이 아줌마는 글을 몰랐다. 글을 모르면서 담벼락에 쓰여 진 수 많은 내용을 잘 알고 있으셨나 아니면 대충 한 획의 차이로 이건 무슨 비밀일까 싶고 혹시 당신에게 그 낙서들이 느닷없는 불행으로 덮칠까 그래서 더욱 목소리를 키우고 어디서 격투기를 몰래 배웠나 힘도 무지 쎄셨다. 안 써주면 한 대  내가 맞을 것 같아 더욱 크게 확실히 썼다. 공중화장실 담벼락에다 나는 덧붙여 한 마디 더 썼다.

“ 내가 안 썼음”

 

 죽으려고 몇 번이나 약도 먹었지만, 본인말로는 제초제 뒤집어 쓴 풀 닮은 거 모양 또 살았다고 징그럽게  질긴 게 인생 쓸데없는 년 목숨이라고 한 숨 털면 그제야 큰 엄마가 그러셨다.

 " 니는 나보다 더 오래 살아야 할 팔자여? 나보다 더 젊응 께.."

 떠벌이 아줌마가 좋아하는 꽃은 접시꽃이다. 그렇게 힘좋고 싸움을 잘하는 성격에 어울리지 않게 울안에 벼라 별 꽃을 다 심었다. 나 같이 꽃 이름을 못 외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상하게 꽃말을 외운다든가 이름을 외우라면 그 꽃모양은 기억 나는데 이름은 도무지 어디다가 잡혔는지 오리무중이다. 그냥 꽃들이라고 하면 안될까 이런 생각도 한 적이 있었지만, 떠벌이 아줌니는 오랜 취미생활을 하셨나 어디서 구해도 희한한 꽃씨를 구해와 철마다 피는 꽃이 울 안에 꽃이 없던 적이 없었다. 유일하게 떠벌이 아줌마는 이 접시꽃을 대문 밖에 일렬횡대로 심었다.

처음엔 하늘을 향해서 꽃대만 치솟더니 꽃이 피는 순서가 뒤죽박죽이었다. 아래부터 피던가 맨꼭대기부터 꽃망울이 잡히면 순서대로 피든지 해야 할텐데  그러나 한 번은 나보고 분홍색 접시꽃을 자세히 보라고 한다. 푸른 기둥을 세우면서 하늘로 치솟는 줄기에 대롱대롱 매달리며 피우는 꽃을 자세히 보란다. 하얀 닥종이 한지를 꼬깃 꼬깃 접혀 둘둘말린 것처럼 보이는 꽃잎이 드디어 조금씩 조금씩 벌어지는 것을 보란다.

키가 큰 여자같이  얼굴은  내 주먹만 하고 날씬하게  하늘하늘하게 생긴 꽃이었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보긴 뭘 봐..그냥 꽃이구먼,“ 했더니

“아녀라..저게 꼭 여자 같어 니 보지처럼 생겼을 지도 몰러?”

“뭐?”

“ 우짜면 내 것일 수도 있구!”

“ 어이구 ,,,내 ,,,참! ”

꽃을 어느 여자의 생식기를 지칭하는 것도 아니고  내 생전에 나의 생식기를 거룬 하는 말은 처음 들은 말이다. 그도 더군다나 당신 직접 나의 일자무식이 탄로나면 그 누구도 사람취급도 안 해줄거라고 누구에게도 당신의 글모르는 것을 말하는 날엔 너 죽고 나 죽는 날이라고 했던 사람 입에서 접시꽃이 나의 거시기일 수도 있다는 말에 얼이 뻥나가 버린 충격을 먹고도  한참을 어지러웠다. 이건 쇼크였다. 그래서 난  그렇게 난 힐끗 힐끗 또 보고 또 보곤 했는데 진짜 여자의 자궁에서부터 줄기를 뻗어 푸르게  하늘을 향해 어떤 지지대도 없이 올라가는 그 줄기끝에 붉으스름한 꽃입이 매달린 모습이 천연이었다. 누드처럼 몸이 홀딱 벗어 햇볕에 아무렇지 않게 드러난 날씬한 여자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하긴 어느 꽃이 누두가 아닐까. 꽃이 옷을 입고 있으면 그게 더 웃기는 일이지.

 

 이런 접시꽃이 떠벌이 아줌마네 집에 가면 대문 바깥 양쪽에 해바라기 키우듯이 죽 일렬횡대를 하고 피워대니 내가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다. 더구나 그런 꽃말을 듣고 부턴 난 내 심장이 두근두근 뛰곤 했는데. 혼자서 심장 뛰는 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리는 것은 첫 경험처럼 어리벙벙했다. 이런데서 살면 나는 동네 사람들이 모두 떠벌이 아줌마처럼 꽃을 그렇게 볼까 묻고 싶었지만 분위기도 모르고 눈치도 한 이단쯤 있다고 해도 절대 하지 말아야 묻지 말아야 할 금기 사항이다. 이 동네에서 오래 살면  일단은 엉덩이가 두둑 해지나 어지간해선 놀랄 일도 그럴 수도 있어! 이 한마디로 제압을 하는 것을 터득한다. 한 동네에 대소사가 싸움이야 그렇다 치고 야반도주 했다네 하면 이미 떠난 막차버스 종점처럼 사실 확인 필요 없었다. 소문은 근거가 있던 없던 당사자가 말 없음 맞는 것이고 아님 할 수 없는 것이고 단지 시시비비보다 더 즐기는 것이라면 오늘은 또 어디서 터지는 애길 더 궁금해 할 뿐이었다.


 

사실 나도 시집에서 쫒겨 난 거지만 요즘 세상에 도망가는 여자나 이혼해서 당당히 집 떠난 여자는 많아도 어떻게든 살겠다고 버티다가 다른곳도 아니고 시집에서 쫒겨난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날짜 여유 잡고 빙 알아보고 좋은 날 받아서 이사 올 처지도 못되었지만, 당장 비는 내리지 더군다나 봄비는 애들한테 나한테나 춥기만하고 정말 오 갈 데가 없는 주제에 하늘만 가리고 비만 안새면 되지 이런 심정으로 방을 얻고 보니 내가 얻은 방은 골목길에 바로 담도 되고 방이 되는 집이었다. 방도 되고 담도 되고 하는 그 벽에 작은 창문을 늘 열어 두었다. 지나가면서 둘이 몰래 비밀 애길 속닥속닥해도 내 방에 다 들렸다. 말이 그렇지 누가 누군지 모르는데. 조근조근 말을 잘 해주는 사람도 친구도 없는 곳에 내가 살고 있는 방에 이야기 보따리가 늘 펼쳐치곤 했었다. 그 덕에 시집에서 쫒겨나고 난 후 앞으로  애들을 어떻게 키울 것이냐 뭐 해 먹고 살 것이냐 이런 궁리도 해야 하고 걱정도 오부지게 해야 하는데 남의 애길 나도 내 방에 있는 담벼락에 귀를 대고 웅크리고 앉아 몰래 듣다가 남의 여편네 바람난 거랑 그 집엔 밤 일을 몇 번 하는냐는 등 별 소용없는 남의 사생활이나 일상들이 나의 최대 관심사가 된거다. 당장 나도 별 수없이 허드레일이나 찾압 봐야 되고 이제 막 돌 지난 딸내미 분유값도 없어 늘 전전긍긍이었다.

 

우리 집을 가운데로 두고 왼쪽 끝으로는 떠벌이 아줌마네고 반대로 오른쪽으로 너른 마당을 대문은 옆에 있고 들고나기 쉽게 나는 쪽문은 우리 집 쪽으로 난 큰 언니네 집이엇다.

골목에서 우리들은 큰언니라고 불러 준다고 하니까  그거 말고 큰 엄마라고 불러 달란다.

큰 엄마는 왕짱구였다.정면으로 보았을 땐 잘 모르지만 옆얼굴 보면  앞뒤가 이상하게 툭 튀어나와 큰 머리가 아닌 아주 대왕머리처럼 보였다.거기에다 일 년에 두 번만 한다는 파마는 부시맨 처럼 자글자글해서 그런 머리가 길으니 어떤 흑인배우들 가발을 쓴 것 같았다. 이 큰 엄마가 울 딸을 아예 데리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에야 얼핏 내 생각이지만 큰 엄마가 내가 혼자 애들을 데리고 와서 혹시 연탄까스를 피워 나 먼저 갑니다 이런 유서 한 장 달랑 남겨두고 이 세상 하직할까 두려우셔 그러셨는지 모른다. 워낙 나는 그 땐 정말 나는 오늘 사냐 죽냐 그게 내 얼굴에 묻혀져

늘 큰 엄마는 아침마다 살았나 죽었나 나를 부르는 것이 일이었다.

 

매일  치열하게  먹고 싸는 게 전부였던 그 골목에서 큰 엄마는 목소리는 일단 크고, 엉덩이 크기가 누굴 비교하면 금방 튀었는데, 이 큰 엄마가 일을 낸 것이다. 우리 동네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시골에 있는 다방을 얼결에 인수 했었는데. 다방이라면 소위 색시장사에 뒤로 술장사에 앞으로 커피를 파는 곳이 바로 시골 다방이었다.

주 야로 뱅뱅 돌며 하루 이 십 잔도 안 되는 커피 백날 배달서비스 한다고 하면 1500원짜리 열 잔이면 대충 계산이 떨어지지만 만만히 볼 게 아니었다.

욕이 늘 입에 붙어사는 떠벌이 아줌마는 걱정 반 우려 반으로 뭉친 말을 열심히 떠들어 대었다.

" 아무리 통밥 굴려도 그거 뭐 남겄나?  큰엄마 머리 큰 거하고 장사이문 남기는 거하고 아무 상관이 없는디 워쩐대냐? 긍께?  그 빌어먹을 놈한테 왜 돈을 빌려줘 가지고 씰데 없는 다방으로 땜방하면 워쩐다는 겨? 니이미 씨벌 좃 같은 놈이네?" 

 

 골목파 아줌마들은 나를 포함하여 이를 어떻게 해야 장사가 잘 되게 하고 본전이라도 건지나 회의를 맨날 모여 숙덕 거렸다. 원체 배포가 튼실한 큰 엄마는 눈만 껌벅 껌벅 하고 있을 뿐 꼭 순진한 송아지 얼굴이니 그게 더 걱정이었다. 어지간한 남정네들 상대 했다간 되레 줄 것 다주고 뒷통수 맞아도 난 잘 몰라유 할 것 같은 그 순진한 얼굴에 난 그제야 할 수없이 머리를 굴렸다. 남편 때문에 얼결에 방 얻는 다는 것이 세상에서 일단은 제쳐두고 별 볼 일없는 사람들 모여 놓은 그 골목길에서 그래도 먹물 먹고, 남편 있고, 자식 있고 최고의 지위였으니, 내가 그들 앞에서 나 못살겠다고 응석 부렸다간 천부당만부당 이었다.

 

 돈 몇 백 만원 날리느냐. 아니냐. 그럼 색시장사나 술장사를 해도 큰 엄마 얼굴로는 도저히 얼굴마담을 따로 얻어야 할 판이고 보니, 돈은 왜 빌려줘 가지고 일을 꼬이게 하냐고 야단치는 늙은 영태 할멈은 혼만 더럭 더럭 내었다. 아무튼 가게는 열어 놔야 다른 사람이 인수를 해도 제 값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모두 동의했다. 우선 식당으로 하자 다방식당을 하지 뭐!

“ 커피만 마시고 사는 놈 봤냐? 하룻밤 씹을 할려도 밥 심으로 하는 거니께 지들이 다방에서 밥 팔고 커피 파는 디 누가 시비 걸 껴? 돈들고 튀는 놈도 밥 안먹고 뭘 먹는디야? 우덜 한 번 보란듯이 가게 제대로 살려 보는 겨? 큰 엄마! 인제 걱정 말고 우덜이 가게 지키는 거 마냥 라면도 팔고 밥도 팔고 그러면 가게는 죽는 거 아니지 않남? 안 그려?”

 

전에 내가 처음  떠벌이 아줌니 말을 도대체 이해 할 수가 없었지만. 자꾸 같이 말을 하다 듣다보니 이게  욕인지 말씀인지 그냥 대충 때려 통밥을 맞춰도 앞 뒤가 딱딱 맞는 말만 골라 하셨다.

 

" 그럴려면 가게 이름도 그럴 듯하게 지어야 하는데 "

갑자기 모두 시선이 날 확 몰았다.

왜 날 보냐고 마뜩한 내 표정에 당장 생각하란다.

이거 내가 무슨 가게 작명가처럼 몰렸다.

“ 긍께 가게 확 잘 나가게 그럴듯하게 퍼뜩 뜬 거 없을까?”

나는 시집에서 쫒겨 난 여자인데 그들은 가게가 확 잘나가게 하는 이름을 대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