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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그녀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女子였다...1


BY 盧哥而 2006-02-16

 

2부




그녀가 매달리다 (1)




그녀 민주의 전화를 받은 건 퇴근 하는 내 차 속이었다.


그즈음 나는 내 차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고 있었다.

요즘 들어 술 먹는 기회도 극구 피하고 일찍 퇴근을 하니 자연히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놓고 먼지만 씌우고 있던 차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사실 술을 좋아했고 또 그만큼 술 마실 기회를 마다하지 않아 언제 술 마실 일이 생길지 모를 내 입장에서는 자가용이 좀 성가셨다.

까딱 잘못하면 내 술버릇(인사불성이 되게 취하면 똥오줌 못 가리는)에 음주운전을 하게 될 위험성도 다분히 있었고...

그래서 가족들과 주말에 잠깐 바람을 쏘이러 나간다든가 하는 경우 아니면 사실 내 자가용은 그리 쓸모 있는 게 아니었다.

사무실엔 공용으로 쓸 수 있게 6인승 지-프를 한 대를 따로 마련해 두고 있어 낮에 갑자기 내가 사적으로 차를 쓸 경우가 생겨도 그리 어려움은 없었다.


차를 우리 집까지의 거리에서 거의 중간 쯤 까지 몰고 가고 있을 때, 그날은 사무실 일로 조금 늦게 퇴근해 시간은 좀 어두워진 8시 무렵이었다.

민주는 뭔가 다급한, 아니 거의 울 듯한 목소리로 다짜고짜 도와달라고 내 핸드폰에다 외쳤다.

워낙 심상찮은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일단 차를 길가로 빼 깜박이를 켠 채 세우고 그녀에게

내용을 상세하게 말하라고 했다.

그녀가 중간 중간 비명을 지르며 토막토막 내게 전한 내용은, 전에 가게에 찾아와서 행패를 부렸던 그 남자가 지금 또 찾아 와 가게를 부수며 난동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음성 뒤로 뭔가 와장창 깨지고 부서지는 소리들도 계속 들려왔다.

나는 잠시 어이없어하다가, 맞거나 해서 어디 다친 데는 없냐고 묻고 그녀가 아직은 그렇지 않다는 대답을 하자 내가 지금 좀 멀리 있는데 하여간 웬만하면 그 근처 어디 다른 장소로 피해 내가 갈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핸드폰 뚜껑을 닫으면서 나는 잠시 고민해야했다.

결국 이렇게 또 그녀를 만나야 하는 건가?

그녀는 왜 다급한 상황에 나를 찾는 것일까?

나 말고 다른 어떤 사람도 그녀가 위급할 때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건가?

그녀는 내가 자기를 좋아하듯 나를 좋아하고 있는 것인가?

........


그러나 그 짧은 시간에 그 자리에서 내가 내릴 수 있는 해답은 아무 것도 없었다.

나는 무기력하게, 그녀의 자석에 이끌려 따라가듯 깜박이를 켠 채 자동차의 행력에 다시 끼어들었고 얼마를 더 가 있는 유턴 지점에서 차를 돌렸다.


내가 그녀의 가게 앞 도로가에 차를 세울 때 가게가 있는 건물의 옆 다른 건물의 귀퉁이에 머리를 무릎 사이에 파묻고 쪼그려 앉아있는 그녀 민주가 보였다.

내가 민주를 처음 봤던 날 입고 있었던 자잘한 체크무늬 바지와 그 헐렁한 스웨터가 그녀임을 바로 알게 해줬다.

차에서 내려 민주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내가 가까이 다가 온 줄도 모르고 어깨를 들먹이며 울고 있었다.

허리를 굽히고 그녀의 어깨를 가만 잡았다.

퍼뜩 놀라며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얼굴은 눈물로 온통 얼룩져있었고 그 커다란 눈에는 아직 흥건한 눈물이 고여 있었다.

다행히 어디 맞거나 다친 데는 없어보였다.

그녀는 겨우 입을 열어

‘죄송해요.....’

하고 내가 벌써 몇 번씩이나 그녀에게 들은 말을 다시 했고 또 정말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지었다.

‘그 남자는...?’

‘아직.... 가게 안에 있어요......’

‘도대체 왜 또 와서 행패를 부리는 거요?’

‘.......’

그녀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니, 뭔가 적절한 대답거리가 금방 생각이 나지 않는 듯 해보였다.

‘경찰에 신고는 했어요?’

그녀는 대답 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대신 신고해 줄까요?‘

하자 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가로 저으며

‘시, 신고해서 될 일이 아니에요. 그 사람...’

나는 전에 그녀가 그 남자에 대해 그녀가 설명할 때 어딘지 미진했던 구석이 다시 떠올려 졌다. 지난번에도 술손님 중에 누군가가 경찰에 신고한 것이었지 그녀가 신고한 일이 아니었다는 것부터 말이다.

그리고 한 여자를 몇 년씩이나 쫒아 다니며 같이 살자고 조른다는 게 요즘 세상에 흔히 있을 법한 사연도 아닌 것 같았고 가게의 집기 등을 부수고 영업에 적잖을 피해를 입혔을 텐데 경범처벌 외에 달리 손해배상도 안하겠다던 그녀의 처사까지가...

그때 등 뒤에서

‘나 좀 봅시다.’하는 굵직한 남자의 소리가 들렸다.

흠칫 돌아보니 언제 가게에서 나왔는지 그 남자가 내 뒤 서너 걸음쯤에 서서 나를 보고 있었다.

그녀가 벌떡 일어서 나를 잡았다.

‘가지마세요. 저 사람 말 듣지 마세요!’

그녀는 황급히 말하며 간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그 남자와 맞닥뜨릴 수도 있다는 예상은 했었으나 막상 그가 먼저 내게 부닥쳐 올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 못했던 것이다.

나는 어차피 맞닥뜨릴 일이라면 굳이 피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녀를 내게서 떼어내고 그에게 돌아섰다.

순간, 그녀 민주의 얼굴에 덥히는 어떤 절망감...을 나는 놓치지 않고 보았다.

내가 돌아서자 그녀는 나를 더 이상 잡지 않았다.

그 남자는 성큼성큼 걸어 다시 그녀의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나도 가게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기 전 힐끗 그녀 민주가 있는 쪽을 돌아봤다.

그녀가 힘없이, 무너지듯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아까처럼 다시 무릎 사이에 머리를 묻는 게 보였다.

나는 그런 그녀를 잠시 보다가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하고 가게 문을 밀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한눈에 어디 한군데 성한 곳 없이 엉망진창으로 부서지고 흐트러져있는 홀의 정경이 눈에 들어 왔다.

먼저 들어 온 그 남자는 그 아수라장인 홀 중간에 성한 테이블을 하나 끌어다 놓고 자기 맞은편에 내가 앉을 의자. 그리고 같이 마시자는 뜻인 듯 맥주 서너 병에 글라스까지 준비해 놓고 있었다.

나는 그 남자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 남자가 내 글라스에 맥주를 먼저 따르고 자신의 글라스에도 가득 따랐다.

홀 안에 조명등이 다 켜져 있지 않아 약간 어둑하긴 했지만 그 남자의 표정은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전에 봤듯이 좀 불량기가 있는 얼굴이긴 했지만 내게 어떤 악의 같은 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 남자가 글라스를 들어 나도 마시라는 시늉을 했다.

나는 그 남자가 먼저 글라스를 입으로 가져가 단숨에 벌컥벌컥 들이키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서야 나도 맥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다 마신 빈 글라스를 테이블 위에 탁 놓으면서 그 남자가 내게 말했다.

‘ 저 여자, 끝까지 버리지 않을 자신 있습니까?!’

나는 흠칫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