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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4/ 그녀를 놓아버리다 (1)


BY 盧哥而 2005-10-05

 



그녀를 놓아버리다 (1)




모든 상황은 이제 명백해졌고 나는 아내의 선택에 의해 달라질 운명의 기로에 서게 됐다.

내가 아무리 부정하려해도 민주와 나의 사랑은 불륜에 다름 아니었고 나는 아내와 자식들 에게 파렴치한 짓을 한 무책임한 가장이요, 주위 사람들에겐 속된말로 ‘바람피우다 들통 난 변변치 못한 인간’으로 낙인찍히는 신세로 전락할 위치에 서게 된 것이었다.

공은 내게 넘어왔지만 내가 찰 수 있는 방향은 자살골 이외엔 전혀 다른 방향이 없는 위치의 공이었다.

나는 나 자신을 그런 위치에 서게끔 몰아붙인 아내가 무서웠다.

심부름센터를 통해 현장을 잡고도 내게 티끌만큼의 눈치를 주지 않은 채 민주를 한순간에 내 시야 밖으로 사라지게 한 아내의 그 냉정함과 치밀함...!

나는 아내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아내는 내가 20년 넘게 살아 온 아내와는 전혀 다른 여자였다.

그날 밤, 아내를 따라 집으로 돌아가는 나는 마치 아무런 선택권이 없는 채 코뚜레에 꿰어 주인이 이끄는 대로 끌려가는 마소와도 같은 모습이었을 것이다.

아내는 자신이 어떤 선택을 결정할 때까지 아이들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일체 눈치 채일 수 있는 다른 어떤 행동도 하지 말 것을 내게 단단히 요구했고 그 다짐을 받아냈다.

사실 나로선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는 요구이기도 했었다.


아이들 얼굴조차 보기 민망한 상태로 이내에게 이끌려 집으로 돌아 온 나는 며칠 만에 방에서 잠을 잤다.

아내는 내가 더 이상 소파에서 자는 게 아이들에게 보기 좋지 않으니 방에 들어가 잘 것을 요구했고 침대에서 뚝 떨어뜨려 따로 내 이부자리를 펴주었다.

나는 그런 한심한 내 꼴에 스스로 절망하며 민주에 대한 모든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나 자신의 무력함에 통탄스러웠다.

그런 나는 그 시점에서, 분명히 아내보다는 민주를 더 사랑하고 있었다고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나 죄스러움은 그것대로 존재하지만 내 마음은 분명 민주의 안위에 더  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20여년이 넘도록 내 아내와 나를 이어 준 그 모든 것들보다 나는 만난지 불과 3개월 여   밖에 안 되는 민주에 대해서 나는 더 걱정했고 그녀에 대한 생각이 내 앞길, 내 가정의 앞날 보다 더 앞세워져 걱정될 뿐이었다.

바야흐로 나는 미친 것이었다.(아내나 그 주변 사람들의 시점에서)

그러나 내가 현실적으로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리고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는 이미 모든 것을 가진 아내보다는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 민주에게 인간적으로 더 정이 쏠리고 있었지만 아내는 그것까지는 미처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아, 나는 여기서 세상의 모든 남편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지금 진정 당신의 아내를 사랑하는가? 하고 말이다.

물론 결혼 할 때에는 아내를 가장 사랑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은 지금 진정 아내를 사랑하는가?

만일, 그래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서 문제인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일단 아내의 뜻대로 살았다.

아니, 아내의 요구대로 살아갔다.

그러나 그건 아니었다.

나는 솔직히 말해서 그때부터 아내를 경멸하기 시작했다.

내가 모든 점에서 나의 잘못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아내가 내게 보인 그때부터의 행동은 솔직한 말로 나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저급한 행동들이었다.

아내는 자신보다 월등한 미모를 가지고 있는 민주에 대해 필요 이상의 적의를 품고 있었고 그걸 어떤 지적(知的) 우월감으로 풀려고 하는 것 같았다.

자신이 미모는 민주에게 따라갈 수 없지만 지적인 면에서는 민주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게 월등한 위치에 서 있는 입장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확인시키려드는 행동들이 내겐 역겹기 그지없었다.

내 인생은 아마 거기서 결정됐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냥 아내의 판단과 결정을 따라갔으면 나는 무난하게, 남들이 판단하기에 큰 무리 없이 인생을 산 사람이 되었을 것이니까...


그러나 나는 그 길을 택하지 않았다!

물론 한동안 나는 아내가 요구하는 대로 살았다.

대학 입시생인 찬희의 자식 사랑 만점의 꼼꼼한 아빠로, 듬직하지만 아직 성인이라 할 수 없는 찬우에게 수시로 조언하는 인생경험 많은 듬직한 아빠로... 그리고 성공한 가정을 이끌어 나가는 박은수라는 여자의 백점 남편으로의 역할에 충실한 사람으로 말이다...


나는 그 모든 것이 정상적인 사회인, 우리 사회에서 요구하는 일반적인 사회인의 모습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사실은 그런 것들을 경멸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게 나의 본성일 것이다.

사랑...?

나는 내 아내를 믿고 또 내 자식들에 대한 모든 미래의 책임을 아내가 충분히 질 수 있는 여자라는데 한 점 의혹이 없는 사람이지만 자기의 남편, 즉 나에 대해서는 책임질 수 없는 여자라는 걸 나는 이번에 깨달은 것이다.

아내는 아내고, 내가 여자에 대한 사랑을 느끼는 건 얼마든지, 그것대로 존재한다는 것을 느낀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아내를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나는 민주를 원하고 있었다!

나는 내 아내, 20 년 넘게 나와 어렵고 힘든 세월을 보내며 한 가정을 이뤄온 은수보다 내가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새로운 세상을 일깨워 준 민주가 더 그립고 안타까웠다.

아내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꼼짝 못할 증거로 나를 잡아 놓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지만 나는 이런 저런 계산을 떠나서 오로지 하나, 민주를 다시 만나고 그녀의 입을 통해 진실을 알고 싶은 것뿐이었다.

나는 내가 사랑한 민주가 설사 길거리의 창녀였더라도 그녀를 사랑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위치에 점점 다가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민주는 내가 생각한 최악의 상황의 여자였고, 아니 그보다 더 한, 보통 사람의 상상의 극한을 넘는 그런 여자였다...

세상에, 그토록  아름다운 여자가 어떻게 그런 개 같은 인생을 살 수 있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