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을 수 없는 날들
“엄마, 우리 피셔맨즈 워프 그 레스토랑에 가는 것 맞지?”
뒷좌석에 앉아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던 정아가 해질녘 베에 브리지를 지날 때 차창을 내다 보며 물었다.
“응, 언니 기숙사에 들어가기 전에 함께 파티 하려고.”
운전 중이던 은하가 백뮤러로 정아와 조카 영아를 한 번 바라 보며 미소 지었다.
“언니, 있잖아, 작년에 아빠랑 같이 그 게 레스토랑에 갔었는데 게가 엄청 컸다. 이만했어.”
정아가 손으로 게의 크기를 만들어 보이며 사뭇 즐거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영아는 “어머 그래?” 하며 맞장구를 쳐 주다 둘은 요즈음 한국에서 인기 순위 챠트에 오른 가요며 인기 연예인에 대한 이야기를 한동안 하고 있었다.
“엄마, 언니가 준 그 CD 좀 켜봐.”
은하가 CD의 스위치를 누르자 모 그룹의 최신 가요가 시작됐다. 비트가 강하고 빠를 곡이었지만 전체적으로 애잔한 이미지를 풍기고 있는 듯 했다.
“요즈음 한국 노래는 저런 풍이 많은 것 같아, 그지 언니?”
정아가 CD의 쟈켓에 나온 가사를 보며 몇 곡을 흥흥거리며 따라 불러 보고 있는 동안 은하는 엠바카데로 길을 따라 가다 피셔맨즈 워프가 있는 피어 39 파킹 거라지에 차를 댔다. 차에서 내려 파킹 거라지와 피셔맨즈 워프가 연결된 구름 다리를 세 사람 은하와 정아, 영아가 건너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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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식을 볼 수 없는 이 주간의 시간은 생각 보다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그 사이 여름 캠프에 갔던 정아도 집으로 돌아왔고 어학연수 온 시댁 조카 영아도 당분간 함께 지내느라 은하에겐 분주한 나날들 이었다. 독일 출장에서 돌아온 정훈에게서 영아와 관련해 몇 번의 전화도 있었고. 바쁘다는 이유로 골프 연습장에서 있는 레슨은 나가지 못했다. 혜리의 말에 의하면 태식도 연습장에서 볼 수 없었다고 했다.
영아는 며칠 뒤에나 어학원 측이 마련해 준 호텔식 기숙사에 입주하려고 이것 저것 필요한 물건들을 은하와 함께 사러 다녔었다. 영아가 친정 조카가 아니라 시댁 조카라 은하에겐 더 신경이 쓰였다. 서울에서 오는 영아를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픽업해 다음 날 은행 첵킹 어카운트를 열어주고 학원에 데려가서 등록을 확인 하는 등 영아를 일일이 데리고 다니는 일이 그리 수월한 일은 아니었다. 영아는 어학원에 다니면서 대학원 진학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처음 와 보는 영아를 데리고 시내 구경을 갔다가 장난감처럼 달리는 전차 위에 함께 올라 앉았을 때 은하는 잠시 태식과 함께 전차를 탔던 생각을 했고 밤에 잠들기 전 그는 잘 있겠지 하는 생각을 했을 뿐 그를 볼 수 없는 나머지 시간들은 바삐 지나 갔었다.
구름다리를 건너 해질녘의 관광지에 넘실대는 인파 속에 묻혀 은하는 작년에 정훈과 같이 왔던 퓨전 스타일의 생선 요리가 깔끔하던 레스토랑을 찾았다. 알카트레즈 섬과 금문교가 잘 보이는데다 음식도 고급스러워 정훈이 있을 때 손님들을 모시고 가끔 갔던 곳 이었다. 저녁 시간이라 한 풀 꺾인 더위에 늘 바다 바람이 서늘한 곳이라 나무 덱(갑판) 위를 걷는데 기온은 제법 쌀쌀했다.
은하네가 이 층에 위치한 레스토랑 안에 들어 섰을 때 보라 꽃 무늬의 니 렝스 드레스를 하늘하늘하게 입은 리셉셔니스트의 안내를 받아 간 곳은 커다란 창 가로 난 테이블이었다. 잔잔하게 너울대는 만의 짙은 물결 위로 멀리 경치가 아름다운. 은하가 “Can we have a window seat, please?(창 가에 앉게 해 주실래요?)” 부탁한데로.
“우리 맛있는 것 먹자 오늘. 뭘 먹을까…”
은하가 보라색 드레스의 리셉셔니스트가 두고 간 메뉴를 집어 펴 보다 그녀와 마주 앉은 정아와 영아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마실 것을 주문하러 온 웨이트리스에게 그냥 물이라고 말한 뒤 음식 세 개를 각각 다른 것으로 주문해 서로 나눠 먹기로 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온 영아를 위해 게 요리 하나, 큰 새우가 올라간 요리 하나, 그리고 생선 요리 하나.
곧 이어 나온 작은 바구니에 소담스럽게 담긴 디너 롤에 버터를 발라 먹으며 만족해 하는 정아와 영아를 보는 일은 흐뭇한 일이었다. 둘은 딱딱한 바게트 같은 롤 대신 부드럽고 폭신한 롤을 골라 먹으며 맛있다고 했다.
‘맛있어?”
은하가 둘을 보며 웃었다.
은하는 겉이 딱딱한 롤을 하나 손으로 뜯어 먹고 나서 시선을 창 너머로 돌렸다.
“연습 볼을 망치고 벤치로 가 “May I sit here?(여기 앉아도 돼요?)” 하던 은하에게 “네, 앉으세요.” 라고 하던 그의 과묵해 보이던 첫 인상.
비행기가 낮게 뜨고 내리는 바닷가 골프장에서 서로가 거의 동시에 “혼자 오셨어요?” 하며 쑥스럽게 웃다 함께 라운딩 했었지.
야경이 아름다운 그의 스튜디오에서 커피를 끓여 건내던 그.
“저… 이거 그 쪽 거 아니에요?” 하며 은하의 흰 골프 장갑을 멋 적게 건네던 사람
점심을 함께 한 레스토랑에서 그는 은하를 본 적이 있다고 했지.
-유니버시티 애브뉴 상 빨간 신호등 앞에서 차 안에 앉아 노래를 하던
-그리고 영작 강의를 듣고 나오던 캠퍼스에서
버클리 마리나 피어에서 황혼 속에 걷던 그와 나.
-짙어가는 황혼 속에서 찰랑거리며 어두워져 가던 바닷물…
-드리우는 어둠 속에서 하나 둘 불빛이 살아나던 피어
-“…보고 싶었어요.” 그가 말했지.
-그의 어깨에 기대 맞던 까만 밤
-찬 바람 속에서 가만히 어깨를 감싸 주던 그의 팔과 손
-따뜻했던 숨결
유니온 스퀘어가 있는 파웰길에서 전차를 타고와 태식과 함께 보던 샌프란시스코의 바다…
함께 보던 산타클라라에서의 콘서트.
-죽을 것처럼 뛰어가 그의 차를 잡으며 가지 말라고 한 그녀에게 가벼운 입맞춤으로 대신하며 은하를 아파트 앞에 내려놓았던 그.
송 교수를 만난 후 갈등하고 있는 은하를 기다려 주던, 하염없이 서 있던 마리나에서의 그.
-“나 정말 나쁜 놈인가 봐. 왜 은하를 괴롭히는지… 그런데 내 맘대로 안돼. 그 쪽을 만난 이후로…” 이렇게 고백했었지. 울고 있는 은하에게.
그리고 그날 밤… 뜨겁게 은하를 가지던 그…
창 밖을 내다 보던 은하의 눈에 흔들리는 물결 위로 태식의 얼굴이 일렁거렸다. 그 때 웨이트리스는 주문한 음식을 들고 와 상냥한 미소를 띤 채 서빙을 시작하고 있었다.
“아니 이거, 제수씨 아니세요?”
“어머, 정아야!”
익숙한 음성에 테이블 옆을 돌아 본 은하 앞에 조 진 교수와 미세스 조가 이런 데서 다 만나네요 하는 얼굴로 서 있었다.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나 “어머, 안녕하세요?” 하던 은하는 조 교수 부부 뒤로 태식과 그의 와이프인 듯 송 경희 교수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뒤에는 세희도 있었고. 태식을 보는 순간 내심 당황했지만 그녀는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일상적인 짧은 목례 정도의 인사를 보냈다. 가벼운 눈인사 정도인 것은 태식 쪽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은하네 바로 옆 테이블로 안내를 받은 조 교수 일행은 세희를 포함한 여자들을 각각 안쪽 자리로 들여 보내 앉히고 남자 둘이서 바깥 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은하씨, 여기 미세스 윤이에요.”
조 교수가 태식의 와이프를 가리키며 은하쪽을 보았다.
“저긴 제 후배 와이프이자 골프 동창인 은하씨구요.”
조 교수는 은하와 송 교수를 번갈아 보며 초면인 서로를 소개 시켜 주고 있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가벼운 미소를 띠며 의례적인 간단한 인사를 나누었다.
송 교수는 언뜻 보기에 꼼꼼한 가정 주부의 외모로 뒷머리에 볼륨을 준 커트 스타일에 금색 실이 들어간 녹색 블라우스 차림이었다. 눈길이 조금은 차가운 인상이었고. 블라우스 위로 늘어뜨린 하얀 진주 목걸이가 은하의 눈에 띠였다.
“따님이에요?”
그냥 인사만 하고 넘어 가기에는 서먹서먹 했던지 그녀가 정아를 보며 물었다. 붉은 갈색 계열의 립스틱을 바른 입술 사이로 고르게 보이는 치아가 나타났다.
“네.” 하고 대답을 한 은하는 아까 조 교수 일행을 만났을 때 이미 가벼운 인사를 드렸던 정아와 영아를 기억해냈지만 다시 “인사 드려야지.” 하며 정아와 영아에게 말하자 둘이 집었던 포크를 내려 놓고 송 교수를 향해 “안녕하세요?” 했다.
“어학 연수 온 시댁 조카예요.”
은하가 조 교수 쪽의 테이블을 보며 영아에 대해 말했다.
“네에.”
“아니 그럼, 여기 세희씨하고 뭔가 통하겠네요.”
미세스 조가 앞에 앉은 세희를 가리키며 영아를 쳐다 보자 세희와 영아는 서로 앉은 자리에서 눈인사를 주고 받았다.
은하와 태식은 테이블만 다를 뿐 서로 통로를 사이에 두고 엇 비켜 사선으로 마주 앉은 것과 다름없어 서로를 잘 볼 수 있었고. 그러나 지금처럼 어색한 상황에선 그저 눈길을 피할 뿐 달리 방도가 없는 것 같았다.
“저희 먼저 먹을게요.” 조 교수 일행이 앉은 테이블을 보며 은하가 상냥하게 말하고 나서 먹을 음식이 앞에 놓여있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 부터는 그저 얌전히 먹고만 있으면 되니까.
“나 그리 갈까 봐. 맛있는 것 많아 보여요.”
앞에 놓인 메인 디쉬 세 개를 정아와 영아 그리고 은하 셋이서 막 나눠 먹으려고 할 때 미세스 조가 고개를 내밀어 은하네 테이블을 보며 분위기를 띄우자 조 교수는 뿔테 안경을 손으로 올리며 말했다. “그래, 저 쪽이 더 영양가 있겠다, 당신.” 그 말에 태식의 와이프 송 교수가 은하 쪽을 바라 보았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은하가 그녀에게 작은 미소로 응답한 뒤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주문한 생선이 통 무슨 맛인지 입 속에서 습관처럼 머물다가 목으로 넘어가고 있을 때 조 교수 일행은 골프 얘기를 하다 유명 골프장이 있는 몬트레이 반도의 세븐틴 마일즈에 대해 얘기했다. 화제는 곧 해안 절벽 도로가 아름다운 캘리포니아 1번 국도로 넘어가고 있었다.
은하는 정아와 영아가 게 껍질 까는 것을 도와 주다 다시 생선과 야채 찐 것을 번갈아 먹었다. 태식이 불편할 것 같아 이제 그만 일어나고 싶었지만 정아와 영아가 아직 식사를 끝내지 않았기에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옆 자리에서는 캘리포니아 1번 도로를 타고 남 쪽 L.A.로 내려 갔다 라스베가스, 그랜드 캐년 까지 들러온 조 교수의 여행담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 쪽 숙녀분들을 위해 디저트는 제가 쏠께요. 인정 사정없이 주문 하세요.”
“Two decaf coffee and one tiramisu for the ladies sitting at that table, please.(저 테이블 순녀분들게 카페인 없는 커피 하나에 티라미수 하나 부탁해요.) My treat.(제가 사는 거예요.)”
드디어 정아와 영아의 식사가 끝났을 때 조 교수는 식사 중에 다시 은하네 테이블을 보았고 괜찮다며 사양하는 은하에게 티라미수와 카페인 없는 디카프 커피를 주문해 주었다.
부드럽고 쌉살한 티라미수의 쵸콜렛 맛이 커피와 어우러져 입안의 생선 냄새를 지우고 있었다.
“저어, 저희 먼저 일어날게요. 디저트 고맙습니다.”
은하가 무릎 위의 냅킨을 대충 접어 테이블에 올리며 일어나 조 교수 부부 쪽을 보았다.
“아, 이거 우리 하고 함께 다니시면 좋을텐데… 안되겠네…”
조 교수가 정아를 보며 한 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은하씨, 내일 미세스 윤이 서울로 가거든요. 오늘이 페어웰 파티인 셈이죠. 하하.”
“아, 네에 그러세요.”
은하가 송 교수를 보며 몰랐다는 듯 가볍게 목례했다.
“만나 뵈서 반가왔어요.”
송 교수 역시 의례적인 인삿말에 가벼운 목례를 했고.
“네, 그럼 잘 들어 가시고요.”
은하가 초면인 송 교수에게 예의를 차렸다.
“안녕히 가세요.” 정아와 영아도 조 교수 일행에게 인사를 하자 은하는 제일 안 쪽에 있는 세희에게 “다음에 봐요, 세희씨.” 했다. 막 돌아 서려는데 미세스 조가 다음 주에 골프 레슨 나올거죠? 하는 바람에 은하는 다시 한 번 “네.” 라고 대답한 후 레스토랑을 나섰다.
어둑어둑해진 피어에 불을 밝힌 레스토랑과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한 덱을 걸어 나와 셋은 다시 구름 다리를 건너 파킹 거라지로 갔다. 어두워진 베이 브리지를 통과해 아파트로 돌아 오는 길은 갈 때 보다 더 멀었다.
무슨 생각으로 운전했는지 정아가 “엄마, 아직도 손에서 게 냄새가 나.” “내일은 언니랑 뭐 할건데?” 등의 질문을 했지만 은하는 그저 응, 응 했을 뿐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아이, 이런 질문에 응이 뭐야, 엄만.”
정아가 한 두 번 귀여운 불평을 하더니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태식과 송 교수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이 부부라는 것.
송 교수를 직접 보기 전 까지는 태식에게 와이프가 있고 가정이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피부에 닿게 실감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이젠 백일하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실체를 목격하게 된 것처럼 태식과 연관된 송 교수의 모습들이 예리한 칼날에 의해 뇌리에 새겨진 것 같았다. 은하 자신은 마치 태식의 그림자를 따라 다니며 사랑한 것 같은 허전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세상을 향해 완벽하고 단단하게 무장한 그녀에게서 태식을 빼앗아 낸 것 같은 묘한 희열이 솟아 오르는 느낌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은하는 본처에게서 남자를 빼앗아낸 여자들의 마음이 이런 것 이었을까…했다. 사람의 이율배반적인 마음이란…
“엄마, 무슨 생각해?”
무표정한 얼굴로 말없이 운전만 하는 은하가 조금은 이상했던지 한 동안 말 없던 정아가 물었다.
“응?… 으응, 아니… 생각은 무슨. 정아하고 영아 맛있게 먹었지?”
백뮤러로 본 영아는 아직도 시차적응이 안됐는지 뒷좌석에서 눈을 감고 졸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엄마, 그 아저씨 아는 사람이야?”
“누구?”
“조 교수님 아저씨 말고 다른 아저씨.”
“응, 왜?”
“으으, 그냥. 나를 다정하게 쳐다 보길래.”
“그랬어?”
은하가 백뮤러로 정아를 한 번 쳐다 보았다. 정아는 하품을 한 번 하더니 영아처럼 곧 잠들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앉아 있었다.
프리웨이를 달려 나와 아파트 앞 지붕이 있는 지정 파킹랏에 차를 댄 은하는 아이들을 챙겨 집에 들어 가자 둘의 잠자리를 봐 주고 나서 어두운 방 안의 침대 위에 외출복을 입은채로 누웠다. 저녁 먹을 때 신경을 쓰며 먹어서 그랬는지 머리가 조금 무겁고 피곤이 밀려 오는 것 같았다.
그녀는 어둠 속에서 눈을 감았다.
태식과 송 교수가 나란히 앉아있던 모습이 떠올랐다.
은하를 보며 미소짓던 그녀의 얼굴도…
그녀가 은하와 태식의 사이를 안다면 그렇게 경계심 없는 미소를 보내진 못했을 것이다.
태식.
그는 잡으려 해도 닿을 수 없는 곳에 있어…
나 역시도 그가 올 수 없는 곳에 있는 거야…
태식과 버클리 언덕에서 김밥을 나눠 먹으며 보았던 서로 엇갈리던 전철 생각이 났다. 서로 반대편에서 오다 어느 한 지점에서 마주쳐 잠시 겹치던 바트 전철. 그리고는 각각의 길을 가던…
우린 그렇게 잠깐의 시간을 공유하는 것 뿐인 거야.
서로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함께하던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영영 헤어져 갈 사이인 거야.
다시는 볼 수 없는… 아니 보아서는 안 되는…
알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이루어 질 수 없다는 예감 속에 일어난 일이었지만.
은하는 누운 채 작은 한숨을 한번 내쉬었다.
그런 거야… 우리는…
은하의 볼 위로 한 줄기 눈물이 타고 내렸다.
“주님, 그를 사랑하지 않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