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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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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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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일지13


BY 47521 2005-09-13

2003.9.13.pm9;50 영업에 나서다.

나는 세일 이라면 질색인 사람이다.  지난 6월, 노동부 공공근로 할 적에 함께 일한 이혼녀 F가 피부 맛사지기를 파는 화장품 회사에 나를 데리고 간 적이 있다. 그 맛사지 기계를 보는 순간 나는 그 물건은 팔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세일이 친척,친지간의 의리를 상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슴에도 불구 하고 나는 그 기계가 맘에 들었다.1대를 팔면 38만원 이상을 내 손에 쥘 수 있다는 것도  나에게는 큰 유혹이었다. 식당에 가서 뼈빠지게 설거지를 해도 시간당 3,500원 밖에 못받었던 시절도 나에게는 있었으니까.

가까운 친인척들에게 4대를 팔았고 내 손에 수당만 쥐어 지면 더 이상의 세일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물건을 강매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마지막 1대 값 수당을 받으러 소점포장에게 간 어느 날, 나는 내 인생에  상상도 못할 일을 당했다.

-어자영씨! 내가 1대 값 수당을 안 준 줄 알았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내가 수당을 주었더라고.

나는 너무나 놀라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서 외쳤다.

-노! 아뇨. 분명히 안받았어요.오늘 주신다고 약속 하셨잖아요?

-글쎄, 내가 주었는데 안 준 줄 알고 착각했다니까.

딱 잡아 떼는 데는 방법이 없었다.나는 소점포장에게 본사에 들어 가서 해결할 테니까 두고 보자고 으름장을 놓고선 일단 집으로 돌아 왔다.그 날 밤 나는 기가 막혀서 한잠도 자지 못했다. 38만원 보다도 한 인간에게 배신 당했다는 울분감 때문 이었다. 순진한 가정주부들이 세일즈에 나서면  해당 기업체들이 간이라도 빼어줄 듯이 얼마나 알랑거리는가.이제는 내가 쓸모가 없어졌다고 판단한 것이겠지.

나는 A4 용지에 사연을 적어서 본사 부회장을 찾아 갔고 부회장은 그 서류를 영업 부장에게 직접 넘겼다.일이 커진 것을 눈치 챈 대점포장이 나에게 110만원 짜리 맛사지 기계를 자신이 손해 보고 내줄테니까 팔아서 쓰시라고,하면서 이쯤에서 끝내자고 했다.순진한 나는 그 기계를 팔아서 수당만 빼 놓고 입금 하라고 한 줄 알고 돈으로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음 날 본사 영업 부장에게 또 찾아가서 자초지종을 A4 용지에 적어서 냈다. 이번에는 대점포장이 강경자세로 나왔다.

-내가 어자영 씨에게 물건으로 줄려고 했는데 소점포장이 내가 물건을 내 주면 그만 둔다고 하네요.내가 소점포장이 가깝지 어자영 씨가 가깝겠어요.

이제는 완전히 수게임으로 나올려고 했다. 나는 멋모르고 노동부를 찾아 가서 하소연을 했다.사연을 듣고 난 담당관이 말했다.

-아주머니, 수당을 받고 영업하는 세일즈는 노동부에서도 보호해 줄 수가 없어요.아주머니는 정시에 출근 해서 정시에 퇴근 하는 정규직이 아니잖아요.이 사건은 민사재판 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어요.법률구조공단 전화번호를 줄 테니까 내일 그곳 담당관을 만나 보세요.

결국 법률구조공단의 담당관이 소점포장에게 전화를 걸어 영수증을 받았냐고 채근 하니까 문제는 일단락이 됐다. 재판 걸겠다고 나오는데는 별 수가 없었던지 소점포장은 모가지가 짤리고,대점포장은 물건을 내주었다. 오늘 오후에 물건을 받아 가지고  나오면서 하늘을 우러러보니 눈이 부시도록 하늘은 파랬다.세일 이라면 지긋지긋하다.결국 물건 팔아서 윗대가리들 밑 씻겨 주는 것이다. 그 화장품 회사 부회장 이라는 여자가 (벼랑 끝에 나를 세워라)는 자서전을 냈다고 하는데 나는 그 자서전 제목을 이렇게 고치고 싶다.(벼랑 끝에 영업 사원을 세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