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8.xx일. 간병인
이 곳은 S병원이다.지난 4월 나는 우체국 보험에서 흑자 2억원을 무의탁 환자들을 위한 간병인에게 내놓았는데 곧장 훈련을 받고 S병원의 후두암 환자실에 와 있다. 6인 병실이고 대부분의 후두암 환자는 말을 못 하고 노트에 필기 하거나 아니면 소리 나는 장난감으로 보호자들과 의사소통을 한다.환자가 간병인비를 주는것이 아니라 우체국측에서 간병인비를 주기 때문에 환자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
첫 환자는 40대의 후두암 환자다. 처음에 소리나는 장난감에서 삐약 소리를 낼 때 마다 깜짝 놀라서 환자에게 다가갔지만 이제는 놀라지도 않고 환자의 거동만 보아도 환자가 뭘 원하는지 금방 알 수 있다.그의 온 몸에서는 내장 썪는 냄새가 난다. 6인용 병실안에 들어서면 누구나 그 냄새를 맡고 낯을 찡그린다. 실상 그런 환자는 1인용 병실을 써야 되는데 돈이 없기 때문에 6인용 병실에서 배짱으로 버텨 나갈 수 밖에 없다.까다로운 환자는 입원 하자마자 딴 병실을 간호사에게 부탁한다. 다행히 여름이라 문을 활짝 열어 놓아서 다행 이라고 나는 생각했다.환자의 어머니가 오전중에 간병하고 나는 오후 6시에서 다음날 오전 6시 까지 간병한다. 그의 직업은 택시 운전사였고, 발병은 30대에 났고 10년 째 투병 중이다.신앙심이 깊은 크리스찬이라 발병하기 전에는 일요일마다 교회 운전사로 자원봉사를 했고, 병원에서도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때는 환자들의 식사 후 그릇을 그가 전부 치웠다고 했다.
환자가 벼란간 장난감을 누른다.노트에 무엇인가를 적어서 내게 보여준다.
'간호사실에 가서 담당 의사를 불러 달라고 하세요.'
황급히 의사가 달려 왔다.여의사가 나에게 묻는다.
-환자분과 어떤 관계세요? 저는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치료는 다 했어요. 저는 뛰어 다녀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쁜데 .
나는 의사의 입장을 이해한다. 둘째딸이 지금 이 병원 부속 의과대학 본과 4학년이다.
이번에는 환자가 의사에게 노트를 내민다.
(피주사를 놔 주세요.)
순간 나와 의사의 눈이 마주친다.환자의 살고 싶어하는 본능을 알기 때문이다.어제 환자의 어머니가 내게 말했다.-미안 하지만 아들에게 피주사를 그만 맞도록 이야기 해줄 수 없느냐고. 피주사를 놓으면 병을 낫게 하는것이 아니라 생명만 연장 시키는 것이라고. 지금 집안은 치료비 때문에 거덜이 난 상태라고.다행히 아들이 장가를 안 가서 그가 죽은 후 남은 가족 부양은 안 해도 된다고. 자기는 어머니 된 입장으로 더 살고 싶어 하는 아들에게 피주사 그만 맞으라고 차마 말 할 수 없다고.- 나는 거절했다. 그의 어머니가 매지 못하는 총대를 내가 맬 필요가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의사는 간호원에게 피주사를 놓게 한다. 환자의 노트에 필설로 대화를 나누는데 그가 노트에 이렇게 적은 글을 본 적이 있다.
(병원비를 2주 마다 한 번씩 정산 하는데 집에서 현금이 아니라 신용카드로 결제하기 때문에 자꾸만 퇴원 하라고 강요 합니다. 제가 병원 측에 만약 자기를 퇴원 시킬려면 이와 똑 같은 진료를 할 수 있는 병원으로 옮겨 달라고 합니다.총무과에서는 절대로 저를 강제로 퇴원 시킬 수 없습니다.)
이런 환자의 경우,도대체 인간의 살려고 하는 본능은 얼마나 몸서리쳐지는가! 그의 가족들은 경제적으로 허덕이면서 그가 죽기를 바라는데.아무 쓸모도 없는 인간. 동물중에 인간 만큼 나이 들면 쓸모없는 동물은 없다.
병실 만큼 다른 환자와 보호자들이 금방 친해지는 곳이 있을까. 먹을 것이 있으면 저절로 나누어 먹게 되고 병력을 이야기 하다 보면 어느새 이웃사촌이 따로 없다.맞은 편 후두암 환자의 부인이 얼마 지나서 나에게 한 말이 생각 난다.
-여기 있는 보호자들이 아줌마가 내장 썪는 냄새가 제일 고약하게 나는 환자 옆 보호자 침대에서 밤에 천연덕스럽게 잘 자는 것을 보고 얼마나 놀랬다고.
-놀래긴 뭐가 놀래요. 사는게 다 그런거죠.
말은 그렇게 진짜 천연덕스럽게 했지만 실상 나도 내 자신이 징그러울 때가 있다. 막일을 하면서 나는 지나치리 만큼 뻔뻔스러워졌다. 하지만 할 수 없잖은가? 이혼 후 혼자 된 여자가 3남매를 데리고 실질적 가장으로 살아 나가려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