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10월x일 추석무렵.담당의사K앞에서 몹시 울부짖었슴
처음 병동에 들어서는 순간에는 황당하고 낯선 느낌 이었지만 2-3일 항우울제약을 먹고 나서는 우울에서 벗어나서 나는 명랑해졌고 담당 부장(남편의 고등학교 동창으로 나의 입원을 당일에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의사)이 병동에 들러서 이제는 가정에 돌아가 주부로서 잘 살아갈 수 있겠느냐고 넌지시 물어 보기에 나는 이제는 괜찮다고 말했었다.
며칠후 딸이 병문안을 왔는데,아빠가 엄마 퇴원 하더라도 한 집에서 같이 살 수 없다고,했다는 말을 듣고 나서 나는 겉잡을 수 없이 다시금 우울증에 빠져 들었다.
나는 왜 우울증에 걸렸을까?
남편과의 불화?아니면 나의 성격상의 문제?
남편은 정치가를 꿈꿔왔기에 지난 4월에 국회의원 선거에 나섰고 결과는 낙방이었다.남편이 즐겨 쓰는 말 중에 (십시일반;열 사람이 거두어 한 사람을 먹여 살린다는 뜻)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는데 나는 이 말이 대한민국 정치가들이 가장 우려먹는 말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자신들은 십시일반 하지 않으면서.
우울이 시작되면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 자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고 일어나서 세수할 기운도 옷을 갈아 입을 기운도 없고 단지 항우울제를 먹으면서 우울이 내 몸속에서 빠져 나가길 기다리는 방법 이외에 딴 방법은 없다. 묘하게도 술이 땡긴다.집에서는 술을 먹을 수 있지만 여기는 병동 아닌가. 나는 추석이 닥쳐와도 삼남매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없다는 내 처지가 서러워서 담당의사 앞에서 추태를 부리면서 울부짖었다.세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우울의 감정을 한마디로 표현 한다면 (공포) 그 자체다.악마에 쫓기는 어린아이의 심정 이라고나 할까. 내 자신은 강 낭떠러지에 등을 뒤로 한 채 서 있고 앞에서는 강렬한 회오리 바람이 나를 강물속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맹렬하게 불어 오는 모습을 두 눈으로 보아야 하는 무서운 현실!
그런 공포의 감정을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경험해 본 적이 있는지 나는 묻고 싶다. 그리고 그 감정에서 벗어 나는 방법이 있다면 배우고 싶기도 하다.그것이 내가 병상일지를 여러분에게 공개 하는 이유 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