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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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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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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든...당신에게 손대는 자가 있다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거요...


BY 데미안 2006-08-08

 

세 여자는 평소보다 많이 마신 듯 했으나 평소보다 덜 취함을 느꼈다.

아마도 ... 마음속 생각이 많은 탓일것이다.

40평생을...

30평생을...

20평생을 살아오면서 아프고 기쁘고 슬펐던 과거를 떠올리는 것일 것이다.

더러는 잊고

더러는 기억하겠지... ...

수빈은 벌떡 일어나 옷을 툴툴 털었다.

 

[일어나요. 우리 집에 가서 한 잔 더 해요. 어때요?  부를 사람, 다 불러서 소위, 필름 끊어질 때까지 마시는 거에요, 좋죠?]

[물론 나야 오케이지. 원영씨는 어때? 빠질거야?]

[저도 이제 술발이 오르는데 빠지면 섭할 것 같아요]

 

원영은 환하게 웃으며 일어섰다.

기분이 좋았다.

마음속 묻어 두었던, 그 오랜 시간동안 금기시 되었던 자신의 어둡고 무거웠던 과거를 솔직히 털어놓자 세상이 다시보이고 새로운 용기가 생기는 것 같았다.

그리고  수빈과 은영이 자신을 한층 더 살갑게 봐 주는 것 같아 그것이 원영을 더욱 힘나게 하고 가슴 뭉클하게 했다.

그 일을 완전히 잊을수는 없겠지만 이젠 당당하게 그 과거와 맞설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이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세 여자는 수빈의 집으로 향했다.

은영은 집에 전화를 했다.  수빈네에 있을 거라고... 그리고 정화씨와 치과원장님께 전화도 넣었다.

원영은 집에 전화했다. 수빈과 함께 있다고...연락처도 남겼다.

그 세 여자가 아파트 현관문으로 들어가는 걸 원우는 차안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가 내려 담배에 불을 당겼다.

그는 수빈의 한 쪽 볼이 멍든 걸 보았다.

대못이 가슴에 박히는 기분이었고 울컥. 하는 것이 치밀어 오르는 걸 느꼈다.

마음 같아선 당장 달려가서 안아주고 그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싶었지만  참기로 했다.

그녀 방에 불이 켜지자 원우는 그냥 차에 올랐다.

 

술잔이 오갔다.

수다가 터졌다.

여자들의 밤이다.

여자들의 비밀이 세어나오는 밤이다.

 

[나도 아가씨땐 한 몸매 했거든요.  우리 동네에선 미스코리아로 통했는데... 그래서 늘 목에 힘주며  뭇 남정네들 아랫도리 힘 팍~ 들어가게 만들었는데, 지금 내가 요렇게 펑퍼짐하게 퍼진 건 다 울 신랑때문이라구요.

울 신랑은 먹기위해 태어난 인간마냥 먹는 걸 왜 그렇게 즐겼는지 모른다니까요. 데이트 장소가 분식점, 고기전문점, 레스토랑, 횟집... 꼭 먹는데서 시작해서 먹는데서 끝났다니까요]

[야, 너는 그래도 데이트도 원없이 하고 먹는것도 원없이 먹어나 봤지. 난 고작 만나서 다방 커피나 몇잔 마시고 바로 결혼한 몸이야.

우리 집 인간은 밖에서 밥 먹으면 무슨, 큰일나는 줄 아는 양반이었다니깐]

 

[난요, 학교 생활을 마음껏 즐기지 못한게 가장 후회돼요. 철들면서부터 어머니가  너는 의사가 되어야 한다. 꼭 의사를 해야 한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그 소리를 들으면서 자랐기 때문에 의사가 되지 못하면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죠.

여고땐 요즘 말로 왕따였어요. 원리원칙만 따지고...친구도 없이 그렇게 지내다 대학갔죠.

그런데 대학가서 무언가 해보기도 전에  전남편을 만났고 그 남자가 세상 전분줄 알고 그렇게 또 살았어요.

큰일을 겪고 나서야 난 세상에 눈을 떴어요. 내가 참 바보처럼 살았구나...하는 걸 알았죠.]

 

[난 말이야. 내 남편을 낮에만 사랑하는 것 같어.  밤이 되면 이 인간이 왜 그렇게 미워지나 몰라. 자다가 벌떡 일어나면 남편을 패주고 싶을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어.

왠지 알어?  지 하고 싶을때만 나를 건드리거든. 그것도 좋다구. 하지만 내가 무언가 느낄 찰나에 꼭 찬물을 끼얹어. 내가 하고 싶어서 건드리면 여자가 밝히네 어쩌네...

죽이고 싶도록 밉다가도 낮에 하는 꼴 보면 세상에 다시없는 남자거든.]

[포기하지 말고 대화를 시도해 보세요. 조금씩...천천히...

내 기분이 지금 이런데  당신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라든지...

섹스도 생활의 일부고 그것을 나도 즐길 권리가 있는데 당신은 왜 내게 그 기회를 주지 않냐고...

난, 오다 가다 만나는 여자가 아니라 당신 아내야. 왜 내 기분은 무시하고 그래? 등등...]

[얘기한다고 통할 까?]

[시도는 해야죠. 안되는 게 어디 있나요? 하면 다 된다구요]

 

여자들은 수다는  끝이 없었다.

어린시절부터해서 학창시절, 첫사랑 이야기, 첫 경험 이야기...남편 몰래 다른 남자한테 연정 품은 이야기... 슬펐던 일, 즐거웠던 일... 등등....

 

은영과 수빈이 제일 먼저 잔을 놓고 뒤로 물러나 졸기 시작했다.

그리고 치과 원장이 두손을 들고 항복을 하더니 소파 위에 널부러져 자기 시작했다.

정화씨와 원영씨가 술잔을 주고 받았다.

 

목이 탔다.

수빈은 깃털처럼 가벼운 무언가가 자신의 볼을 간지럽히는 걸 알았다.

무거운 눈꺼풀을 떴다.

날이 밝았다. 대낮인 듯 했다.

목도 마르고 머리도 지끈 아팠다.

몸을 돌리자 제일 먼저 원우의 얼굴이 보였다.

그는 침대에 앉아 있고 그녀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잠시동안 상황 판단이 되지 않았다.

 

[여자들이 아주 끝장을 봤더군...]

 

원우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수빈은 얼굴을 징그렸다.

 

[어떻게...당신이 여기...?]

 

대답대신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에 난 멍 자국을 만졌다.

순간 놀란 수빈이 고개를 돌리려고 했으나 그가 허락하지 않았다.

 

[당신...새 엄마라는 여자가 또 한번 이런 짓 하면 내가 용서하지 않을거요]

그가 강한 어조로 말했고 그 말에 수빈의 눈이 커졌다.

 

[아니, 어느 누구든 당신에게 손 대는 자가 있다면 가만두지 않을거요]

 

수빈은 그의 손을 뿌리치며 그에게 등을 보이며 누워 버렸다.

 

[못 본 걸로 해주면 좋겠어요.   원영씨한테 무슨 얘기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

[내가 그랬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당신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당신과 당신의 가족....]

 

그의 말에 수빈이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얼마나...얼마나 안다는 거죠? 뒷조사를 했나요? 내가 누군지 뭐하는 여잔지 가정 환경은 어떠한지...그런 거 조사 했나요?]

 

가시돋히고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그녀를 보며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얘기하면 이해하겠지...보희씨...]

[... ...!]

[보희씨의 남편이 내 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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