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반도체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226

오늘...나랑 잘래요?


BY 데미안 2006-07-05

 

피로연 내내 수빈은 멍한 기분이었다.

당신을 사랑해... 당신을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당신을 ... 사랑해... ...

 그 말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심장 떨릴만큼 황홀한 고백이었다.

싫지 않았다.  오히려 우쭐한 기분이 드는 건...왜일까?

 

그의 친구들은 그가 여자를 데려온 것에 대해 놀라워하면서도 반가워했다.

그는 친구들과 얘길 하는 동안에도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았고 그의 친구들이 간혹 짓궂은 농담을 하면 그게 그녀에게 상처를 입히기라도 할까봐 머리를 쓸어 주기도 했다.

수빈은  그의 또다른 자상한 면을 보면서 자신의 가슴속에서  따스한 감정이,

눈물날만큼 따스한 무언가가 슬며시 피어 오른다는 걸 느꼈다.

그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

직업상, 사건이 터지면 바로 달려가야 하는 이유도 있지만 운전대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극구 사양했다.

대신 그녀는 그의 친구들이 권하는 맥주를 몇잔 마셨다.

기분이 좋을 정도로만...

피로연은 늦게까지 계속 되었지만 원우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더니 수빈을 일으켜 세웠다.

친구들의 야유에 나중에 술 한잔 산다는 약속을 하고  일단 빠져 나왔다.

 

[경찰서로 다시 들어가는 건가요?]

그녀가 묻자 지하 2층 버튼을 누르면서 그가 싱긋이 웃었다.

 

[거짓말이 듣고 싶어?  진실을 듣고 싶어?]

[네에...?]

 

그가 다시 웃었다. 그리고 길게 숨을 토해내며 그녀를 빤히 보았다.

 

[사실...당신에게 그런 식으로 사랑 고백을 하려든건 아닌데...좀더 분위기 있고...좀더 형식을 갖춰서 고백 하려고 했는데...당신이 너무 가까이 있는 바람에 내 감정을 미처 제어하지 못했어]

 

그의 말에 그녀의 가슴이 다시 세차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당신은 내게...사랑이었는데...당신은 아닌 거 알아. 그래서 너무 서두르지 말자고...당신 마음이 열릴때까지  겁먹지 않게 하려고 했는데...]

 

그가 피식 웃으며 손으로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오늘은...나도 모르게 내 감정이 그대로 나와 버렸어. 그리고 계속 당신 옆에 있다간 내가...내가 나 자신을 믿을 수 없을 것 같아서...그래서 당신을 집에 일찍 데려다 주려고 나온거요.

착하지?]

 

그는 소리내어 웃었지만 그녀는 웃지 않았다.

그가 고맙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

엘리베이트가 지하 2층에서 멈췄다.

그가 그녀의 손을 꼭 쥐었다.

 

[내 감정에 겁먹고 설마...도망가는 건 아니겠지? 난 의리도 있고 소위 정조관념도 있고 끈기도 있는 놈이야. 당신이 다른 놈에게 반해서 가지 않는 이상 언제까지나 기다릴 인내도 있소.

그리고 당신 사랑한다는 거...그것만 기억하고 있어주면 좋겠소. 알았지?]

 

그의 차가 주차해 있는 곳까지 걸어 가는 내내 그는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았다.

이 남자...참 괜찮은 남자다....

저절로 깨달음이 왔다.

 

차 앞에 서자 그가 그녀의 손을 놓으려고 했으나 그녀가 다시 그의 손을 잡았다.

그가 무슨 일이냐는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정말...나를 사랑하나요?]

그녀는 자신이 내뱉어 놓고도 흠칫했지만 그 또한 그녀의 갑작스런 질문에 놀란 표정이었다.

그러나 이내 빙긋이 웃었다.

 

[내 경찰 명예를 걸고 맹세해! ]

[왜 사랑하죠? 나에 대해 잘 모르잖아요?  내 환경...내 부모...]

 

그가 한숨을 내쉬더니 그녀의 손을 잡고 토닥거렸다.

 

[내게 중요한 건 당신이야. 내 가슴이, 내 심장이 당신을 원하는데...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생전 처음으로 채 수빈이란 여자 앞에서 심장이 오그라드는데 사랑하지 않고 베기겠냐구.

그냥 당신이 좋아. 사랑해. 내 보호하에 두고 싶어]

[당신...이 원우씨 당신...참 괜찮은 사람이에요]

[어이구. 이제서야 알아 보십니까, 채 수빈씨?]

 

그가 농담조로 말하면서 웃었다.

 

[점점 나아지고 있는 것 같으니깐 그걸로 만족하리다. 갑시다. 너무 늦었어]

[오늘...나랑 잘래요?]

 

그가 경직된 몸으로 그녀를 돌아 보았다.

담담하고 투명한 얼굴로 그녀가 그를 빤히 보았다.

 

[난...당신과 자고 싶은데...]

하면서 그녀는 살며시 그의 손을 놓고 몸을 돌렸다.

 

[싫으면 말구요...그래도 난 오늘 이 호텔에서 자고 갈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