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당신은 어떠했소?]
공원의 노상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면서 원우가 물었다.
그녀는 웃었다.
날씨가 점차로 더워서 그런지 공원의 곳곳에는 사람들로 북적댔다.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지만...
[아마도...무척 모범생이었을 것 같은데?... 무엇하나 거스림없이, 정도를 걷는...]
[그렇게 보여요?...훗...잘못보셨네요.
그때는... 그 시절의 사춘기 소녀답게 짓궂은 짓도 하고 하지 말라던 일도 곧잘 했어요]
[예를 들면?]
[음...공부 시간에 연애 소설을 몰래 읽는다거나...
쉬는 시간에 도시락을 까먹고...
주말이면 나이를 속이면서까지 나이트에 가고...들키면 혼나고...]
[정말이오?]
[그럼요. 저도 다른 애들과 마찬가지로 할건 다 하면서 그렇게 보냈어요.
선생님한테 혼나고 그 벌로 화장실 청소도 하고... 그랬어요]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웃었다.
[공부만 열심히 했을 것 같아요?... 솔직히 공부는 그렇게 잘하지 못했어요. 그렇다고 밑바닥에서 헤맨것도 아니고...공부는 친구 보희가 잘했어요. 보희가 제겐 참좋은 공부 선생이었어요. 대학 합격도 어쩌면 그 애 덕분일거고...]
새삼 보희가 자신에게는 얼마나 고마운 친구인지를 깨달으며 수빈은 차를 마셨다.
[그런데...원우씨는 어땠어요?]
그가 소리내어 웃었다.
[난...그냥 눈에 안 띄는 조신한(?) 사내애 였다고 보면 될거요.
딱히 잘하는 것도 못하는 것도 없는 ... 난 얘기꺼리가 없소. 그건 그렇고...?]
그가 그녀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우리가 올빼미띠도 아니고...밤에만 데이트하지 말고 낮에도 합시다.
내가 당신 대신 가게를 봐줄 참한 아가씨를 소개시켜 주면 어떨까 싶은데...]
[... ...!]
[물론, 신원은 확신하고 또 100% 믿을만 하고...그건 내가 보증하겠소.
내가 필요해서 그런거니, 일당이든 월급이든, 그건 내가 지불하고...
어때요, 한번 만나보겠소?]
[누군...데요?]
그가 또 웃었다.
[내 동생]
[뭐라구요? 몇살인데요?]
[당신보다 한 살 적어요. 오래전...사고로 사람 기피증이 있소.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그 일로 직장 생활도 못하고..결혼도 안 한 상태요.
사실...당신이라면 그애한테 좋은 친구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저에 대해...알아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도 알고...만나고 싶어 하기도 해요.
걱정말아요. 당신 존재에 대해서는 아직 그 애밖에는 모르니깐...
한번...만나보겠소?]
수빈은 그가 말은 그렇게해도 몹시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가 동생을 끔찍히 사랑한다는 것도 알수 있었고...
무언가...!
가슴속에 말못할 아픔이 있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아픔을 느낄 수 있듯이
수빈은 원우의 말속에서 그런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당신이 보증한다니깐...한번 보내 보세요]
다음날. 11시쯤.
매우 다소곳한 아가씨가 수빈의 책방 안으로 들어섰다.
생머리를 말끔히 하나로 묶고 화장기도 없고...
청바지에 티를 입은 아주 평범해 보이는 아가씨였다.
[혹시...이 원영씨?]
여자는 수줍은 듯, 그러면서도 조금은 두려운 듯 미소를 지었다.
눈빛은 선량하기 그지없었다. 마치 어린애의 눈빛처럼...
그러나 수빈은 자신의 짐작이 맞음을 알수 있었다.
그녀에게는 다른 사람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었다.
수빈은 웃으며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전 채 수빈이라고 해요. 얘기...들었어요]
그녀가 조심스레 손을 잡았다.
따스했다. 원우의 손처럼...
[이리로...앉으세요. 커피...드려요?]
[네에...]
원영은 말이 없었다.
수빈은 가만히 그녀를 살폈다.
예뻤다.
예쁜 얼굴이었다. 그러나 생기가 없었다
도대체...이 아가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정말...배워보고 싶어요? 온종일 사람들 상대로 하는 일인데...]
[해보고 싶어요...그리고...오빠가 만나는 사람이 누군지...보고 싶었어요.
오빠가 좋아하는 사람이면...좋은 사람일것 같아서...]
[오빠가...날 좋아한다고 하던가요?]
원영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수빈 또한 달리 할말이 없어 따라 웃었다.
[원영씨가 여기 있게되면...아마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거에요.
특히 동네 아주머니들이 ......!]
말하기가 무섭게 문이 열리고 은영 언니가 들어섰다.
[어머! 나보다 먼저 온 손님이 있네?]
은영은 원영을 한번 훑어 보았다.
원영은 일어나 은영에게 인사를 했다.
[누구야?]
[오늘부터 책방 일을 배울 아가씨에요]
수빈은 두사람을 인사시켰다.
[언니가 잘좀 봐주세요]
[아. 그러니깐 이제 아가씨하나 데려다놓고 자기는 본격적으로 데이트 하시겠다?
진작 그럴것이지...근데 어떻게 구했어, 아가씬?]
[이 아가씨...원우씨의 동생이에요]
[뭐?]
은영은 처음에는 놀라더니 이내 알았다는 듯 씨익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나도 커피 한 잔 줘봐봐. 아니, 그런데 이 형사님한테 이렇게 예쁜 동생이 있었어?
몇살이지? 결혼은 했고?]
은영 언니의 질문이, 수다가 시작되었다.
원영은 활기 넘치는 은영 언니가 적응이 되지 않는지 혼란스런 눈빛을 하고 수빈을 힐끔 보았다.
수빈은 웃으면서 자리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