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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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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뭐니뭐니해도 .......


BY 데미안 2006-03-25

 

하루가 지나 아침이 되었다.

수빈은 정각 10시에 문을 열고 청소를 했다.

새로이 커피를 만들고 빠진 책이 있는지 체크를 한다.

그때쯤 은영 언니가 입가에  묘한 미소를 띄며 들어섰다.

수빈은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도 은영 언니는 궁금해서 밤새 잠을 설쳤으리라.

 

[커피 한잔 줄래?]

[앉으세요]

 

따뜻한 커피가 앞에 놓여도 은영 언니의 시선은 수빈에게 향해 있었다.

 

[무슨 영화 봤어? 밥도 같이 먹었어? 어땠어?

영화보면서 손도 잡고 그랬어? 이형사님 어때? 괜찮지 않어?

둘이 사귀기로 약속했어?

그러지 않았다면 자긴 바보중에 바보야. 알어?]

 

수빈은 그냥 싱겁게 웃으며 커피를 입으로 가져갔다.

 

[여자는 뭐니뭐니해도 나 좋다. 하는 남자에게 시집가야 해.

이형사님은 자기가 정말 좋은가봐. 남자들 중에 그런 사람이 있다잖아.

아! 이 여자구나!...하는 느낌. 이형사가 그런 케이스같어]

[그래서 나중에 아니다 싶으면요]

[자긴 뭘 그리 앞서갈려고 그래. 현재가 중요하잖아.

그리고 미스 채 자기도 진짜 좋은 여자잖아. 내가 2년 가까이 지켜봐서 알아.

예쁘지, 착하지, 매력도 있겠다. 능력도 되겠다.

여자가 그 정도면 과분하지 뭘 더 바라겠어?]

[아니오... 전 부족한 게 많고... 결점투성이고... 조건도 좋지 않아요]

 

은영 언니는 수빈의 손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자기가 뭘 걱정하는지는 몰라도... 여자 팔자. 그거 어떤 남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져.

지가 아무리 공주같이 자랐고 최고의 학벌을 자랑해도 남자 잘못 만나면 도루묵이야.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에게 설사 무언가 부족한 게 있어도 그걸 채워주고 결점투성이면  매꿔줄 줄도 알고  조건이 나쁘면 감싸줄 줄도 알고...그게 안되는 남자면 자기가 차버려.

그런 남자는 사랑 받을 가치도 없으니깐.

그런데 이형사님은 ... 글쎄, 그렇게 옹졸하고 형편없는 남자로 보이지는 않든걸?

터프하게 자기한테 작업 거는 걸 보면 모르겠어?]

 

수빈은 이렇다 저렇다 대꾸가 없었다.

아직은...그에 대해 아무런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냥... 그의 말대로 그냥  그렇게 가볍게, 친구처럼 ... ...!

 

[그렇게...만나도 되는걸까?]

 

오전은 그렇게 빠르게 흘러갔다.

휴대폰이 울렸다.  보희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이 원우였다.

 

-점심 먹었소?-

 

수빈은 시계를 본다. 벌써 1시다.

 

-그럴것 같았소. 같이 먹으면 좋을텐데 지금 사건이 생겨 현장 가는 길이오.  거르지 말고 챙겨 먹어요.  알았소?-

[...네에...]

-나중에 또 전화하리다-

 

그리곤 뚝. 끊겼다. 웃음이 절로 나왔다.

기분이 좋다고 해야 하나 당황스럽다고 해야 하나...

하여튼 종잡을 수 없는 남자였다.

그리고 그런 행동이 과히 밉지 않았다.

 

그날, 문을 닫을 때쯤 그가 책방안으로 들어섰다.

그전에 그가 전화를 한 건 세 번이다.

점심때.

점심 먹었는지 확인 전화.

동료들과 저녁 먹는다고 저녁 챙겨 먹어라고 전화.

그리고 방문...

 

[오늘 당직이라 , 이때 아니면 못 볼 것 같아서 왔소. 집까지 데려다 주겠소]

[아뇨... 집이라고 해봤자..5분 거리도 안돼요. 바로 뒤 쪽 아파튼데...?]

[알고 있소.  1분이라도 당신과 있고 싶어서 그래요. 정리 끝났으면 갑시다.

여기서 커피 한 잔 주면 더 고맙고...]

 

그가 웃었다.

 

[앉..아요]

 

그녀는 그에게 커피를 내주었다.

 

[오늘은 단 1시간도 의자에 앉아 있지 못했소.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면서 그가 그녀를 바라보면서 다시 또 웃었다.

 

[아마도 이런 일이 많을텐데...당신이 싫어하지 않았음 좋겠소. ]

 

대답대신 수빈은 그냥 웃었다.

 

[난 내일 비번인데 낮에는 당신이 안되고... 저녁에는 되겠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