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안녕하세요?]
그의 출현에 수빈 또한 당황스러웠다.
얼떨결에 인사를 하며 일어섰다.
[어머! 그때 치과 사건때 오셨던 형사분이시네? 맞죠?]
은영 언니가 반가운듯 신기한 듯 밝은 목소리로 아는 척을 했다.
그가 가벼이 웃으며 목례를 했다.
[책 빌리러 오셨나보네?]
[죄송하지만... 영업시간이 지났거든요...?]
수빈은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왠지 그를 보는게 조심스럽고 어색했다.
[알고 있소...]
원우는 수빈을 빤히 보며 말했다.
눈치 빠른 은영 언니가 수빈과 원우를 번갈아보더니 갑자기 웃음을 지었다.
[어머나. 형사님 이제보니 우리 미스 채 보러 오셨구나? 그렇죠?]
[네. 맞습니다. 저의 프로포즈를 아주 단칼에 짤라 버리더군요]
그의 말에 은영 언니는 더 크게 웃었다.
그러더니 그를 끌어다 의자에 앉혔다.
[어쩐지...그때 미스 채 보는 눈이 야릇하더라니깐! 첫 눈에 반하셨구나. 맞죠?]
[그런 셈이지요. 그런데 이 아가씨는 제가 싫답니다. 그래서 ... 쉽게 말하자면 작업을 거는 중입니다]
[형사님 성격이 너무 화통하시네. 근데 쉽지 않을텐데?...어때요? 술 한잔 하실래요?]
[은영 언니...]
수빈이 제동을 걸었다.
안다는 듯 원우는 웃으며 일어섰다.
[그러고 싶지만 수빈씨한테 자꾸 점수 깎일 것 같으니 사양하겠습니다]
하면서 그는 수빈을 쳐다보았다.
[정식으로 데이트 신청하는 거요. 내일 1시에 시간 어떻소? 다른 건 접어두고 영화나 한 프로 같이 보지 않겠소?]
[저기... 죄송하지만 전 시간을 낼 수...!]
[그렇게해라, 미스 채야]
은영 언니가 얼른 수빈의 말을 가로챘다.
[형사님. 걱정마시고 한 시에 데리러 오세요. 알았죠?]
[아니, 언니...!]
은영 언니는 수빈을 잡아 끌며 원우에게 안심하고 가라는 손짓을 했다.
그가 싱긋 웃었다.
[그럼 부탁합니다]
그는 깍듯이 인사를 하고 가버렸다.
[어머 어머 어머!!! 너무 맘에 든다. 내가 뭐랬어. 총각이라고 그랬지? 어쩐지 처음 봤을때 자기랑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은영 언니는 손 뼉을 치며 좋아라했다.
[난 간다고 약속한 적 없으니깐 언니가 알아서 해요. 난 안가요]
[미쳤니, 미스 채야? 저런 남자를 거절해? 딱 보면 모르겠어? 저 남자 진국이야, 진국!
직업이 형사지만 저 남자 눈빛 봐. 아주 사랑이 넘치고 따스해 보여. 모르겠지?
가게는 걱정말고 데이트해. 내일 새벽에 들어온다고 해도 난 놀라지 않겠어. 아니. 차라리 내일 새벽에 들어와라, 미스 채야. 유혹해서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버려. 알았지?]
[앞서가지 마세요, 언니. 그리고 난...!]
[내일 예쁘게 하고 오지 않으면 나, 다시는 자기 안 본다. 나도 보는 눈이 있어서 그래. 저 남자 잡아. 알았어?]
다음 날.
은영 언니는 점심 도시락까지 준비해서 일찌감치 가게로 왔다.
그리고 수빈을 한번 보더니 씨익웃으며 만족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