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극심한 우울증을 앓는 20대 여성의 조력 자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405

술 한 잔 하실래요, 형사님?


BY 데미안 2006-03-21

 

[안, 안녕하세요?]

 

그의 출현에 수빈 또한 당황스러웠다.

얼떨결에 인사를 하며 일어섰다.

 

[어머!  그때 치과 사건때 오셨던 형사분이시네?  맞죠?]

 

은영 언니가 반가운듯 신기한 듯 밝은 목소리로 아는 척을 했다.

그가 가벼이 웃으며 목례를 했다.

 

[책 빌리러 오셨나보네?]

[죄송하지만... 영업시간이 지났거든요...?]

 

수빈은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왠지 그를 보는게 조심스럽고 어색했다.

 

[알고 있소...]

 

원우는 수빈을 빤히 보며 말했다.

눈치 빠른 은영 언니가 수빈과 원우를 번갈아보더니 갑자기 웃음을 지었다.

 

[어머나. 형사님 이제보니 우리 미스 채 보러 오셨구나? 그렇죠?]

[네. 맞습니다. 저의 프로포즈를 아주 단칼에 짤라 버리더군요]

 

그의 말에 은영 언니는 더 크게 웃었다.

그러더니 그를 끌어다 의자에 앉혔다.

 

[어쩐지...그때 미스 채 보는 눈이 야릇하더라니깐! 첫 눈에 반하셨구나. 맞죠?]

[그런 셈이지요. 그런데 이 아가씨는 제가 싫답니다. 그래서 ... 쉽게 말하자면 작업을 거는 중입니다]

[형사님 성격이 너무 화통하시네. 근데 쉽지 않을텐데?...어때요? 술 한잔 하실래요?]

[은영 언니...]

 

수빈이 제동을 걸었다.

안다는 듯 원우는 웃으며 일어섰다.

 

[그러고 싶지만 수빈씨한테 자꾸 점수 깎일 것 같으니 사양하겠습니다]

 

하면서 그는 수빈을 쳐다보았다.

 

[정식으로 데이트 신청하는 거요. 내일 1시에 시간 어떻소?  다른 건 접어두고 영화나 한 프로 같이 보지 않겠소?]

[저기... 죄송하지만 전 시간을 낼 수...!]

[그렇게해라, 미스 채야]

 

은영 언니가 얼른 수빈의 말을 가로챘다.

 

[형사님. 걱정마시고 한 시에 데리러 오세요. 알았죠?]

[아니, 언니...!]

 

은영 언니는 수빈을 잡아 끌며 원우에게 안심하고 가라는 손짓을 했다.

그가 싱긋 웃었다.

 

[그럼 부탁합니다]

 

그는 깍듯이 인사를 하고 가버렸다.

 

[어머 어머 어머!!! 너무 맘에 든다. 내가 뭐랬어. 총각이라고 그랬지?  어쩐지 처음 봤을때 자기랑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은영 언니는 손 뼉을 치며 좋아라했다.

 

[난 간다고 약속한 적 없으니깐 언니가 알아서 해요. 난 안가요]

 

[미쳤니, 미스 채야?  저런 남자를 거절해?  딱 보면 모르겠어? 저 남자 진국이야, 진국!

직업이 형사지만 저 남자 눈빛 봐.  아주 사랑이 넘치고 따스해 보여. 모르겠지?

가게는 걱정말고 데이트해. 내일 새벽에 들어온다고 해도 난 놀라지 않겠어. 아니. 차라리 내일 새벽에 들어와라, 미스 채야. 유혹해서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버려. 알았지?]

[앞서가지 마세요, 언니. 그리고 난...!]

[내일 예쁘게 하고 오지 않으면 나, 다시는 자기 안 본다. 나도 보는 눈이 있어서 그래. 저 남자 잡아. 알았어?]

 

다음 날.

은영 언니는 점심 도시락까지 준비해서 일찌감치 가게로 왔다.

그리고 수빈을 한번 보더니 씨익웃으며 만족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