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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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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한테 그냥 신경 끄는 건 어때요?


BY 데미안 2006-03-17

 

남자의 거리낌없는 고백은 수빈을 적당히 놀래키고 있었다.

그리고 확실히 이 원우라는 남자는 직선. 이라는 걸 깨달았다.

 

[난 입에 발린 소리를 하고 싶지도 할 줄도 모르는 남자요. 그냥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사람이오. 솔직히 난 처음부터 당신에게 호감이 갔소.

쉽게 말해서...뭐랄까... 요즘 애들 말로 한 눈에 뻑. 갔다고 합시다]

[이봐요, 전...!]

[뭐, 애인이 있다는 소리를 할려면 관두시오. 내가 그 정도도 파악않고 당신에게 이러진 않으니깐...]

[뒷조사 했나요?]

[뒷조사는 아니오. 비공식적으로 조회를 좀 했을 뿐이오. 미안하오]

 

덩치 큰 그의 친구가 커피를 가져왔다.

 

[혹시 이 녀석이 허튼 수작을 부리거나 두들겨 패주고 싶은 일이 생기면 날 불러요. 요~기 옆에 있을테니깐요. 알았죠, 수빈씨?]

 

그의 친구는 껄껄 웃으며 자리를 피해 주었다.

 

[당신이 결혼했다면...뭐, 포기를 했겠지만 설사 애인은 있다고 해도...글쎄요 솔직히 포기했을런지..그건 장담 못하겠소. 하지만 지금은 혼자라는 걸 알고 있소]

[그래서 쉽게 접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건가요?]

[당신이 쉬운 여자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소. 그랬다면 처음 만났을 때 당신과 난 한 침대에 누워 있었을 것이오]

 

그녀의 얼굴이 벌개졌다.

저돌적인 남자다.

 

[당신은...날 고민하게 만들었소]

[그럼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여자를 찾아보세요. 댁의 한 마디면 여자들이 순순히 따라올 거예요]

[그런 짓은 이미 오래전에 관뒀소. 육체가 원하는 여자가 아니라 마음이 원하는 여자를 원하오. 마음이 원하면 육체는 자연히 따라오는 거 아니겠소?  내겐 당신이 그런 여자요]

 

오싹할만한 전율이 그녀의 전신을 한번 훑고 지나갔다.

잠시 시선을 어디 두어야할지 몰라서 수빈은 커피를 입으로 가져갔다.

헤즐럿 향이 코를 자극하고 혀를 자극하고 가슴을 자극했다.

직접 뽑은 모양이었다.

 

[나란 놈. 괜찮은 놈이오.  한번 사귀어 봅시다]

[저한테 그냥 신경 끄는 건 어때요?]

 

그가 한 쪽 눈썹을 치켜 올렸다.

 

[댁의 말대로 전 애인이 없어요.  필요하지도 않고 필요성도 느끼지 않아요.  저도 이성으로서 남자들을 좋아하지도 않고 남자들도 절 ... 별로 좋아하지도 않아요.

한번 사귀어 보자?...그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아세요? 아니면요? 아니다 싶으면 ? 

그 핑계도 생각해 놓고 계신가요?]

 

수빈은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위험한 도박은 왜 해야 하죠? 결말이 눈에 보이는데...]

 

그가 한참을 빤히, 노려보듯 그녀를 보았다.

 

[무엇이... 무엇이 당신 마음을 그렇게 차갑게 붙들고 있는 거요?  당신은 왜 결말부터 보려고 하는 거요?  미래는 만들어 가는거지 결정짓고 가는 게 아니잖소]

[... ...!]

[당신이 어떤지 아시오? 얼음나라 공주같소.  남자들이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게 아니라 당신 얼굴에 그렇게 써 있기 때문이오]

[... ...?!]

[접. 근. 금. 지.]

 

수빈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대화는 여기서 끝내죠.  이제 서로 볼 일이 없으면 해요. 바래다 주지 않아도 좋아요...

즐거웠어요. 그리고 따라오지 말아 주세요. 부탁이에요]

 

수빈이 찬바람을 일으키며 사라지자 그의 입에서는 무거운 한숨이 길게 세어져 나왔다.

가슴 한 쪽이 왜 쏴~하게 아파오는지...

 

[이봐, 친구. 무슨 일이야?]

[술이나 좀 가져와. 오늘은 좀 마셔야겠어]

 

원우는 소파 등받이에 머리를 뉘었다.

채 수빈... 채 수빈......

마음에 드는데... 처음으로 자신의 가슴을 움직인 여잔데...

채 수빈.....

 

 

잠자리에 누워도 잠이 오지  않았다.

이 원우같은 남자를 만나 본 적도 없고 남자와 그런 대화를  나누어 본 적도 없었던 수빈은

왠지 자신이 감정적으로 그를 대하지 않았나...후회가 되었다.

그냥 간단하게 쉽게 싫다고 했음 됐을텐데...

그렇게 얘기해도 알아들을 사람처럼 보였는데...

한숨이 자꾸만 세어 나왔다.

 

하지만 그 남자의 영상이 자꾸 머리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좋지도 않지만...

솔직히 싫지도 않았다.

어딘가 사람을 움직이는 묘한 매력도 있는 사람이었다.

 

수빈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렇게 한 며칠 조용한 나날이 계속 되었다.

날씨가 점차로 따사롭고  눈부셔지자 덩달아 기분도 상쾌해져 갔다.

 

토요일 오후,

보희가 퇴근해서 곧장 수빈의 가게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