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극심한 우울증을 앓는 20대 여성의 조력 자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243

나란 놈한테 흥미 한 번 가져보겠소?


BY 데미안 2006-03-15

 

수빈은 들어가지 않으려 온 몸에 힘을 주었으나 남자의 무지막지한 함을 당해 낼 재간은 없었다.

 

[어? 오랜만입니다, 이 형사님...?]

 

포장마차의 주인인듯한 40대의 남자가 반갑게 그를 반기더니 겁먹은 토끼마냥 쭈삣거리며 서 있는 수빈을 조심스레 살폈다. 그러더니 빙그레 웃었다.

 

[어이구, 이 형사님이 여자분을 모시고 오기는 처음입니다?  애인이신가 보네요? ]

[아, 아니!  전...!]

[우동 두 그릇 맛있게 말아 주십시요]

 

원우는 그녀의 말을 무 자르듯 뎅강 자르고는 그녀를 안쪽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가 손목을 놓자 짜릿한 욱신거림이 그녀를 찡그리게 했다.

하지만 수빈은 잠시 그 아픔을 접어두고 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댁이 정말 경찰이라면 이런 짓은 더더욱 하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누가 댁이란 우동 먹자고 했나요? 왜 남의 의사는 무시하는 거죠?]

 

수빈은 잇 사이로 뱉아내 듯 입을 열었다.

 

[우리가 같이 마주 앉아서 우동을 먹을 정도로 친숙한 사이인가요? 전 댁이 누군지도 모르고 이 시간에 이런 곳에서 우동 먹고픈 생각도 없는 사람이에요. 알겠어요?  댁이 혼자서 두 그릇 다 드시고 가세요. 전 이만 실례할테니깐...!]

[내 이름은 이 원우고 당신 이름은 채 수빈... 그 정도면 50%는 안다고 할 수 있지 않소?]

 

그는 한치의 흔들림없이 수빈을 빤히 보며 말을 걸었다.

 

[그리고 모르는 사이면 어떻소? 이제부터라도 알아 가면 되잖소]

 

우동이 그들 앞에 놓였다.

 

[근데, 이 형사님 보는 눈이 보통이 넘는군요?  애인 되시는 분이 아주 미인이십니다]

 

두 남자는 수빈의 기분따윈 아랑곳않고 즐거운 듯 허허..하며 웃음을 주고 받았다.

 

[전 댁을 알고 싶지 않거든요. 그러니 저한테 신경 꺼 주세요]

[우동이나 먹어요. 불면 맛 없어요]

[전 배고프지 않아요. 설령 배고프다해도 먹고 싶지 않아요. 체 할 것 같으니깐...]

[이 집 우동 맛있으니까 먹어 봐요]

 

수빈은 고개를 돌려 외면해 버렸다.

그는 더이상 권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유롭게, 아주 한가롭게, 편안하게 우동을 먹기 시작했다.

맛있게 먹었다.

입안에 침이 고이게 할 정도로 그 남자는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러나 수빈은 외면했다.

어느새 그가 그녀의 몫까지 먹기 시작했다.

다 먹어치우자 남자는 주저앉고 포장마차를 나왔다.

시간이 12시다.

 

[이제 가도 되겠죠?  참고로 데려다 주지 않아도 괜찮으니...안녕히 가세요. 진짜!]

[차 한 잔 하기로 했잖소. 갑시다]

[아니, 이봐요!]

[친구 녀석이 24시 호프 집을 하고 있소. 커피 맛도 좋아요. 따라와요]

 

일방통행의 일인자였다.

그렇게 찍 소리도 못하고 수빈은 그가 권하는 자리에 앉을 수 밖에 없었다.

레스.호프집이었다.

손님들이 많았다.

친구라는 남자도 포장마차의 주인과 똑같은 표정을 지며 그녀를 훑었다.

 

[넘겨 짚지 마. 나를 무지하게 싫어하는 숙녀분이시다. 빚진게 있어서 모시고 온 거니깐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그나마 애인이라고 하지 않은 게 수빈은 고마울 따름이었다.

친구라는 사람은 이 원우의 두 배쯤 되는 덩치를 하고 있었다.

한 대 맞으면 그대로 갈 것 같은 무지막지한 손을 그녀 앞에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이 녀석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난 대환영이오.  강 재철이라 합니다]

[안, 안녕하세요. 채 수빈이에요]

[잠시만 기다려요. 내가 최고로 맛있는 커피를 대령하겠습니다]

 

수빈은 빙긋 웃었다.

 

[당신은 웃는 얼굴이 가장 매력적이오]

 

원우의 한 마디에 그녀의 웃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의 한숨 소리가 뒤를 이었다.

 

[역시...당신은 나한테만 쌀쌀맞군... 이유가 뭐요? 왜 나한텐 적대적이오?]

 

그러고보니 이상한 일이었다.

처음부터 그에게 호의적이진 않았다.

단순히 그녀가 경찰이란 직업을 꺼려해서일까?

아니면...그를 남자로 보인다는 점에서의 경계심 때문일까...

그러나 확실한 건 그를 보면 긴장이 되고 뭔지 모를 경계심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만화책 건은 내 다시 한번 사과하겠소. 사실 그 일은...당신을 한 번 더 보기 위한 핑계꺼리였소]

[... ...!]

[채 수빈씨. 나란 놈한테 흥미 한 번 가져 보지 않겠소? 난 당신이 맘에 드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