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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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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남자가 다 있어!


BY 데미안 2006-01-10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은영 언니의 우울한 방황이 끝날때가 되었다고 생각되었을 때 치과는 다시 문을 열었다.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 집 가정사야 어찌되었든 후덕하고 솜씨좋은 치과 의사를 잃지 않아도 된다는 건  정말 반가운 일이었다.

 

계절이 6월로 바뀌자 한 낮의 날씨가 조금씩 더워지기 시작했고 성질 급한 사람들은 벌써부터 짧은 옷을 꺼내 입고 다녔다.

 

학생 손님이 들어섰다.

주말이면 가끔 얼굴 도장 찍는 남자애였다.

 

[어, 누나. <신.불.사>(신이라 불리는 사나이) 5부, 10편부터 누가 빌려 갔어요?]

 

남자애가 안쪽에서 큰소리로 물었다.

아차 싶었다.

잊고 있었다.

 

[으응... 빌려 갔는데 아직이네. 전화해서 가져다 놓으라고 할께]

[에이...오늘 꼭 보고 싶었는데...할 수 없지... 며칠있다 다시 올게요]

[그럴래?  미안해.  잘가!]

 

남자애가 나가자 수빈은 전화번호를 찾아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이 원웁니다]

굵직한 목소리가 시원스레 퍼져 나왔다.

이 원우가 아니라 이 원수겠지...

 

[네에. 여긴 책방이거든요. 만화책 좀 갖다 주시면 안될까요?  찾는 사람이 있는데... 저도 장사를 해야 하잖아요. 댁이 막무가내로.....!]

[물건을 돌려 받고 싶으면 좀 더 공손해야 한다는 생각, 들지 않소? 그리고 지금은 바빠서 갈 시간이 없소. 보고 시간 나면 저녁에 갖다 주겟소. 그럼...]

[아니! 이것 보세요! 이것......!]

 

전화가 끊겼다.

[세상에! 뭐 이런 남자가 다 있냐! 기가 막혀서...  정말 재수없어!  아휴, 정말 왕짜증이야!]

 

수빈은 끊어진 수화기에 대고 화풀이를 했다.

 

[왕짜증?  난 아니겠지?]

 

언제 들어섰는지 눈을 크게 뜨고 은영 언니가 앞에 있었다.

 

[뭐야. 왜그래?  누구랑 싸운거야?]

[아뇨~  만화책 좀 가져다 달라고 하니깐  시간 나면 갖다 주겠다고 하잖아요. 기일도 훨 지났는데 말이에요]

[그래?  누군지 몰라도 배짱 한 번 좋으네. 그러나 그런 일로 열 받지마라, 미스 채. 건강에 안 좋다~]

 

은영 언니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며칠 전과는 다르게.

 

[미스 채. 이 스커트 어때? 이뻐? 나한테 어울리는 거 같어?]

 

은영 언니가 한바퀴 휙 돌면서 말했다.

연보라빛의 플레어스커트다. 수빈은 웃었다.

 

[네에. 잘 어울려요. 언닌 다리가 예뻐서  스커트가 아주 잘 어울려요]

[호호~ 사실 그 얘기가 듣고 싶었다는 거 아니냐. 커피 한 잔 줄래?]

 

커피 향이 가게안을 가득 채웠다.

 

[아저씨랑 외출 하셨어요?]

[어떻게 알았어? 맞아. 울 신랑이 쇼핑하자고 그러더라. 그래서 옷도 몇 벌 사고 외식도 하고...]

 

은영 언니는 행복한 듯 웃었다.

 

[우습지?  남자도 단순하지만 여자도 단순해.  남편이 한번만 잘해줘도  지난 십년간의 묵은 감정들이 다 사라지는 기분이랄까? 여잔 이 재미로 사는가봐]

[언니의 웃는 모습 보니 저도 기분 좋아요]

[아줌마들 겪어보니 우습지? 변덕도 심하고 말도 많고 참견도 심하고..]

 

수빈은 그냥 한 번 웃어 버렸다.

 

[참! 치과 다시 문을 열었던데 아세요?]

[그래? 잘됐다. 그래, 열어야지. 그렇잖아도 주위에서 다시 문 열라고 권유를 많이 한 모양이더라]

[그럼...원장님과 같이 하나요?]

[미쳤니?  원장은 나가고 없다고 하더라. 사모님 혼자 하실 생각인가봐. 뭐 혼자 해도 되지 뭐. 실력이야 원장보다 사모님이 나으니깐. 안그래?]

 

문이 열렸다.

정화씨다

 

[아유! 같이 가자니깐 그새를 못 참고~]

 

정화씨가 은영 언니를 흘겨 보며 한 마디 했다.

정화씨가 곱게 단장을 했다.

 

[어머. 어디 가게요?]

[시집쪽 돌잔치 같대]

은영 언니가 대신 말을 했다.

 

[나도 커피 한 잔. 수빈씨~~]

정화씨의 애교스런 말투에 수빈은 소리내어 웃었다.

 

[시부모랑 같이 가냐?]

[두말 하면 잔소리지. 언니. 난 이해가 안가.  평소 왕래도 없는 사람들인데, 그것도 그 쪽에서 초대도 않는데 일부러 간다고 얘기까지 하고 갈 필요가 뭐 있냐고.

그건 그렇다 치고 갈려면 그래, 당신들만 가시면 되는데 굳이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우리까지 굳이 끌고 갈 필요가 뭐가 있냐고! 울 남편도 그 사람들 잘 모른다더라]

[너 시부모도 어지간히 할 일 없어신가보다]

[난 그 속셈 알우! 그 집안이 좀 빵빵하다네. 울 시아버지, 원래 있는 사람들한텐 좀 굽실대는 스타일이시거든. 없는 사람은 아예 사람 취급도 안잖우.

어제 그 일땜에 울 신랑이랑 시아버지랑 한판 했잖우. 울 시아버지, 돌반지를 당신꺼랑 두개 사 오라고 하시더라. 웃기지 않어? 젤 좋은 걸로 사래. 울 신랑 안간대. 나더러 모시고 갔다 오든지 말든지 하라잖우. 아유~ ]

[그래서 가려고?]

[안가면?  안가면 보나마나 자리 깔고 누우셔서 우리를 죽이네~ 살리네~ 하실건 뻔한데, 휴우~ 내가 희생하고 말지]

[참나~....하여간 너 살 찌는 거, 그거 다 스트레스 살이다]

[그러게요~]

 

정화씨는 키득키득 웃었다.

 

[수빈씨. 내가 전에도 얘기했지만 결혼은 남자 하나 보고 가서도 안되더라. 그 집안도 꼭~ 꼼꼼히 살펴보고 가야돼. 안그럼 평생 골병이다~]

[에구~ 미스 채 머리 터지겠다. 찾아오는 여편네들마다 안 좋은 소리들만 늘어 놓으니...

결혼하고 싶어도 어디 겁나서 하겠어?]

[호호호! 그런가~?]

그러나 수빈은 그들이 모두 행복하고 만족스런 가정을 꾸리고 있다는 걸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