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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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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한 것들이 더 무섭다니까~~


BY 데미안 2005-12-08

 

정화씨의  얘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밖에서 내리는 빗줄기는 더 굵어지고 있었다.

 

[그런 일이 있고부터 점점 더 적극적이 되어 간 건 그 년이었대.  원장은 사모님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죄책감도 들고해서 그 한번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글쎄, 이젠 그 년이 꼬리를 치더라는 거야.

우습지 않수?  여자가 좋아서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나 잡아 잡수슈~ 하는데 그걸 마다할 사내놈이 어디 있냐는거지]

 

[그래서 그 지랄들을 했다는거야?]

 

[순진한 것들이 더 무섭지 않수?  아니, 그 얼굴로 사람들을 어쩜 그리도 감쪽같이 속일수가 있는지...우리는 그렇다쳐도  어떻게 사모님을 그런 말간 얼굴로 대할 수가 있었냐는 거지.

둘이서 사모님을 바보로 만든거잖우.

원장말로는 나중에는 그 년이 더 좋아서 미쳐 날뛰더래.  게다가 돈도 많이 줬는가봐.

그 년이 살고 있는 빌라도 원장이  얻어줬대. 그 년이 임신을 해서 애를 낳겠다고 하니깐 원장이  수술하는 대가로 빌라를 얻어줬대. 그러고는 본격적으로  즐긴거지 뭐]

 

[그것들은 인간도 아니야. 사모님이 미치지 않은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아니, 그 원장이 그런 일 저지르고 다닐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어?  허이구~ 하여튼 사내놈들은....!]

 

문이 열리고 전경(전투경찰)이 들어 섰다.

은영 언니를  비롯해 모두 입을 다물고 그 전경을  주시했다.

그래도 경찰밥을 먹는 사람인지라 괜스레 주춤해지는 모양이었다.

아주 애띠어 보이는 전경은 여자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자 쑥스러운지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저기...<신이라 불리우는 사나이>라는 만화책 있습니까?]

조심스런 말투였다.

 

[네에. 이쪽으로 오세요]

 

남자는 <신이라 불리우는 사나이>의 1부  을 빌려 갔다.

 

[경찰들이  할 일도 어지간 없는가보지?  만화책이나 빌려보게]

 

은영 언니의 한 소리가 이어졌다.

 

[그 시간에 동네나 한 바퀴 더 돌지]

 

[언니도 참... 전경들이 그런 일 하는 거 봤수? 쟤들은 데모 하는데나 불려 다니잖우. 알고 보면 젤로 불쌍한 애들 이잖아. 괜한 곳에 화풀이 마우]

 

[그래, 사모님은 어떡 하고 계시데?]

 

[담담한가 봐요. 그러니깐 경찰서까지 찾아갔지.  그렇지만 그 속이 어디 속이겠수.  그렇게 믿었던 남편이랑  직원한테 배신당했는데 멀정하겠수.  사람이 걸어 다니는 해골입디다]

 

[어이구... 어이구, 어리석은 남자들 같으니라구... 그 놈의 욕정이 뭐라구...지 마누라가 다른 놈하고 붙었다고 하면 눈알이 뒤집혀 난리를 치면서 지가 그 지랄할땐 마누라는 생각지도 않지...]

 

[사모님이 그 년한테 빌라 정리하라고 하셨는데 그 년이 절대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다네. 자신은 몸 버리면서까지 얻은 거라곤 그거 하나뿐이라면서... 자신은 죄가 없다고 한다네. 따지고 보면 자신도 피해자라면서... 아무래도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아]

 

[그 년, 진짜 못된 년이네. 싹싹 빌어도 시원찮을 판국에 뭐?....]

 

수빈은 커피를 잔에 따랐다.

그리고 창가에 섰다.

더 이상은  듣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아줌마들의 수다를 듣고 있노라면 재밌는 것도 있고 슬픈 것도 있고

안타까운 것도 있지만... 간혹, 듣고 싶지 않은 얘기, 듣지 않아도 좋을 얘기들도 있다.

이번같은 경우도 그러하다.

 

건너편  경찰서에서 한 남자가 우산을 들고 나오고 있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그 남자가 시선을 들어 그녀를 보았다.

순간적으로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 남자다!

수빈은 몸을 돌려 버렸다. 순간적인 행동이었다.

그 남자, 치과에 도둑이 들었다면서 가게에 와서 이것 저것 묻고 간  그 사람이었다.

재수없어......!

수빈은 경찰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다.

어릴때 파출소 앞을 지나면서

[군바리(군인을 속되게 부르는 말)~~~~]라고 했다가   경찰들한테 야단아닌 야단을 들은 후부터 은근히 군인이나 경찰을 보면 피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러나 재수없는 일은 그 다음 날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