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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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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남자들이 바람 핀다해도......


BY 데미안 2005-11-25

 

분위기 탓인지 촉촉히 내리는 빗물이 구슬프게도 보였다.

사실, 치과 일은 수빈에게도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평소 한번씩 부딫쳐도 고개를 까닥여 인사할 정도지 그 흔한 말 한마디 주고 받은 적이 없을 정도로 깍듯한 사람이고 깔금한 스타일이인 사람이 치과 원장이었다.

 

[미스 채야, 사람 사는 일이 재밌지 않냐? 놀라움의 연속이고 충격의 도가니 속이고 에측 불허의 세상이 아니냐.

참나... 내가 기운이 다 빠진다, 빠져.]

 

문이 열리고 육중한 정화씨와 그 정화씨의 단짝 친구인  지연 엄마가 아이를 업고 들어섰다.

애를 셋이나 낳은 지연 엄마는 새침떼기로 통한다.

 

[아유! 날씨 꼬라지가 왜이래. 사람 마음까지 뒤숭숭하게시리...]

 

그럴진 몰라도 오늘같은 날, 장사는 잘 된답니다, 정화씨....

수빈은 속으로 그렇게 말하며 그들을 반겼다.

 

[그렇잖아도 자기 기다리고 있었어]

 

치과 속사정이 궁금한 은영 언니의 목소리에는 조바심과 호기심이 묻어 있었다.

 

[아유, 언니두. 숨넘어 가겠수]

 

반면 이미 다 알고 있는 정화씨의 표정은 여유 그 자체였다.

지연 엄마가 애기를 풀어 놓았다.

이제 돌 지난 사내 애는 엄마 등에서 풀려 나기가 무섭게 안쪽으로 뒤뚱거리며 걸어가기 시작했다.

 

[노옴~~~ 어질려 놓으면 이 아줌마가 맴매한다~~~]

 

은영 언니의 농담반 진담반인 말이 길게 이어졌다.

사실 수빈은 그런 은영 언니가 고마웠다.

솔직히 아이가 어질러 놓아도 수빈은 감히 무어라 하지를 못한다.

그렇다고 애 엄마가 알아서 하는 것도  아니고....

애가 남의 가게를 난장판으로 만들어도 지연 엄마는 그저 대견하다는 듯... 귀엽다는 듯...

그냥 웃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수빈의 마음을 눈치챈건지 천성이 깔금해서 그런지 은영 언니는  바로 제동을 걸어 주었다.

 

[지연 엄마. 여긴 가정집이 아니고 엄연한 영업 장소다. 놀러 와서 수다를 떨 지언정, 방해를 해서는 안되는 거 알제? 그러면 우리가 미안해서 놀러 오지를 못하쟎아.

저 미스 채가 착해서 그렇지 다른 아가씨를 같으면 난리난다. 자기 애, 어지러지 못하게 해]

 

그 말이 있고 난 후 지연 엄마는 가끔 애 데리고 놀러 와도 애가 책을 빼거나 하면 쏜살같이 같이 가서 혼내곤 했다. 그런 일이 반복되자 애기도 거의 책을 빼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아파트 내에서 은영 언니의 파워는 막강했다.

아파트내의 궂은 일 좋은 일은 앞장서서 하는 사람이라 누구도 그 앞을 막는 사람이 흔치 않았다.

또 은영 언니에게 대들어봤자 좋을 게 없다는 걸 겪어 본 사람들은 아는 터라  감히 반기를 들지 못한다.

 

[자, 이제 얘기해봐.  일이 어떻게 된거야?]

[참나,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다는 게 맞는 말인가 봐]

 

정화씨가 입을 열었다.

 

[에구... 세상 모든 남자들이 바람 핀다해도 내 남편만은 아니겠지 한다든데...치과 사모님도 그 케이스 였잖수.  쳐 죽일 놈!  바람 피는 놈들은 죄다.....]

[야, 본론부터 들어가]

 

[작년인가, 제작년인가?...왜 사모님이 유산 하신적 있잖우?]

[있지]

[그 때부터 였대]

[뭐야? 그렇게나 오래?  이런 벼락맞아 죽을 놈!]

 

[그 때 사모님이 몸이 편찮아서 치과에도 못 나오고 그랬잖수. 간호사들이 사모님 댁으로 들락거리며 간호도 해주고,  치과 원장님이 헌신적으로 돌본다고 다들 부럽다고 난리친 거 기억나우?]

[나지. 저런 남편 없다고  난리였지]

 

[그러게 말이우.  사모님은 집에 누워 계시고 원장님은 밤 늦게 까지 치과에 남아 있으면서 그 미스 김인가 하는 년하고 붙어서 지랄을 떨었다네요. 사모님이 그 년을 족치니깐 술술 나오더래요.

글쎄, 그 년이 중절 수술을 한 적도 있다고 하잖우]

[하이구, 미친 년. 볼장 다 본 년이네]

 

[근데, 처음엔 둘이 좋아서 붙어 먹은 게 아니래. 사모님은 자리 깔고 누웠지, 이 사내놈의 거시기는 하고 싶어서 벌떡 서지,  꼴에 의사라고 딴데가서 풀자니 자좀심 상하고... 눈 뜨고 보니 눈 앞에 팔팔하고 풋풋하고  한 게 엉덩이 흔들고 있으니 군침이 안 돌았겠수.

그 미스 김 말이, 어느 날 원장님이 정리해야 할 일이 남았으니 좀 남으라고 하더래.

미스 김은 그런가 보다...하고 남아 있엇겠지.

근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원장이 다짜고짜 덤비더래. 그러니 아가씨가 당해내겠수?

더 웃기는 건 미스 김 한다는 소리가 그 날 한번으로 끝난게 아니라 원장이  끝나기가 바쁘게 또 덤비더래. 해고 당할까봐 찍 소리도 못하고  다리를 벌려 줬나는 거래.

그러자 원장이 처녀도 아닌 것이 두 번째는 지도 좋아서 지랄을 떨었으면서  순진한 척 하지말라고 하더래. 그리고 원장이 그 대가로 돈을 백만원이나 줬다지 뭐유]

 

[세상 참, 말세다!  쌍으로 미쳐서 놀고들 있네]

 

멀찌기 떨어져 앉아서 듣고 있는 수빈의 안색도 좋지 않았다.

놀랍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얘기였다.

그래서그런가  비가 내리는 바깥이 이제는 얼씬년스러워보이기까지 했다.

작은 한숨이 그녀의 입 사이로 흘러 나왔다.

 

[사모님이 그 얘기 듣고 기절까지 했다는 거 아니우.]

[기절은 왜 해! 나같으면 그 년놈들의 머리 꺼댕이를 죄다 뽑아 놓을텐데... 그래서?]

[들어봐. 그 뒤가 더 재미있다니깐]

[뜸들이지 말고 빨리 얘기해]

 

[여자고 남자고 그 맛에 빠지면 눈에 뵈는 게 없는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