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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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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바람이니?


BY 데미안 2005-07-15

 

수빈과 보희는 귀가 솔깃했다.

먹는걸 멈추고 두 사람의 시선은 은영 언니에게로 향했다.

 

[범인이 누군지 알면 놀라겠지만 그 보다 더 놀라운 건 따로 있더라니깐! ]

[뭐가요? 아유 궁금해. 빨리 얘기 좀 해보세요]

 

보희가 숨넘어가는 소리를 했다.

 

[글쎄... 치과를 난장판으로 만든 범인이  사모님이래]

[에? 설마요!]

[아니야. 진짜래. 나도 처음에 그 얘기 듣고 보희씨랑 같은 반응을 했는데 치과 사모님이 아침에 경찰서로 갔다더라. 남편도 같이]

[정말요? 아니 그 사모님이 무엇때문에 자기 치과를 그렇게?...]

[그게 더 기가 차고 우습더라니깐]

 

은영 언니의 음성이 작아졌다.

 

[그 치과 남편이 글쎄, 바람을 폈다지 뭐야, 바람을!]

 

놀랄 일이다.

믿어지지도 않았다.

 

[사람이 늘 얌전하고 가정적으로 보였고 또 실제로 그런 사람이었대. 깔끔하고 보수적이라  설마 다른 여자랑 놀아날 거라곤  생각을 못했는데 말이야. 웃기잖어? 웬 바람이래?

거기다 더 기가 찬 건 상대 여자가  치과 간호사라는거야. 예쁘장하니  다소곳해 보이는 그 미스 김 있잖아]

 

[세상에!  한참이나 어린데!!!!!!!]

 

입이 떡 벌어지는 순간이었다.  미스 김이라면 수빈도 안다.

심심하다며 한번씩 미스 신과 들리곤 했었다.

말수도 적고 수줍음도 많고...

 

[그렇게...유부남과 정분이 날 만큼  과감한 성격의 아가씨로는 보이지 않았는데...]

 

수빈이 한마디 했다.

 

[그러니간 옛말 틀린 게 하나도 없다니깐. 얌전한 게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잖아.

사모님이 간호사들한테 얼마나 잘해 주셨냐?  근데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니 머리가 돌지 않겠어?  치과를 저 모양으로 만든게 이해가 돼. 아마 나라면 그보다 더했을거야. 년놈들 머리꺼댕이를 죄다 뽑아 놓든지  콩밥을 먹이든지...

에구, 사모님만 불쌍치. 안그래?]

[......!]

 

수빈과 보희는 할말을 잃었다.

 

[딸만한 년하고 바람을 폈으니...이런걸 원조교제라고 해야하나, 간통이라고 해야하나?

어이구... 사내 놈들한테 돈을 쥐어 주면 안돼. 등 따시고 배 부르면 딴 짓 하는 게 사내놈들의 본능이야]

[세상 모든 유부남이 바람 피는 건 아니잖아요. 언니 아저씨도 그렇고 정화언니네도 그렇고 ...]

 

수빈이 말했다.

 

[정화? 먹고 살기도 바쁜 양반이 바람은 무슨 ...툭 하면 사고치는 시아버지땜에 정화  신랑은 등꼴이 빠져. 그리고 울 남편? 허이구! 차라리 울 남편이 바람피는 게 났겠다.  반은 중인 양반이야. 게다가  섹스를 열 세기도 전에 끝내는 대~단한 사람이 울 남편이다. 거기다 지 마누라가 샤워도 않고 잠들면 무슨 전염병 환자인줄 아는 사람이 딴 여자랑 바람을? ]

 

실실 웃던 보희가 일어섰다.

 

[남편 아는 친구가 경찰서에 있는데 함 알아 보라고 해야지... 은영 언니. 부침전 잘 먹고 가요. 다음에 봐요.... 수빈ㅇ아, 간다]

 

빗줄기가 좀전보다 더 굵어졌다. 바깥이 부옇게 보이기까지 했다.

 

[나도 자세한 내막은 잘 몰라. 정화가 와야 확실히 알 수 있는데... 커피나 한 잔 찐하게  더 타줘봐. 비오는 날엔 커피가 제격이야...]

 

우울한 소식에 딱 어울리는 빗줄기라고 생각하면서 수빈은 커피를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