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이 지나도 치과는 문을 열지 않았다.
미스 신이 오전에 나오더니 시무룩한 얼굴로 다시 돌아 갔다.
아침부터 보슬비가 내리더니 차츰 빗줄기가 굵어지고 있었다.
그 빗속을 뚫고 커트 머리를 한 여자가 들어섰다.
[참 시원하게도 내린다. 난 이런 비가 좋더라. 거세지도 않고, 그렇다고 추적추적 하지도 않고... 무언가 일 저지르기 딱 좋은 비잖아. 안그래?]
친구, 보희다. 이 보희.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생이다. 몇 안되는 친구중 한명이자 가장 절친한 사이이기도 하다.
보희는 건너편 구청 서무과에서 근무한다. 역사를 전공하고 가이드로 활약하다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그리고 결혼 후 공무원 시험을 보고 구청에 자리를 얻은 것이다.
[점심 먹자]
보희는 들고 온 종이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냈다. 삼단 도시락.
아침 일찍 깨었는데 잠이 오지 않더란다.
그래서 김밥이며 초밥이며 샌드위치를 만들었단다.
거기다 과일까지 가득 채워서 들고 왔다.
[오늘 포식하게 생겼네]
[내가 안 챙기면 누가 널 챙겨 주겠냐? 니가 부모랑 같이 살기를 하냐, 그렇다고 애인이 있냐? 그러니 나라도 한번씩 챙겨야 하지 않겠어?]
[그래, 눈물나게 고맙다 고마워]
[당연 지사지]
둘은 마주보며 웃었다.
[치과 턴 범인은 아직도지?]
차를 마시면서 보희가 물었다.
[그런가봐. 조용한 걸 봐서는... 근처에서 그런 일이 생기니깐 좀 무섭기도 하고... 썩 기분 좋지는 않아]
[경찰들은 뭐하나 몰라. 범인 잡기가 그렇게 힘든건가?]
[그러게. 빨리 좀 해결났으면 좋겠어]
[나겠지뭐. 근데 오늘은 어째 조용하다? 붙박이 아줌마들이 한 명도 얼씬않네?]
보희의 말에 수빈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가 와서 그런가봐. 오늘은 진짜 조용해. 하긴 이런 날도 있어야 하지 않겠어?]
[수빈이 너, 아줌마들과 너무 어울리면 시집가기가 더 힘들어진다?]
[왜? ]
[말들이 많잖아. 이집 저집 얘기에, 신랑이며 시집얘기... 등등. 들어서 좋을 게 뭐, 솔직히 없잖아]
[그렇지도 않아. 그럴것 같은데도 막상 하는 얘기보면 그런 얘기들은 얼마 없어. 아가씨들이 모여서 하는 얘기들이랑 별반 다르지 않아. 그리고 모두 좋은 사람들이야]
[누가 나쁘다고 했나 뭐. 결혼도 하기 전에 결혼에 대한 환상이 깨질까봐 그래]
[난 재미있더라]
[퍽도 재미있겠다. 그건 그렇고... 너 소개팅 할래?]
보희가 화제를 바꾸었다.
[왠 소개팅?]
[너도 나이가 벌써 서른이야. 더 늦기 전에 결혼해야지. 울 신랑 친구중에...]
[됐어. ?楹六? 아줌마!]
수빈은 보희의 말을 막았다.
[요즘 결혼 적령기가 없어졌다는 사실 몰라? 그리고 난 그런 소개로 사람 만나고 싶지 않아. 결혼운이 있다면 언젠가 인연이 만들어지겠지 뭐. 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고 차나 마셔]
[얜! 정말 괜찮은 사람이란 말이야. 남주기 아까워서 그래!]
문이 열렸다.
[미스 채야. 이거 받어]
은영 언니가 어깨로 문을 받치며 쟁반 하나를 내밀었다.
수빈은 얼른 쟁반을 받았고 보희가 문을 잡아 주었다.
[응? 보희씨도 와 있었네. 내가 타이밍을 잘 맞춘것 같아]
은영 언니가 들고 온 건 해물 부침이었다.
금방 배불리 먹었는데도 입안에 군침이 돌았다.
수빈과 보희가 다시 젖가락을 들었다.
[맛있네요! 같이 드세요]
수빈이 나무 젖가락을 내밀자 은영 언니는 손을 저었다.
[난 먹었어. 난 이상하게 비만 오면 부침개를 하게 되더라. 한번 두번 하다 보니깐 이젠 비가 오면 절로 주방쪽으로 가진다니깐.... 참! 얘기 들었어?]
[무슨... 얘기요?]
[치과 범인 말이야!]
은영 언니는 정색을 하며 입을 열었고 수빈과 보희는 먹다 말고 놀란 눈으로 은영 언니를 응시했다.
[세상에! 어쩜, 그런 일이 다 있다니? 웃기지도 않더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