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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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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세상에! 웃기지도 않는다 정말!!!


BY 데미안 2005-07-04

 

이틀이 지나도 치과는 문을 열지 않았다.

미스 신이 오전에 나오더니 시무룩한 얼굴로 다시 돌아 갔다.

아침부터 보슬비가 내리더니 차츰 빗줄기가 굵어지고 있었다.

그 빗속을 뚫고  커트 머리를 한 여자가 들어섰다.

 

[참 시원하게도 내린다. 난 이런 비가 좋더라. 거세지도 않고, 그렇다고 추적추적 하지도 않고... 무언가 일 저지르기 딱 좋은 비잖아. 안그래?]

 

친구, 보희다. 이 보희.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생이다.  몇 안되는 친구중 한명이자 가장 절친한 사이이기도 하다.

보희는 건너편 구청 서무과에서 근무한다.  역사를 전공하고 가이드로 활약하다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그리고 결혼 후 공무원 시험을 보고 구청에 자리를 얻은 것이다.

 

[점심 먹자]

 

보희는 들고 온 종이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냈다. 삼단 도시락.

아침 일찍 깨었는데 잠이 오지 않더란다.

그래서  김밥이며 초밥이며 샌드위치를 만들었단다.

거기다 과일까지 가득 채워서 들고 왔다.

 

[오늘 포식하게 생겼네]

[내가 안 챙기면 누가 널 챙겨 주겠냐? 니가 부모랑 같이 살기를 하냐, 그렇다고  애인이 있냐? 그러니 나라도 한번씩 챙겨야 하지 않겠어?]

[그래, 눈물나게 고맙다 고마워]

[당연 지사지]

 

둘은 마주보며 웃었다.

 

 

[치과 턴 범인은 아직도지?]

차를 마시면서 보희가 물었다.

[그런가봐. 조용한 걸 봐서는... 근처에서 그런 일이 생기니깐 좀 무섭기도 하고... 썩 기분 좋지는 않아]

[경찰들은 뭐하나 몰라. 범인 잡기가 그렇게 힘든건가?]

[그러게. 빨리 좀 해결났으면 좋겠어]

[나겠지뭐.  근데 오늘은 어째 조용하다?  붙박이 아줌마들이 한 명도 얼씬않네?]

 

보희의 말에 수빈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가 와서 그런가봐. 오늘은 진짜 조용해.  하긴 이런 날도 있어야 하지 않겠어?]

[수빈이 너, 아줌마들과 너무 어울리면  시집가기가 더 힘들어진다?]

[왜? ]

[말들이 많잖아. 이집 저집 얘기에, 신랑이며 시집얘기... 등등. 들어서 좋을 게 뭐, 솔직히 없잖아]

[그렇지도 않아. 그럴것 같은데도 막상 하는 얘기보면 그런 얘기들은 얼마 없어.  아가씨들이 모여서 하는 얘기들이랑 별반 다르지 않아. 그리고 모두 좋은 사람들이야]

[누가 나쁘다고 했나 뭐. 결혼도 하기 전에 결혼에 대한 환상이 깨질까봐 그래]

[난 재미있더라]

[퍽도 재미있겠다. 그건 그렇고... 너 소개팅 할래?]

 

보희가 화제를 바꾸었다.

 

[왠 소개팅?]

[너도 나이가 벌써 서른이야. 더 늦기 전에 결혼해야지. 울 신랑 친구중에...]

[됐어. ?楹六? 아줌마!]

 

수빈은 보희의 말을 막았다.

 

[요즘 결혼 적령기가 없어졌다는 사실 몰라?  그리고 난 그런 소개로 사람 만나고 싶지 않아.  결혼운이 있다면 언젠가  인연이 만들어지겠지 뭐. 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고 차나 마셔]

[얜! 정말 괜찮은 사람이란 말이야. 남주기 아까워서 그래!]

 

문이 열렸다.

 

[미스 채야. 이거 받어]

 

은영 언니가 어깨로 문을 받치며 쟁반 하나를 내밀었다.

수빈은 얼른 쟁반을 받았고 보희가 문을 잡아 주었다.

 

[응? 보희씨도 와 있었네. 내가 타이밍을 잘 맞춘것 같아]

 

은영 언니가 들고 온 건 해물 부침이었다.

금방 배불리 먹었는데도 입안에 군침이 돌았다.

수빈과 보희가 다시 젖가락을 들었다.

 

[맛있네요!  같이 드세요]

 

수빈이 나무 젖가락을 내밀자 은영 언니는 손을 저었다.

 

[난 먹었어. 난 이상하게 비만 오면 부침개를 하게 되더라.  한번 두번 하다 보니깐 이젠 비가 오면 절로 주방쪽으로 가진다니깐.... 참! 얘기 들었어?]

[무슨... 얘기요?]

[치과 범인 말이야!]

 

은영 언니는 정색을 하며 입을 열었고 수빈과 보희는 먹다 말고 놀란 눈으로 은영 언니를 응시했다.

 

[세상에! 어쩜, 그런 일이 다 있다니?  웃기지도 않더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