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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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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커피 한 잔 줘봐 봐.


BY 데미안 2005-05-17

 

[미스 채야,  나 도 한 잔 줘봐 봐]

 

그녀가 커피를 막 뽑아서 머그 잔에 따르고 있을 때 들려 온 소리다.

돌아 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고 있었다.

이 동네, 아파트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멋쟁이 아줌마의 목소리였다.

 

[자판기 꺼 드릴까요, 뽑은 거 드릴까요?]

[자기 먹는 거 나도 줘봐 봐]

[블랙 인데요?]

[나도 왕년에 먹어 봤어. 한 잔 줘]

 

웃으며 그녀는 멋쟁이 아줌마 앞에 잔을 하나 내밀었다.

오늘도 은영이 아줌마는 착 달라 붙는 청바지에 검정색  쉬폰 블라우스를 멋드러지게 입고 있었다. 나이가 40줄인데도 군살 하나 없는 몸매에 갈색톤의 단발머리를 하고 있었다. 어딜봐도 40줄로는 보이지 않았다.

 

[아이구...맛없네. 설탕이랑 프림 좀 타줘봐...나이가 드니깐 아무래도 달짝지근한 게 좋으네]

 

은영이는 애 이름이 아니라 아줌마의 이름이었다. 그녀는 아줌마 소리가 싫다고 했다.  은영이라 부르기엔 서로 나이차가 많이 나니깐 그냥 언니라고 부르랬다.

쉽지는 않았다.

그녀, 채 수빈은 30살이다. 열살은 넘게 차이가 난다.

그런데도 상관없이 언니라고 불러 달랜다. 그러기로 했지만 역시 쉽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른 시각부터 왠일이세요?  뭐 화 난 일이 있는 것도 같은데...?]

[그래.  내가 아침부터 열 받는 일이 좀 있었어.   얼마전에 우리 아래 층으로 이사 온 사람이 있다고 했잖아?  새파란 젊은 새댁 이라고....]

 

은영이 언니의 수다가 시작되었다.  수빈은 자리를 잡고 앉아 커피잔을 들었다.

어디로보나 교양있고 우아할 것 같은 은영 언니.

그런데 입만 열었다 하면  그 모든 게 한순간에 사라진다.

잠시도 입을 다물지 않는다.

처음엔 적응이 되지 않았던 수빈이었으나 이제 반년을 보다 보니 익숙해지다 못해  하루라도 은영 언니의 수다를 듣지 않으면 허전할 정도가 되었다.

 

수빈이 학교를 졸업하고 몇년 직장 생활을 하다가 관두고 시작하게 된 일이  책방이었다.

<도깨비 책방>이라고....

뒤로는 아파트가 버티고 있고 도로 건너에는 관공서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장사는 그런대로  되는 편이었다.

 

조용한 걸 좋아하는 그녀에게는 최적의 장소이고 낙원이었다.

은영 언니를 비롯해 아줌마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전까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