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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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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픔까지 사랑한거야


BY 망각의 숲 2005-01-13

 

빗줄기는 좀처럼 가늘어지지않는다.

 

그리고 기철의 마음에 내리는 빗줄기도 점점 굵어지고 있다.

 

기철은 우산도 쓰지않은채 터벅터벅 밤거리를 해맸다.

 

비가 와서인지 거리마다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연인들이 우산을 맞들고 총총걸음으로 거리를 걷고 있다.

 

비를 피하는 우산이 아닌 서로의 사랑을 마주안고

 

행복한 걸음을 옮기고 있는듯 했다.

 

'가슴에 담아두고 있는 내 사랑도 저렇게 행복했으면.......'

 

기철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언제나 기철의 사랑은 아픈 상처자국들로 얼룩져있다.

 

더 이상 머무를수 없는 빽빽한 공간에 다른 이름의상처가 세겨지고 있다.

 

얼마나 빗길을 걸었을까?

 

어디선가 낯선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아------!~"

 

"살려주세요!"

 

"제발 한번만 살려주세요!"

 

누군가에게 사정하는듯한 목소리였다.

 

기철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어두운 골목 대여섯명의 남자들이 번갈아가며 여자를 겁탈하고 있었다.

 

벌써 몇놈들은 일을 치렀는지 바지를 치켜올리고 있었다.

 

또 한놈이 덤벼들려는 순간 기철도  모르게 그 놈 옆구리를 날려버렸다.

 

놈은 일을 치르려다 당황했는지 그대로 고꾸라졌다.

 

놀란 그녀는 흩어진 옷자락을 추스리며 흐느끼고 있었다.

 

기철은 엎어진 그 놈을 그대로 밟아 뭉게버렸다.

 

다른 놈들은 그새 도망갔는지 보이지않았다.

 

기철은 갑자기 경찰인 은규가 생각이 났다.

 

전화를 해보니 다행히도 근무중이었다.

 

전화를 하다말고 기철은 놀라지않을수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그만 수화기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비에 젖어 흐느끼고 있는 그녀는 바로 ..........

 

은서였다.

 

갈기갈기 찢어져 간신히 몸을 가리고 있는 그녀는.............

 

믿을수 없는 일이었다.

 

눈앞의 그녀가 은서라니...........

 

기철은 눈물과 빗물로 시야가 흐려져서 ............

 

잘못 본거라 말하고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그녀였다.

 

기철은 눈앞에 쓰러져 있는 놈을 밟아 죽이고싶은 심정이었다.

 

눈물이 자꾸만 솓구쳤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그녀를 끌어안고싶었지만.....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왜 하필이면 사랑하는 그녀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것일까?'

 

기철은 숨죽여 흐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기철인지를 알았는지 고개를 숙인채 흐느끼고 있었다.

 

빗줄기도..우울함을 아는지 미친듯이 퍼부었다.

 

하늘이 절규하는것일까?

 

천둥소리가 요란스럽게 대지를 울린다.

 

우산을 씌워주려는 순간 그녀는 맥없이 쓰러졌다.

 

멀리서 경찰차 소리가 들린다.

 

기철은 그녀를 엎고 병원으로 뛰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병원으로 달려가는 길이 왜 이리 천리길일까?

 

빗물이라 핑계대며 눈물은 자꾸만 두 뺨을 적셨다.

 

하늘이 왜 이리도 야속한것일까?

 

그녀의 아픔도............

 

그녀의 슬픔도...............

 

기철이 대신할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녀의 모든것을 사랑하기에 더 아픔이 밀려왔다.

 

응급실에 도착해서야 피에 흥건히 젖어 있는걸 알아챘다.

 

그녀가 하혈을 심하게 한것 같다.

 

"보호자는 밖에서 기다리세요!"

 

간호사는 기철 밀쳐내고 응급처치에 들어갔다.

 

의사는 다급히 물어왔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기철은  쉽게 입이 떨어지지않았다.

 

"환자 상태가 저 지경이 되도록 모르셨나요?"

 

기철은 눈물부터 앞을 가렸다.

 

"임산부를 저 지경으로 만들어 놓다니!"

 

순간 기철은 철렁했다.

 

"임신이라뇨?'

 

기철은 놀라서 다급히 물었다.

 

"모르셨다는 말씀이세요?"

 

"아무래도 유산때문에 하혈하는것 같네요."

 

의사는 수술을 해야한다며 동의서에 사인을 요구했다.

 

믿을수 없는 일이다.

 

임신이라니.........

 

유산이라니.............

 

사인이 끝나자마자 의사는 급히 수술실로 향했다.

 

제발 아무 일이 없기를..........

 

기철은 모든게 다 자신의 불찰이었다.

 

기철은 자신도 모르게 털썩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대로 땅을 치며 울고싶었다.

 

벽에 머리를 부딪히며 기철은  자신만 한없이 원망했다.

 

수술이 생각보다 길어졌다.

 

무슨 일이 있는걸까?

 

점점 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창밖의 빗방울은 좀처럼 그칠줄을 모른다.

 

아무래도 하늘이 미쳤나보다.

 

기철이 넋놓고 창밖만 바라보고 있는 사이

 

누군가의 손이 어깨에 느껴졌다.

 

"나랑 얘기좀 하자!"

 

은규였다.

 

다행히도 범인들은 다 잡아 자백을 받았다고 한다.

 

기철은당장 달려가 다 죽여버리고 싶었다.

 

애꿎은 벽만 주먹으로 내쳤다.

 

"수술실에서 언제 나오니?'

 

"나도 몰라!"

 

애타는 가슴을 밀쳐낸듯 수술실 문이 열렸다.

 

그녀가 나왔다.

 

수척해진 그녀는 깊이 잠들어 있었다.

 

의사는 조용히 기철을  불렀다.

 

"정신적인 충격이 클듯 합니다"

 

"출혈이 심해 애를 먹었습니다!"

 

의사는 잠시 머뭇거리는듯 했다.

 

"아무래도.............'

 

왜 자꾸 뜸을 들이는것일까?

 

"앞으로 아기는 포기하셔야할것 같습니다!'

 

이 무슨 청천벽력같은 소리란 말인가?

 

기철도  모르게 정신을 잃고 주저앉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 이런것일까?

 

"심한 폐렴 증상까지 있어 휴식이 필요할겁니다!"

 

"무엇보다도 환자에겐 안정이 필요합니다!"

 

의사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기철의 귓가에 맴돌았다.

 

정말 죽고싶은 심정이었다.

 

왜 그녀는 기철에게  임신했다는 말을 하지않았을까?

 

아마도 기철이 너무 무뎠었나보다.

 

기쁘게 나눌새도 없이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져 가다니...

 

도저히 용서할수 없는 일이다.

 

도저히..........................

 

자신보다 더 아픈건 그녀일텐데 기철은 자기 혼자 엄살을 부리고

 

있는것만 같다.

 

그녀에 비하면 기철의 아픔은 아무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녀가 깨어나면 무어라 말을 해야하는것일까?

 

기철은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지는 기분이었다.

 

수척해진 그녀는 깊이 잠들어 있었다.

 

의사는 조용히 기철 불렀다.

 

"정신적인 충격이 클듯 합니다"

 

"출혈이 심해 애를 먹었습니다!"

 

의사는 잠시 머뭇거리는듯 했다.

 

"아무래도.............'

 

왜 자꾸 뜸을 들이는것일까?

 

"앞으로 아기는 포기하셔야할것 같습니다!'

 

이 무슨 청천벽력같은 소리란 말인가?

 

기철은 자신도  모르게 정신을 잃고 주저앉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 이런것일까?

 

"심한 폐렴 증상까지 있어 휴식이 필요할겁니다!"

 

"무엇보다도 환자에겐 안정이 필요합니다!"

 

의사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귓가에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