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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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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같은 바다


BY 설탕 2009-02-16

숨을쉴수가 없었다 .

누군가 자신의 몸을 누르는듯한 속에서 남자는 버둥거렸다 .

눈을떴다 .

자신의 눈속에 들어 온사람은 자리에서도 일어나 앉을힘도 없는  여자가 자신을 내려다보며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고 있있다 .

"당.......신 ... 허......억 .."

눈이 떠졌다 .

 

꿈속에서 본 아내는 정말 차가운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 보았다 .

소름이 끼칠정도의 냉기까지 느끼며 ....

아내는 자신의 옆에서 죽은사람과 같이 누워 잠들어 있었다 .

가만히 얼굴을 매 만져 보았다 .

잠속에서도 유난히 예민해 누군가의 인기척에도 깨어나는 아내건만 얼굴을 쓰다듬어도 눈을 뜰줄몰랐다 .

볼에 가만히 입술을 대어 가벼은 입맟춤을 했다 .

'이 사람아 ....이렇게 가버릴껀가? .....내 마음 속에 그렇게 영원히 담아져서 남고 싶었던 거야?....'

남자는 혼자의 생각속에 갑자기 자신을 두고 떠날 준비를 하는 아내가 야속했다 .

동이 터오는지 커튼사이로 작은 희미한 빛이 들어 왔다 .

그냥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았다 .

날도 밝지 말고 더 어두움으로도 가지말기를 바라고 싶었다 .

그냥 이대로의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했다 .

 

비가 계속 내렸다 .

"여보....이런비에도 배는 뜨나? ...?"

" 허허 ...그럼 이런 세차지도 않은 비에 배가 못뜨면 일년중에 배 뜨는날 얼마 없게? ..."

"그럼 바다속에 비 떨어지는거 보면서 배가 떠있겠구나 ....그 비가 바닷물  돼는거 ...."

여자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

혼자 소리가 아니였지만 소리는 너무 작아 귀를 기우려 듣지 않으면 무슨소린지 알수가 없었다 .

"여보 ...오늘은 나 머리좀 빗겨줘요 ...."

그랬다 .그녀가 투병하며 자고 일어나면 벼개는 항상 머리카락으로 덮혀있기에 남자는  여자의 머리를 빗이 아닌 손으로 항상 만져 주곤 했었다.
"왜 ....머리 빗고 싶어? .."

남자는 여자의 바램을 들으며 그녀의 머리를 만져 보았다 .

그저 다 가벼웠다 ,남자의 손에 만져지는 아내의머리는  바람이 불면 다 날아갈만큼 가늘었다 ....

"머리 빗질하면 당신 머리속아플껀데 그냥 내가 만져서 예쁘게 만들어 줄께 ...."

남자는 몇번에 빗질에 다 빠질것 같은 여자의 머리 카락을 생각하며 그녀의 바램을 자신의 손으로 정리해 주었다 .

".........."

"자 ..이것봐 ....빗질한거보다 더예쁘지 ..?.."

남자는 아내의 머리를 매만져 주고는 손거울을 가져다 아내의 얼굴을 보여주었다 ..

".........보기 .....싫어 ....."
"........?..."
"내가 아닌것 같아 ...죽어있는 시체 보는거 같아 ...."

"무슨소리 하는거야?....당신은 항상 나의 아름다운 여인인걸 ...나만 예쁘면 됐지 누구한테 더 이쁘게 보일라고 ....허허 ...."

"........... 나... 이제 거울 안볼래 .....됐어요 ...."

거울치워주기를 바라는 아내의 눈은 벌써 아침부터 일어나 앉아 바라보는 바다쪽으로 가고 있었다 .

"여보 .....바닷물 지금 찰까? ...."

"...?....."

"비가 오니까 더 차거울꺼야 .....우리도 비맞으면 춥잔아 ....아마 바다도 빗물때문에 차가울꺼야 ....."

오늘따라 아내는 혼자 알수 없는듯한 말을 자꾸 했다 ..

 

"이모 ...나 엄마한테 가야할것 같은데 ...."
"....?...."

"알아요 ....엄마 얼마 남지 않은거 ...그래서 엄마의 남은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갖고 싶어서 ..."

" ........."

"난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강한사람인줄알았어 ...혼자만은 ....남들이 볼때 언제나 작고 연약해보였지만 그래도 혼자서 잘견뎌내기에 강한 여자일줄알았어요 ...근데 그게 아니였어 ....너무너무 약한 여자인걸...."

"..........."

"아마 엄마는 모를꺼야 ...엄마는 떠나는 사람이라서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사람이니까 모를꺼야 ...남아있는 사람들의 그리움을 ....우리엄마 너무 나쁘지? ....."

그렇게 말하는 조카의 눈에는 덩그러니 눈물이 돌아 떨어지고 있었다 ..

소리가 없었다 .

언제나 언니곁에 함께 해서 힘이 돼어 줬던 삶의 이유중에 한사람 .

'다 자랐구나 ...이제 너도 혼자 남아 사는 연습해야돼 ....'

그런말이 동생의 속에서 맴돌았다 .

조카는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자리를 떴다 .

비가 오고있었다 .

내리는 비가 무척이나 춥게 느껴졌다 .

비가 좋아서 언제나 비를 즐기던 언니 ..

맑은날보다 비내리기전에 회색날을 좋아했던 언니 .

누구와 있기보다는 혼자있기를 더 즐겼던 언니 .

그냥 막연히 혼자만을 즐기던 여러모양의 언니가 생각났다 .

갈증이 났다 ...

 

"이제는 정말 준비하셔야 할것같네요 ..."

아내를 위해 한달에 한번은 자진해서 와주는 의사가 남긴말이었다 .

'아냐 ....아직까지는 견딜수 있어 ....나 아직 준비 안돼있어 ...당신 조금더 내곁에 있어야돼 ...'

남자는 의사의 진찰을받고나서 누워있는 아내를 보며 생각했다 .

아내가 떠날꺼란건 알지만 정말 준비하라는 의사의 말은 그냥 하는 소리 같았다 .

의사는 와서 해주고 간것도 없었다 .

그저 아내에게 잘있었느냐는 말과함께 얼굴색 한번 보고 청진기로 가슴에 숨소리 한번 듣는게 다였다 .

 

"여보 ......'

아무 생각없이 창밖을 보는 남자를 아내는 불렀다 .

"나 ....있지 .....부탁있어요 ....."

"......?... 부탁?..."

"으...응 ...저기 나 말야 ..죽으면 화장 시켜 줄래요? ....나 몸작아서 가루로 만들어도 얼마 안될꺼야 ..죽어서 땅에 묻혀서 같히는거보다 나 ...바다에 뿌려줄래요? ...그럼 파도와 함께 여러 군데 떠다닐수 있잔아 ....."

" ..........지금 무슨소리 하는거야 ....누가 죽어 ,죽긴 ..."
" 후후 .....여보 ..사람은 다 죽게 돼있어 ...오는것은 순서가 있어도 가는건 순서가 없는거야 ...근데 난 조금 더 빨리 가는거지....다만 미안한건 당신과 우리 아들 ...그리고 다른사람들 힘들고 아프게 하고 가서 미안하지만 ..."

"..........."

여자는 혼자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었다 .

이런저런 생각도 하기 싫었다 .

자신의 남을 시간을 이렇게 정리하고 싶었다 .

여러가지 생각할 기운도 없었지만 지금 남자에게 자신의 죽음후에 일들을 부탁하고 싶었다 .

" 나 ......이제는 바다 안볼래 ...앞으로 언제나 함께 있을꺼니까 ...나 자리에 뉘여 줘요 ..."

기운이 없었다 ...

다른날보다 남자에게 말을 많이 해서 그런지 눕고 싶었다 .

 

아내는 깊은잠에 빠졌다 .

이제는 통증이 와도 아픔을 호소하지 못했다 ..

잠든 아내의 얼굴은 거의 주검과 같았다 .

한번 누우면 뒤척일힘도 없어 그냥 그대로 누워있어야 하는 아내 .

하지만 남자의 병간호가 얼마나 세심했던지 아내의 등은 오랜동안 아픈사람들이 겪는 등창이 하나도 없었다 .

너무 누워있었서 바람이 통하지 않아 생기는 피부병 ...

자신의 어머니도 그렇게 해드렸다 .

오랜동안의 병간호 였지만 남자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기에 그렇게 했다 .

아내는 깊은잠에 뼈진것 같았다 .숨소리만이 들려왔다 .

 

'비가 좀 그쳤으면 .....맑은날이 됐으면.....'

몇일째 추적거리며 내리는 비가 남자는 그쳐줬으면 했다 .

깨끗하고 파란 바다와 태양이 보고싶었다 ..

하지만 그렇게 내리는 비는 남자의 바램은 무시하듯 더 굵게 떨어지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