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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바다#14


BY 설탕 2005-10-26

돌아오는 그녀의 발걸음은 왠지 모르게 무거웠다 .

차를 타러 내려오기 까지 그녀는 몇번인가를, 다시 볼수 없을것 같은 맘에 엄마의 무덤을 여러번 돌아다 보았다 .

'엄마 ..잘있어 .

나 ..거기 엄마가 외로워 하지 않는 곳이란것 알아 ..

엄마 ....

엄마 ..'

그녀는 엄마라는 이름을 여러번 되뇌이며 부르고 있었다 .

그이름은 지금 그녀의 이름이기도 했다 .

엄마 ....

 

그녀의 아파트에 다 돌아올쯤 어둠은 세상을 까맣게 만들고 ,

모든 상가들에 조명들이 밤을 밝히고 있었다 .

전화 벨이 울렸다 .

"언냐? 아직도 안왔어?  ..집에 전화 해도 안받기에 언니 핸드폰 으로 했지 ...지금 어디있수?"

동생은 여전히 그녀의 대화와는 상관없이 그녀의 말들을 쏟아 놓았다 .

" 으...응 ....지금 거의집에 다왔어 ..엄마 잘계시더라 ..오늘 일들은 잘봤어?

학교서는 뭐래? ,,대학 가는것 걱정말라지?..."

"으...응 ..그건 그렇지뭐.저녁은?  ..저녁은 어쩔꺼야? 들어가기전에 우리집 와서 저녁 먹고 갈래?.

언니 좋아 하는 젓갈있는데 ...올래? 애들 아빠 오늘 늦게 온댔는데 ..언니 부담갖지 말고 와라 ..."

" 아냐 ..됐어 ,,,좀 피곤해 ,,그냥 갈께 .. 젓갈은 나중에 우리집에 배달해줘 ...후후 ..."

"배달? 언제? 이그..그러기 전에 우리 식구들이 다 먹지 ..언니 일잔우 우리집 식구 먹성들 ...히히 ..."

그랬다 ,

동생의 식구들은 그들에 행복만큼이나 먹성들도 좋았다 ...

"그래 ..그럼 됐구 ...암튼 전화 해줘서 고마워 ..."
"근데 언니 집에 가서 뭐 먹을것 있어?"

"찾으면 나오겠지 ...먹을것 없을까봐?..후후 ..."

"그래  그럼 .저녁 굶지 말구 꼭 먹구 ,,알았지?

언니 아프면 나 고생시키는거니까 알아서 해 ..."

동생과의 전화는 이렇게 끝났다 .

갑자기 그녀에게 외로움이 느껴졌다 .

죽음 ..갑자기 그녀에게 엄마와 아버지의 죽음이 생각났다 .

누구나 갖는 하나의 과정이지만 ,탄생이란 과정과는 달리 외로운, 죽음 .

절로 한숨이 나왔다 ..

 

차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주차를 시킨 그녀는, 왠지 모를 허탈감에 ,걸어 나올 힘이 없어져 한동안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

눈을 감았다 .

그대로 잠들고 싶었다 .

"어?....저기 안녕하세요?"

누군가가 그녀의 차창을 두드리며 그녀를 깨우고 있었다 ..

"?...."
남자 였다 .

"거기서 뭐 하세요 .. 누가 보면 큰일 났는줄 알겠습니다 ..허허 ..."

"아 ...."

차창을 내리며 그녀는 그 누군가가 남자라는 안도에 잠시 웃음을 지어 보였다 .

"안내리세요?.."
"네 ..내려야지요 .."

그녀는 그제서야 그녀가 지하 주차장에 그녀 혼자서 오랫토록 있었다는것을 알았다 .

"어디 다녀오세요?"

남자의 목소리는 오늘도 따듯했다 .

그녀가 언제나 보고 있던 그들에 무대 만큼이나 ...

" 네 ...어머니 산소에 좀 다녀 오느라구요 ."

차에서 내리며 그녀는 남자의 눈을 보았다 .

역시 그의 눈빛은 따뜻했다 .

"아 ..네 ..오늘 무슨 날이세요?"

"아니요 ..어머니 산소에 지난 한식때 가보고는 오랫토록 안가 뵈서요 .."

" ..예 ...."

둘은 그렇게 주차장을 빠져 나왔다 .

"오늘은 또 어디 다녀 오시는 길이세요?"

" 허허 ..저도 먹고 살아야죠 ..일갔다 옵니다 ..."

" 네 ... 직장에 다녀 오시는군요 .."

"후후 ..뭐 직장이랄것 있나요 ..혼자하는 오퍼상인걸요 ...물건 받아 사업채 소개 시켜 주곤 하는일들 해요 ... 어머님이 저러시니 무슨 제대로됀 직업을 갖을수 없네요 ..그래서 시작한 일입니다 ...허허 .."

남자의 너털 웃음 은 참으로 맑았다 .

"네 ... 그럼 지금 빨리 들어가셔야겠네요 ... 부모님들 기다리셔서 .."

" 네 ..아마 그러실꺼에요 ..빨리 가서 저녁 드려야죠 .."

"어머 ,,저녁도 직접해서 드려요?//"
"그럼요 ..그럼 누가 있나요 ...허허 .."

" 아 ,,그러시구나 ...에이 그러니까 결혼은 하셔야겠네요 ....후후 .."

그녀는 남자와의 대화에서 남자의 요리하는 모습이 상상돼었다 ...

"후후 ..그럼 오늘은 뭐 해서 드실꺼예요?"

" 음 ...어머님이 부드러운것 드시니까 언제나 부드러운 음식해드려요 ...그리고 맛있는것 해드리죠 ...허허 .. 그래서 오늘은 고등어 굽고 ,또 계란찜하고 ,,그리고 ,,반찬가게서 산 몇가지 밑반찬이예요 ..아 참 .된장 찌게도 끓일 꺼구요 ..

감자 ,호박 ,양파 , 두부 ..거기에 멸치국물로요 ...허허 "

남자는 새삼 그런 자신이 자랑스러운지, 아주 재미있게 자신의 저녁 메뉴를 말해줬다 .

"대단하시네요 ..왠만한 주부보다 더 알뜰하신것 같아요 ,,후후 ..."

" 에이 ...이게 뭐 하고 싶어서 하나요 ,,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온거요 ..이렇세 산게 벌써 10년인데요 ...허허 .."

남자는 모든 말끝을 너털웃음으로 마무리했다 .

그녀도 따라 웃어 주었다 .

"참.. 이따가 또 산책 가실꺼예요?"

"네? ...왜요?"
"아 ...그러시면 저랑 같이 테이트 하시면서 산책 하시자구요 ..괜찬으시다면 ..."

그녀는 잠시 생각했다 .

이남자의 청을 어떻게 해야하나 ...

"그러세요 ..몇시쯤 갈까요 그럼 ?"

"음 ...제가 집안일 다 마쳐야 하니까 ,,한 9시쯤 ? 너무 늦나요?"
"아뇨 ...괜찬아요 ,,저야 뭐 아무때나 좋죠 ,,덕분에 전 심심치 않게 산책하게 됐네요 ..."

이제 그녀는 그녀가 하지도 않던산책을  남자와 함께 시작하게 됀것이다 .

"그러세요 ..그럼 제가 그때 아파트 정문에서 기다릴께요 ..나오세요 ,,,자 .. 이제 저 빨리가야 하니까 이따뵈요 ..."

남자는 그녀와 이렇게 일방적인 약속을 해놓고는 뛰다시피 남자의 공간으로 사라졌다 .

그녀는 그런 남자를 물끄러미 쳐다 보았다 .

누군가를 위해 보내는 시간 .

남자는 지금 남자의 나이든 부모를 위해 저녁을 지으며 ,또 남자의 손을 필요로 하는 그들에 공간으로 간것이다 .

 

하늘에는 별이 떴다 .

아주 밝은 빛은 아니지만 별이라 칭할수 있는 작은 빛들이 비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