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나선 그녀는 가을이 오고 있음을 느꼈다 ..
엄마를 만나러 가는 그녀의 발걸음은 조금 무겁기도 했다 .
왠지 모르게 그녀는 엄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났다 .
같은 여자이어서 그랬을까?
그녀 자신이 본 한 남자의 여자 ..
여자는 참으로 강했다 .
그리 크지 않은 체구에 어찌 그런 강단이 있었는지 몰랐다 .
그런 엄마를 그녀는 조금도 닮지 않았다 .
그녀의 일생이 엄마를 닮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녀는 언제나 생각했었다 .
' 난 엄마 같이 살지 않을꺼야 ..남편도 잃어버리고 ,,또 자신도 없는 삶 ..
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꺼야 ...'
그녀는 언제나 그녀 자신에게 최면을 걸었다 ..
지금 그녀는 엄마를 닮지 않은 삶을 살고 있었다 ..
그녀의 최면술이 잘 맞아 들어가고 있었으니까 .
동생에게 전화를 돌려본다 ..
"응 ...난데 ...너 오늘 모해?"
"어쩐일이야? 근데 왜 ..."
전화속에서의 동생은 바쁜듯한 목소리 였다 .
"응 ..저 ,,,너 시간있음 나랑 엄마 보러갈래?"
" 응? 갑자기 왠 엄마를?..."
"아니 ...엄마 보러간지가 꽤 된것 같아서 ..."
" 에고 ,,어쩌냐 , 왜 하필이면 오늘이래?
언니 ...담에 가자 ...이번 주말에. 나 오늘은 큰애 학교 가봐야돼 .이제 고3 이잔우 ..
그래서 선생님도 좀 만나봐야 돼구 ...또 ....."
동생은 오늘 그녀와 함께 갈수 없는 이유를 대고 있었다 .
"그래?..그럼 할수 없지 모 ...나 혼자 갔다올께 ..나 지금 갈려고 차비 다하고 나와있거든 ..
오늘은 나 혼자 갔다 올께 그럼 .."
"아이 ,..왜 ...주말에 같이 가자니까?"
"아니야 ..내가 이번에 갔다오면 ,담에는 니가 가서 엄마 또 보구 옴 돼잔아 ..그럼 엄마도 좀 들 심심 할테고 .."
" ....그럴래?그럼?"
그렇게 엄마의 방문은 그녀의 혼자 몫으로 떨어졌다 .
갑자기 바람이 불었다 ...
삼남매 ..
그녀와 그녀의 여동생 ...그리고 지금은 외국에서 혼자 사업 한답시고 혼자 사는 남동생 ..
많은 세월이 지나갔다 .
그들에게 있었던 아픈 시간들 .
서로의 무소식이 그들의 안부였고 희소식이였다 .
아팠던 그들의 시간들 ..
그녀가 대학때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그들은 더욱 그랬다 .
외로웠다 .
그래서 하나였던 그들 ...
그런 그들이 이제 각자의 시간에서 ,삶에서 살고 있다 ..
모두 각자의 삶..
엄마를 만나러 가는 그녀의 길은 한가로웠다 ..
차들도 많지 않았다 .
음악을 크게 틀며 그녀는 그녀만의 공간을 다시 만들고 있었다 .
아무도 간섭하지않는 그녀의 작은 차안 ...
그녀가 좋아하는 조지 윈스턴에 디씨가 꼿아져 있었다 ..
감미로운 피아노 소리 .
그의 음악은 언제나 들어도 밝지가 않았다 .
그러나 그녀는 그의 음악이 좋았다 .
꼭 그녀의 삶을 말하고 있는듯한 그의 피아노 선율 ..
Love...
그의 음악의 타이틀이은사랑이건만 ,건반을 울리는 선율은 참으로 외로웠다 ..
간간히 그녀를 지나치는 다른 차들 ..
엄마가 있는 엄마의 공간은 의정부를 지나 산정 호수 쪽에 있었다 .
동부 간선 도로를 타고 가는 그녀는 일년에 두어번씩 이길을 달린다 ..
한식과 엄마가 돌아가신 11월의 초겨울에 ...
그때마다 그녀는 추위를 느꼈다 .
오늘도 그녀는 아마 추위를 탈지도 모를거란 생각을 했다 .
엄마를 찾은시각은 점심이 지난 시간이였다 .
그저 엄마가 죽기전, 그녀 자신이 사놓았던 조그만 산의 한켠이 그녀의 엄마와
또 평생 살면서 받아보지도 못했던 사랑을 갖기나 하려는듯 아버지와 함께 합장이 돼어있는 그곳 ..
그러나 그녀는 지금 엄마를 보러 왔다 .
아버지의공간은 그녀에게 없었다 .
그저 엄마만 있을뿐 ...
"엄마 ..나 왔어 ..잘있었수?
엄만 많이 좋은가봐 잔듸두 잘키우고 ,,,...
거기 좋아? 엄마 있을만해?"
그녀는 엄마의 무덤가를 돌며 몇가닥의 잡초들을 뽑아주었다 .
"나 혼자 왔어 ...오늘은 ...그냥 갑자기 엄마가 보구 싶드라구 ..
엄마도 나보구 싶었지?..후후 ..나 아직도 잘 살아가고 있네 ...
가끔 엄마 보고싶어 엄마 있는곳 가고 싶기도 하지만 ... 아직은 아들이 있잔오 ,,엄마 손자 .."
그녀는 엄마에게 오기전 집앞 수퍼에서산 조그마한 병의 소주를 무덤가에 뿌려 주었다 .
"엄마 ,,,웃긴다 ,,나좀봐 ..생전에 술이라고는 포도밭만 가도 취하는 엄마 한테 지금 소주 붜주구 있는거 있지?...후후 ...티비 보니까 다들 이렇게 하드라구 ...후후 ,,그러니까 오늘 은 그냥 함 마셔봐 ...."
반쯤 부어버리고는 그녀는 자신의 입에 병을 들이 댔다 .
목으로 넘어가는 알콜은 그녀를 잠시 지나간 시간에 뭍혀지게 만들었다 .
그녀가 국민학교를 입학했을때 ,엄마는 누구에게라도 질세라 ,
동네에서 제일 크다는 시장에서 그녀를 위한 옷들을 사주었다 .
보라색 멜빵 바지에 노란 남방 .
그당시로써 그것들은 꽤나 그녀를 돋보이게 했고 ,
그것으로 인해 입학 당일날은 담임 선생의 눈에 까지 띄어 엄마에게는 어울리지도 않는 학부모회에 까지 뽑히게 했다.
엄마는 자랑스러워했다 ..
그런 자신이 그녀의 딸이 우등을 해서 상을 받은것처럼 ..
그런 엄마는 참으로 첫자식을 그리 위하고 아꼈다 .
"엄마 ...이제 겨울 올려나봐 ..많이 쌀쌀해졌지?
울 엄마 추우면 어쩌냐?
난 따듯한 집안에서 글쓰고 또 자고 먹고 하는데 ..."
그녀는 엄마가 참으로 추울꺼란 생각이 들었다 .
몸도 맘도 추울꺼라고 ...
"엄마 ...내가 따듯한 이불 하나 덮어주까?..그럼 좀 덜 추울래나?"
그녀는 그저 안타깝기만 했다 .
잠시 서서 무덤을 지키던 그녀는 무덤가에 앉으며 그녀의 기호인 담배에 불을 붙혔다 ..
" 히히 ..엄마 미안 ,,엄마 딸이 이렇게 산다우...그래도 잘살아 ..울엄마 이러는 나보구 거기서 벌떡 일어나겠다 ...히히 .."
그녀는 잠시 그런 그녀자신이 엄마에게 미안했다 ..
"근데 ..엄마.. 이거 나 없음 못살오 ..글두 그렇구 ,,또 음 ...암튼 그래 ,,엄마 그냥 눈 감아줘 .
아 ..엄마도 함 해볼래?..이거 한다구 다 나쁜건 아니거든 ..자 ..."
그녀는 피다가만 반쯤 남은 담배를 엄마의 무덤에 꼿았다 .
담배는 혼자서 그냥 타들어갔다 .
" 후후 ㅡㅡ 울엄마두 잘하네 ...내가 엄마 닮았구만 ..그거 괜찬치?..엄마도 속이 타는가 부네 ..울엄마 ......"
그녀는 그런 엄마를 옆에서 보는양 무덤을 안아보았다 ..
엄마가 느껴졌다 .
"엄마 ...왜그리 빨리 갔수 ..엄마팔자는 모 그래? 엄마 손주도 함 못안아보구 ,,지금은 없지만
그래도 사위 한테 장모 대접도 좀 받구 가지 ..."
갑자기 그녀는 일찍 떠나버린 엄마가 야속했다 .
미움이 아닌 안타까움 ..
그저 매일 그리움속에서나 만나는 엄마 ...
"엄마 ..나 잘살구 있어 ...
엄마가 날 잘 지켜 주나바 . 엄마 ....나 이런말 지금 엄마 한테 함 안됄까?
엄마 ...사랑해 ..
엄마 사랑했구 ,,그리고 사랑해 .
엄마가 많이 보구 싶네 오늘은 ..이리같이 있어도 난 ..엄마 만질수 없잔아 ...."
이런말을 하는 중간 중산 그녀의눈에서는 알수 없는 눈물이 흘렀다 .
엄마의 일찍보내, 그리움의 그런 눈물도 아니였다,
그저 가슴이 아파와 눈물이 흘렀다.
" 엄마 사랑해 ....."
한참을 있었나 보았다 .
작은 엄마의 공간에 어두움이 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
더 있고 싶었지만, 내려오는 길을 잃어 버릴것 같아 일어나 엄마에게 작별을 고했다 .
"엄마 ..나 이제 갈께 ..글구 나 엄마 떠난날 다시 올께 ...그때까지 추워도 좀 참을수 있지?
그때 올때 엄마 따듯하게 할꺼 가지고 오께 ...."
그때 문뜩 그녀는 그곳에 그녀가 한평생 맘에 묻은 미운 아버지가 보였다 .
엄마와 한곳에 너무도 태연히 누워 있는듯한 아버지 ...
그녀의 눈꼬리가 갑자기 위로 치켜 떠졌다 .
눈길도 주기 싫었다 .
" 엄마, 나 ..진짜 가 ...잘있어 .."
돌아선 그녀는 뒤에서 누군가 부르는듯한 느낌에 여러번을 돌아보며 엄마를 떠나왔다 .
밤이 그리 깊어 왔다 .
그녀의 엄마와의 만남 .
오늘밤에 게스트는 엄마가 될것같았다 ...
엄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