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736

터널


BY 수미니 2004-08-11

4. 터널

 

 

 

공중에 뜬채로 허우적 대던 사지가 인정사정없이 위로 쭈욱 끌어 올려지는 느낌을 받는다.

천장에 설치되어  모습을 드러내지않는  거대한 프로펠러가 갑작스레 무시무시한 속도로 회전하며 주위의 모든 사물들을 남김없이 빨아들이기 시작할 덩달아 몸까지 무서운 속도로 들어 올려지는 느낌이었다.

 

위로 빨려 들어가느라 제대로 가누기도 힘든 몸을 바로 앉은 자세로 만들려 애쓰면서  어렵게 고개를 뒤로 꺾어 천장 쪽을 올려 본다.

아무것도 없다.

앉아있는 자세로 들어 올려지던 몸은  뒤로, 거꾸로, 옆으로, 앞으로,  엎어졌다, 뒤집어 졌다, 고꾸라 졌다, 바로 세워졌다 정신을 차릴 정도로 요동을 치더니 결국 엉덩이에 무슨  강력 자석체가 붙어 있기라도 얼굴은 바닥을 향하고 엉덩이는 바닥으로부터 2미터 정도 떨어진 채로 천정에 철커덕 하고 달라붙는다.

 

언젠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흡인력을 자랑한다는 독일제 전기 청소기를 적이 있다.

완벽한 성능의 독일제 청소기가 지저분한 바닥을 훑고 지날 기계 안으로 하며  빨려드는 잡다한 먼지들이며 쓰레기들을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기계안으로  샤악하며 빨려드는 먼지들의 처량한 마지막이 천정에 꼼짝없이 달라붙어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신세와 다를 뭐람.

천정에 매달려 대롱거리고 있으면서 나는 독일제 청소기에 빨려드는 먼지들의 마지막 운명을 생각한다.

도대체 이게 무슨 난리람 ?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함께가자

 

다시  어떤  목소리를 들은 같다는 느낌.

 

그와 동시에 나는 앞에  벌어지려는  기상천외한  스펙타클에  그만 정신이 혼미해지는 듯한 충격을 받고 말았다.

바로 앞에서 거실의 벽이 서서히 둘로 갈라져 옆으로 나가 떨어지면서 깊이를 측량 없는  검은 터널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박제된 잠자리마냥 꼼짝없이 특수 핀으로 고정된 듯한 한심한 신세는 까마득히 잊은채 나는 앞에 아가리를 틀고있는 끝없는 심연에 원초적 공포감을 느낀다.

 

 

두려워말라. 내가 함께 하리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