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커덕..
닫혀있지 않던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맨먼저 눈에 띈건 오빠 재인과 친구 승호였다.
수인의 친구이자 올케인 지수는 엄마와 음식을 만드는 중이었다
수인이 겨우 감정을 추스린건 그 공중전화 박스앞 24시간 편의점 아저씨가 아르바이트 학생
과 교대를 하려고 가게를 나설무렵이였다
비록 집에선 떨어져있는 공중전화를 선택하긴 했지만 어쨌든 이곳은 수인의 동네였다
오다가다 한번쯤씩 안면을 익힌 사람들이 사는곳인거다
머쓱해지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한 마음에 괜히 그냥 아저씨에게 씨익 한번 웃어주고 돌아선
참이다.. 사실 오늘은 수인의 29번째 생일이기도 했다
"어쭈...박수인....다 불러모아놓고 저만 살짝 어딜 다녀오는거야?"
너스레를 떠는것은 승호였다
"너두 왔냐?"
"그럼 니 생일에 내가 빠짐 되냐? 유일한 니 남자친구인데 말야"
"됬다그러셔~"
"냠마..그래도 승호가 니 생일이라고 안모이면 알아서하라고 엄포를 놔서 우리가 다 모인거다. 감사해야지 ...아무리봐도 수인이 쟤가 최승호 알기를 냉장고에 얼린 찬밥으로 안다"
"그죠..그죠 ..형?..내가 그냥 친구하지 말까봐요"
"냐냐..그래도 맘씨 좋은 니가 친구삼아줘야지 안그럼 누가 또 놀아주겠냐?"
"그런가? 암튼 제가 너무 착해서 탈이에요..하하하"
"잘들 노셔..갖구놀다 제자리만 두셔..."
"손이나 씻고 오셔..파티해야지.."
수인이 화장실로 향하는 사이 식탁에 음식을 차리던 엄마가 한말씀하신다
"승호 너도 수인이 친구노릇 그만해주고 이쁜 애인하나 만들어야지"
"헤헤..그럼 어머님이 함 소개시켜주시죠~~"
"그럴까?"
"날 잡을까요..어머님?"
"하하하"
수인은 화장실로 향하던 발걸음을 잠시, 승호의 얼굴을 쳐다봤다
유치원시절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 함께 보낸 친구였다
그러다 이사를 가서 연락이 안됬던것이 고등학교 시절 그때까지 어린시절 그 동네 그 아파
트에 살고 있던 수인이집을 찾아 와서 혼자 자취를 시작했노라고, 가끔 밥달라고 너스레를
떨던 이후 쭈욱 수인의 집을 그야말로 밥먹듯이 찾아오던 친구
이제 수인의 곁에 없으면 이상할만큼 가까운 친구.
물론 그 둘옆엔 항상 지수도 함께였다
오늘 지수도 수인이도 서로 의식적으로 눈을 마주치지 않고 있다
지수는 엄마를 도와 바쁜척. 수인은 승호와 티격대는척 .
수인의 생일파티는 간단한 저녁식사로 끝났다
피곤하다며 일찍 일어서는 지수를 수인도 궂이 잡지 않았다
수인과 지수가 서로 한마디도 섞지않자 어색해진 건 재인과 승호도 마찬가지여서 다음에 술
한잔 하자는 인사와 함께 각자 헤어졌다
아무도 수인과지수에게 왜 그런지 묻지않았고 수인과 지수도 서로 눈인사조차 나누지 않았
다. 10년넘게 사겼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하지만 .....
수인은 밤이 늦도록 베란다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예설천의 불빛을 바라보고있었다
요 몇일새 수인은 정말이지 너무 지쳐있었다...
띠리리리리~~
점심을 막 끝내고 커피한잔을 막 마시려던 참이었다
"아이참. 누구냐~ 일요일의 여유를 좀 느껴보시겠다는데 방해하는게."
궁시렁대며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수인이니?"
지수였다
그날 그렇게 어색한 생일날 저녁을 같이한지 딱 3일만이었다
"엄마 없어.. 영애아줌마네집에 가셨나봐'
"나 넌테 한거야"
"어?......어.....!'
"오늘 저녁에 뭐하니?"
"......글쎄.....뭐...별루"
"그럼 우리 만날까? 생각해보니까 너랑 단둘이 술한잔 한게 오래된거 같더라
오빠두 오늘 저녁은 친구들 만나 술한잔 하고 온대구 ...괜찮어?"
친구가 만나자는데, 더구나 상대는 지수였다
10년지기 친구이자 자신의 새언니가 아닌가.....그런데 왜 이렇게 어색한건지...
아주 잠깐 망설여졌지만 수인은 마음을 고쳐먹었다
어차피 안보고 살수도 없잖은가......
"그래 그러자...이따 세연상가 앞에 {클래식}에서 보자"
"그래..이따 보자"
그때부터 수인은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다
습관처럼 커피를 마시고 습관처럼 컴퓨터 앞에 앉아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습관처럼 치워놓
은 신문을 읽고 그랬지만 정작 생각은 딴데가 있었다
지수와는 대학1학년때 같은 써클에서 알게됬었다
적당히 내성적인 수인에 비해 지수는 당당하고 거침없고 강했다
무엇이 서로 다른 성격의 둘을 끌리게 했는지 모르겠다고 언젠가 둘이서 얘기하다 깔깔거리
며 웃은적도 있었다.
강의가 끝나면 기다려주던것은 언제나 지수쪽이었다
그런쪽으론 수인은 참 무심했다
대학 1학년때 휴학을 하고 갑자기 군대에 가겠다고 승호가 말했을때도 수인은 "그러니?"하고
말았었다. 그런 수인이 대신 지수가 자리를 마련해서 그 밤 코가 비뚤어지게 술을 마셨었다
"승호야, 너 수인이 친구만 하지 말고 내 친구도 해주라"
발갛게 오른 볼을 하고선 혀꼬부러진 소리로 지수가 승호에게 친구를 제의했던것도 그밤이
었다
"까짓~~~그러지뭐....안그래도 수인이같이 재미없는 얘만 상대하려니 심심했는데 자~~알
됬다. 자...자.... 친구된 기념으로 술이나 더마시자...하하하..딸꾹"
"그래..마셔마셔...원샷!!~~~~~"
"우리 셋의 영원한 우정을 위하여~~~건배"
젊음은 참으로 좋았다
젊음은 적당한 치기로 그들 셋을 강하게 묶어주었다
승호가 군대에 있는동안 지수와 수인은 목마르지 않을만큼 미팅을 했고 남자들을 사겼다
수인은 항상 적당한 선에서 감정정리에 나섰고 지수는 언제나 끝까지 감정을 내주었다
수인에겐 사랑하는 사람이 없었고 지수에겐 만나는 사람이 모두 사랑이었다
지수가 사랑과 이별을 반복하는 사이, 수인은 사랑에 빠진 지수의 얘기를 실감나게 들어주는 일도, 이별한후 펑펑 울어제끼는 지수를 보는 일도 일상처럼 되어가고 있었다
때때로 수인과 지수는 포천에서 군생활하는 승호에게 가기위해 기차를 타기도 했었고
휴가때면 식어빠진 사랑이야기로 밤을 밝히기도 했었다
그시절엔 그래도 사랑을 믿었었는데......
저도 모르게 푸우...한숨이 나왔다
우린 서로를 너무 많이 알고 있지.....
서로를 많이 안다는건 또 가끔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클래식]은 상호에서 풍기는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생맥주집이다
처음 상호를 봤을땐 잘꾸며진 레스토랑을 상상했었는데 안에 들어가보니
통나무로 만든 허접한 의자와 탁자가 놓여져 있고 메뉴라곤 딸랑 세가지 뿐이다
두부김치, 골뱅이무침, 오징어와노가리
처음엔 너무 황당스러웠지만 어느순간부터 수인이패거리에겐 더없이 아늑한 장소가 되버렸다
물론 언제나 손쉽게 갈수있는 동네에 위치해 있기도 했지만 그곳의 맥주맛과 안주 그리고 넉넉한 인심은 이곳을 드나드는 10여년동안 변함이 없기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좁아터진 이곳엔 늘 단골들로 꽉 차 있기도 하다
주인내외와 눈인사를 하고 그들이 가리키는 구석자리로 가니 지수는 벌써 와있었다
앞에는 찢어놓은 노가리와 맥주가 놓여져 있었다
한잔 들이킨 모양새로 지수가 바라본다
"왔네?...앉어"
"일찍 왔나부다?"
의자에 주저앉으며 수인은 앞에 놓인 유리잔에 맥주한잔을 가득 따라 마셨다
그걸 보던 지수가 피식 웃음을 날린다
"수인아.."
이미 웃음기가 걷혀진 얼굴이다
왜?..라는 시선으로 수인이 바라본다
"너말야..오늘은 내남편 동생으로는 말고 그냥 내 친구로만 있어주라"
"무슨 뜬금없는 소리니?"
"말 그대로야.. 나 결혼하고나서는 너 항상 나랑 있을때 친구로 말고 시누이로 바라봐주잖아
오늘은 그냥 박재인 동생으로 말고 민지수 친구로만 놀아달라구 떼쓰는 거야"
"...많이 마셨니? "
"박수인 대답안하고 딴소리네..흐흐..."
"많이 마셨냐구....?"
"많이 마시긴...인제 세잔정도...시작이지 뭐.."
지수와 단둘이 있는 시간이 이렇게 답답하다니...
수인은 갑자기 더워졌다. 걸치고 있던 코트가 거추장스러워 벗어 의자에 걸치는중이었다
"나 그날 말이야.....너한테 정말 서운했었다.."
이 무슨 얼토당토 안한 말이냐..
자세를 바로 하던 수인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그날?"
"어..그날..."
'니가 말하는 그날이란게 혹시 한달전 니네집에서 ...그날말하는거니?"
"수인아.."
갑자기 젖은눈이 되어 지수가 쳐다본다
이런 눈빛이란..뭐냐...당황스럽다
그러나 수인은 꿋꿋이 사나워진 눈빛을 거두지않았다
'민지수 ..니가 말하는 그날에 난 잘못한거 없어'
일종의 이런 무언의 뜻을 담고..지수가 술잔을 바라본다..언뜻 눈물한방울 비친듯도 하다
"...마시자..."
무슨말을 하려던거였을까 ..지수는...
수인도 지수도 말없이 술잔을 들이켰다
둘다 고집스레 말한마디 없다
주인아줌마의 써비스썽 안주가 나왔고 그러고도 이집의 딱 3개밖에 없는 안주가 모두 나올
때까지 그렇게 마신 술이 이제는 점점 취기가 돌기시작한다
술은 다시 둘사이의 침묵을 깨준다
"나말야..니 생일날 그런식으로 보내기 싫었었다"
수인은 아무리 취해도 얼굴색이 변하지 않는반면 지수는 술이 오르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양
볼이 붉어진다
재인이 그모습에 반했다지..아마?
"술주정하려면 말하지마"
"하아...역시 박수인다워....저 냉정함 봐..근데말야..너 그렇게 냉정한 모습 나하고 승호한테
만 보이는거 알어?..."
"....."
"할말 없지?..할말 없을거야..그게 사실이거던..걸 너두 안다는거지..후훗...."
"그말 하려고 불러낸거니? 하려던 말이나 해.."
"수인아..그날 너 그렇게 화내고 가고 나 곰곰히 생각해봤어"
"?"
"우리 10년을 함께했잖어..니가 나에 대해 모르는게 없다는게 어느땐 정말 불편했었어....재
인씨가 어느날 빨개진 얼굴로 사귀자고 할때 젤 먼저 걱정되던게 너였었다....."
그정도는 알고 있었다
언제나 다정하고 친절하던 오빠가 어느 순간부터 수인에게 거리를 두던 때, 비록 그것이 가
슴아팠었지만 그게 성별이 다른 남매의 특성이려니 일부러 내색하지 않았었다
그것보다 더 가슴아팠던건 언제부턴지 이유없이 수인을 피하던 지수의 태도였었다
어느날 갑자기 둘이 결혼하겠노라고 엄마와 수인을 앉혀놓고 폭탄선언을 했을때 수인이 화
가 났었던건 믿었던 두사람이 다 자신을 따돌렸다는 배신감때문이었다
혼자서 지수에 대해 가슴앓이 했던것이 그토록 억울할수가 없어서 승호를 앉혀두고 내내 엎
드려 펑펑 울었었던 기억이다
나중에야 알았었다
수인은 지수의 일을 모르는게 없었다..하물며 어떤 남자와 몇번의 밤을 지샜는지까지도....
처음 남자와 사귀고 첫이별을 겪고난 후 펑펑 울던 지수에게 물었었지
"너...그 남자랑 ....잤었니?"
어렵게 물어본 수인과 달리 지수의 답은 명쾌하고 간단했다
"안잤다면 너 ..그말 믿겠니?"
안잤다고 해도 믿지 않았을거면서 물어보다니..그날 이후로 수인은 지수에게 같은 질문은 하
지 않았었다...사람들은 가끔 본인이 정한 답을 확신하면서 물어보는 경우가 있지...
이미 마음속에 그 정답이 아니면 믿지않으리란 고집을 함께 숨겨두고서....떠보는 심정으로..
나중에야 알았었다..그런 질문이 지수에겐 얼마나 아픈 상처였는지...
헤어짐에 가슴시릴 친구의 아픔보다 순결할까 아닐까가 왜 더 궁금했을까..?
정말로...나중에야 알았었다...지수도 결국은 결혼전 순결에 얽매여 있었음을...
수인에겐 그것이 오빠와 결혼하는데 큰 의미가 없었지만 지수에겐 수인이 모든걸 안다는것
자체가 큰 부담이었다는것을 ....재인도 지수도 약속처럼 수인에게 침묵할수 밖에 달리 방법
이 없었다는것을...
하지만 그런 지난일 따위 뭐라구...?
순간 짜증이 일어 수인은 놓았던 잔을 들었다
"수인아. 난말야, 내가 참 거칠것 없는 성격이라고 알고 자랐어. 당당하고 자유롭고 그래서 애시당초 섹스라는거 사랑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어. 한번도 부끄럽지 않았었다
...난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매번 정말 사랑이었었거든....매번 최선을 다했었어"
"그건 나도 알아....내가 널 모르니?"
"근데 수인아....니가 모르는게 있어.."
바짝 수인이 고개를 쳐들었다
"나한테 재인씨는 사랑이 아녔어"
말끝에 술을 들이키는 지수가 낯설다
"..그..게..무슨..?...너...울 오빠 사랑한다고...너 ..울엄마 앞에 오빠랑 무릅꿇고 앉아서
너..그렇게 말했었다...."
"어..나 그렇게 말했었지..너와 첨 친구가 되고 너의 집을 드나들던 그순간부터 재인오빠와
엄마는 내 가족이었어...가족이었던 사람이 어느날 그러더라...사랑한다고 ..결혼하자고...
니 오빠 창피하면 얼굴 붉어지던거 내가 얼마나 좋아했었니..그런데 그렇게 빨개진 얼굴로 더듬더듬 사랑한다 말하는데 말야...그순간 나도 어쩌면 오랜시간 오빠를 사랑하고 있었던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하지만 결혼하자마자 그게 착각이었다고 깨달았어"
"허어...."
"그사람..때문이었을.거야..."
불현듯 지수의 입에서 나온 그사람...그..사..람...
그사람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10년만에 처음으로 악을쓰며 지수와 싸웠던 일이....
가면속의 그사람...알고싶지도 듣고싶지고 않은 그사람
너무 힘들어서 위로받고싶은 심정으로 찾아갔던 지수의 집..
울고싶던 수인이 들어서자마자 화장기없는 푸석한 얼굴로 지수가 말했다
"나 할말이 있어"
마치 수인이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두눈 동그랗게 뜨고, 남자를 만났다고 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지수가 흔히 남들이 말하는 바람을 폈노라고, 재인에게도 승호에게도 차마 말할수 없었노라고, 너에게라도 면죄부를 받고싶다고,..
친구이지만 시누이인 수인에게 지수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만난지 한달쯤 됬고 세번쯤 잤어.."
더.구.나 ....같이 잤다니......저렇게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저렇게 당당하게 세번쯤 잤다
고? ....세번쯤 식사를 했다고 말하듯이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말하다니.....
".너...너....너....."
"너한테 미안하다고 안할꺼야...이해해달라고 안하겠어..하지만 들어만줘..."
당당한척 연습한거였나...떨지않으려 애쓰는 표시가 난다....
목소리에 한글자한글자 힘이 들어가고 깍지낀 손마디가 파리해지고 있었다
"무슨 말?...무슨말??,,,,,대체 나더러 무슨말을 들으라구?"
저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
그랬다....재인은 수인과 피를 나눈 오빠였다
결혼전 지수가 처녀가 아니었다는것과 이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결혼전 행동은 이해하고 용서하고 넘어가줄수 있었다
그때의 지수는 둘도없는 ...그러나...그냥 ...친구였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지수는 내 둘도 없는 오빠의 부인이 아닌가말이다..
"수인아....나도말야....힘들었어...재인오빠...한테...너무 미안해서 ..미안함....말로..... 다 ..할
수 없어서...나도....그래서 ..그사람과 ..헤어졌지만....아직도 ...나...너무..힘들어서..죽을
거 ..같아...."
"하...힘들어?..미안해?..나쁜년...어떻게 니가 나한테 그런말을 해?..나한테 재인오빠가 어떤
사람인데...내 하나뿐인 오빠야...이년아....근데..뭐?...결혼시켜달라고 무릎꿇고 빌땐 언제구 뭐?...바람을펴?...나쁜년....그럼 그렇지..지버릇 개못준다고 했다..진작에 너 알아봤어야 했어..."
"수인아..!!"
"부르지도마.. 너같은거랑 친구한게 후회스럽고 울 오빠랑 결혼하게 둔거 내 눈이라도
뽑아내고 싶도록 후회스러워..니가 어떻게 울오빠한테 그래?..울오빠가 마음여린 사람인거 나보다도 더 잘 아는 년이 어떻게 그럴수가 있어?"
악을쓰고 욕을 하고 그러는데 눈물이 났다
힘들어서 찾아왔는데..이따위 말 들으려고 온게 아닌데....
허겁지겁 가방을 챙겨들고 오빠집을 나서는데 통곡소리가 들려왔다
차마 수인을 잡지못하고 그냥 보내는 지수가 내는 소리였다
신호등을 건너고 차를 잡아타고 세정거장밖에 안걸리는 거리를 오는동안 오로지 한생각만
했었다....내 이제 다시는 너를 안보리라...
생일날 마주치기 전까지 그렇게 수인은 지수에게서 멀어져있었다
그때 지수가 말한 '그사람'
헤어졌다던 '그사람'
오빠를 생각하는 감정이 사랑이라 착각한 것이라 일깨워줬다는 '그사람'
지수는 오늘, 술자리가 무르익는 이 맥주집에서 '그사람'얘기를 하려나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