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했을때 상준인 없었다. 일주일 출장으로 동경으로 간다는 글이 남아 있었다. 직원 현황 스케쥴 표에 그렇게 적혀 있었다. 상준이 비서 처럼 마냥 붙어 다니는 성주도 함께 였다. 가끔 보면 성주는 왜 우리 회사에 다니고 있는지 의문이였다. 말이 엠디지.....자기일은 거의 않고 상준이만 따라 다니고 있었다.거기에 대해서 뭐라고 의문을 제기하거나 뒷말을 하는 사람은 없지만.....좀 알수 없는 부분이였다.
어제.....상준인 좀 우스웠다. 만난이후로 계속 폼을 잡고 있길래 정말 예전같은 모습은 없길래 아주 의젓한 성인 남자가 다 되었다고 철석 같이 믿고 있었는데.......그게 아니였다.
지금 생각해도 입가에 기막히다는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박상준은.....내 앞에서 갖은 폼을 다 잡고 있었지만......그게 다 연기였던 거다. 유복한 집안의 막내아들 귀여븐 박상준......마마보이 기질을 가지고 있던 박상준이......5년이 넘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 안에 꼭꼭 숨겨져 있었다. 그게 어제 한순간에 허물어진 거였다.
정확히 말하자면.......어제 내가 성심 성의껏[?]내 맘을 표현을 한데서 비롯된 일이였다. 강하게 날 상처 입힐양 거칠게 입을 맞춰오던 상준이에게 어느순간 부터 내가 적극적인 자세로 부드럽게 나가자 적잖이 당황하던 상준이였다. 약간 머뭇거리는듯 뒤로 빼는가 싶더니 첨 과는 확실히 다른 감각으로 내게 다가섰다. 깊게 들어온 혀로 내안을 가득체우더니 어눌하게 방향감각을 잃고 허둥대는 내 혀를 자신감있게 자기 쪽으로 강하게 흡인하면서 가볍게 터치하듯 놀리듯 밀어 내다가 다시 세게 잡아치고 내 안의 부드러운 속살을 가볍게 누르다가 부드럽게 깨물고......암튼 키스가 마치 온몸 가득 상준이가 훝고 지나가는 기분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키스하나 만으로도 절정.....사실 절정이 뭔지 모르지만......온몸안의 기가 다 빠져 나가 서 있기가 힘들 정도 였다. 기력이 한 순간에 다 소모 되어버리는것 같았다.
숨가쁜 호흡이 잠깐......숨쉴때 필요한 산소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신경세포가 위험을 알려 잠시 내게서 입을 떼더니....다시 다가온 입술 이였다. 다시 시작된 공격에 겨우 따라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내 노력이 가상했는지 상준인 첨과는달리 부드럽게 윗입술 ....아랫입술을 한번씩 부드럽게 빨아주고는 입을 뗐다.
숨이 헉헉 .....호흡이 가빴다. 약간은 부끄럽고 챙피했지만.......상준이도 나도 얼굴을 돌린체 상기된 표정을 감출수가 없었다. 내 입술에서 취기가 느껴진다는 자각이 들때쯤 상준이 의자에 놓여 있던 커피캔을 들어 마지막 까지 한번에 털어 들이 붓고는 캔을 의자에 놓았다. 그걸 보자 나도 갑자기 목이 타는것 같아 내 쪽의 캔을 손으로 들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상준이 날 돌려 세우고 소릴 질렀다.
"야!이여경....!!!너 뭐야?"
갑자기 소리치는 상준이 행동에 난 아연실색 할 수 밖에 없었다. 왜 갑자기 ......지금껏 키스 열나게 잘해 놓고서.....왜.....또 시빈지....?
" 너 말야....나 없는 동안 대체 몇놈이랑 키스한거야...?엉!!!너 내가 처음이라고 했지...?잊어 버린거야?네 처음 내가 가질거라구 말했잖아......잊은 거야 너?그래?"
소리소리......정말 어이가 없었다.
고래고래 얼굴까지 뻘개 가지고 소리지르는 꼴이라니.......정말 기막혔다.
어린애가 뭐 사달라고 떼쓰는 것도 아니고.......정말 기막혀서 입이 딱 절로 벌어지는 상황이였다.
"말해....!!!!누구야 대체....!!!!"
"뭐가.....!!!너 왜그래?"
"너 나 없는 동안 내내 연애만 했냐....?"
"대체 무슨소릴 듣고 싶은건데.....?본론만 말해......다들 자는데 수면 방해 하지 말고..."
"내가 .....너 내가 돌아 올때 까지 기다리렜지?나외에 다른남자는 안된다고 분명히 말했잖아....너 그러겠다고 내게 고개 끄덕였잖아?아냐!!!"
".......진짜......."
"말해봐....너 약속 지키겠다구 나한테 그랬어 안그랬어.....엉!!!"
"나 귀안먹었어....소리 그만질러.....!!!그리고 네가......순결 지키랬지 언제 .....입술도 지키랬어?그약속은 안했잖아......"
"뭐...?너 진짜.....?"
갑자기 내 쪽으로 몸을 돌리며 다가서는 상준이 에게 난 잠시 뒤로 물러섰다. 기막혀 하는 얼굴로 날 째리는 상준이였다. 아까와 다르게 괜히 웃음이 나오는것 같기도 하고......갑자기 변해 버린 상준이 행동에 혼란이 오는것 같기도한 복잡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너 일루 안와.....?야 !이여경 일루 안와 .....!너 ....잡히면 죽어....!!!"
술기운이 도는지......지금껏 어떻게 서 있었는지 의심스러운 다리 풀림에 상준인 뒤로 내빼는 날 잡지 못해서 소리만 질러대고 있었다.
기막힌 상황이 아닐수 없었다. 들고 있던 캔을 찌그러 트리며 난 상준이 발치로 캔을 던졌다.
"가라 그만.......더이상 주사는 못 봐 주겠으니까...."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을까? 아니 언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난 상준이에게 혀을 낼름 내보이고 냅다 집쪽으로 뛰었다. 뒤에서 날 부르는 상준이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지만.......뒤 돌아 보지 않고 바로 집으로 뛰었다.웬지 자꾸 웃음이 입술을 비집고 나왔다.
어제 일 이후로 상준일 다시 본다는 거에 멋적은 감이 있었지만......그래도 얼굴 보고 싶었는데.....일주일 동안 출장이라니.....갑자기 맥이 풀리는 기분 이였다. 그래서 인지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병걸린 닭모양......하루종일 맥없이 있었다.
"야 월급 나왔지.....?우리 쇼핑할까....?"
금요일 점심시간 후 였다. 막 사무실을 벗어나는데 영인이에게 전화가 왔다. 벌써 5월이 지나 6월이 시작되었다. 짧은 봄이 겨우 막바지에 남은 .....어중간한 시기였다. 백화점이나 거리의 옷가게엔 벌써 이른 여름옷이 진열대를 체우고 있었다. 늘 나보면 칙칙하다는 성주의 비꼼이 순간 떠올랐다. 의류 디자이너는 아니지만......그래도 늘 칼라를 대하는 사람인데.....옷색깔이너무 칙칙하다며......다른 사람들 보다가 날 보면 갑자기 눈이 자동으로 감겨버린다는 성주 였다. 성주는 그때 회식 이후로 더이상 쌀쌀하게 대하지는 않았지만.......대신 날 보면 늘 빈정거리거나 내 말꼬릴 잡고 놀려 대고 있었다. 장유진의 시선이 내게 꼿히는 것도 요즘 이였다. 아마도 성주가 내게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 이였다. 다른 여직원들 에겐 플레이 기질을 보이며 깨끗한 매너.....그러면서도 부드러운 웃음을 지어 주는데 내겐 뾰죡한 가시를 세우고 대하고 있으니........강한 부정의 정답은 강한 긍정이라는 공식을 금방 붙이는 사람들의 생각.......성주의 나에 대한 생각은 날 제외하곤 모두 조금씩 오해를 하고 있었다. 상준이도 몇번 그런 성줄 보며 인상를 쓸때가 있었다. 성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늘 내게 깐죽 거렸다.
영인이와 만나기로 하고......건물내에 있는 은행에 잠시 들렀다. 가방 속에서 통장을 꺼내 한번 찍어 봤다.한동안 통장 정리를 안해서 깨끗하게 비워줄 필요가 있을것 같아서다. 근데 참 이상했다. 아니 깜짝 놀랄일이 생겨져 있었다. 난 은행 가기가 귀찮아 모든 공과 지로을 자동이체로 시켜놓고.....현금 대신 카드를 늘 쓰고 다녔다. 연말에 얼마 안되지만 소득 공제라도 받을 심산으로 .....그런데 정리가 다 되어져 나온 통장 잔고엔......내가 생각하고 있던 금액보다 훨씬 많은 돈이 찍혀져 있었다.
잔고가 이렇게 많이 남아 있을리 없을텐데.......작업에 필요해 그림도구를 몇개 구입했었는데....거의 수입산이라 가격이 만만치 않아 생활비를 줄이고 구입했는데.....아무리 내가 생활비를 줄였다고 하나.....이렇게 많은 잔고가 남아 있을리는 없는데........통장을 살펴 보다가 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빠 병원비로 나가는 돈이 빠져 나가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더구나 오빠에게 부쳐준 돈중 일부가 내게 다시 입금이 되어져 있었다. 아빠의 병원으로 돈이 이번달 까지 3개월이 나가지 않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거지......?얼른 이해가 안되었다. 왜....병원비가 빠져 나가지 않은건지.....혹시 아빠에게 무슨 일이 생긴건 아닐까.....?갑자기 가슴이 쿵쾅 거리고 뛰었다. 한동안 야근해서 우편물을 잘 챙기지 않았는데.....설마 아빠에게 무슨일이 일어난건 아닐까....?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수첩을 꺼내 핸폰을 들었다.
얼마간의 신호가 가고 목소리가 나왔다.
"저기요.....뭐좀 물어 볼께요...."
"네....말씀 하세요..."
"저기....거기 입원해 있는 환자 중에......이철용씨......혹시 무슨 일 있나요....?"
".....이철용 씨요....?"
"네......오래동안 입원해 있는 환자인데........갑자기 송금이 차단이 되었기에 .....무슨일 있나요......?"
"잠시만요......이철용씨........"
서류를 뒤적이는지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지 몇초간의 시간이 흘렀다.핸드폰을 쥐고 있는 손에 땀이 베어 나왔다. 저만치서 날 보는 영인이가 보였다. 빨리 안나오고 뭐하냐는 손짓을 보내고 있었다.
"아 이씨 아저씨.......키작고 외소하신 분이시죠...?"
"네.....그런데요...."
"아드님 이라고 하신분이 모셔 갔어요......?서류엔 저저번달에 모시고 갔다고 나와 있는데요......따님 이신가요...?"
"네.....아드님 이라니...."
"이도진....이라고 적혀 있는데.....오빠 아닌가요.....?"
"아....맞아요......."
"함께 외항선 타는데 같이 간다고 하던데......모르고 계셨나 보군요......."
이게 무슨소린지.......?
오빠가 아빠를 데리고 갔다니......몸도 약하신 분을 ......외항선 이라니.......왜 내게 말 한마디 없이.....오빠가 ....전에 헤어지면서 다시는 자기들 땜에 고통 받는 일 없을 거라고 하더니......그게 이거 였었나 ?웬지 모르게 온몸에 힘이 다 빠져 버렸다. 왜 이리 허탈 한건지......사실 아빠라는 존재는 내게 필요악 처럼 부풀어 오른 종기가 곪아 터지지도 못하고 생채기로 박혀 버린 존재 였는데.......그걸 깨끗하게 파내 버려준 오빠가 왜.....고맙지가 않은건지......이율 배반적인 감정이 들었다.
"뭐해....?넋나간 사람 모양....."
언제 들어 왔는지 영인이가 눈 앞에다 손사래를 치며 날 보고 있었다.
"사무실 안들어가....?점심시간 다 끝나가......얘 이여경.....!!"
가볍게 어깨을 치는 영인이 탓에 난 겨우 제정신이 들었다. 그랬다 . 은행벽에 붙어있는 자동시곈 10분전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사무실이 있는 15층 까지 가려면 서둘러야 했다.영인일 따라 일어서 엘리베이터로 갔다.
"퇴근후에 갤러리아 에서 보자.......외근 나갔다가 잠시 둘러 보았는데......이쁜옷 많이 나왔더라....너 사무실에서 매일 성주가 놀린다며.......?유미가 듣기 싫어 죽겠다더라....."
한유미와 영인인 대학 동문 이였다.사내에선 대놓고 친하게 지내지는 않하지만 가끔 점심도 함께 먹고 하는것 같았다. 한유미가 날 껄끄럽게 생각하는것 같아 나와 친하다는 얘긴 하지 않은듯......날 끼워서 점심을 먹거나 하진 않았다. 이상하게 한유민 날 보면 늘 인상를 쓰거니 한심하다는 듯 보곤 했다. 왜 인지 모르지만......내 첫인상이 않좋았는지.....내게 안좋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나 보다....하긴 나도....예전 지사에서 일이 있어 한유미와 같이 있음 자연스럽지 않으니까.....피차 일반 이였다. 어쩔수 없이 한팀으로 묶여 할 수 없이 같이 있는것 뿐인 것이다.
퇴근후 영인이 손에 끌려 백화점 쇼핑을 했다. 2층 영캐주얼 에서 부터 명품관 까지 근 한시간을 끌려 다녔다.월급을 모조리 한번에 쓸 양인지 영인인 옷도 몇벌 옷에 맞게 신발도 몇개 구입하고 화장품도 구입했다. 월급을 얼마나 받고 있는지 모르지만......모조리 카드로 신나게 긁고 있었다.첨 몇개는 계산이 되었는데 이젠......숫자의 동그라미가 너무 늘어 계산하길 난 포기 했다. 내게 선물이라며 엘르의 선홍빛깔의 물실크의 끈달린 원피스를 건넸다. 너무 야해 절대 소화 못시킬것 같은 옷을 내게 내밀며 그에 맞는 힐도 내밀었다.
"됐어....너 입어 .....난 그냥 줘도 못입어......입을 날도 없어...."
"그냥 받어......내가 주는 선물 거부하면 내가 어떻다는것 아직 몰라......?좋은 기분 망치고 싶지 않음 그냥 고맙다구 하구 받으라구......"
아마 몰라도 이 원피스 가격이 기십만원을 할것이다. 힐의 가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낮게 얼굴 찌뿌리는 영인일 보면서 난 하는수 없이 손을 내밀어 쇼핑백을 받았다. 난 모스트비 에서 하얀색의셔츠와 곤색의 팬츠를 구입했다. 맘에 들지 않는다고 영인이 투덜거렸지만.....스타일을 하루아침에 바꿀수는 없는 일 아닌가......소화시키지도 못할 옷을 이런 기십만원씩 하는 백화점에서 살수는 업으니까.......큰 맘먹고 사는것 입을수 있는 물건을 사는게 현명한 처사 이니까......영인이 건네준 꽃보라와 연두 청록의 색이 한데 어우러진 스카프도 하나 샀다. 영인이 계산을 치르려는걸 막고 내가 냈다. 매번 쇼핑때마다 선물이라고 내미는게 ......내겐 좀 감당이 안되는 물건들이라 오늘은 단단히 벼루고 나왔건만......영인이 내게 또 엘르의 옷을 내민것이다. 부자 친구 둔 덕 잘 활용하라는 말을 우스개 소리로 하지만......친구사이에 주고 받는 선물 치고는 너무 과한 선물이였다.
배가 고프니 저녁을 먹고 들어가자며 새우구이를 잘하는 집이 있다며 영인이 그리로 차를 몰았다.시동을 걸면서 어딘가로 문자 메세지를 보내는 영인이였다. 차 트렁크에 쇼핑한 물건을 넣고 들어오는데 영인이 날보더니 씨익 웃었다. 별의미 없는 웃음......괜히 어색하니까 띄우는 그런 미소말이다.싱겁다는 웃음을 나도 띄웠다.
압구정 사거리 에서 좌회전을 하고 몇분쯤 가다가 차를 파킹 시켰다. 주차요원이 나와 영인이에게 키를 받아 갔다. 진 초록의 벽돌를 끼고 돌아 입구로 향했다. 프로방스의 해변을 연상시키는 모던한 음식점이였다.
창가쪽에 빈자리가 있는데 영인이 그리로 가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8시가 넘어선 시간이라서 인지 난 사실 배가좀 고팠다. 뒤쪽의 룸 같은 곳으로 영인이 들어갔다.둘이서 간단하게 저녁 먹을건데 룸 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앞서 가는 영인일 부르기가 여의치 않은 분위기라 말없이 영인이가 들어간 룸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