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267

현재-15


BY 까미유 2004-09-15

정신없는 시간이 흘러갔다. 신입으로 들어온 경혜와 함께 일을 맡았다.본래 기획은 내가 잡은 거라서 경혜는 서포트 자격으로  내 작업에 들어 온거였다.공룡시리즈는 막을 내리고 다른 것으로 대체를 했다.5일동안 야근을 하며 회사에서 전력투구를 했다. 자료집도 찾아보고 처음 의도완 전혀 반대되는 기획안을 잡았다. 남자애들 이라고 해서 모두 사나운 동물을 좋아하는 법은 없을것 같아 귀여운 캐릭터로 초안을 잡았다. 어눌한것 같으면서도 총기가 흐르는 강아지.....약하지만 절대 비겁하지 않을것 같은 .....그런 캐릭터를 그려냈다. 첨의도와 너무 달라 조금은 걱정이 되었지만 경혜는 내가 그려낸 그림을 보고 잘 먹혀 들것 같다고 했다. 신선할것 같다는 위로도 해주었다.검정색과 하양색......두가지 색으로만 정했다. 여러가지 색상으로 만들었다가 괜히 시선을 잃을 수도 있기에....딱 두가지 색상이라는걸 강조했다.단시간안에 승부를 보지 않으면 원가절하라는 치명타를 입을수 있기에......강하게 밀고갈 생각이였다. 너무 많이 만들지 말라는 말을 기획안 에 적어 올렸다.

 

다시 만들어진 기획안은 무사히 통과가 되었다. 생각보다 일이 잘 끝나 맘이 홀가분 했는데 여자 아이들을 맡았던 한유미씨 디자인이 위에서 통과가 되지 않아 모두 같이 하게되었다. 상준이와 엠디인 성주 그리고 다른 남자 사원 하나가 더 우리부로 투입되었다. 출고일이 며칠 남지 않아 우리부서는 숨쉬는 시간조차 아낄만큼 바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거였다. 같은 경쟁 업체보다 더 빨리 신제품이 나와야 한다는 긴박감에 온몸이 바짝 긴장이 되었다. 한유미씨는 자기의 디자인이 받아들여 지지 않음에 대해 많이 당황되고 긴장했다. 그래도 우리팀에선 젤 고참이고 실력있다고 쳐주는 사람이였는데.......아무것도 먹지 않고 회의실에 박혀 야근을 해대는 한유미씨가 안되 보였다.

 

결국 마감일에 임박해서 장유진 씨가 된 디자인으로 결정이 났다. 그 결정에 한유미씨의 맘이 많이 다친것 같았지만.....할수 없지......한편으론 한유미씨가 안됬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낸 디자인이 위에서 먹혀 들지 않았다면 나도 힘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한유미씨의 맘이 이해가 되었다.

 

신제품이 출시되고 시장조사가 시작되었다. 다행히 경쟁업체 보다 우리 제품이 먼저 출고가 되었고.....그래서 인지 매출면에서 경쟁사 보다 앞서 가고 있었다. 근 한달이 그렇게 후딱 지나갔다. 정말 눈 돌아가게 바쁜 나날이였다. 영인이와도 거의 밖에서 얼굴 보지 못하고 지났다.회사에서 간간이 마주치기는 했지만......얼굴 마주대하고 점심도 한번 먹지 못했다. 모처럼 일찍 끝날것 같아 영인이에게 저녁에 만나자는 문자를 날리려는데 성주가 들어서며 오늘 회식 있다고 하면서 전원 모두 참석하라고 했다. 일방적인 통고였지만 아무도 불만을 토로 하는 사람이 없었다. 사실 팀 만들어지고 회식은 이번이 첨이였다.다른 부서들은 신입이 들어오면 환영식을 해주었는데......우린 오자 마자 일부터 시켰으니......말은 안해도 경혜나 새로 들어온 윤찬영 씨는 좀 섭섭했을 거다. 그래서 결국 영인이와의 저녁은 담으로 미루어졌다.

 

일식집에서 간단한 저녁을 먹고 노래방이 달려 있는 클럽으로 2차를 갔다. 거래처 사람 만나러 갔다가 2차부터 들린다는 상준이와 성주가 클럽에 먼저 와 있었다. 여자 사이에서 주눅이 들어있던 찬영씨가 그제야 얼굴을 폈다.대학 졸업하고 우리회사로 입사한 찬영씬 숫기가 없는 순진남 이였다.간간히 말투에 섞여 있는 경상도 사투리가 귀엽게 들릴만큼......순수한 남자 였다.

 

언제 부터 친해진건지......한유미와 장유진이 상준이와 성주의 옆자리에 앉아 술을 건네주며 안주까지 챙겼다. 진짜.....기분이 ....씁쓸했다.연한 회색 수트을 입고.....아니 자켓은 벗었다.하얀 와이셔츠에 진곤색의 바탕에 붉은색 작은 하트 모양이 잔잔히 그려져 있는 타이를 느슨하게 맨 상준인 좀 피곤한 얼굴이였다. 우리가 들어오기 전에 성주와 몇잔의 전적이 있는지 얼굴이 좀 붉게 상기되어져 있었다. 예전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 상준인 완전한 비지니스맨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남성다운 면이 확연하게 자리 잡아 있는 모습......그래서 자꾸 시선이 그리로 향해 질수 밖에 없어지는......시선 처리가 쉽지 않았다. 상준이만 보면 왜 자꾸 이렇게 가슴 한쪽이 아려오면서 아파오는지.....마치 고질적인 심장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마냥.....숨쉬기가 쉽지 않은 요즘이다.

 

아마도 전에....회의실 사건 후 부터 그런것 같다. 상준인......내게서 너무나 멀리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그래서 함께이면.....내게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데도.....혼자 힘들고 안타까웠다. 자꾸 약해지려는 날 모질게 잡아 세우고 힘이 빠져 나가는 발끝에 긴장을 줬다. 더는 바보같은 모습.....약해빠진 모습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게 요즘의 내 신조였다.

 

누군가 노래방 기기를 작동 시켰다. 신입부터 라는 말에 윤찬영이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휘성인가...?안되나요를 열창했다. 이어서 경혜가 수줍게 일어나서 앞으로 나갔다. 못불러도 용서가 되는 거지요 ?라는 멘트를 날리며 경혠 유진의 차차를 불렀다. 레게음악 같은 비트있는 노래 였는데 생각보다 경혠 잘 소화 해 내고 있었다.노랠 잘하면서 내숭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정말 그런것 같았다. 금방 앙콜이 쏟아져 나왔다.

 

내게 한번도 시선을 주지 않는 상준이가.......다른 사람들에겐 웃어 보이며 그동안 수고 했다고....너무 심하게 몰아 붙여 미안했다는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건네며 술잔을 기울여 주는 상준이.....가슴이 아팠다. 옆에서 노골적으로 여자라는걸 무기로 삼아 상준이에게 확실하게 대시하는 한유미.......장유진은 성주를 찍었나 보다.....노는데 일가견이 있는 성주는 장유진을 잘 받아 넘기고 있었다. 내 옆의 경혜는 그런 둘이 좀 못 마땅한지 얼굴을 찌뿌리고 있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몇잔의 술잔이 돌았고......모두들 기분좋게 취기가 오른 얼굴이였다. 괜한 마음씀에 속이 쓰린 나만 빼곤 모두들 기분이 좋은것 같았다.

 

"아이.....이여경씨....뭐해요? 노래 하나 해요.....?우리 모두 하번씩 불렀는데......"

갑자기 장유진 씨가 날 보며 그렇게 말했다. 모두의 시선이 내게 모였다.

 

"그래요.....이선배 노래 불러요.....자자....뭐 부를꺼예요...?제가 눌러 줄께요...."

옆의 경혜도 찬영씨도 내게 마이크를 건네며 노래을 부르라고 했다. 좀전에 성주도 팝을 불렀다. 여자들에게 인기있는 이율 그대로 모여주는 매력적인 목소리였다.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향해 있는데도 상준이의 시선은 오지 않았다. 왈칵.....설움이 몰려왔다.

 

왜 였을까....?

왜 갑자기 그 노래가 생각이 났을까....?

노래를 고른다른 이유로 유미씨 에게 마이크를 건네주고 예약 버튼을 눌렀다.

유미씨의 노래가 끝났다. 섹시한 표정과 몸짓으로 이정현의 따라 해봐를 불렀다. 갑자기 좀 망설여 졌다. 분위기가 흥겹게 업되어 있는데....내가 고른 노래가 분위길 망칠까봐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이미 전주음이 나오고 있어 뒤로 뺄수도 없었다. 일어서는데 잠깐 성주의 시선이 내게로 왔다가 금방 사라졌다. 상준이 만큼이나 내게 거리를 두는 성주 였다. 섭섭함이 순간 들었다. 친구처럼......예전처럼은 아니더라도 같은 회사 동료로서는 봐 줄수 있을텐데......그것도 힘든가 보다.정말 힘든 관계였다.

 

'혹시 그대가 어쩌다가......사랑에 지쳐 어쩌다가....어느 이름 모를 낯선 곳에 날 혼자두진 않겠죠.......'

 

정말 그랬다. 오빠도 떠나 버리고......대전에 있는 엄마와도 연락이 거의 끊어져 버린 지금.....내겐 아무도 없었다. 힘들때 의지가 되는 영인이가 있었지만.......내 속내를 다 털어내고 기댈수 있는 사람은......아무도 없었다. 피가 섞여 있지는 않지만.....결혼해서 조카가 생겨 가족이라는 이름을 붙여 줄줄 알았던 오빠의 일이 그렇게 틀어지고 나서 부터.....난 혼자라는게 힘들었다. 눈앞에 없을때는 괜찮았는데......갑자기 나타난 상준인.....내게 너무 냉정하고 차가웠고......무정함을 가장한 관심도 보여주지 않아.....가슴에 커다란 피멍을 움켜쥐고 살게된 나였다. 이런 내 신세가 왜 이리 비참하고 처량한지.......그래서 일까....?전에 영인이 앞에서 첨 듣고 생각지도 않게 눈물을 흘렸던 이노래......이노래가 지금의 내 심정을 그래도 노래한것 같았다. 누구에게나 쉽게 잊혀지고  쉽게 버림받는 아이.......혼자라는게 이젠 무감각해질 만도 한데.....아직도 미련의 줄을 쉽게 끊지 못하는 ......내 마음 같은 노래......어느순간 눈물이 세어 나왔나 보다.......노래를 끝까지 부르지도 못하고 들어오는 내게 찬영이 손수건을 건넸다. 역시 분위기는 다운 됐다. 어디가나 분위기 파악못하고 청승를 떨어 내는  나였다.

 

"갑자기 긴장이 풀렸나 보다......이 선배 요며칠 정말 많이 힘들었잖아......."

"힘든건 우리도 마찬가지 였는데 뭘......"

경혜의 말에 한유미까 금방 토를 달았다.

 

상준이 시선이 잠깐 내게 머물렀던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부끄럽고 민망한 맘에 고갤 들지 못했다. 이런 분위기가 익숙치 않아서......그런 자책감이 들었다.

 

그후로 시간이 얼마간 더 흘렀고 난 먼저 일어섰다. 나랑 마찬가지로 집이 멀다는 이유로 고아라씨도 일어났다. 회사와 정 반대 방향으로 왔기에......막차 시간이 다 되어 갔다. 우리가 일어서자 다른 사람들도 따라 일어섰다. 다음에 또 한번 뭉치자는 멘트를 날리며 성주가 계산을  하러 먼저 나갔다.

 

집으로 와서 따뜻한 물에 샤워를 했다. 각자 흩어져서 차를 탔는데.......상준인 한유미와 함께 가는것 같았다. 괜히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축늘어져 있는 내가 싫어 맑은 물이 우려 나오는 녹차를 따뜻하게 준비했다. 전에 영인이가 주고간 잎을 닦아서 햇살 좋을때 말려 차로 만들었다는 명품 녹차..... 시간을 두고 우려 냈더니 정말 색깔이곱다. 맛도 떫은 맛이 아닌 깊은 맛이 났다. 녹차를 몇모금 음미하고 있는데 갑자기 핸폰이 울렸다. 벌써 12시가 넘었는데.....영인이 이렇게 늦게 전활.....?기집애.....한동안 연락 안한다고 삐져 있더니.......웃음이 났다. 녹차를 티 테이블에 올려 놓고 가방에 들어 있는 핸폰을 꺼내 폴더를 열었다.

 

"여보세요.....?야 오영인.....너무 늦었어......"

"나다....이여경..."

 

정말.....깜짝 놀랐다. 핸폰을 걸어온 사람은 영인이 아니였다. 좀전에 헤어진 상준이였다. 몇잔 마시는것 같지 않아 보였는데......술기운이 느껴지는 착 가라앉은 상준이 목소리였다.

 

"여기 .....집앞이야......잠깐 나와.....좀 보자...'

 

누군가 가슴 중앙으로만 돌을 던지는것 같았다. 한없이 계속 .....아무런 방어도 못하고 있는데 고통을 느낀다는걸 모르는 사람마냥......그렇게 강도가 센 돌팔매질를 당하고 있는 기분이였다.상준이라니......?집앞이라니....?왜.....?

 

내가 뭐라 채 말하기도 전에 전환 끊어졌다. 잠시 호흡을 고르고 있는새에.......상준이 폴더를 닫아 버렸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