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831


BY furndle 2004-03-25

봄은 짧다.

꽃이 후후 피는가 하고 돌아보면 어느 새 계절은 저 만치 앞서 간다.

그래서 봄은 언제나 아련한 꿈만 같고 겨울은 길어만 보인다.

생은 봄의 신기루에 이끌리어 나아가는 긴 겨울들이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고 산다.

손톱만한 싹이 쏙쏙 돋아오르던 초록의 유혹을 떨쳐낼 수 없다.

진짜 우리가 믿는 것은 믿어보는 것은 보이지 않는 신이 아니다.

봄이다. 선명한 색이다. 우리 눈에 오감으로 들이대는 생명이다.

그것이 신앙이다. 그 신앙이 있어 우리가 사는 거다.

그래서 봄은 가난한 자에게 먼저 오는 거다.

봄은 악착같다. 질리게 시멘트바닥도 뚫고 쏙쏙 초록을 터뜨리는 민들레.

그 멈출 수 없는 풀끼이다. 그것이 생이다.

 

이제 그만, 하고 멈추고 싶다. 멈추고 싶을 때 멈출 수 있는 동작 제어기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생은 브레이크가 없다. 그래서 옆을 돌아본다. 혹 누가 내 손을 끌어

이 막막한 도시 한가운데서 건져 줄 사람이 없을까하고  말이다.

 한 방울의 물기마저 말라버려 더 이상 견뎌낼 수 없을 때

너는 무얼 하는 거니? 묻고 싶다.

누군가 나처럼,  메말라 죽어가는 방치된 화분처럼 생에게 버림받았을때

너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거니? 묻고 싶었다.그러나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물음을 묻는 대신 내 안에 무덤 하나 만든다. 오늘 너는 죽었다.

이제 편하니? 칼같다. 나를 향하여 오는 한마디한마디 말이 칼같다. 피를 내물고 있는 벼린 칼같다.

 

그녀가 살아가는 방법이었다. 자신을 내몰아 벼랑끝으로 내몰아 다시 돌려 세우는 그녀의 살이였다. 그것이 아이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임을 그녀는 안다.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의 웃음이 있고 아이들의 눈물이 있고 아이들의 또 다른 생이 거기 있었다.

 

생은 직설법으로 다가 온다. 아름다운 비유나 상징을 지니지 않는다. 화살처럼 직선으로 날아와 꽂힌다. 머뭇거릴 틈도 주지 않고 쏜살같다.

그녀는 차츰 차츰 나날을 긍정하고 부딪혀 나가기위해 노력하였다.

그렇게 시간속으로 물처럼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