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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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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버리 대 명사 이 발쩐


BY 산부인과 2004-01-28

입덧이란거..

아주 만만치 않는 놈이다.

신혼이란 기쁨을 느낄 틈도 주지 않고 고통 이란걸 먼저 주었다.

하루 하루 숨 쉬는게 고통일 정도로 입덧은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구토를 하게 되면 처음이야 울렁거림에 시작 하지만

이 구토가 한번 하고나면 목구녕에서의 그 텁텁함과

올라올때 코를 자극하는 냄새

그래서 또 토하게 되고 또 토하게 되고.. 이렇게 몇번 하고 나면 하늘이 뇌~ 랗게 보인다.

그 뿐인가? 모든 냄새는 내 속을 가만두질 않고..

음식이란 것은 물론이요 듣는것도 싫었다.

엄마가 된다는게.. 이렇게 힘든 건가 보다.

다른 사람들 보면 잘만 갖고 순풍~ 낳는것 처럼 보였는데

아기가 배 속에 들어있는지 날마다 더 심해지는 입덧으로 알수 있지만..

참말로 인생 하직하고 픈 마음외엔 생각나는게 없다.

 

발전이의 담배 냄새부터

화장실 오물냄새

옷에서 나는 온갖 음식 베인 냄새

심지어 길거리 매연과 탁한 공기도 내 코를 자극시켰다.

먹지도 못하고 토하기만 하니 나중엔 노란 위액까지 쏟아내고

그것도 모자라 피까지 토해내기 시작했다.

 

<아구야~ 나 죽네 나 죽어>

<도.. 도희야~ 괜찮아?>

<너.. 말 시키지 말고 절루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

<그..그래도>

<그게 날 도와주는거야.. 냄새니까 너 빨랑 꺼져>

<무슨 냄새?>

<냄새 난다고 빨리 안꺼져?>

<너, 너무 심한거 아냐? 남편한테 냄새때문에 꺼지라니?>

<너랑 말할  기운도 없어.. 그럼 니가 내 대신 임신할래?>

<야!!!!! 남들 다 갖는 애.. 왜 그렇게 혼자 유별이야?>

<유우~~~~~벼얼?>

<그래, 하루 이틀도 아니고 도대체 그 눔의 입덧은 언제쯤 가라 앉는건데?>

<그걸.. 내가 아냐? 네가 아니?>

<참~ 별나다 별나.. 우리 누나들은 잘만 갖고 애도 쑥쑥 잘 낳던데..>

<그런 말 자꾸 할꺼면 내 눈에서 사라져 빨리!!!!>

<야야~~ 치사하고 더러워서 사라져 준다..참나~ 오래 살지도 않았지만 별일을 다 겪네..>

 

남편이란 작자, 내게 하는 소리가 치사하고 더럽단다.

이게 임신한 아내한테 할 소리인가?

가뜩이나 매사 기운도 없고 입덧으로 힘들어 죽겠는데

저런 말까지 들으니까 기운이 더 뚝뚝~ 떨어진다.

내가 지금 누구 애를 갖은건데..

세상 여자 결혼해서 아기를 갖고 낳는다 치지만

이 발전의 아기를 갖고 낳는건 나 뿐인데

왜 같이 즐기구 여자인 나만 이렇게 고생해야 하는건가?

좋다.

다 이해할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아내가 이렇게 힘들어 하면 일, 이년도 아니고 임신 기간 만이라도 

배려해 줄수 있는것 아닌가?

처음으로 결혼한 걸 후회 했다.

후회도 그냥 후회가 아니고 후회막급이다.

드라마나 길거리에서 보아 오던 임산부의 모습은

이런것이 아니였는데..

또 눈물이 나올려고 한다.

 

이렇게 맨날 질질 짜기만 하면 아기한테도 좋치 않다고 했지만

시도때도 없이 떨어지는 눈물은 입덧 만큼이나 참기 어려웠다.

유일하게 눈물로 내 감정을 토해내는건데

이 마저도 참으면 난 정말..

회사는 입덧의 시작과 동시에 넉 다운이 되버려서 퇴사 했고

그와 동시에 2~3평 되는 침대에서의 생활이 시작 되었다.

화장실 가는것 외에는..

꼼작도 않고  침대에만 누워 있었다.

음식.. 생각만 해도 헛 구역질이 올라와

쓴물을 뱉어가며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지냈다.

엄마랑 어머님이 쒀온 온갖 죽도 미식거려 몇 수저 떠 먹지도 못할 뿐더러

누워 있어도 배를 탄것 처럼 멀미가 느껴졌다.

하긴, 잠잘때도 속이 울렁울렁 거리니.

 

{에휴~ 애 둘 낳으면 사람 잡겠네 잡겠어..}

 

화가 있는대로 난 발전이는 텔레비젼 볼륨을 유난스럽게 크게 틀어 놓고

들으라는 식으로 껄껄~ 거리며 웃는다.

혼자 방에서 쌩 고생 해 보라 이 뜻이겠지

아주~ 유치하게 대응을 한다.

누가 이 발 전 아니랄까봐

그건 그렇고, 조금 있으면 한 여름 불볕 더위가 시작될텐데..

이렇게 되면 날씨까지 날 힘들게 할텐데.. 사는게,  사는게 아니다.

먹고픈게 있어야 사달라 말 이라도 하고 대접도 받지

음식 이란 단어만 들어도 우욱~ 하고 헛 구역질이 올라 올 지경이니..

들어보니 금실 좋은 부부는 입덧을 대신 해주기도 하고

부부가 서로 하기도 한다는데 이 발전은 절대로 식욕이 떨어지는 걸 본적이 없다.

이런 하루를 보내고 있는 동안에도 자기 입속에 들어갈 음식은 악착같이 챙기는걸 보니 말이다.

이 모든 것들이 포함되서 우울증이 동반 된거 같다.

정도껏 있어야 할 입덧이 도를 넘어 남들에게도 짜증을 주고있고

매사 불만과 징징 거리는 말투는 어느새 내 이미지로 정착되어 버렸다.

 

{하긴.. 지겹단 말도 할테지.. 이런 아내를 누가 좋아할까?}

 

혼자 침대에 쭈그러 누워있는데 방문이 삐그덕~ 하며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도희야~ 미안해.. 화풀면 안되? 내가 잘못했어>
<됐어~ 나두 잘한거 없지 뭐>

<나 들어가도 돼?>
<들어와..>

<내가 잘 해야 하는데 자꾸 너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

<아니야.. 입덧 좀 가라 앉으면 괜찮아 지겠지>

<그치? 입덧 가라 앉겠지? 진짜 나두 죽을 맛 이야>
<알았어.. 오늘은 건너방서 자지 말고 여기서 자>

<정말? 네 옆에서 자도 돼?>
<응.. 대신 가서 샤워 하고 와>

<알았어.. 싹싹 잘 씻고 올께>

이내 콧 노래를 부르며 욕실로 들어 간다.

입덧 때문에 서로가 독수공방 신세를 하게 되었다.

나는 나 대로

발전이는 발전이 대로

회사에서 뭍여 오는 땀 냄새와 온갖 잡다한 냄새를 참을수가 없었다.

신경이 예민해 있었고 냄새엔 민감한지라

즉빵에 건너방으로 쫓겨난 발전이..

좀.. 측은하고 불쌍하기도 했다.

근데 왜 이렇게 입덧이 심한 걸까?

남들은 두어달 정도 하고나면 사그러 진다고 하는데..

배가 어느정도 나와 제법 똥배 이상의 형태를 지닌 몸이 되었는데도

입덧은 쉽게 없어지질 않았다.

막달까지 갖고 가는 임산부도 종종 있다고 하는데

제발 내가 그 확률에 속하는 임산부가 아니길 바란다.

내일은 병원에 정기 검진 받으러 가는 날이다.

움직일 생각을 하니 또 머리가 지끈 거린다.

걸어 가기엔 너무 힘들고

그렇다고 차를 타자니 입덧이 더 심해 질테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이 짜증이 늘어갈 밖에 없다.

그 사이 샤워를 마치고 발전이가 나왔다.

 

<내일 병원 가야지?>

<응~>

<어제 부장님한테 말씀 드렸어..>

<고모부 한테?>

<응~ 월차 냈어, 허락도 맡았구>
<정말?>

<응~같이 가자>

<고마워..>
<고맙긴 당연히 같이 가야지 그러고 보니 한번도 병원에 함께 간적이 없네>
<알긴 아냐?>
<미안해.. 대신 내일 동행하잖아>

<간김에 초음파 볼때 같이 볼래?>
<그래도 돼?>

<내가 보니까 다른 집 남편들은 열성적으로 쫓아 다니면서 병원에 온다구..

아내도 챙겨주고.. 배 속의 아기도 보구..>

<와~ 그래? 그런 예비아빠들이 있단 말이지.. 근데 병원에서 그걸 허락해죠?>

<이 바보야.. 요즘은 많이들 그렇게 해 비디오도 찍어서 테입으로도 만들어 줘>

<지..인짜루?>

 

나는 느꼈다.

발전이가 결코 관심 없는 아빠가 아니라는 것을..

물어오는 질문과 내가 말해주는 답에 초롱초롱한 눈망울, 행복.

그리고 순간 이였지만 눈밑의 근육이 살짝 떨리는 그 미세함도..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나 만큼이나 긴장하고 또 힘들어 한다는 것을

부부란 역시 함께 하는 거 였구나.

 

<그렇다니까.. 그 정돈 아니지만 초음파 사진 달래갖고 오자>

<알았어.. 나 싹싹 씻고 왔으니까 냄새 안날꺼야>

<여기 옆에 와서 누워>

 

말 끝나기가 무섭게 침대위로 용수철 튕기듯 뛰어 오른다.

간만에 함께 하는 밤..

그 사이 마음이 안정되서 일까?

발전이 몸에서 나는 바디샴푸 냄새가 그리 역겹지 만은 않았다.

팔배게를 하고 오랫만에 발전이 품에 안겨 잠을 어느정도 청했는데..

갑자기.

 

<발전아~발전아~일어나봐 응?>

<으응~ 왜?나 졸려>

<저기 있잖아.. 나.. 먹고 싶은게 있어>
<뭐가 먹고 싶은데?>

<막~ 생각 났는데 낙지가 먹고 싶어>

<낙지? 이 시간에? 어디서 사와?>

<요 앞에 대로변에 포장마차 있잖아>
<문 닫았지.. 지금이 몇신데>

<낙지 먹고 싶단 말야>

<아씨~ 문 닫았으면 어떻게?>

<딴데가서 사오면 되지>
<몇시인줄 알아?>

<야!! 너 내가 처음으로 먹고싶다는데 그것도 못해?>

<아.. 알았어.. 사~사 ~올께!! >

<빨랑 사와 지금 당장 먹고 싶단 말이야 늦으면 나 맘 변할지도 몰라>

<아니 내 맘이 아니고 울 아기 마음이 변할지도 몰라>

 

반바지에 티 셔츠를 하나 걸치고 새집이 된 머리를 하고 나간다.

물론 투덜거림도 같이 동반해서..

매콤한 양념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온갖 야채와 대파가 쑹덩쑹덩 들어가 있는

그런 낙지 볶음

아~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슬슬 입덧이 사라지는 징조인가?

먹고싶은게 생기다니.. 하여간 좋다.

머리속으로 포장을 해서 뛰어올 발전이를 생각하니 미소가 번진다.

이런거였다.

그토록 꿈에 그리고 상상했던 순간.

어디쯤 가고 있을까?

음~ 아파트 현관을 지나 잰 걸음 아니아니.. 달려가고 있겠지

타닥!!타닥!! 슬리퍼를 끌고 귀찮아서라도 빨리 사가지고 오겠지

 

대로변에 3번째 포장마차로 가서 사 갖고 올까?

그 집 낙지 볶음은 적당히 맵고 또 달달한 맛이 끝내주는데..

그래서 항상 손님이 바글거린다.

더운 여름에 시원한 맥주 또는 소주한잔 걸치는 사람들을 오며가며 어렵지 않게 보아 왔었다.

여름이고 하니 문 닫진 않았을꺼다.

만일 닫았다 해도 그 옆집도 있고 또 옆집도 있으니까

그런데..

나간지 30분이 지나고 1시간이 됐는데 들어오질 않는다.

좀전에 군침까지 넘기며 맛을 상상했던 생각은 소멸되고

또 다시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하여간 뭐 하나 제대로 하는게 없어}

 

혼자 씩씩 거리며 있는데 그 때서야 현관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발전이니?>

<그래~>

 

철컥~ 하고 문 잠그는 소리가 들리더니 금방 방으로 들어왔다.

 

<사왔어?>

<야!!! 그 집 문 닫아서 열나게 뛰어 다녔잖아>
<그랬어? 잘했어>

<아 숨차.. 헉헉~>

<언능 펴봐 빨리 먹자>

 

검은 비닐 봉지에 넣고 달랑 거리며 흔들고 온 낙지볶음.

윽~ 군침이 돈다.

가지런히 묶어 놓은 매듭을 주욱~ 하고 뜯어서

호일로 덮힌 뚜껑을 여는순간~

 

<윽~ 역겨워~ 저리 치워>
<뭐어~~ 너 장난하냐?>
<야~ 내가 언제 삶은 낙지 사오랬어? 낙지 볶음을 사와야지~~>

<이것도 간신히 사왔단 말이야.. 몇군델 돌았는데>

<빨리 치우지 못해 비린내 진동 하잖아>

<초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된단말야>

<당장!! 치워 당장!! 빨리 갖고 나가 아니 밖에다 갖다 버려>



 

<야~~~ 도도희이~~~~~~>

 

 

<갖다 버리라구.. 비린내 때문에 토할꺼 같단 말야>

 

이불을 확~ 덮고 코를 막고 웅크려도 자꾸 코 밑에서 비린내가 나는것 같다.

이눔의 속이 또 울렁거리고

짜증이 더 솟아 오른다.

어떻게 해결하고 왔는지 발 걸음 소리를 쿵쿵 내며 방으로 들어온 발전이가

내 옆으로 누우려고 했다.

 

<다시 저 방으로 가~ 너 한테서 비린내 나>

<너 진짜아~~>

<뭐해? 빨랑 저 방으로 가지 못해!!>

 

문을 쾅~ 닫고 나가는 발전이..

아마도 오늘 병원에 같이 가긴 글른거 같다.

저렇게 삐지면 못가도 하루는 갈 삐짐이다.-사내녀석이 툭~ 하면 삐져요

그러게 왜 사오라는 낙지 볶음은 안사오고 삶은 낙지를 사오나 몰라

낙지!! 하면 볶음이지 어찌 삶은 낙지를 생각할꼬 

누가 어리버리 대 명사 아니랄까봐 저리 뒷북을 치나..

 

{애기야~ 너네 아빠 정말 걱정된다 넌 꼭 엄말 닮아야 한다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