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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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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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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BY 마야 2004-02-18

육일째 내리던 장대비가 멎었습니다.

진석씨의 다리도 다 나아가고.

현수씨의 노래도, 그의 팔도 모두 점점 더 낳아질 즈음 말입니다.

칠일째 되는 아침.

저는 그 길로 하산을 할 생각 이었습니다.

두 사람과 함께 말입니다.

해서, 우리는 산장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장터목 산장 뒤로 난 작은 오솔길로 접어 들었습니다.

 

육일동안 내린 비에 길들이 씻겨 붉은 황톳물을

토해내고 있었습니다.

하나가 미끄러져 흙으로 범벅이 되자, 우리는 이내

이심전심이 되어 길게 나란히 일렬 종대로 앉아

미끄럼을 타듯이 털썩 주저 앉아 길을 내려갔습니다.

"야호~ 야호~ 좋다!"

진석씨가 아이처럼 혼자서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진석씨의 베낭을 잡고, 진석씨는 현수씨의 베낭을 잡고.

그렇게 현수씨가 머리가 되어 내려가는 길은 또 색달랐습니다.

그때 저는 처음으로 다시 어린 아이로 돌아간 그런 느낌 이었습니다.

 

우리들이 한 줄로 늘어서서 만든 기차가 멎춘곳은

내리막 길이 끝나고, 작은 오솔길이 평평하게 들어나기

시작한 그 지점에서 였습니다.

원래는 물길이 없었을 테지만, 비가 내린 후라서 졸졸졸 흐르는

작은 시냇물같은 물줄기가 길 가상으로 흘렀습니다.

 

둥지를 벗어나지 않고 있었을 이름모를 새들이 나와

파르르 파르르 날아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오르고,

다람쥐 몇 마리 나와 빗물에 씻겨 갔을 설익은 열매들을

찿는 모습들도 보였습니다.

현수씨는 어느새 오솔길을 벗어나 숲속으로 터벅터벅 걸어가

고목 껍질에 올망졸망 피어난 버섯을 나무 껍질체 들고 제게

왔습니다.

선홍빛 을띤 버섯들이 아름답게 피어있는 그런 껍질 이었지요.

"독버섯 이예요. 독버섯들은 이렇게 늘 아름다운 색으로 동물과 사람들을

 현혹하지요."

라며 흙으로 범벅이 된 그의 얼굴을 들어 활짝 웃어 보였습니다.

"정말 아름답군요. 이 버섯들 색깔좀 보세요..."

그렇게 선명한 색의 주홍빛을 본 적이 없었다.

앵두같은 색깔과 갓 피어난 장미가 결합한듯한 그런색 이었습니다.

저는 그 고목을 받아 들었습니다.

"이거~강산씨에게 꽃 대신 드릴께요."

현수씨는 씨익 웃으며 뒤돌아 서서 다시 걷기 시작하더군요.

아마도 그 꽃이 다 시들어 속이 상했던 모양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잘 받을 께요."

라고 버섯을 보면서 저는 말을 했지만, 현수씨는 벌써 저로부터 꽤 멀리

앞서서 걷고 있어서 아마도 못 들었을 것 이었습니다.

 

우리들이 그렇게 숲속을 산보 하듯이

여유를 부리며 내려오던 길이

뚝 잘리듯 큰 대로와 만났습니다.

군사 훈련기지가 있는 지리산.

그때, 이미 청학동까지 큰 비포장 도로가 뻥 뚫린 그런 때 였지요.

그 대로의 한 켵에 우리는 나란히 앉았습니다.

숲 속에서는 그리 더운지 모르다가, 숲에서 벗어나자 아주 땡볕 이었습니다.

젖은 길 대신에 질퍽하지 않은 마른길이 나타 났습니다.

 

우리가 내려가야될 큰 신작로 가에는 싸리 꽃들이 무더기로 피어

온통 하얗게 보였습니다.

잠깐 쉰 우리는, 그 군사도로인

신작로를 벗어나 점심을 먹기로 하고

다시 천천히 길을 따라 내려 갔습니다.

지리산 자락이 점점 멀어지고,

우리가 만났던 그 산의 추억도 점점 멀어지는

듯 했습니다.

 

저는 이미 산에서 만났던, 상길이며, 진성 스님,

길상이 아저씨, 털보아저씨가 벌써

그립기 시작했습니다.

자꾸 뒤를 돌아보며, 높은 봉우리가

뒤로 밀려나는 것을 느낄 때마다

그 그리움은 점점 더 고개를 들고

가슴에 엊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저런 고마움과 그리움을 생각하면서

걷던 제가 갑자기 둘을 발견하듯이

바라 보았을때....

둘은 싸리꽃을 꺽어 서로의 베낭을 장식해주고 있더군요.

처음  그 둘을 보고 있던 저는 웃음이 베어 나왔습니다.

'어디 누가 저들의 나이가 스물 아홉이라고 믿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입니다.

 

뭐가 그리 좋은지, 둘은 연신 깔깔 거리며

서로의 베낭을 장식해 주고, 그리고 현수씨가

두르고 있던 머리 수건에도 꽃을 꽃아 주었습니다.

내려오던 길에 질퍽하게 젖었던

옷들이 말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육일간 내린 비로 풀들이 키를 자랑하면서

자란 밭 둑이 겹겹이 쌓여 마치 계단처럼

둘러쳐진 그 길 위에 설 때까지

둘은 얼마나 정겹게 서로의 등을 도닥거리며 재미나게

걷던지요. 저는 둘을 담은 사진을 찍었습니다.

 

절룩이는 진석씨가 현수씨의

어깨에 자신의 왼쪽 손을 엊고 걷던 뒷 모습이었지요.

싸리꽃 가로수 사이 초록 물결 등지고 걷는 두 사람의

뒷 모습은 바로 헤르만 헷세가

그리던 여정같은 그런 느낌을 주고도 남을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이제 저 밭길을 내려가면, 삼정리다. 그리고..지리산도 안녕이고...."
진석씨가 계단식 밭둑길을 내려다 보면서

지나왔던 신작로와 산을 돌아 보며

말을 했습니다.

"아주 덥군요...참 오랜만에 와 봅니다. '

"아아~ 이렇게 농촌이 아름다운지 처음으로 느껴봅니다."

우리들은 가볍게 점심을 먹었습니다.

털보아저씨가 손수 만들어 주셨던 주먹밥 이었습니다.

진석씨가 절룩이며 옆에 늘어선 밭으로 가

풋고추 몇개를 따들고 왔습니다.

"고추장에 이걸 찍어 먹자."

"다아 먹어야 한다. 버리지 말고."

라고 제법 퉁명스럽게 말을 하는

현수씨의 얼굴에 약간의 얹짢은 기색이

있어서...제가 진석씨를 보자, 진석씨는 해죽 웃으면서

현수씨에게 말을 걸어 보았습니다.

"왜 그러셔? 뭐가 잘못 됐냐?"

"잘 못 된것 없다. 다만...오다가 아주 많은 것들을 보았다.

 모두 서울에 사는 사람들의 호기심 이었을 것 이다.

 아직 영글지도 않은 옥수수 따서 길에 버린것 여러개 봤다.

 농부님들은 피땀을 흘려가면서 심어놓고, 때를 기다리는 데....

 서울 사람들은 기다리는 법을 모르지...그래서...우리도 그렇게 고추를

 따 왔으니...하나도 남김없이 먹어야 한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로 현수씨는 아주 언짢았던 모양이었습니다.

"암...자아 다 먹을 께...헉!"

너무 매웠던지 진석씨가 얼굴이 붉어지면서 숨을 잠시 멈췄습니다.

저는 저의 물병을 얼른 그에게 건네 주었습니다.

"야아~ 이렇게 맵냐?"

"그래도 다아 먹어야 한다."

현수씨는 막무가내로 진석씨가 따온 고추를 다 먹어야 한다고 또 한번

엄포를 놓았습니다.

진석씨는 땀을 방울방울 흘리면서 그 고추를 다 먹었었지요.

그리고...마지막 하나가 남자, 현수씨는 진석씨가 안돼 보였던지, 자신이

남은 하나를 먹더군요.

그리고는 현수씨의 얼굴도 붉게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둘을 지켜 보면서 저는 내심 걱정이 될 정도였습니다.

"친구를 잘못 두면...이렇게 고생이라고...."

물을 벌컥벌컥 마시면서 현수씨가 씨익 웃으면서 말을 했습니다.

"예에...하느님..인간 예수님...당신의 말씀이 옳습니다."

"어어~ 자아 맛있게 우리 점심을 먹었으니...농촌을 지키다 순국하신

 농부님들을 위해서 자아...묵념합시다."

라고 근엄하게 말을 하고, 현수씨는 목을 깊게 숙이고 앉아 있었습니다.

저는 이미 킥킥 웃고 있었고,

진석씨도 킬킬 꺼리다 결국은 뒹굴며 웃더군요.

"뭐가 그렇게 우습냐?"

"야아~ 하하하 헉헉! 순국은 말야.....

 국가를 위해서 목숨을 내 놓아야 순국이지."

잠시 눈을 흘기며 진석씨를 보던, 현수씨는

다음처럼 말을 하고는 자신도 웃기 시작하더군요.

"농촌을 위하는 길이 곧 국가를 위하는 길 아닌가!'

우리는 결국 모두 웃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밭뚝길을 따라 내려오는 내내 저는 현수씨가

말했던, 그 도시인들의 이기심에 대해서

여러번 생각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요.

추억을 그리며, 옥수수를 떼어 냈겠지요.

또는 호기심에 그것들을 아무 생각없이 따 내어

이리 저리 굴려 보았겠지요.

하지만, 현수씨의 마음이 얼마나 고운지.

그리고, 그의 천진난만함은 어느 극치점에서

거의 도의 경지는 아닐런지...

라는 그런 저런 생각들을 떨칠 수가 없었답니다.

 

어머님이 먼저 와서 기다리실

느티나무 아주머니의 집이

저 아래 마을 정자나무 위 쪽에 있을 테고.

마을 입구에는 아직도 그 명성을 자랑하는 맛좋고,

물맑은 세 물길이 함께 만난다는 그 우물이 있을

삼정 마을이 발 아래로 펼쳐져 있었습니다.

 

벌써, 해가 지려는지....

아니면, 그리 힘들이지 않고 걸어 내려왔던 내리막 하산길이

힘이 들지 않아서 였는지...

저는 그렇게 오후가 깊었는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다만, 마을이 발 아래로 보이자, 마을 입구에 병풍처럼 둘러 쳐진

산 자락에 해가 걸쳐 있었습니다.

흙에 젖었던 셔츠에서 흙이 뚝뚝 떨어지다가, 그 셔츠가 다시

땀에 젖어 흙물을 뚝뚝 떨구면서 우리가 밭길을 다 내려 섰을때,

마을 입구로 접어드는 검은 새단 자가용이 보였습니다.

전화를 해서 어머니를 그곳으로 오시게 해서

어머니와 함께 하산을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어머니가 타고 계실 차를 보자 가슴이 메어졌습니다.

제가 바삐 길을 내려 가려하자, 진석씨가 갑자기 저의 팔을 잡으며

"뛰지 마세요..미끄러져요...끝까지 우리 유종의 미를..."

"아아~ 괜찮아요..저 먼저 내려 갈 께요...

 저기 어머니가 먼저 도착을 하셨네요?"

라며 저는 생긋 웃어 보여 주었습니다.

둘을 뒤로 하고 저는 반은 미끄러진듯이

길을 제촉해서 내려와 깊게 불어난 냇물을

건너려 좁은 개울목을 아무리 찿아도 모두 넓게 폐어,

꽤 넓은 강 처럼 변한 개울을

건널 수가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카메라를 높이 쳐 들고, 물 속으로 몸을 밀어 넣자,

저의 가슴까지 물이 차 올랐습니다.

그 서늘하던 산 속에서는 세수도 따뜻한 물로 했었느데...

그때 저는 찬물로 멱이라도

감은듯이 그렇게 시원함을 느꼈습니다.

먼저 건너 뒤를 보자, 둘은 어깨동무를 하며

춤을 추듯이 내려 오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어머님은 정자 나무 아래에서 차를 서게 한 다음,

정자에 앉아 부채질을 천천히 하면서 저를 보고 계셨습니다.

저는 달려가 어머니에게 안겼습니다.

"음....다 젖었구나...."

"어? 미안해 엄마! 이를 어쩐담..."

수건으로 젖은 어머니 한복이

흙물로 얼룩이 질세라 걱정을 하자,

어머니는 나의 손을 잡으며,

눈물을 한 줄기 주루룩 흘리시고는 웃으셨습니다.

"부처님의 자비로움으로 다시 네가 살아 났구나.....고맙다"

"미안해 ..."

나도 눈물이 나 참지 못하고 눈물을 떨구었습니다.

"그래.... 두 사람은 어디 있나? 우리 고집쟁이 산이를 사람구실 할 수

 있도록 마음을 바꿔준 고마운 이들은.....?"

이라며, 목을 빼고 여기저기를 살피는 것 이었습니다.

"엄마가 먼저 아저씨랑 가서, 아줌마한테 맛있는거 해 놓으시라 해

 우리 주먹밥 밖에 못 먹었어요..."

"알았다."

그렇게 어머니와 나는 그 산에서

일이 있은 뒤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하고

베낭을 벗어 놓은체, 사진기만 들고 다시 되돌아 갔습니다.

그런데.....

이미 옷을 하나 둘 벗어 던지며

물장난을 치다가, 아예 옷을 몽땅 벗어 던져 놓고,

멱을 감는것인지 아니면, 물놀이를 즐기는 것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까르르 거리며

제가 건넜던 그 냇가에 둘이서 놀고 있는 것 이었습니다.

멀리서 보기에는

마치 소년 둘이서 멱감으며 물장구 놀이를 하는 듯 보였지만,

분명, 그들은 스물 아홉의 청년들 이었습니다.

저도 몰래 몸을 갑자기 둑에 기우려 머리를 낮추었습니다.

포복하듯이요.

그리고는 먼저 크게 소리를 쳤지요.

"사진 찍습니다."

"어어? 강산씨...그건 반칙입니다. 야아 임마...몸을 숙여!"

"하나 둘 셋!"

찰칵!

찰칵!

찰칵!

 

 

나중에 들은 이야기입니다.

진석씨는 그 뼈만 앙상히 남은 왼쪽 다리를 그의 어머님 외에는

현수씨와 제가 처음 으로 그 다리를 본 사람들이 었다고 말 해 주더군요.

 

그렇게 찍은 사진이  바로 저 사진 입니다.

이야기가 너무 길었지요?

어머?

저 가 봐야 겠느데요?

겔러리에 있던 진행진들이 저의 뒤를 따라 문까지 배웅을 나옵니다.

두 시간이 지나면...

아저씨가 저를 데리러 올테고...

그 두 시간 동안 저는 그 지리산에 남아 있을 추억들을 다시

회상해 보고 실어서....

혼자서 어디 조용히 앉아 차를 마시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내리던 굵은 빗줄기가 뚝 멎었습니다.

저는 조계사 쪽으로 발길을 느리게 옮겼습니다.

현수씨가 지었던

그 시를 소리내어 읊조리며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