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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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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609

넷.


BY 마야 2004-02-05

 

 

[어제부터 시작된 장마는 호남지방에 집중적인 폭우를 퍼부우며

 북상중입니다. 남원일대는 잠시 비구름이 낀 상태로 잠시 굵은 빗줄기는

 멈추겠지만, 오후에는 전국적으로 장마 전선이 확산될 것 같습니다.

 무더위를 씻어주는 장대비가 아닌 이번 장마 비로 지리산 일대는 곳곳의

 등산로가 차단 될 것 같습니다.]

라디오 뉴스를 끄면서 진석씨가 말을 했습니다.

"준비 다 됐어요? 오늘 오후까지는 빗방울이 떨어질 것 같진 않지만...

서두르지요. 오후부터 비가 내리면 본격적인 장마가

산에도 내릴테고...피아골 쪽은 물이 아주 쉽게 불지요...갑시다.!"

베낭을 멘체 몸을 굽혀 등산화 끈을 묶으며, 진석씨가 제촉했습니다.

 

저는 산장으로 내려가 산장지기 아저씨에게 부탁을 하고 곧 올라 왔습니다.

저를 기다리는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 아저씨 불일암에 전화좀 해 주세요...

 저 지금 출발 했다고...걱정 말으시라고.."

"아침은 든든히 먹었지? 알았다..다른곳으로 세지 말어...

 비가 오후 쯤부터 펑펑 쏟아 질테니

 그리고...저 두분도 안전하게 안내해라..."

별로 친하지는 않지만, 연화천 산장지기 아저씨를

닮아서 아주 빼빼한 이곳 철쭉동산 산장지기 아저씨도

아주 사근사근한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제 걱정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오후도 되기전에 도착 하겠네요 뭐...감사합니다. 아저씨.."

저는 짧은 인사를 나눈뒤, 전화도 직접하지 않고 서둘러

언덕으로 올랐습니다.

 

하룻밤을 같은 텐트에서 보내서 였을까...

우리 셋은 금새 아주 오랜 친구처럼 모두 편해졌습니다.

처음, 진석씨는 여전히 자신이 뒤에서 걷겠다면서

굳이 저를 중앙에 서게 했습니다.

현수씨가 앞장서고, 제가 중앙에 서고 그리고 진석씨가 뒤를

지키며 대열을 이루며 우리는 걷기 시작했지요.

처음으로 현수씨가 말을 해서 우리는 장터목 삼거리에서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각인 시켜 주기 전까지 저는 마치

이 두 사람과 산을 올랐던 것 같은 착각을 하면서 말입니다.

 

지리산은 산 자락이 낮아 보입니다.

마치 어머니의 치마 폭 처럼 낮은 산자락들이

겹겹이 흘러 끝이 보이지 않는 것 처럼.

하지만....비행기장이 하나 있는 그곳

철쭉들이 봄이면 반발하는 그곳부터, 우리가 가야하는

장터목 사거리까지는 아주 편편한 평온같은 대지 지요.

그래서 우리 셋은 그리 힘들이지 않고 아주 여유있는 걸음으로

산책을 하듯이 걸었습니다.

 

오후 나절이 되어가면서

산에는 땡볕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무더위.

장마가 덥치는 그 순간까지 숨이 턱 막힐정도의 무더위가

우리들 머리위로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넓은 평온에는 이름모를 꽃들이 만발하고,

어수선하면서도 절제있게 널려 있는 할미꽃잎이 고개를 뚝뚝 떨구며

여기저기 피어 있었습니다.

꽤 키가 큰 편인 두 사람의 허리 춤까지 닿을 만큼의 키를 자랑하며

풀꽃들이 널려 펴 있는 평야를 걸었습니다.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현수씨는 그 아름다운 꽃들을

하나 둘 꺾어 가슴에 안기 시작했습니다.

서른이 다 되어가는 남자의 눈에 그 꽃들이 몹시 아름답게

보였던 모양 이었습니다.

저도 어느덧, 이곳 저곳의 작은 이름 모를 꽃들을 카메라에 담기위해서

가끔씩 걸음을 멈췄고, 진석씨는 진석씨대로 쉬어가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상념에 잠겨 걷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들 중 그 어느 누구도 한 마디의 말을 하지 않은채 자신들의

관심을 제각기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뒤뚱거리면서 그 어젯밤에 제가 가르쳐 주었던 노래를 하면서 꽃을 따는

현수씨는 마치 춤을 추기라도 하듯이 덩식덩실 팔을 벌리고 이곳 저곳으로

팔짝거리며 꽃을 모았고, 저는 사진을 찍었고....

얼마나 걸었을까요....

제가 뒤를 돌아 보았을때, 진석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잠깐 놀랐습니다.

 

배탈이 났던 진석씨는 갑자기 설사가 일어, 풀숲 어귀에 주저 앉아 대변을 보고

있었답니다.

저는 길에서 이미 벗어나 있어서...처음에는 자세한 내막을 몰랐었습니다.

헌데, 제 앞에서 꽃을 따며 덩실덩실 춤을 추던 현수씨가 자꾸 하늘을 올려다

보는 것 이었습니다.

뭔가가 자신의 이마를 자꾸 때렸다는 군요.

알고 보니, 무턱대고 풀숲에 주저앉아 시원한 쾌변을 다 본 진석씨는

자신에게 화장지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약간 떨어져 있던 진석씨에게

화장지를 달라고 소리를 질렀겠지만....

듣지 못하는 현수씨가 그 소리를 들었을리는 만무했고.

그래서 진석씨는 생각다 못해서, 작은 조약돌을 찿아서 현수씨에게 던졌는데

그 돌이 자꾸 현수씨의 이마를 때렸고, 그 때마다 현수씨는 하늘만 쳐다 보다가

주변을 돌아 봤답니다.

바지를 내린체, 진석씨가 일어서서 손을 흔들면, 현수씨는 정 반대편을

두리번 거렸고, 다시 돌을 던진뒤 또 몸을 일으켜 세워 자신이 있는곳을

알리려고 손을  흔들면, 길을 지나는 행인들이 있어, 진석씨가 다시 풀숲으로

몸을 숨길때, 현수씨는 그가 있는 곳으로 눈을 돌리고....

그렇게 여러차례 결국... 제가 어떤 소리를 들었을때는....

이미 사라졌던 진석씨가 엉거주춤한 모양세로 걸어

풀숲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을 때 였습니다.

"그래~ 이놈아! 듣지 못하니..그래 얼쑤...혼자 신나서, 춤추듯 꽃따는 벙어리

 니놈은 좋겄다...아이그...도움이 안돼네...얼쑤~ 지리산에 꽃따는 벙어리 하나

 났어유...사람들 구경좀 하시지요..."

라며 투덜대듯이 벙글벙글 웃으면서 그렇게 혼잣말 처럼 넉두리를 뇌이며

진석씨가 걸어 나오더군요.

 

그러자 가슴에 이미 한 아름의 꽃을 따서 안은 현수씨가

달려오고, 진석씨는 달려드는 현수씨의 이마를 주먹으로 알밤을

먹이더군요. 저도 그 둘이 있는 곳으로 다가 서자.

진석씨는 허허허 웃으며, 계속 엉덩이만 만지작 거리는 거였어요.

 

나중에 길을 가며 그가 한 이야기는 결국은 포기하고,

곁에 있던 풀을 뜯어 뒤를 닦았다는 거 였습니다.

우리 셋 모두 웃기 시작했습니다.

 

"야아~ 그런데...그 꽃들 다 어디다 쓰려고 그렇게나 많이 모았다누?"

"나는 이 꽃들의 이름도 모른다. 하지만...아주 아름답다. 강산씨의

 눈을 닮은 이 꽃을 보아라. 아름다운 그녀의 마음을 닮은 이 꽃은

 어떤가!"

"하하하...현수씨는 꼭 시를 읊는것 처럼 말을 해요...그런데...

 과연 저의 마음씨가 그렇게 아름다울지 어디 저도....

 자신을 다시 한번 검사 해 봐야 되겠는걸요...?

 저는 현수씨가 더 아름다운 가슴을 가졌다고 생각했었는데요..."

라고 저의 진심을 그대로 전했습니다.

" 강산씨는 저기 언덕을 넘으면 다른 길로 가야 한다지요?"

라며, 마치 어린 아이가 헤어지기 싫어서 말을 하듯이

현수씨가 말을 했습니다.

저도 그때, 헤어지기 싫어서... 잠시 주저하다가

"언젠가 산을 내려가서 다시 만나죠 뭐. 저는 광주에 사니까..

 성남시 옆 이잖아요....."라고 제가 말끝을 돌렸습니다.

"만나면 헤어지고. 또 인연이 있으면, 만나는 거죠 뭐."

진석씨도 조용히 말을 잇더군요.

 

점심을 길 가상에 앉아 먹고나자, 땡볕을 쏟아붓던 태양을 삽시간에

검은 먹구름이 삼켰습니다.

비를 몰고 오는지 바람에 비 냄새가 베이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장마가 오려나 봅니다. 서두릅시다...이러다 강산씨

 비에 흠뻑 젖겠다."라고 진석씨가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장터목 삼거리에는 음료수, 빈데떡, 라면을 파는 작은 장사치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로 웅성거렸습니다.

우리는 셋다 헤어지기 싫어서 그랬는지, 발걸음이 점점 느려졌습니다.

그리고 피아골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기대 누었을때, 굵은 빗방울이

하나 둘 우리들의 얼굴에 내려 앉았습니다.

서로의 베낭에 비닐과 판쵸를 꺼내어 덮어주기 시작할 즈음,

머뭇거리던 현수씨가 그때까지 가슴에 안고 있던 한 아름의

꽃다발을 제게 주었습니다.

"이것은 제가 드리는 저의 감사의 마음의 꽃다발 입니다.

 만나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그리고....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이라고 눈시울을 붉히며 그래도 그 하얀 이를 들어내며 웃으면서 말을

하더군요.

저는 그 꽃단을 받아 안으며...뭐라 말을 해야 할 지 가슴이 벅차 왔습니다.

그리고는 피아골로 내려가는 산자락과 장터목 산장으로 가는 숲같은

산기를 번갈아 가며 보았습니다.

"이제...장마가 시작이 되는가 본데....삼정리로 하산을 한다구요?"

라고 제가 말을 했습니다.

그러자 눈치가 빠른 진석씨가 거두절미 하듯 말을 마무리 짓더군요.

"어머님도 와서 기다리시는 것 같던데...빗줄기 굵어지면...개울 하나

넘어야 하는 불일암 길을 아무리 잘 알아도 위험하니 서둘러 하산 하십시요."

라고 말을 마치고 라면을 사러 간다며 우리 둘 만 남겨 둔체, 진석씨는

자리를 비껴섰습니다.

 

한 방울, 두 방울, 빗 줄기가 조금씩 잦아 졌습니다.

우리는 진석씨가 뒤뚱거리며 들고온 라면을 받아

후루룩 마시며 말 없이 산 자락만 돌아 봤습니다.

 

병신 셋이서 걸어왔던 언덕이 보였고.

이제 헤어져 가야할 두 갈래 길이 우리 셋의

등 뒤에 있었습니다.

빗방울이 거세지려 하자, 저는 문뜩...'음..같이 가자! 장터목 산장까지'라고

마음을 정했습니다.

별로 멀지 않은 산장이고 그리 위험한 길이 아니니....

그곳에 가서 전화를 할 생각을 굳혔습니다.

 

"저어...같이 갈래요...."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하자, 갑자기 두 사람의

얼굴에 밝은 미소가 내려 앉았습니다.

"우리랑 같이 가요?하하하하..."

갑자기 일어서서 베낭을 멘체, 현수씨가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같이 가시겠어요?"

라며 진석씨도 물어 오더군요.

"이것도 인연인데...거기 까지만 같이 가지요...또 못다한 이야기도 있고..."

라며 저는 저의 가슴을 만지작 거렸습니다.

 

저는 그 두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을 큰 행운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저의 운명을 늘 부정해오며 알게 모르게 나의 현실, 즉 심장판막증에 대해서

늘 염새적이었던 나의 사고를 바꿔 주기 위해서 부처의 가피가 내려온 것

이라고 믿고 있었거든요.

해서, 저는 그 둘과 동행이 될 것을 이미 마음 속으로 정했었는지도 모릅니다.

 

진석씨는 우리 둘의 비닐로 만든 비옷들을 일일이 점검하고는 미끄러운 바위를

디딜때는 조심하라는 당부를 아끼지 않으며, 길을 제촉했습니다.

저는 다음 알약을 한 알 먹고 다시 그 알약이 든 필름 통을 조끼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지퍼를 닫으려는데, 현수씨가 다가와서  꽃다발을 자신이 들고 가겠다며

다시 제 손에서 가져갔습니다.

그리고...우리는 진석씨가 지시하는데로 대열을 갖춰 섰습니다.

"저는 저의 뒷 모습을 보이는 것을 아주 싫어 합니다.

 하지만...여기 부터는 가파르진 않지만, 제법 미끄러운 곳이 많으니

 제가 앞장을 서고, 현수가 못들으니...강산씨가 뒤를 따르세요.

 그리고...자아~ 여기 이렇게 스위치를 켜면 불이 들어온다. 이것을

 이마에 써라.."라며 진석씨는 제법 꼼꼼히 현수씨에게 작은 헤드 라이트를

 씌여 주었습니다.

 

삼거리에서 장터목까지는 성한 사람들이 약 두 시간 걸으면 닿을 수 있는곳에

아늑하게 자리를 하고 깊숙히 박혀 있는 산장입니다.

하산을 하지 않고, 계속 산에 머무를 사람들이 들러 일 박을 하고 떠나는 곳이고,

또 그곳에 가면, 저를 너무나 아껴주는 뚱뚱한 산장지기 아저씨는 수염으로

얼굴을 다 덮은체 거기에 있을 것 이었습니다.

두 달도 넘게 못본 아저씨도 보고싶고 해서...또 두 사람과 헤어지기

싫은 마음에, 저는 두 사람을 따라 나선 것 이었습니다.

 

빗방울이 후두둑! 후두둑!

산을 덮고 있던 나뭇가지위로 떨어졌습니다.

오후 세시가 약간 넘었는데도 검은 먹구름이 탱양을 삼켜버렸고, 평온에

없던 무성한 나무들에 그나마 남은 빛이 가려져 곳곳이 어둑했습니다.

군인들 한 부대가 우리 곁을 긴 대열을 차리고 지났습니다.

걸음을 제촉하는 등산객들이 저마다 "좋은 산행되십시요"

라고 인삿말을 주고 받으며 우리 곁을 지났습니다.

우리는 자꾸 뒤 쳐지는 느낌을 안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앞선 진석씨는 제법 빠른 속도로 걷긴 했지만, 길이 좁은 탓에 우리는

다른 등산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 요량으로 길을 자주 양보해야만

했습니다.

일개 소대가 지나고, 또 줄지은 산악회 깃발을 나부끼며 충청남도 대학 팀의

산악회가 지나갔습니다.

저는 갑자기 온도차가 생기자, 몸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가슴의 통증이

있는지 없는지에 잔뜩 긴장을 하면서 뒤를 지켰습니다.

몸이 자꾸 추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빗방울 탓 이었습니다.

쉐타를 꺼내어 다시 한 겹 더 입었습니다.

그러자 금새 두 사람이 걸음을 멈춰서서 저를 기다리더군요.

먼저 가라는 저의 손짓에도 불구하고요.

 

얼마나 걷자, 숲속같은 길에 우리 셋만 남았습니다.

그리고 꽤나 큰 바위가 있는 그 길은 그 바위를 타고 넘는 길 외에는 길이

외길이 이었습니다.

진석씨는 우리중 누구하나 밀끄러지지 않도록, 그 바위 위에 서서 현수씨의

손을 잡아 끌어 올렸습니다.

현수씨가 몸을 뒤뚱이며 작은 길을 걷는 모습은, 평지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불안 그 자체였습니다.

평행감각이 떨어진 농아인들의 특징임을 나중에 알았을 뿐....

저는 처음에는 이해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불안하게 뒤뚱거리는 이유를.....

현수씨가 진석씨 뒤에 서서 다음은 저를 끌어 줄 차례였습니다.

진석씨가 저의 손을 잡고 막 끌어 올리려는 찰라!

진석씨가 온몸의 무게 중심을 오른 쪽 다리에 싣고 서 있었고,

현수씨가 그의 뒤에 서 있다가 잠깐 중심을 잃은 사이 현수씨의 몸이 진석씨의

베낭을 밀었고, 진석씨는 중심을 잃으며 바위 아래로 미끄러지는 것 이었습니다.

저는 딛고 있던 다리에 힘을 주어 저의 힘으로 진석씨를 잡았습니다.

제가 견디는 힘에 겨우 몸을 데롱이며 바위 아래로 굴러 떨어지지 않고 다행히

진석씨가 바위로 겨우 몸을 끌어 올리자, 놀란 현수씨가 진석씨의 베낭과

뒷 덜미를 잡아 그를 끌어 올린후, 저를 끌어 올렸습니다.

우리가 무사히 바위를 넘어, 바위 아래에 놀란 가슴을 달래듯

주저 앉았습니다.

"괜찮습니까? 아야~ 이것참 큰일 날뻔 했습니다.

 야아~ 현수야...지금까지는 편한 길 이었지만...여긴 아니야.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우려..."

라며 지화로 의사를 전달 하면서, 입으로는 그렇게 말을 했습니다.

저는 가슴이 뻐근해져 옴을 느끼며, 놀란 나의 감정을 숨기려고 애를

썼습니다.

우리가 어느정도 진정이 되자, 진석씨는 자신의 오른 쪽 다리가 삐었다는

사실을 막막하게 말하더군요.

왼쪽 다리는 이미 제 구실을 못하는데....

오른 쪽 다리를 삐었다니...

저는 갑자기 얼마 남지 않은 길이 멀게만 느껴지면서...제가 정신을 차려야

할 차례라는 것 을 직감했었습니다.

저는 달리 할 말이 없어서...

"어느 정도 인가요? 현수씨 삐인 다리 맞출줄 모르지요?"

"아예...저는..."

현수씨가 막막하게 눈을 휘둥그레 뜨며 안타까움이 역력한 얼굴로

진석씨의 다리를 주의 깊게 살폈습니다.

"음음...잠깐 기다립시다...누군가 지나면 도움을 청하지요...누구 물 남은 사람

 있어요? 저어...물이 좀 필요한데..."라며 제가 알약을 먹을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느끼면서 물을 찿았습니다.

진석씨가 물통을 건네주더군요.

저는 주머니에 손을 넣으려는데...지퍼가 열려 있었던지. 그 필름 통이 없다는

사시를 알고, 무척 놀랐습니다.

아찔 했습니다.

뭐라 말을 못하고...아마도 저의 얼굴에 불안이 잔뜩 깔렸었겠지요.

저는 등 줄기에서 식은 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강산씨 뭐 어디 다치셨나요?"

진석씨도 자신의 통증이 제법일텐데도...이미 저의 얼굴을 보고 심각하게 물어

왔습니다.

그는 제가 무엇을 찿고 있는지를 이미 아는 듯 했습니다.

저는 바위로 다시 기어 올라가 혹시라도 반대편 길에 떨어져 있을 필름통을

아니, 약 통을 애타게 찿았습니다.

아마도 바위에 기어 오르고 엎드렸을때, 그때 필름통은 이미 바위 아래 저 계곡으로

굴러 내려갔었던 같습니다.

없었습니다.

현수씨는 진석씨의 다리를 보느라, 저는 저의 통증과 그 알약을 먹지 못하면

닥쳐올 엄두도 나지 않는 일을 생각하며 마음이 어수선 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겨우 마음을 가다듬고...

우리는 누구든 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괜찮아요...저어...여기서 사람들을 기다리죠 뭐."라고 제가 애써

노력을 다해서 마음을 진정하듯이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물을 마셨습니다.

부처를 찿으며, 저는 물을 한 모금 입에 넣고, 빗 방울이 하나 라고 세어 들지

못하도록 몸을 다시 웅크리고 앉았습니다.

빗줄기가 뚝뚝 끊어지던 것이 주룩주룩 잇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