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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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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가족이잖아


BY 미르 2004-02-10

오랫만에 언니 집에 들렀다.

 

"처제 오랫만이야! 그동안 많이 바빴나 보지?"

 

형부 옆에 서 있던 언니의 얼굴이 밝아 보였다.

 

"언니 이뻐졌다. 샘나네!"

 

"그럼 너도 결혼해"

 

수줍은 듯한 그러나 왠지 자랑하는 듯한 말투로 말하는 언니의 얼굴을 보며 지수는 모처럼 밝게 웃었다.

 

"저녁 맛있게 해 줄께.  오늘 토요일이나까 자고 갈거지?"

 

"집이 바로 코앞인데 자고가요?"

 

"그래도 언니 결혼하고 처음 놀러온거잖아!  그냥 가면 언니가 서운해 하지"

 

형부의 말에 머리를 끄덕이고는 거실 쇼파에 몸을 묻고 편히 앉았다.

 

언니가 주방으로 차를 타러 들어가자 형부가 나직히 물었다.

 

"무슨 걱정있는거야?  얼굴이 말이 아니네?"

 

그말에 손으로 얼굴을 한번 쓸어보았다.

 

"별일 없어요!  혼자 사는 처녀가 무슨일이 있어야 정상아니에요?"

 

"그런가?"

 

"언니는 요즘 어때요?"

 

"보다시피....  요즘은 혼자서도 곧잘 밥도 하고....  누가 뭐래도 여자잖아! "

 

문득 언니도 여자라는 것을 일깨워주던 그 밤이 생각났다. 지나친 네 간섭만 없었어도 언니는 더 일찍 자신의 자리를 찾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본가에서는..."

 

"신혼여행 다녀온 직후에 단한번 전화통화를 했어!  제대로 듣지도 않고 끊어버리시더군! 이젠 상관없지 뭐!"

 

조심스레 찻잔을 들고온 언니의 손에서 쟁반을 건네받은 형부가 활짝 웃는 얼굴로  찻잔을 지수앞에 들이 밀었다.

 

"마셔봐!  언니가 커피하나는 기가 막히게 타거든!"

 

그말에 한 모금 마셔보니 정말 맛있었다.

 

"이야!  정말 맛있네!  언니 너무해!  나한테는 한번도 이렇게 맛있게 안타주더니 형부는 매일 이 맛있는 커피를 타주는거야?"

 

"자주오면 내가 많이 줄께!"

 

배시시 웃는 모양세도 수줍은 새색시 같다. 행복해보여서 정말 다행이야......

 

저녁은 삼겹살을 구워먹었다. 상추와 깻잎, 그리고 노란 배추속을 깨끗히 씻어서 잘익은 고기와 함께 먹는 소주한잔은 정말 그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맛이었다. 거기에 행복해하는 언니와 형부가 함께여서 그 맛이 더했으리라!

 

"오늘따라 소주가 더 맛있다!  고기도 맛있고..."

 

"그럼 누가 고기를 구웠는데 맛이 없겠어!"

 

형부의 말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어느세 비웠는지 소주 4병이 식탁위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사이좋게 치우고 설겆이까지 끝내고 나자 셋은 거실에 앉아 차를 마셨다.

 

언제인지 모르게 형부의 무릎을 베고 잠이 든 언니를 보며 지수는 나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늘 원하던 그림같은 풍경.....  가슴 한곳이 지긋이 아파왔다.

 

"형부!  나 취했나봐요!  자꾸 눈물이 나네.....  내가 고맙다는 말 했어요?  우리 언니 저렇게 행복한 모습으로 살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 내가 했어요?"

 

물기 베인 목소리에 그가 다정하게 미소지었다.

 

"내가 처제에게 항상 고마워한다고 말 했었나?  우리 현수씨!  이렇게 잘 보살펴주고 나한테 보내줘서 항상 고마워하며 살고 있다고 내가 말 안했어?  그럼 이제 할께!  고마워 처제!  이렇게 아름답고 황홀하도록 소중한 사람을 여태 잘 보살펴주고 아껴주다가 나 같은 사람에게 보내준것 정말 고마워!  내가 살아 숨 쉬는 동안....  아니 죽어서도 아끼고 사랑할께!  그리고 늘 감사한 마음으로 살께 정말 고마워 처제!"

 

" 형부한테 늘 못되게 굴었던거 미안해요!  언니 행복해보여서 정말 기뻐요!"

 

"처제도 이제 그만 좋은 사람 만나야지? 지난 일은 이제 그만 잊어버리면 어때?"

 

"잊었어요!  그게 언제적 일인데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겠어요!"

 

"좋은 사람 소개시켜줄까?"

 

"어떤 사람인데요?"

 

"친구...  꽤 쓸만한 사람이야!  어때 생각있어?"

 

"나중에요!  지금은 좀 골치 아픈 일이 있거든요!"

 

지수의 말에 형부의 얼굴이 미소로 덮였다.

 

"남자야?"

 

"어떻게 알았어요?"

 

"우리 처제가 골치 아파할일이란 두가지 밖에 없지. 하나는 언니고 또 다른 하난 남자!"

 

"형부는 나에 대해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어요!  사라져 줘야겠어요!"

 

"그럼 언니도 같이 부탁해!"

 

나즈막히 웃는 형부의 목소리가 이젠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아빠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는 언제쯤 가질거에요?  내가 날마다 와서 아기 봐줄께요!"

 

"처제는 결혼안하고 언제까지 언니 뒤치닥거리만 할거야?"

 

"결혼을 왜 해요!  혼자사는게 이렇게 편하고 좋기만 한걸!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다! 몰라요?"

 

웃으며하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영재의 마음은 아파왔다.

 

"이제 다시 시작하기에는 너무 많은 걸 알아버렸어요! 그래서 다시 일어설 엄두가 나질 않아요! 그냥 세월이 가는대로 물흐르는대로 그렇게 살기로 했어요!"

 

"그렇게 산다면 오는 사람은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아야 하는거잖아!"

 

"형부 꼭 뭘 알고 말하는것 같네요!"

 

"응?"

 

낮게 한숨을 쉬었다.

 

"이젠 누군가를 사랑하기에는 세상을 너무 많이 알아버렸어요!  똑같은 일을 되풀이하며 미련스럽게 살지 않으려고 해요!  아직은 혼자 사는것도 재미있어요!  하고 싶은일 하고 싶었던일 마음껏하고 살잖아요!  이렇게 사는것도 좋은데요!"

 

"우리가 항상 처제곁에 있다는거 기억해줘!"

 

"이제 나에겐 언니와 형부밖에 없는데 잊어버릴리 있겠어요?  내 걱정은 너무 하지 마요 형부! "

 

"응!  처제가 괜찮다고 하면 안해!  하지만 힘이 들면 기대도 돼!  우린 가족이잖아!"

 

형부의 말에 기어이 눈물이 뺨위로 흘렀다.

 

가족........

 

"네!  우린 가족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