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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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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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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해 주고 싶어


BY 미르 2004-01-06

"언니 나 왔어!"

 

조금 이른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언니의 방문을 열며 말하자 현수가 무릎에 얼굴을

 

묻은채 앉아 있었다.

 

"언니!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아니...  아무일도 없었어....  지수야!"

 

"왜?  왜 언니..."

 

"사랑해!"

 

목을 끌어안으며 말하는 현수가 왠지 이상해 보여 걱정이 되었다.

 

"언니!  영재씨랑 싸웠어?"

 

"아니야!  아니야! 나 자고 싶어...."

 

손을 풀며 자리에 눕는 언니를 바라보다 이불을 덮어주고 방에서 나오며 무슨일인지 걱정이

 

되어 견딜수가 없었지만 언니의 고집으로 보아 절대 이유를 말해주지는 않을것 같았다.

 

영재에게 전화해볼까 하다가 관두고는 욕실로 들어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다.

 

뜨거운 물을 맞고 있으니 왠지 행복한 기분마져 들었다.

 

옷을 챙겨입고 나와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데 벨이 울려 나가니 그가 서 있었다.

 

"현수씨...  아직도 화나 있어요?"

 

"무슨 일 있었어요?  아무리 물어도 말을 안해요"

 

"내가 들어가 볼께요!"

 

그가 현수의 방으로 들어가자 지수는 오렌지 쥬스 두잔을 쟁반에 올려 언니의 방으로 들어가려고 노크를 하려던 순간 현수의 말에 그자리에서 굳어버리고 말았다.

 

"나...  모자르니까...  바보니까....  결혼같은거 안해!   그 아줌마도 싫고....  영재씨도 싫어...

우리 지수 착한애야!   우리 지수 욕하지 마란 말이야.....  가.....  싫단 말이야!"

 

"미안해요!  미안해요 지수씨!  어머니가 잘못하신거에요!  나한테 잘못했다고 그러셨어요 현수씨한테 잘좀 말해달라고 하셨어요 그러니까 화 풀어요!"

 

"거짓말이야!  거짓말쟁이야,  영재씨말 안 믿어!  나 그냥 지수랑 살거야 다 싫어!"

 

"현수씨 그럼 안돼요!  난 어떡해요 그럼...!  사랑해요!"

 

"난....  난....."

 

언니의 서러운 울음 뒤로 영재의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바보같은 사람....  왜 하필이면 우리 언니일까?  소파 탁자에 쥬스를 내려놓고 배란다로 나갔다.

밤하늘마져도 너무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한참이 지난후 문이 열리며 그가 나왔다.

 

"술... 한잔만 할래요?"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소주와 안주 몇가지를 챙겨 거실 탁자에 올려놓고 한잔을 따라 주었다.

 

"오늘 어머니를 만났어요!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어머니가 심한 말씀을 하셨나봐요!

상처받았어요.....나도... 현수씨도.....  "

 

"상처주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요!  언니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힘들게 하지 않겠다고....

그렇게 약속했잖아요!"

 

"미안해요!  앞으로 이런일 없을거에요!  오늘 확실하게 매듭짓고 왔어요! "

 

그의 말에 지수는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없는 자식이라고 생각하시라고....  "

 

"영재씨!  꼭 그렇게까지......"

 

"내 인생에서 현수씨를 빼놓고 생각해본적은 단 한번도 없어요!  이미 살 집도 마련했고 이제 현수씨만 와주면 돼요! "

 

"그럼......"

 

"곧 결혼식을 올릴까 해요!  지수씨는 찬성해 줄거죠?  우리 서로 많이 노력하면서 살겁니다.

서로 힘들었던만큼 더 열심히.....  축복해줬으면 해요!"

 

"그럼 이제.... 형부라고 불러야해요?"

 

"응! 처제"

 

묻는 지수나 대답하는 영재나 울음을 머금은채였다.

 

"언제 하실거에요?  언니 드레스도 해야하고 형부 턱시도도 봐야하고.... 예물반지도....

할일이 많아요!"

 

"일주일이면 되지 않을까요?"

 

"가구는요?"

 

"다 준비 돼있어요!  현수씨만 와 주면 된다니까!"

 

"알았어요!  서둘러서 식 준비할께요!  그런데 식은 어디서 해요?"

 

"조금 멀기는 하지만 성당 앞마당을 빌려서 할까 해요! "

 

"어딘데요?"

 

"과천에서 조금만 더 가면 되요"

 

"음....  잠시만요!"

 

지수는 유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왠일이야?"

 

"너 지금 어디야?"

 

"집에 가던길인데 왜?"

 

"너 지금 우리집으로 와!  의논할게 있어!  빨리와!"

 

"무슨일인데?"

 

"글쎄 와 보면 알아!  삼십분이면 되지? 기다린다"

 

전화를 끊은지 정확하게 25분만에 도착한 유라가 투덜거리다 영재를 보고는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오랫만이에요! 좋아보이시네요!"

 

"유라씨도 더 예뻐졌는데요!"

 

"앉으세요!  앉아 너도!"

 

"그래,  무슨일인데 숨넘어가게 부르냐?"

 

"너네 춘천별장 아직도 있니?"

 

"갑자기 그건왜?"

 

"우리 언니 결혼해!"

 

"뭐?  언제?"

 

"형부는 한 일주일이면 되겠냐고 하네?"

 

"형부?"

 

유라의 눈이 놀람으로 커졌다.

 

"시간이 없어서 식장을 빌리기도 뭐하고 또 사람도 없는데 그냥 아는 사람들과 밥이나 먹을까하는데 식당에서 하기도 그렇잖아!"

 

"무슨소리야!  현수언니가 결혼을 한다는데 제대로 해야지!  걱정마!  내가 출장 부페까지 다 알아서 해 놓을테니까!  참!  언니 드레스는?"

 

"이제 알아봐야지!"

 

"그거 부탁할데 있어!"

 

"어디?"

 

"호호호!  내 밥이 하나 있지롱~"

 

그렇게 말하는 유라의 표정은 마녀 딱 그거같았다.  두 여자가 만나서 입을 마추자 마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서 영재가 할일은 현수를 잘 달래고 턱시도를 보러가는일 뿐이었다.

 

 

 

결혼식날은 하늘이 눈부시게 빛이 났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현수는 눈물이 날만큼 아름다웠고 신랑인 영재는 너무도 근사해보였다.

 

결혼서약을 마치는 두 사람을 보며 지수는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내 밀어지는 손수건에 놀라 고개를 드니 강민철 그가 서 있었다.

 

"이렇게 좋은날 왜 울어요? 언니가 놀라겠어요!"

 

"어떻게 오셨어요?"

 

손수건을 받아 눈물을 닦으며 묻자 그가 나직히 웃었다.

 

"할일없이 빈둥거리는 친구 구제해 준다면서 정민이 녀석이 끌고 오더군요!"

 

"어머!  어떡해요!  정민이 오빠는 안그래도 되는데.... 축하해주는 사람이 없을까봐 걱정이 되었나 봐요!  죄송해서 어떡해요?"

 

"오히려 좋은데요?  공기도 좋고 아름다운 신부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있고 지수씨도 다시 보고.... 이만하면 좋은 주말이지 않아요?"

 

"네?"

 

"신혼여행은 어디로 갑니까?"

 

"제주도로 가기로 했어요!"

 

"좋군요!  그럼 나도 신혼부부에게 선물을 하나 해야겠군요!"

 

"아니 그러지 않으셔도 돼요!  와주신 것만 해도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대단한건 아니니 그렇게 거절하지 않아도 돼요!"

 

"맞어!  가진거라곤 돈밖에 없는 놈이니까 근사한 선물해달라고 해!"

 

어느틈에 왔는지 정민이 민철의 어깨를 툭치며 말했다.

 

"그래 뭐 해줄거냐?"

 

"비밀이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사람을 뒤로 하고 신랑에게 걸어간 그가 영재와 뭐라고 하더니

뭔가를 건네고 돌아왔다.

 

"뭐냐?"

 

"알거 없어!  그나저나 지수씨 뭐 좀 먹었어요?"

 

"아뇨 아직!"

 

"그럼 뭐라도 좀 먹읍시다.  신부도 먹여야 되지 않겠어요?"

 

그의 말에 언니를 눈으로 찾으니 사람들 틈에서 어찌할바를 모르고 있었다.

 

"네!"

 

신랑 신부를 데려와 음식을 먹고 시간에 맞춰 공항으로 향하는 허니문 카에 태워 보냈다.

 

"자 이제 우리는 좀더 즐긴 다음에 저녁에나 올라가자 오빠!"

 

유라의 말에 정리가 된 정원을 바라보다 안으로 들어가 가벼운 술상을 준비했다.

 

"언니 행복해보이더라!"

 

"응! 근데 저 사람은 누구? 혹시 네 밥이라던?..."

 

"지지배!  눈치만 빨라가지고....이리와 소개해 줄께!"

 

가까이서 본 그는 부드러운 인상의 남자였다.

 

" 이쪽은 최 재혁씨!  여기는 내친구 지수에요!"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근데 언제 만났어요?"

 

"만난지는 한 4년되고 사귄지는 이제 5개월됐습니다."

 

"유라 너 어쩜 한마디도 안 하고...."

 

"조만간에 실토할라 그랬지!  자자.....  안으로 들어갑시다!"

 

마주 앉은 다섯은 처음엔 어색했지만 어느세 뜻이 맞아 후일을 기약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서울로 향했다.

 

"둘사이에 끼어서 눈총받고 싶지 않으니까 난 오빠차 타고 갈께!"

 

"알아서 빠져주니 고맙다!  역시 넌 내 친구다!  그럼 올라가서 보자!  저녁에 너네집으로 갈께"

 

돌아오는 차 안에서 별다른 말은 한건 아니었지만 너무도 편안한 기분에 지수는 뒷자석에 앉아 꾸벅 졸고 있었다.

 

룸 미러로 그 모습을 본 민철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뭘 보고 웃는 거냐?"

 

"조용히!  지수씨 지금 자고 있어!"

 

정민이 돌아보니 정말 너무 편한 표정으로 자고 있었다.

 

"녀석....."

 

"저런 표정... 처음보는것 같아!"

 

민철의 말에 정민이 그를 바라보았다.

 

"지수한테 관심있는거냐?"

 

"그럼 안되는거냐?"

 

"난 저 녀석 상처받는거 싫다.  그런거라면 한번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  네 녀석이 더 이상 관심같지 말았으면 좋겠다!"

 

"무슨 소리야?"

 

"너.... 네 부모님 이길수 있냐?  이길수 없으면 시작도 하지 마라!"

 

"오정민....  무슨 뜻이야?"

 

"지수같은 녀석이 왜 아직도 애인 없이 혼자라고 생각하는거냐?"

 

"거야 언니때문에...."

 

"어른들이 싫어하는 모든 이유를 가지고 있는 아이다. 영재,  그 친구처럼 감당할 자신 없으면 지수.......  그냥 동생으로만 생각해라.......  이건 너를 위한 말이기도 하지만 지수를 위해서야......  이제 저 녀석도 행복했으면 하니까!"

 

"좋아하고 있는거냐?"

 

"날 알면서 그런 소리 하는거냐?  천하에 오정민이 가슴에 들어올수 있는 여자는 단 한사람밖에 없다!"

 

"도대체 그 여자가 누구냐?"

 

"괜히 아픈 상처 건들이지 마라!"

 

잠시 정적이 떠 돌던 차안에서 민철이 나지막히 말했다

 

"지수씨 얼굴에 웃음을 찾아주고 싶다.  내가 그녀를 웃게 해주고 싶다.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도와 달라고는 안할테니 방해만 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