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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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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테리우스 7.


BY 영악한 뇬 2003-11-14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아니. 이대로는 살 수 없으니까.

 

나는 서랍장을 뒤져 망치를 찾아 냈다.

 

하나있는 남동생은 내가 망치를 들고 개 거품을 물며 달려가는 것을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바라보고 있었다.

 

 

어쩌면 , 나의 그 반항적인 행동은 심약하고 소심한 남동생이 맨 날 꿈꾸지만

 

한번도 해보지 못한 것이였으리라

 

 

자물쇠를 부셔 버리겠다. 그것은 아버지에 대한 나의 전쟁 선포였다.

 

!

 

내가 자물쇠를 망치로 내려 친 바로 그 순간. 현관 문이 열리고 퇴근해

 

들어서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나희는?. ]

[ 누나 들어왔어…………..]

 

!

 

내가 두번째로 망치를 내려치는 순간 부엌방으로 성큼 들어선 엄마가 소리쳤다

 

[ 뭐하는 짓이야?!!! ]

 

왠만해서는 내 분노가 사그라들지를 않았다. 그만큼 내게 다락방은

 

절실한 것이였다

 

[엄마………]

 

그제서야 망치를 내린 나는 엄마의 얼굴을 똑 바로 보지 못한채 고개를 숙였다

 

[더러운 년! ]

[…………………!!!! ]

 

더러운 년! 엄마의 입에서 나온 최초의 말.

 

내가 왜 더럽다는 거지?.

 

나는 이해할수 없었다

 

[ 개 같은 년………! ]

 

 

 

이것은 결코 생모와 친 딸 사이에 오고갈수 있는 대화가 아니였다.

 

그러나 20여년 동안 부부싸움을 하고 화풀이를 할곳이 없었던 엄마는

 

늘 내게 뜻도 없고 대상도 불분명한 그 욕설을 퍼부어 왔었다.

 

 

그 욕설의 대상이 내가 아니라는 것을 나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지만

 

가끔오늘 처럼 그 대상이 나라고 느끼게 되는 날이 있었다.  나는 늘 하듯

 

잠자코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다

 

 

- 유선배 9시쯤에 만나……………

 

나는 쏟아지기 시작하는 엄마의 폭언을 피하기 위해 머리 속에 마법의

 

주문을 외웠다.

 

나는 듣지 않기 위해 석윤의 목소리로 뇌속에 바리게이트를 쳤다.

 

- 유선배………….9시쯤에 만나.

 

 

[ 네 아버지가 잡놈질을 하고 다니니까. 너도 어제 집구석에 안 들어오고

 

여관방서 뒹굴었었니?.

 

그 피가 어디 가겠어?. 개 같은 놈 피가 어디 가겠냐구?. !!! ]

 

고래 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엄마의 악다구니는 웅웅 거리기 시작하고

 

그제서야 슬그머니 얼굴을 들어 엄마의 얼굴을 본 나는 의아했다

 

엄마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고

 

엄마의 얼굴은 어제 하루 종일 울었다던 할머니 말처럼 퉁퉁 부어 있었다.

 

나는 애써 생각하지 않아도 알수 있었다.

 

그래도……………나를 걱정했던 것이지……

 

어쩔수 없다. 저 .폭언과 악다구니는…………어쩌면 그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그녀 역시. 나의 엄마인 그녀 역시 미쳐 버리고 말았으리라…………..

 

그런 엄마를 이해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떨때는 결코 이해할 수 없었다

  

[ 이년이 들어왔나 보네! ]

 

업친데 덮친 격이라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아버지의 술 취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순간. 동생은 쏜살같이 부엌문을 통해 바깥으로 도망을 갔고.

 

할머니는 안방으로 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다

 

 

비무장 지대에 서 있는 것은 엄마와 나 단 둘이였다.

 

 

다시 심장이 불안하게 벌컥 거리기 시작했다.

 

두 다리가 오무려 들기 시작했다.

 

성큼 성큼 들어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본 순간 내 속의 무엇인가가 벌컥

 

소리쳤다

 

그러나 할 말은 해야 했다 맞아 죽으나 다락방의 부재로 죽으나 마찬가지였다

 

[ 아버지. 다락방 열쇠 줘요! ]

[……!! ]

 

아버지의 양미간이 치켜 올라갔다

 

[ 어젯밤 어디서 잤어?! ]

[학교 작업실에서 밤새웠어요 ]

 

[ 이년이 이젠 거짓말까지. 내가 어제 니 학교 작업실에 갔었는데 너는

 

없었어! ]

 

그래. 내가 진실을 말하면 그 진실을 받아 들일 수나 있으면서 내게 거짓말

 

운운하는걸까?.

 

내가 진실을 말하면 어쩌면 아버지. 당신은 그 진실을 견딜수가 있을까?.

 

[………….잠시 라면 먹으러 나갔을 때 왔겠죠 ]

[ 그래?. ]

 

아버지는 마치 범인을 취조하는 경찰 처럼. - 아버진 경찰이다.

 

나를 내려다 보았다.

 

[ 너 학교 락커안에 담배를 넣어 논 이유가 뭐야?.,]

 

세상에! 학교 락커까지……..?

 

어떻게 락커안의 담배를 설명할수 있다는 말인가?. 거짓말도 생각나지 않았다

 

담배의 근원을 술의 근원을 어떻게 설명하라는 말인가?.

 

[너 담배까지 피우냐?. ]

[………………….]

[ 이년이! ]

 

철썩! 나는 그 소리와 함께 방구석 어딘가에 머리를 받힌채 쓰러졌다.

 

뺨이 얼얼했다.

 

담배라도 술이라도 없었다면 내가 여기까지 견디어 올수 있었을까?.

 

나를 이토록 망가지게 만든 것이 누구냐는 말이야!

 

나는 발딱 다시 일어났다

 

[아버지 다락방 열쇠 주시고 , 내 일기장 도로 내 놓으세요! 아버진 내

 

일기장까지 가지고 가실 권한이 없어요! ]

 

[ 이년이 어디서 지 에미 처럼 바락 바락 달라들고 있어?. ]

 

아버지는 내 머리채를 움켜 잡았다

 

어머니가 말리기 시작했다

 

그 다음은 기억할수 없다.

 

 

 

가운 바람이 내 얼굴에 부딫힌다 싶은 순간 나는 밤거리를 걷고 있었다.

 

시간은 밤 12시를 가르키고 있었고

 

얼마나 걸었는지 기억할수 없다. 12시가 넘어서야 석윤이와의 약속이 생각난

 

는 미친듯 약속 장소를 향해 뛰었다

 

 

 

약속 장소이던 카페의 문은 이미 굳게 닫혀 있었다.

 

[석윤아…………………..]          

 

낭패감이 밀려왔다

 

카페 앞 밤거리로 쓸쓸한 바람이 불어오자 거리의 휴지들이 바람에 뒹굴어

 

이리 저리 굴러 다닌다.

 

문득 그 쓸쓸한 가운데로 츄리닝의 후두를 뒤집어 써 기묘한 분위기를 내는

 

남자가 지나치며 문닫힌 카페 앞에 낭패감으로 서 있는 나를 보고는 가던

 

길을 멈추어 섰다

 

그는 노숙자일까?. 거지일까?.

 

휑한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왜 나를 그런 눈으로 보는거야?무섭다.

 

 

그 짧은 순간 마치 나는 마약을 먹은 사람처럼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의 입이 .

 

오직. 그의 입만이 뭔가를 씹어대듯 벌어졌다.

 

[ 벼랑끝이야. 끝까지 내몰렸어. 한발만 앞으로 내밀면 너는 이제 끝장이야

 

움직이지마 ]

 

 

그 남자의 입속에서 나온 경고의 말 움직이지마  이 내 발앞으로

 

떨어지는 바로 그 순간 나는 꿈틀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청개구리 처럼.

 

한발작을 앞으로 내밀었다

 

나는 그 남자가 두렵고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바로 그 순간. 마치 나는 죽은 사람 처럼  영혼만 남은 것 같았다

 

내 속이 텅비고 그렇게도 많아 늘 쏟아지곤 했던 눈물까지도 텅비어

 

내 속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이 느껴졌다.

 

마침내. 죽은 사람의 영혼 처럼 된 나는 아주 가벼워졌다.

 

너무 가벼워져 내 몸이 공기속으로 둥둥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늘위로 검은 밤 하늘 위로 계속 떠올랐다

 

별이 반짝이는 별이 바로 내 머리카락 위에 있었다

 

정전기를 일으키며 내 머리카락은 한올 한올 곧추섰다.

 

그렇게 높이 올라갔는데 현기증 대신 점점 기분이 좋아져갔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들이 내려다 보이고

 

 

무거운 육신을 질질 긋고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이 마치 작은 인형 같이 보였다.

 

 

석윤이는 지금 따듯하고 깨끗한 침대속에 누워 편히 잠들었겠다……

 

기다렸을 석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그 아픈 마음은 곧 내 몸을 가득 채우기 시작하며 내 몸은 다시금

 

원래 대로 무거워 져  지면 위로 내려 왔다.

 

얼마나 나를 기다렸을까?. 5분?. 10분?. 30분? 1시간?.

 

아니면 카페가 문을 닫을 때 까지?.

 

내게 주려고 했던 것이 무엇이였을까?.

 

하지만……….석윤아. ……….난………..아무것도 정상적으로 느낄수없는

 

고통과 혼란의 한가운데 서 있단다

 

미안해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후드를 쓴 남자는 내가 꼼짝도 못한 채 서서 노려만 보고 있자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그냥 휙 지나쳐 가던길을 마져 갔다

 

다행이야……..석윤아. 버릇 처럼. 생각의 끝마다 석윤의 이름이 떠올랐다

 

그 시각에 석윤에게 핸드폰을 칠수는 없었다

 

단념하고 갈 곳이라고는 없던 나는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다행히 성수에게 빌린 돈이라도 있어

 

나는 그 돈으로 소주 한병과 담배 한값. 그리고 고무줄과 면도날을 샀다.

 

숨도 쉬지 않은 채 소주 한병을 다 마시고 담배 한값을 꼬박 다 피고 나면

 

손목을 묶고 면도날로 그어버리는 거야.  나는 죽을수 있을 거야.

 

담배 한값과 소주한병 .

 

그것은 나의 첫번째 자살 시도였다.

 

 

남은 돈으로 여관에서 잘까?.

 

친구집?.

 

아니다. 친구와는 즐거움은 함꼐 나눠도 아픔은 슬픔은 더더군다나

 

어둠은 함께 나눌수 없다

 

남에게 짐이 되고 싶지는 않다

 

여관방은 무섭다.

 

여관방에서 혹시라도 마주치게 될지도 모를 인간이, 낮선 인간이 젤 무섭다.

 

 

 

서웠다. 밤 12시를 넘어가는 어두운 거리는 무서웠다.

 

무서움을 달래기 위해 석윤일 생각하고, 어딘가에 반드시 나를 구해줄

 

수호천사가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해보지만 어느 것도 나를 구해주진 못했다

 

간혹 보이는 사람들이 마치 살인마 처럼 보였고 그들은 마치 나만을 노리는

 

것만 같았다.

 

얼마나 걸엇는지 . 어디로 걸어 왔는지 알수 없었으나. 나는 지하로 내려가는

 

선 문 앞에 서 있었다.

 

그곳은 고양이를 키우는 눈이 큰 여자 선배의 작업실이였다 .

 

늘 오픈 된 곳으로 후배든 선배든 작업실이 필요하거나 하룻밤 신세를 져야할

 

사정이 있을때는 누구든 고양이 선배의 작업실을 찾았었다.

 

나로서는 처음으로 찾는 고양이 선배의 작업실.

 

생각대로 고양이 선배의 작업실은 텅비어 잇엇다.

 

나는 계단을 내려가 불을 켰다.

 

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붙혀 무는 순간 해방감이 밀려왔다.

 

..살것만 같다.

 

죽으러 와서 살것만 같다니. 나는 오늘 이곳에서 자살 할것이다.

 

 

 

§새편이 올라오기전 전편의 끝에 리플 달고 있습니다.(혹시 모르실까봐서 ^^;;)

오늘도 역시 님들의 멋진 리플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