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맹견사육허가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857

다시 만날 사랑 35


BY 제인 2003-11-18

장미래는 일요일이 미연의 생일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학교다닐때 자기도 어려우면서 미래에게 학비와 용돈을 나눠주곤 했던 미연이었다.

그렇게 각별한 우정을 나눠온 미연이 이혼하여 혼자 힘들게 사는 것이 미래는 줄곧 마음에 걸려왔다.

그래서 바쁘더라도 이번에는 꼭 미연의 생일을 챙겨주고 싶었다.

미래는 미연에게 전화를 하여 일요일 저녁 클럽으로 오라고 전한다.

그리고 클럽식구들에게 알려 미연의 생일파티를 준비해달라고 부탁하였다.

 

일요일 저녁 미연은 장미와 고수를 데리고 미래클럽으로 향하였다.

클럽으로 들어서니 식구들은 미연을 반갑게 맞으며 "생일 축하한다"고 한마디씩 하였다.

널직한 테이블로 자리를 만들어 미연과 장미, 고수, 미래, 그리고 미연과 친했던 클럽직원들 몇명이 함께 자리를 했다.

식탁에는 케잌과 여러가지 애피타이저, 그리고 과일접시들이 푸짐하게 마련되어 있었다.

웨이터 하나가 케잌에 꽂힌 33개의 초에 불을 붙였다.

사람들은 모두 눈동자에 불꽃을 반사시키며 미연이 촛불을 끄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한 남자가 그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 근처에 다가왔다.

박영준이었다.

"박영준씨 오셨군요, 이리로 앉으세요."하며 미래가 반갑게 맞았다.

그때 깜짝 놀라서 쳐다본 사람은 미연과 고수, 두 사람이었다.

박영준은 살짝 고개짓으로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장미래의 옆에 앉았다.

미연은 당황한 눈빛을 애써 거두며 케잌의 촛불을 훅하고 불어 껐다.

사람들은 웃으며 박수를 쳤다.

미연의 옆에 앉아있던 고수는 테이블 아래로 손을 뻗어 옆에 앉아 있는 미연의 한손을 꼭 잡았다.

갑자기 손을 잡힌 미연이 깜짝놀라 고수를 돌아다보았다.

고수는 시무룩한 얼굴로 케잌을 쳐다보고 있었다.

고수는 이 자리에 누나의 옛사랑이 나타나리라고는 상상도 못하였다.

미연도 마찬가지였다.

미연은 박영준이 의식되어 부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케잌을 잘랐고 아무것도 모르는 주위 사람들은 그저 즐거워하며 서로 케잌을 나누어 돌렸다.

영준은 미연을 계속 쳐다보았다.

미연에게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지만 선뜻 말을 걸수가 없었다.

이때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내가 특별한 노래를 선사할께요."하며 미래가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로 나갔다.

미래가 무대에 나타나자 클럽의 손님들은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여러분, 오늘은 아주 뜻깊은 날입니다. 저와 아주 오랜 친구인, 그리고 저에게는 은인과도 같은 그런 친구인 김미연의 생일입니다. 미연이는 학창시절에 제게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미연이 덕에 오늘의 제가 있지 않았나 싶어요. 저보고 가수하라고 조른 친구였거든요. 미연이 아니었으면.... 호호...지금 집에서 살림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웃었다.

미래는 계속 멘트를 하였다.

"음....지금 제가 부르려는 곡은 저희가 고등학교 다닐때 미연이가 저의 생일을 축하한다고 직접 작곡을 했던 곡이예요. 오늘 제가 꺼꾸로 친구 미연이의 생일을 축하하는 뜻으로 그 노래를 선사하겠습니다."

피아노 반주자의 전주가 흐르고 이내 미래가 웃는 얼굴로 노래를 시작하였다.

'그대 오늘같이 좋은날

'나와 행복하게 웃어요

'다시 태어나도 지금처럼

'우리 함께 다시 만나요

'오늘 한자리에 모여 축하해요

'당신의 생일을

'촛불을 끄세요 소원을 빌어요

'그대의 꿈을 이루세요

'생일 축하해요, 당신의 생일을

'진정으로 축하해요

장내에서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가 울렸다.

영준은 미연이 지었다는 미래의 생일축하노래를 들으며 미연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짓는다.

미연은 얼굴을 붉이며 고개를 숙였다.

고수는 박영준이 미연을 보고 미소를 짓는 걸 보자 마음이 불안해졌다.

고수가 미연에게 속삭였다.

"누나, 저 사람 여기 왜 온거야?"

"몰라, 미래가 불렀나봐."

"누나, 저 사람하고 다시 만나는 거 아니지?"

"........"

미래는 생일축하 노래가 끝나고 앵콜이 쏟아지자 하나 더 마련해두었던 미연의 두번째 곡을 소개한다.

"이번 곡은요, 그때 그 학창시절에, 저랑 미연이가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던 곡이예요. 호호...가사를 제가 썼구요, 미연이가 곡을 썼더랬죠. 미연아, 그 노래 기억나니? 호호..."

미연은 어리둥절하여 미래쪽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이, 잊어버린 모양이네. 그때 같이 시험공부한다고 도서관에 같이 갔다가 공부는 안하고 둘이서 이 노래 만들었었잖아. 그래서 그 다음날 시험은 망쳤구. 호호..."

미래가 그 노래에 담긴 추억을 이야기하자 관객들이 깔깔거리며 웃는다.

미래는 다시 관객을 향해 이야기한다.

"그때 그 악보를 제가 간직하고 있었죠. 언젠가는 이 노래를 제 음반에 실으려고 해요. 우리 두 사람의 우정이 녹아있는 그런 뜻깊은 노래이기 때문이죠."

곧 밴드의 전주가 시작되었다.

미래가 미연이 작곡했다는 그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인듯 조용해졌다.

영준은 그 노래를 유심히 들어본다.

고교시절 미연이 만들었다는 그 곡은 밴드에 의해 편곡이 되었긴 했지만 멜로디며 코드진행이 일류작곡가가 만든 것 못지않았다.

영준은 적잖이 놀라 미연을 쳐다보았다.

미연이 이런 음악을 작곡할 재능이 있었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처음 알았던 것이다.

동시에 영준의 머리에는 영감이 떠오르고 있었다.

'듀엣으로 편곡하면 아주 좋겠다.'는 것이었다.

미래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 놀란 것은 영준뿐이 아니었다.

그 곡을 썼던 미연 자신도 놀라고 있었다.

그 오래전, 고교시절에 언제 자기가 저런 음악을 만들었는지 기억이 까마득했다.

그런 것을 미래가 여지껏 소중히 간직해왔다는 것, 그리고 또 오늘 자신을 위해 이렇게 불러주는 것에 깊이 감동을 한 것이다.

미래가 노래를 끝내고 자리에 되돌아오며 말한다.

"어때요? 미연이 작곡한 곡들, 좋죠? 미연이는 이렇게 재능이 많다니까."

"맞아요. 전에 미연언니 작곡한다고 들었어요. 이제보니 정말 잘하네요." 하고 옆에 있던 여종업원하나도 거든다.

미연은 칭찬이 쑥쓰러워 "그냥 취미로 한건데요, 뭘..." 하며 얼굴을 붉혔다.

영준은 미래가 자기의 옆자리로 돌아와 앉으니까 이렇게 말한다.

"미래씨, 그 노래... 우리 이번 음반에 넣으면 어떨까요?"

장미래는 펄쩍 놀라며 좋아한다.

"어머, 어머, 정말이요?"

"네, 그냥 두기 아까운 곡이군요. 게다가 장미래씨가 작사를 했다니 더욱 의미가 있을 거 같은데요."

장미래는 미연에게 신이 나서 말한다.

"미연아, 박영준씨가 네 곡 이번 음반에 넣어주신대. 굉장하지 않니?"

미연은 박영준의 제안에 놀라서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영준이 미연에게 마침내 말을 건다.

"미연씨, 그 곡 저희한테 주시겠어요?"

미연은 영준이 자기에게 말을 걸자 가슴이 덜덜 떨렸다.

잠시 망설이다 겨우 대답한다.

"그건...좀....생각을....해봐야할 거 같아요..."

장미래는 미연이 머뭇거리자 답답하여 재촉한다.

"미연아, 생각할 게 뭐있어? 이건 생각하고 자시고 할 문제가 아냐. 선곡되기가 얼마나 하늘의 별따긴데....아이, 너 왜 그러니?"

영준은 미연이 자신과의 과거일때문에 서먹서먹해서 그런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미연을 더이상 재촉하지 않고 가슴에서 명함을 꺼내 미연에게 건네주며 이렇게 말했다.

"미연씨. 다른 건 다 버려도 꿈은 버리지 않으시겠죠..."

'다른 건 다 버려도...!'

자신이 영준을 버렸다는 그런 얘기였다.

미연은 명함을 받으며 영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헤어지던 그때의 애원하던 그 눈빛 그대로였다.

영준은 자신을 바라보는 미연에게 "꼭 연락주세요. 기다리고 있을께요."하며 자기도 미연의 눈을 깊이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서로 바라보던 시선은 곧 저녁식사가 테이블에 차려지면서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생일 저녁식사가 끝나갈 무렵이 되어 옆에서 장미가 졸린 듯 하품을 하였다.

미연은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야겠네요. 모두들 너무나도 고맙습니다. 미래야, 정말 고마왔어."하고 집에 갈 차비를 하였다.

미래는 "오늘 어땠어? 저녁은 맛있게 먹었니? 그런데, 여기 자주 들러서 저녁도 먹고 가고 그러지 요새 왜 통 안오는거니?" 하고 묻는다.

그동안 영준때문에 오지 않았던 것이지만 미연은 "시간이 없어서 그렇지 뭐."하고 변명한다.

옆에서 영준이 "제가 집까지 태워다 드릴께요."하고 미연에게 권하였다.

고수는 그때 먼저 일어서서 장미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는 중이었는데 박영준이 하는 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보다 박영준과 눈이 마주쳤다.

미연은 "괜찮습니다."하고 인사를 하였다.

고수는 미연의 대답을 듣더니 이내 장미와 함께 밖으로 나가버렸다.

"누구...? 동생인가요?"하고 영준이 물었다.

"같이 일하는 학생인데 동생처럼 지내요. 오늘 와주셔서 고마왔습니다. 그럼..."

미연은 영준에게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나와서 장미와 고수를 찾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고수는 심각한 목소리로 묻는다.

"누나, 그 사람 아직도 사랑해?"

미연은 걷던 걸음을 멈추고 고수를 올려다 본다.

"몰라....자꾸 묻지마."

고수는 눈빛을 반짝거리며 미소를 띈다.

"모르겠지? 그건 사랑이 식었다는 뜻이야."

미연은 처량한 얼굴로 "그렇겠지...."하고 대답한다.

미연의 집앞에 다다르자 고수는 미연을 꼭 껴안는다.

그리고는 "누나. 사랑해."하고 속삭인다.

미연은 고수를 품에서 떼어내고 손짓을 하여 잘가라는 시늉을 한다.

고수는 미연의 어깨에서 손을 내리고 돌아서 집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