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결혼 전 같이 살집에 대한 이자부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390

졸도 하겠네


BY 봉지사랑 2003-10-28

그녀는 이제 남편이었던 그남자의 일가형제 들에게 진한 작별을 고하고 있었다.

우영이는 어느새 먼저 차에 올라 앉아 있었다.

"우영아? 인사는 해야지!....."

"............."

꿀 먹은 벙어리가 따로 없었다.

품에 애지중지 하던 치와와 잡종 강아지만 들여다볼뿐 인사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냥 두세요, 애들이 얼마나 기가 막히겠어요. 어유~~~~~~~~~"

사촌 시동생이 벽을 주먹으로 쳤다.

손등에서 피가 흐른다.  그녀는사촌의 그런 행동을 무관한듯 쳐다 보았다.

"이제 저 갈께요, 주원아? 얼른 너도 차를  타야지........."

이렇게 그녀는 초라하게 12년을 살던 그곳을 단 몇 시간만에 등떠밀리듯 떠나왔다.

운전하시는  쎈타  아저씨가 그녀에게 말을 걸어왔다.

"아니.  애들 아버지는 어디가고 맨 객식구들만 짐을 날랐대요?......"

그 녀는 멍하니 창밖만 주시 하고 있었다.

강아지는 그런 그녀의 심정을 알고 있다는듯이 자꾸만 그녀의 손등을 핥아댔다.

"우영아! 롤리좀 잡아. 엄마한테 자꾸 이러지 않게 .....엄마 지금 힘들어......"

그 녀는 창밖을 스쳐 지나가는 모든 풍경들을 자신의 과거를 떠나                       

보내듯이 하염없이 그렇게 떠나보내고 있었다.

얼마를 달렸을까? 어느새  차는 서쪽 경기도에서 동쪽 경기도로 들어서고 있었다.

이제 떠나왔다는 느낌이 실감 되기 시작 했다.

갑자기 설움이 밀려오고 있었지만 그녀는 용케 잘도 참고 있었다.

이제 아무도 알지 못하는 황량한 벌판과도 같은 낯선 곳에서 그녀는 다시 시작

해야만 하는 현실이 더럭 겁이 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홀가분하기도 했다.

앞으로 한시간여만 더 가면 새로운 그녀의 보금자리가 있을것이다.

그곳에는 비록 남편은 없지만 좋은 이웃이 있을테고  사람은 많지 않지만

 인정이 살아있을테니 그녀가 아이들과 살기에는 적당할것 이라고  수없이 자위를

반복 하면서 그녀는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고 있었다.

아이들은 그저 차창밖의 낯선 풍경에 두려움을 느끼는지 아무런 말없이 창밖을

주시하고만 있었다.

쎈타 아저씨는 친정 오빠마냥 그녀에게 걱정스러운지 조심스럽게 한 마디 했다.

"요새  시골을 옛날 시골로 착각 하고 가는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그녀는 아이들의 기분을 생각해서 얼른 입을 열었다.

"왜요?  그게 무슨 말씀 이신지 모르겠네요........"

"아,  요새 시골 인심이 어디 옛날 시골 인심 입니까? 도시보다 더 인색해요."

그 녀는 뜻밖에 소리에 한대 얻어 맞은 듯이 머리가 띵~~ 했다.

"가보면 알겠죠뭐, 설마 그렇게 까지야 그러겠어요?..........."

그녀는 혹시라도 아이들의 두려움을 가중 시키게될까봐 얼버무려 얘기하고 있었다.

"그래도 여기 가시는곳은 바닷가를 끼고 있지 않아서 사람들이 덜 하겠지요 뭐..."

쎈타 아저씨는 자꾸 시키지도 않는 말을 해서 그녀의 걱정을 보태주고 있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조금이라도 알고 가게 되는것이 생판 모르고 가는것 보다는

나을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 그녀가 얻어놓은 새 보금자리에 당도 하고 있었다.

"엄마!  저기 아닌가요? 난 저기 같은데....."

우영이가 침묵을 깨뜨렸다.

그녀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제 그 곳이 분명 했다.

그 녀는 그렇다고 했다.

쎈타 아저씨는 그곳으로 차를 세우기 위해 천천히 후진해서 들어가고 있었다.

"아,  이제 오네,  내가 3시쯤 연락을 취했는데 전화를 안 받던데............"

"...................."

그녀는 어안이 벙벙 해 졌다.

"이거  일이 잘못되어서 어떻게 해.  우리 아들이 세 주지 말라고 연락이 왔어,

그래서 그냥 없던 일로 했으면 하는데..........."

그녀는 참으로 기가 막혔다. 할 말이 없었다.

오히려 쎈타 아저씨가 대신 화를 내고 있었다.

"아줌마~~~  지금 어른 데리고 장난하시는거예요?  이래도 되는 겁니까?"

"아니  그런데 왜 집이가 야단이야? 어제는 애들하고 세식구 라고 하더니 베란간

실랑을 그새 얻었나? 참 재주도 좋구먼, 그렇게 재주 좋은 여자가 집 얻는것두

잘허겠구먼,  하여간 우리 아들이 세 주지 말라잖아. 옛~~쑤~~............."

 그 아주머니는 어제 드리고 간 셋돈과  공책을 한장 찢어 만든 계약서를 당신

마음대로 찢어서 차에다 내던지듯이 주고 자기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난감한 일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그녀의 머리속은 온통 먹물이라도 뿌려 놓은듯 깜깜하기만 했다.

이 윽고 쎈타 아저씨가 입을 열었다.

"그거 봐요, 요즘은 시골 것 들이 더 하다니까요, 지금 봤죠?  젊은 아줌마!

지금도 늦지 않았어요, 헤어진 남편이 있으면 어때요, 그냥 신경 끊고 살면 되지.

도로 갑시다. 오늘은 가서 여관에서라도 자고 내일은 나랑 집 얻으러 다닙시다."

그녀와 아이들은 졸지에 피난민 신세가 되어 버렸다.

그때 쎈타 차의 옆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젊은 아줌마가 말을 걸어 왔다.

"이사 오시는거예요?  어디서 오시는 건데요?"

쎈타 아저씨는 자기가 이사라도 오는듯 차에서 얼른 내리며 그 아주머니에게 뭔가

얘기를 하고 있었다.

"네,  저 윗쪽에 비어 있는 집이 있긴 한데... "

"어디요?  아주머니도 차에 타세요. 같이 가 보십시다."

쎈타 아저씨는 정말로 보호자 처럼 그녀와 아이들의 불안감을 요리하고 있었다

"아니예요, 제가 앞에서 먼저 갈테니까 아저씨가 천천히 따라 오세요."

그녀는 그냥 그들이 하는 대로 따라 가고 있었다.

새로 간 그 집은 집 이라기 보다 창고라고 보는게 더 옳을듯 싶었다.

방은 하나 있었지만 어둡기는 한 밤중 이었고 천장은 한쪽이 금새 폭포같은

비라도 쏟아져 내릴듯이 기울어 있었다.

쎈타 아저씨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그냥 도로 가자고 했다.

주원이도 도로 가자고 하고..........

그녀는 다시 한번 마음속에 남편에 대한 분노심이 끓어 올랐다.

그 녀는 이내 단호하게 말을 했다.

"아뇨!  아저씨 여기 그냥 내려 주세요. "

우영이는 조용히 주원이를 데리고 차에서 내려 왔다.

"엄마!  우리집으로 도로 가요, 이런데서 어떻게 살아요."

주원이는 울고 있었다.

"그럼 이따가 너는 아저씨 차 타고  도로 네짐은 싣고  아빠 한테 가버려!"

우영이는 사납게 주원이에게 호통을 쳤다.

그리고 짐이 내려지기 시작 했다.

길거리에 달린 집이라 오고 가는 사람들의 구경 꺼리가 된듯 그녀의 초라한 모습은

온 동네에 광고 아닌 광고를 하기에 충분 했다.

짐을 다 내리고 보니 시간은 저녁 9시가 다 되가고 있었다.

그녀는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시작을 하게 되었다.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쎈타 아저씨는 명함을 주고 가시면서 울음 섞인 목소리로 그녀를 걱정하고 떠나갔다.

"여기 도저히 못 살겠거들랑 언제라도 전화하세요........."